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저 출산과 원시인
김윤선
지난 내 삶에 아들 넷 중 막내 쌍둥이를 낳았을 때 야만인도 과하다면 원시인이라고 했다.
딸 하나 낳으려다가 두 아들을 낳았으니 야만인보다 못한 원시인이라던 간호사들의 말에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날로 기계문명이 발달하면서 자연이 훼손되고 사람들은 점점 기계 속으로 스며드는 현실 앞에 차라리 원시인이 그리울 때도 있다.
당시 내 곁에 산모는 2.6키로 아이를 기계로 빼 내어 거액의 돈이 지불 되었지만 남편과 온 가족의 대우를 받고 있었다. 시부모님은 물론이고 특히 남편이 아내를 귀인 모시듯 산모를 떠받들며 환영을 받았을 때 나는 구사일생으로 쌍둥이를 낳았지만 동지섣달 찬밥 신세였다. 두 아들을 3키로 3.3키로를 15분 간격으로 유도 분만 하는 과정에서 퍽 쏟아지는 피를 감당 할 수 없어 간호원 다섯명이 산모의 다리를 묶어 치켜들고 거꾸로 매달아 놓았다. 그 많은 하혈을 하였을 때 밖에서 떨고 있던 친정어머니, 비몽사몽 눈을 떠니 수고했다며 눈물을 글썽이고 계셨다. 딸의 북통같은 배를 보시며 사색이 되어 아이를 무사히 낳을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시던 어머니께서 유도 분만을 하라고 재촉 하셨다. 예정일 일주일을 앞두고 유도 분만을 하여 밤새도록 온 몸에 주사바늘을 달고 혼미한 정신에서도 아들 넷을 어떻게 키울까 걱정이 앞섰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키우자” 구호를 외치며 가족계획을 세우던 국가의 시책을 어기고 쌍둥이를 낳았다.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둘을 유산 시켰는데 입덧도 하지 않고 6개월이 되었다. 나는 다달이 월경이 없기 때문에 임신을 하려면 한번 딱 비춰준다. 그리고 임신을 하였기에 구별이 잘 되지 않는다. 졸지에 아들이 넷이나 되었으니 큰 죄를 지은 사람처럼 3일 만에 퇴원을 했다. 혈압으로 온 몸이 부었지만 죽어도 좋다는 서약서를 쓰고 감옥을 탈출하듯 퇴원을 했다. 퇴원 후 하루도 조리는커녕 그날부터 아들 넷과 전쟁을 치며 내 몸이 있는지 없는지 틈틈이 아이를 업고 옷 보따리 장사로 행상까지 하였다. 업고, 이고, 장사를 약 3년 하였을 때 이웃 은희 어머니께서 싼 이자를 주며 국제시장에서 장사를 하라고 했다. 내 혈육 같은 분의 도움으로 국제시장에서 업고이고 시작한 장사가 40년간 구사일생으로 오늘에 왔다.
막내 쌍둥이가 올해 45세가 되었다. 아들을 넷이나 낳고 보니 집 전세를 얻을 때도 둘이라고 속이며 주인 눈치를 보았다. 마치 남의 집 물건을 훔치다가 들킨 아이처럼 얼굴이 붉어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심각한 시대가 왔다. 우리 아들 넷 중 차남은 장가도 가지 않으려고 하고 세 아들 결혼 하여 겨우 손자 소녀가 모두 네 명이다. 이렇게 갈수록 아이를 출산하지 않으니 해가 갈수록 학생이 줄어들고 지역에 따라 학교도 폐쇄된다. 정부에서 저 출산 문제 해결책을 내놓고 거액을 쏟아 붓고 있지만 겉치레 대책은 젊은이들의 생각과 동떨어져 있다. 실속 없는 말들만 떠벌리기보다 출산부터 초등학교까지 교육을 평등하게 국가에서 책임을 맡고 키워 주면 어떨까? 물론 재정이 어렵겠지만 나라를 책임 맡은 장들이 내 자식이라는 정신으로 개혁을 한다면 알뜰한 나라 살림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위직 관 부급들은 거액의 교육비로 해외에서 수준 높은 교육을 시키고 있으니 보통 서민들은 학원도 보내기 힘이 든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덴마크라고 하였다. 덴마크는 국가에서 아이들 적성에 맡게 교육을 시킨다고 한다. 잘 살고 못사는 집 구별 없이 아이들의 재능을 발휘 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학교에서 평등하게 자랄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 있었다.
