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함께 하는 우리(가 만드는) 학교
윤일호
(진안장승초등학교 교사)
Ⅰ. 지역을 살리는 작은 학교 운동
새로운 교육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역에서 학부모와 교사들이 모임을 만들면서부터 작은 학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교사, 학부모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보자고 했다. 더 반가운 일은 진보교육감이 우리 소망대로 당선되었다. 선생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여러 좋지 않은 관행들에서 전북 교육계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진안에서도 새로운 바람이 일었다. 학부모와 교사, 아이들이 함께하는 모임을 만든 것이다. 주마다 한 번씩 모여서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소통하며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한 번도 그런 과정이 없던 학부모들은 선생들과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니 참 좋다고 했다. 자기 아이에 대한 걱정부터 교육에 대한 불만을 쏟아놓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교육이 어떻게 바뀌었으면 하고 기대 섞인 이야기도 한다.
그런 과정에서 지역의 가장 큰 문제인 작은 학교 살리기가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그 중심은 자연스럽게 지역에서 면 거점학교가 아닌 두 학교, 아주 작은 학교인 장승과 오천학교가 되었다. 다만 두 학교를 함께 살리는 노력을 하되 우선 지리적으로 전주에 가까워 학생을 유치하기가 편한 장승학교에 학생을 유치하자는 데 마음을 모았다.
전교생 9명인 아주 작은 학교. 교사 넷에 삼 학급이고 한 학급은 복식, 그냥 두면 2012년 폐교예정학교이기도 하다. 폐교 예정이다 보니 몇 년 동안 시설투자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아주 낡은 시설과 열악한 환경, 화장실이 밖에 하나 밖에 없고 본관 2층을 올라가려면 건물 옆 벽에 붙은 계단을 이용하는 보기 드문 학교, 그럼에도 자연환경만은 일품이다. 뒤로는 산이 있고, 앞으로는 내가 흐른다. 둘레에는 문화유산과 유적지가 많고 타기 좋은 산도 참 많다.
이런 과정에서 학교를 살리는데 더 힘을 받으려면 혁신학교를 신청하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 학교 교사들이 힘을 모으기로 하였다. 혁신학교를 신청하기로 한 것이다. 장승학교 살리기에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도 몇 모였다. 이렇게 학부모와 교사들이 자연스럽게 주마다 한 번씩 진안청소년수련관에 모여 모두가 행복한 학교의 교육과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멀리는 남원에서 그리고 장수에서 마음을 모은 교사들이 목요일 저녁마다 모여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학생수 9명이고 현재 무엇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미래를 두고 어찌 보면 터무니없는 일일 수 있겠지만 우리가 마음을 모으면 못 할 것이 없다는 믿음이 바탕에 있었다.
첫 출발로 2010년 8월 31일에 나우교육연대 주최로 학교 살리기 대 토론회가 나우교육연대 사무실에서 있었다. 장승학교 학부모님과 총동문회장님, 학부모회장님, 뜻을 함께하는 교사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헌신적인 교사들의 노력과 학부모들의 믿음과 협조가 있다면 학교 살리기에 교육청이 적극 돕겠다는 교육감님의 약속을 받을 수 있었다.
2010년 10월 18일(월) 학교 운영위원장, 총동문회 부회장, 나우연대 대표 등 7명이 진안군수를 만났다. 우선 장승초등학교를 살리는 취지를 유인물로 드리고 장승학교를 살리는 것이 진안군에 주는 이로움 즉, 인구유입 효과와 지역사회 활기, 지역경제의 회생, 진안교육의 브랜드화 등을 강조했다. 군수는 이에 대해 학생이 모집되고 가시화되면 학생 수송에 따르는 차량 등 약 3000만원 정도를 지원해주기로 약속했다. 아직 학생이 모집된 상황은 아니지만 군수의 약속은 학교를 살리는데 힘을 낼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이에 힘을 받아 10월 23일(토), 11시에 전주 책마루 어린이 도서관에서 처음으로 장승초등학교 행복한 학교 설명회가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는 작은 학교에 관심 있는 학부모 등 20여명이 참석하여 2011학년도 학교운영과 학교 교육과정 설명을 듣고 그 자리에서 8명이 전입학원서를 제출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2010년 11월 1일(월)에는 진안청소년수련관에서 나우교육연대 창립식이 있었다. 이 자리에는 김승환 교육감님이 참석하였고 아이들 공연으로 장승초등학교 학생들이 단소 연주를 하여 학교를 살리고자 하는 의지를 보일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2010년 11월 17일(수) 저녁에는 장승초등학교에서 행복한 학교 만들기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장승학교 살리기에 뜻을 같이하는 교사와 학부모들이 참석하여 2011학년도 교육과정 운영과 학년별 시간표 작성, 방과후활동 강좌 선정,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의 책을 읽고 토론을 하였다. 또한 학생모집을 위한 2차 전주 설명회 일정을 협의하였다.
