프롤로그 2> 욕망을 넘어선 지혜의 생명체 호모 사피엔스의 길
바이오클락, 즉 인간의 마음은 성격이라는 고유 특질을 갖기는 하나 고정불변한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의 고유 바이오클락에서 벗어나기가 대단히 어렵다.
따라서 이 책 <인연의 법칙>은 자신의 코드로 어떤 화두를 풀 것인가 거울로 삼을 뿐 이 자체도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법칙도 아니다.
인연(因緣)을 설명하자면 씨앗과 조건이라는 뜻이다. 인연을 만났다고 하면 틀리는 말이다. 씨앗을 그냥 두면 싹을 내지 못한다.
760년 전, 경상남도 고대산성의 연못에서 아라홍련의 씨앗이 흙에 묻혔다. 물이 없어지면서 연씨는 무려 760년 동안 잠을 자기만 했다. 연씨가 피어날 緣을 만나지 못한 것이다.
2009년이 되어 산성 발굴 중에 이 연씨 15개가 발견되었는데, 이가운데 3개가 싹을 틔워 꽃을 피웠다. 緣을 만나지 못하면 760년이 지나도록 꽃을 피울 수 없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조건(緣)이 맞지 않으면 씨앗(因)이 소용 없고, 조건(緣) 없이는 씨앗(因)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흔히 아이작 뉴턴이 ‘땅으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중력(Gravity)을 발견했다고 하지만, 만일 그가 “하늘에 무수히 떠있는 별들이 왜 서로 부딪히지 않고 질서를 유지할까?”라는 의문을 갖지 않았다면 뉴턴도 중력을 발견하지 못했으리라는 사실이다. 의문이 있으니까 이 의문이 씨앗이 되어 그의 머릿속에 뿌려지고, 때때로 보고 들은 모든 내용과 이 의문이 서로 대화를 나누었던 것이다. 그런 중에 사과가 하늘로 솟지 않고, 옆으로 날아가지 않고 흙이 있는 땅으로 떨어지는 장면을 보고는 드디어 중력의 존재를 알아챈 것이다.
아이작 뉴턴 이전의 수억 명의 인류들 중 누구도 ‘하늘의 별들이 왜 서로 부딪히지 않을까?’란 의문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 오로지 아이자가 뉴턴만이 그 생각을 해서, 그 생각의 씨앗이 여러 조건인 많은 연(緣)을 스치던 중 ‘떨어지는 사과’에서 그 답이 훤히 열린 것이다.
다른 사례를 보자.
레비 스트라우스는 천막업자로 수십 년을 살았다. 그러던 중 전쟁이 나면서 천막 10만 장을 주문받아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원단을 구하고, 미싱을 사들이고, 미싱사들을 고용해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사이 전쟁이 끝나 주문한 정부가 계약금을 포기하는 것으로 물품 인수를 거절했다.
그는 하루아침에 벼락거지가 됐다. 아니, 엄청난 빚쟁이가 됐다. 그 많은 빚을 갚는다는 건 불가능했다. 천막이라는 게 쉬 팔리는 소비재도 아니다.
자살 밖에 다른 도리가 없던 그가 지친 몸을 이끌고 길을 가고 있었다. 그때 광부들이 갱도 밖에 나와 바지를 벗어 바느질하고 있는 걸 보았다. 무슨 까닭인지 무르니, 광부들은 솜으로 지은 바지가 깨진 돌 끝에 베이면 쉽게 찢어지는데, 그때마다 꿰매 입지 않으면 살을 베인다며 휴식 시간을 써가면서 모두 바느질에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그때 머릿속에서 천둥번개가 쳤다. 천막을 재단하여 바지를 만들면, 비록 두껍기는 하지만 날카로운 돌에 스쳐도 찢어지지 않으리라는 생각이었다.
그는 즉시 공장으로 돌아가 샘플 몇 벌을 만들어 이 광부들에게 입혀보았다.
천막바지를 입어본 광부들은 대만족이었다. 더 구할 수 없느냐고 성화였다.
레비 스트라우스는 월급을 받지 못한 미싱사들을 불러 사정사정해가며 천막바지를 만들어냈다. 그러자 다 만들기도 전에 광부들이 공장으로 찾아와 천막바지를 사겠다고 줄을 섰다. 결국 레비 스트라우스는 한창 골드러시 중인 캘리포니아에서 엄청난 천막바지를 만들어 팔았다. 소문이 나면서 광부가 아니어도 토목공사를 하는 사람들, 나무를 베는 벌목꾼들,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다투어 이 바지를 찾았다.