우리나라는 아이를 임신하면서부터 거액의 병원비와 조리원에서 예방접종까지, 아이가 다 자랄 때 까지 수억대가 들어가니 누가 아이를 낳을 것인가, 돈이 있는 사람은 조리원 부터 특실에서 호의호식으로 귀인 대접을 받지만 능력이 없고 돈이 없는 사람은 산모가 조리를 할 수가 없다. 다달이 예방 접종을 하는 것도 거액이 들어간다. 고급 직장을 가진 여성들은 육아 휴직이 있지만 하루하루 일당을 받고 몸으로 일을 하는 여성들은 아이를 누가 돌봐 줄 사람도 없으니 아예 임신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사립학교 공립학교 교육이 다르고 아이들은 자기 집엔 무슨 차니 어느 아파트니 모든 것들을 자랑하고 있으니 저들끼리 어릴 때부터 상처를 받고 자라난다.
정부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얼마의 돈을 준다고 발표를 하고 있다. 그리고 청년 실업자들에게도 다달이 돈을 지불 한다고 하니 걱정스럽다. 우선 입만 막고 보자는 겉치레 정책보다는 자신들이 땀 흘려 일한 노력의 대가를 받고 살아야 보람이 있지 않을까,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 “놀고먹으면 산이라도 무너뜨린다.” 는 옛 어른들의 말씀을 생각하게 된다.
돈을 그냥 주면 더 정신을 흐리게 만든다. 돈이란 자신이 땀을 흘려 벌어야 그 땀의 대가를 알수 있다..
그냥 돈이 생기면 게으름을 부추기는 처사다. 처음부터 무슨 일이던지 젊었을 때 땀 흘려 경험을 쌓아보고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주말만 되면 명당 복권 앞에 힘이 넘치는 젊은이들이 끝없는 줄을 서서 한탕주의를 노리고 있다.
우리 아들 넷은 모두가 현장에서 일을 한다. 아들이 일하는 현장엔 일할 사람이 없어 외국인 근로자들이 3~5년 계획을 세워 많은 돈을 벌어서 고국으로 간다고 한다.
청년 실업자가 넘쳐 난다는 보도를 들을 때 마다 현실에서 왜, 현장에는 일할 사람이 없을까,
어릴 때부터 고기를 잡아주기 보다는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탈무드” 자녀교육이 절실한 시대가 왔다고 본다.
저 출산 요인이 내 아이가 남들보다 뒤처지는 모습을 용서하지 못하며 미래 보장이 없는 불안한 현실에 아이를 낳을 수가 없다. 어릴 때부터 인재를 양성시킬 수 있는 국가시책과 재능에 따라 교육 할 수 있는 차별 없는 교육정책, 적성에 맡는 교육이 시급한 현실에 와 있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가 나의 가난과 고통을 대물림 하지 않겠다는 심리적 현상이다.
살기가 힘들면 부부간의 갈등을 초래하고 참을성 없는 사람들은 단순한 행동을 한다. 서로 헤어지려고 해도 아이가 큰 짐이 되기 때문이다. 언제 마음 놓고 자녀를 많이 낳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올까, 세상은 너도 나도 더불어 함께 잘 살아야 평화롭다.
곳곳에서 아이들이 뛰놀고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행복한 나라를 기대 할 수 있을까, 갈수록 나 홀로 시대가 도래 하고 있는 현실에서 나라의 미래가 걱정스럽다. 숲이 울창하게 우거진 자연 속에서 물소리 새소리와 함께 푸른 나무처럼 아이들이 자라날 수 있는 날이 언제 올 수 있을까,
오월의 푸른 하늘을 한껏 마시며 마음 놓고 뛰놀 수 있는 그날을 간절히 기대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