2010년 11월 23일(화) 드디어 전라북도교육청에서 혁신학교 20곳을 발표하였다. 장승학교는 지정형으로 당당히 선정되었다. 하지만 불미스럽게도 여러 언론에 근거도 없이 사전 내정설 및 유착설이 보도되어 나우교육연대를 포함하여 작은 학교 살리기에 동참한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기사내용은 아래와 같다.
사설 ‘혁신학교 선정부터 혼란 빚어서야’
최근 20개 학교를 혁신학교로 선정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한 모양이다. 뚜렷한 기준과 원칙이 없다보니 자의적인 선정이라는 비판을 듣는다. 사전 내정설 또는 교육감 선거 당시의 지원에 대한 보은 선정이라는 평도 나온다.
2012년 2월 폐교 예정인 진안 장승초는 일찍부터 내정설이 나돌았고 실제로 혁신학교로 선정됐다. 교육환경이 열악하고 학생수가 10명도 안돼 운영마저 어려운 학교가 혁신학교로 선정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또 일부 학교는 전주쪽 통근거리가 가까워 선정됐다는 지적도 있고, 경쟁관계에 있던 학교중 특정학교가 내정됐다는 설이 적중, 반발을 사고 있다. 또 교사초빙권을 행사할 수 없는 특정 사립고가 선정된 것도 예산을 지원하기 위한 짜맞추기식 선정이라는 비판을 듣는다.
(2010.11.25 J신문)
도교육청 혁신학교 주먹구구 선정 '비난'
사전 내정·선거 지원 보은 등 뒷말 무성
도교육청의 혁신학교 선정이 뚜렷한 기준과 원칙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된데다 사전내정설과 선거지원에 대한 보은설 등마저 제기되는 등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일부 학교의 경우 지역적 기반이 없이 외지 통학생을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어서 오히려 위화감을 조성하고 지역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높다.
진안 장승초등학교의 경우 2012년 2월 폐교가 예정됐으나 전교조 소속 교사들을 중심으로 혁신학교가 추진되면서 오래전부터 내정설이 나돌았던 곳. 진안군내 일부 초등학교 교사들까지 함께 모임을 구성하고 나서면서 일찌감치 혁신학교 선정이 기정사실화됐다. 그러나 이 학교는 오랫동안 시설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낡고 삐걱대는 등 교육환경이 열악하고 6학년이 졸업하고 나면 학생수가 10명도 안되는 실정이어서 제대로 된 학교운영이 어렵다. 전주와 진안읍내에서 20명 정도를 데려와 운영한다는 계획이지만, 외지학생과 지역학생간의 학력차에 따라 지역은 도시학생 수월성 교육의 들러리에 머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함께 경쟁했던 오천초 등에 비해 여건이 나은 것도 아닌데 이 학교가 선정된 것은 전주에서 가까워 교사들의 통근이 편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천초는 진안읍에서 장수쪽으로 5㎞, 장승초는 전주쪽으로 7㎞ 거리에 있다.(2010.11.24 J신문)
연 이틀 도내 일간지에는 혁신학교 선정이 전혀 공정하지 못하다는 기사를 실었다. 오래전부터 내정설, 보은설이 돌았다느니 전교조 소속 교사들 중심이라느니 전주에서서 가까워 교사들 통근이 편하기 때문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기사들을 남발했다. 우선 내정되었다는 말은 전혀 근거가 없고 8월부터 혁신학교 지정을 받든 받지 않든 작은 학교 살리기를 준비한 사람들을 또렷한 근거도 없이 비방하는 것에 불과했다. 또 전교조 소속 교사들 중심이라는 말도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 함께 준비한 7명 교사들 가운데 전교조 교사는 둘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마치 전교조 교사들이 어떤 색깔을 띠고 학교를 장악하려 한 것처럼 색깔 씌우기를 한 것이다.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한 교사들과 전혀 준비도 없이 혁신학교를 신청한 학교와 어떻게 같은 잣대로 놓고 볼 수 있나? 또 전주에서 가까워 통근이 편하기 때문이라는 근거도 전혀 사실 무근이다. 이는 학생들을 모집하기에 가까운 것이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마치 교사들의 편의를 생각한 것처럼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자질이 의심스러웠다. 전북일보에 전화를 해서 어떤 근거로 이런 기사를 실었는지 항의전화를 했고 다음날 해명기사를 실었다.