레비 스트라우스는 그가 만든 천막바지를 ‘리바이스’라고 불렀다. 결국 이 리바이스는 레비 스트라우스를 거부로 만들어주었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레비 스트라우스가 망하기 전에는 광부들이 바느질하는 광경을 본 적이 없었을까 하는 의문이다. 그럴 리가 없다. 다만 그런 장면을 보거나 광부들의 불평을 들어도 그냥 귀를 스치고 지나갔을 뿐이다. 그때는 ‘잘 찢어지지 않고 살을 베이지 않은 안전한 바지’라는 씨앗(因)이 그의 머릿속에 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은 선(禪) 수행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데 선을 수행할 때 조계종 선사들은 화두(話頭) 또는 공안(公案)을 들라고 권유한다. 즉 의문을 가지라는 이야기다. 선사들이 잡는 의문은 1700가지나 된다.
지금은 화두 공안 매너리즘에 빠져 효과가 없지만 고려시대나 당대의 중국에서는 꽤 효험이 있는 수행법이었다.
예를 들면 이러하다.
“부처가 무엇입니까?”
“대마(麻) 3근(斤))이다”
이 문답이 왜 생기고, 부처가 왜 대마 3근이라는 건지 이 문답을 머리에 담고 두고두고 풀릴 때까지 의심하는 것이다.
또 이런 문답도 있다.
“달마 스님이 왜 서쪽에서 오셨습니까?”
“뜰앞의 잣나무다.”
도대체 뜰앞의 잣나무가 어떻게 달마가 인도에서 중국으로 온 뜻이라는 건지 두고두고 살피는 것이다.
물론 1700가지나 되는 선불교의 화두와 공안은, 이미 천년 이상의 세월이 흘러 언어, 습관, 풍속이 지금과 달라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다만 공안 화두라는 것도 머릿속에 의문이라는 씨앗을 심어 두루 살피다보면 해답을 찾아낼 수 있다는 <인연의 법칙>으로 보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그래서 <인연의 법칙>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씨앗을 심느냐는 것이다. 바이오클락의 슬로건 중 하나인 <생각하는대로 이루어진다> 역시 ‘생각’이라는 씨앗이 머리에 심겨지면 시간이 걸리고 여러 변화를 거치기는 하겠지만 언젠가는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힌다는 뜻이다.
그런데 인간의 뇌 중 욕망을 맡은 편도체는 생존, 번식, 두려움 피하기 3가지를 기본 씨앗으로 갖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흔히 생존을 위해 돈이 필요하니까 돈을 벌어야겠다고 욕망하고, 번식을 위해서는 이성이 필요하니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차지해야겠다고 욕망하고, 돈이 없어지고 이성이 떠나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피해야 한다는 욕망을 쥐고 있다. 이 정도 욕망은 인간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데 이것을 인생의 주제로, 자기 자신의 기도 주제로, 혹은 씨앗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욕망과 욕망이 충돌하여 이 세상은 끝없는 싸움과 다툼으로 어지러운 것이다.\
기도하는 내용은 자세할수록 좋다. 두루뭉술한 것은 씨앗이 될 수 없다. 보리, 쥐눈이콩, 사과나무, 고구마, 기장, 도라지 같은 분명한 정체성을 띈 씨앗이 있어야 농사를 짓든, 기도 역시 또렷해야 한다.
“난 의대에 가서 꼭 의사가 되고 싶다”
“난 10년 안에 내 집을 사겠다.”
이처럼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면 그것이 씨앗이 된다. 의대에 가기로 결심했으면 이과 과목을 잘해야 한다. 그러면 수학을 소홀히 할 수가 없다. 의대에 합격하려면 수능 점수가 어느 정도 돼야 하는지, 그 점수를 받으려면 얼마나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그러면서 자기를 향해 다가오는 숱한 연(緣)을 잘 활용하여 이 주제를 풀어나가야만 한다.
10년 안에 집을 사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떤 집이라는 목표가 생길 것이고, 그러면 금액이 대략 예상된다. 수입의 어느 정도를 저축해야 할지, 저축으로 10년 모아도 안되면 다른 투자를 고려한다든지 돈을 불리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이렇게 집을 사는 목표를 향한 여러 연(緣)을 끌어모아가는 것이다.
기도가 간절하면 옆길로 새지 않는다. 10년 안에 집을 사야겠다는 목표가 확실하면 낭비를 줄이고, 다른 곳에 큰 돈을 쓰는 일은 잘 안하게 된다. 그래서 언젠가는 그 기도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바이오클락연구소 | 새로 쓴 인연의 법칙 프롤로그 1 - Daum 카페
바이오클락연구소 | 새로 쓴 인연의 법칙 프롤로그 2 - Daum 카페
바이오클락연구소 | 새로 쓴 인연의 법칙 프롤로그 3 - Daum 카페
바이오클락연구소 | 새로 쓴 인연의 법칙 프롤로그 4 - Daum 카페
바이오클락연구소 | 새로 쓴 인연의 법칙 프롤로그 5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