이와는 상관없이 작은 학교를 살리고자 하는 사람들 마음을 돌이킬 수는 없었다. 2010년 11월 27일(토)에 전주 책마루 도서관에서 2차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혁신학교 지정과 2011학년도 학교교육과정 운영계획 등을 설명하여 6명의 학생들을 또 모집하였다.
진안읍내 학부모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행복한 학교를 만들려고 한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2월 8일(수)에 진안청소년수련관에서 장승 학교 설명회를 개최하여 10명의 학생들을 모집하였다.
이렇게 장승 학교를 살리는 과정이 알려지면서 MBC 휴먼스토리 ‘잉걸’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교사들을 취재하고 싶다는 전화가 왔다. 수요일마다 하는 모임부터 학교 상황까지 취재를 하여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을 방송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 방송은 2010년 12월 19일에 전주 MBC에서 방송되었다.
학생모집에 25명 정도 되었지만 6학급을 만들기에 다소 부족한 학생을 더 모집하자는 데 뜻을 같이하여 장승 천춘진 학부모회장님 소개로 전주 생협과 이야기를 나누어 12월 21일(화) 전주생협 사무실에서 3차 장승학교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우선 생협 회원들은 좋은 먹을거리를 고민하는 사람들이고 작은 학교 살리기에 동참할 수 있는 분들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10여 명의 학생들을 더 모집하였다. 40여명의 학생들을 모집하였고 방송이 나간 이후로 학생모집에 더 탄력을 받아 더 많은 학생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결국 2월에 학생이 50명을 넘었다. 우리가 목표했던 6학급을 만들었고 반마다 10명 내외의 학생이 된 것이다.
또 한 가지 문제에 부딪혔다. 장승학교를 살리자고 모였던 교사들 인사 문제였다.
아무리 준비를 열심히 했어도 준비했던 교사들이 장승 학교에 들어가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걱정은 컸지만 장수와 남원에서 내신한 선생님이 진안에 발령을 받았다. 이젠 장승학교를 발령을 내는 것은 진안교육지원청 몫이다. 당시 교육장님의 배려로 장승학교에 희망하는 교사들이 배치될 수 있었다. 또한 3월부터는 학교 교육과정 및 학교 철학을 세울 수 있도록 컨설팅 실시하기도 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아이들”이라는 철학을 잡을 수 있었다. 또한 도서관 리모델링 시 일반 도서관의 형태가 아닌 아이들 중심의 도서관이 탄생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는데 교실 한 칸 도서관에 다락방을 두고 둥그런 원모양의 토론하는 곳을 따로 두는 색다른 도서관을 만들 수 있었다. 더불어 돌봄교실을 한 개 교실에서 두 개 교실로 늘려서 예산 지원을 충분히 하여 여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학교 활동을 최대한 지원하였다. 전라북도교육청 추경 때는 3학급에서 6학급으로 늘어남으로서 교실부족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교육청에 8억의 예산지원을 신청하여 따내는 노력도 하였다. 이 과정에서 건축소위원회가 꾸려져 학부모, 교사, 전문가가 참여하여 10차례의 회의를 하면서 학부모와 학생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건축을 할 수 있었다. 교실마다 아이들 다락방을 설치하고 친환경 벽돌과 기와지붕 그리고 운동장과 바로 연결된 문 등 혁신학교에 걸맞는 설계를 하기에 이르러 올 4월부터 건축에 들어갈 예정이다.
진안교육지원청 자체 15시간 혁신연수를 실시하여 여러 학교가 혁신 마인드에 동참할 수 있도록 분위기 조성도 하였다. 지역에서 왜 장승학교만 배려를 하느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폐교예정학교가 되면서 시설투자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감안하여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언론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도 심적으로 학교를 많이 지원해주었으며 학교 구성원들이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여건 조성을 해주었다.
택시로 등하교하는 학생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두 대만 지원되던 택시를 두 대 더 늘려서 네 대 지원하여 진안에서 오는 아이들과 학구 내 아이들의 교통 편의를 도와주었다. 1학기에 군청의 협조로 장승통학버스비를 예산에 반영하려고 노력하였으나 군의회에서 장승학교만 도와줄 수 없다며 통학버스비를 삭감하고 말았다. 이에 교육청과 학교가 협력하여 군의회를 여러 차례 방문하고 장승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내용을 수차례 설명하여 군의회 추경예산에 통학버스비(2880만원)가 반영될 수 있었다.
어떤 부모들은 대안학교를 만든다고도 했다. 또 어떤 부모들은 반신반의하며 걱정하는 학부모들부터 우리 아이는 꼭 보내겠다는 학부모까지 반응도 어려가지였다. 하지만 장승학교가 하고자 하는 학교가 지금까지 이어오던 학교의 행태를 바꾸고자 하는 것임을 설명하니 ‘과연 정말로 그런 학교가 될까요?’하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만큼 학교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컸으리라.
교사들이 교육과정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들이 사람다움을 알고 행복한 삶을 가꾸어가는 가도록 돕고 싶다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자연 속에서 삶 가운데 마음껏 놀고 일하고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도 한다. 그래서 텃밭도 가꾸고 논도 빌려서 모내기도 했다. 또 진안 둘레에 있는 산과 문화유산을 토요일마다 둘러보고 내 둘레를 소중히 여기는 공부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 삶이 곧 일이고 배움이고 일하는 삶을 즐기고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겠다고도 한다. 또 우리 말과 글을 살리려면 아이들 삶을 제대로 살려야 한다고 보아 아이들 삶은 일과 놀이가 하나이니 놀고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마땅하다고도 한다.
사실 진안지역에서 장승학교를 살리자고 했을 때 어떤 사람들은 면단위에 학교가 하나만 있으면 되지 두 개까지 필요가 있겠느냐, 학생수가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사라져야 할 학교를 뭐 하러 억지로 살리느냐, 아이들 수가 얼마 되지 않은 학교에서는 경쟁심이 없어서 아이들 성적도 떨어지고 또래문화가 없어 사람사이의 관계도 배우지 못하니 차라리 큰 학교로 합치는 것이 낫다고도 말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과연 평생을 살면서 두고두고 해야 할 경쟁을 어려서부터 가르쳐야 하는지,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는 점수 경쟁에서 이기는 아이들이 아니라 더불어 서로를 살리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 필요한 세상이 아닐까, 더군다나 대인관계 능력은 단순히 학생수가 많아 길러지는 능력이 아니라 맑고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자연과 벗하며 자란 아이들에게서 오히려 더 길러지는 것이라는 믿음, 여기서부터 우리들의 학교 살리기는 시작하였다.
작은 학교를 살리고 지역을 살리고자 하는 운동이 혁신학교 운동을 만들었듯이 교육에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이런 바람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본다. 우리의 바람은 아이들을 위하는 바른 길이라고 믿으며 언제나 함께 하고자 한다.
Ⅱ. “통학구 위반이라고요?”
"혁신학교 통학구 위반 안 될 말"
도의회 교육위 현장 의정활동
도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혁신학교로 지정된 진안 장승초를 방문한 자리에서 "다른 지역에서 통학하고 있는 42명(전주 27명, 진안15명)은 현행법과 제도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위장전입으로 통학구 위반인데도 이를 묵인하는 것은 교육의 근본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w‘신문 (2011. 3. 15)』
교실도 없고 화장실도 밖에 있는 3학급인 학교가 6학급이 되었으니 3월 초에 얼마나 어수선했을까? 그런데 두 주도 되지 않아 도 교육위원들이 우리 학교를 방문하였다. 폐교 학교를 살린 것이 칭찬을 받아 마땅할 터인데 너무 많은 예산이 지원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느니, 학구 위반을 하고 있는 학생이 몇 명인데 어떤 안전대책을 세워 놓았느니 하는 말만 하고 갔다. 학생이 다니는 학교에 안전대책은 마땅히 세워 있어야 맞고 학구위반을 하는 것이 법에 맞지는 않다고 본다. 하지만 위장전입이라는 표현은 서울 강남의 좋은 학군이나 다른 좋은 환경의 학교를 찾아 주소를 옮기는 것에 어울리는 표현이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폐교를 앞둔 학교, 수년 동안 시설 투자 하나 이루어지 않은 학교에 전학 보내는 모험을 감행한 학부모와 아이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다.
Ⅲ.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문화예술 교육
1.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린다?
장승 학교 교육과정 첫머리에는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이란 표현이 나와 있다. ‘스스로 선다’는 것은 아이들마다 다른 빛깔로 바로 서는 것을 말한다. 또 ‘서로를 살린다’는 것은 내 둘레를 돌아보고 도와주거나 보살펴주려는 데 마음을 쓰는 것을 말한다. 우리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설 수 있도록’ 그리고 ‘서로를 살피고 나눌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창의적 체험활동도 ‘스스로 서기’와 ‘서로를 살리기’에 바탕을 두어 빛깔을 구성하였다.
2. 스스로 서기
가. 마실길 걷기와 지리산 둘레길 걷기 및 천왕봉 오르기
스스로 서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일하기와 체험을 중심을 기본으로 삼았다. 그런 까닭에는 우선 일을 하거나 체험을 한다는 것은 몸과 가장 가까이 있는 느낌을 살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일회성 체험이 아니라 꾸준히 하다보면 그 좋은 느낌은 생각이 바라지게 하고 그 아이의 생각이 바뀌고 올곧은 생각이 자리 잡게 되면 뜻을 바로 세우게 되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단계에서 뜻까지 바로 세울 수 없을지라도 이렇게 일하기와 체험중심으로 자란 아이들은 올곧게 자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교육과정에 따라 달마다 한 번씩 첫 번째 토요일에는 전교생이 마실길 걷기(1회 4시간)를 하였다. 마실길은 제주의 올레길이나 지리산의 둘레길처럼 진안에 있는 길이다. 아이들은 그 길을 걸으면서 내가 살고 있는 진안을 더 잘 알게 되고 애착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4월부터 마이산길, 부귀길 걷기, 곰티로(웅치전적비)길 걷기를 하고 9월에는 드디어 처음에 목표로 했던 1,2학년은 지리산 둘레길 2코스를, 3학년부터 6학년까지는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기로 한 것이다. 1,2학년도 둘레길 2코스가 20km 정도 되어서 힘든 여정이었지만 1박 2일 동안 멋지게 걸었다. 3학년부터 6학년 아이들도 백무동을 출발하여 참샘을 거쳐 장터목에서 하루를 자고 새벽에 천왕봉까지 올라 일출을 볼 수 있었다. 산을 오르고 내리는 과정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과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그 힘든 여정을 이겨낸 것이다. 이런 과정이 바로 스스로 서는 과정이라고 본다.
나. 지역과 함께 하는 문화예술교육
계절학교 영화반을 하고 나서 / 장승초 6학년 강예림
지난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계절학교를 했다. 이번 계절학교는 영화, 중창, 음악줄넘기, 연극, 그림자극, 난타가 있었는데 나는 미소랑 영화를 했다.
내가 저학년 때 이후론 연기를 하는데 쑥스러워서 연기를 해야될 때면 늘 어색했다. 그래서 영화를 잘 찍을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카메라맨도 해보고 싶고 영화 만드는 게 재밌을 것 같았다.
첫 날에는 선생님이 준비해 오신 이름표에 자기가 불리고 싶은 별명을 써서 꾸미고, 간단한 자기소개를 했다. 그리고 주제가 우리 학교인 스피드퀴즈로 영화의 줄거리를 대충 생각했다. 그리고 역할을 정했는데 카메라감독은 4학년 민규, 6학년 오지훈이고 강산들이 감독, 내가 소품, 미소, 곽동오, 김태훈, 다인이는 배우였다. 난 연기실력이 걱정이 되긴 해도 배우가 해보고 싶었는데 내가 소품담당이라 연기를 못하는 건 아닌가 걱정했다.
두 번째 날에는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시나리오를 써와서 아이들이 써온 시나리오를 다같이 읽어보고 한명의 시나리오가 다 들어갈 수는 없으니까 시나리오에서 쓸만한 내용들을 가져와서 또 다른 시나리오로 만들었다. 이 작업이 빨리 끝나서 콘티까지 짤 수 있었다. 콘티도 각자 그리기로 했는데, 내용은 한 장면마다 선생님이 이야기해주셨다. 콘티를 짜고 시간이 조금 남아있어서 맨 첫 장면인 딱지가 넘어가는 장면을 찍기로 했다. 소품(딱지)을 만들고 조회대에서 딱지 치는 장면을 찍으니까 비록 10분도 안되는 영화지만 내가 영화를 만든다는 게 실감났다.
셋째 날에는 본격적으로 촬영을 했다. 처음 조회대에서 찍었을 때는 내가 좀 많이 나오는 부분이라서 쉴틈 없이 하니까 심심하진 않았는데 주인공이 외발자전거를 타는 장면을 찍을 때는 우리가 뒤 배경으로 외발자전거를 타고 놀아야했다. 쉬는 시간마다 타던 외발자전거가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주인공 위주로 하는 촬영이 끝난 다음에는 또 내가 나와서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진짜 배우가 된 기분이었다. 내 연기가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거의 마지만 장면에서는 내가 슬레이트도 쳐봤다. 연기를 그날 못 끝낼 줄 알았는데 그날 다 끝내서 다행이다. 내일 학예회 전까지 다 편집할 수 있겠구나 했다.
마지막 날에는 비가 와서 마지막에 "친구야 힘내~" 하는 부분을 다시 못 찍었다. 그래도 셋째 날에 찍은 장면이 아주 못 쓸 정도는 아니어서 그냥 셋째 날에 찍었던 장면을 썼다.
처음에는 우리가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하면 선생님이 편집을 해주셨는데 나중에는 우리가 살짝 살짝 건드렸다. 그리고 엔딩도 만들었다. 엔딩은 만화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움직이는 걸로 하고 싶었는데 내가 그럴 정도의 실력은 안 되서 그냥 평범하게 만들었다.
드디어 학예회에서 영화를 보여줬다. 주인공이 쓸쓸하게 남겨졌을 때 감수성 음악이 나오니까 사람들이 다 웃었다. 그래도 한부분이라도 웃긴 데가 있어서 다행이다. 영화 선생님이 학예회에서 영화가 나오기 직전에 가셔서 사람들 반응을 알려달라고 하셨는데 같이 보셨으면 좋았겠다.
영화를 선택하길 잘 한 것 같다. 4일 동안 재미있었어요! 애들 말로는 다음에도 영화를 한다면 공포로 가자는데.(2011.11.12)
이렇게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창조적 문화활동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고 비록 영화의 짧은 단면을 경험에 것에 불과하지만 이런 경험들이 쌓여 아이들의 삶을 가꿀 수 있다고 믿는다. 아이들 수준에 맞추어 영화작업을 하기에는 지역의 인력도 찾기 힘들어서 어려움을 겪은 것도 사실이다. 영화뿐 아니라 연극, 그림자극 따위의 좋은 강사를 구하는데 애를 먹었다. 이런 창조형 문화활동을 학교교육에 도입할 수 있도록 지역문화네트워크가 구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습형 문화활동은 문화예술에 대한 지식이나 관련 기능과 기술을 배우기 위해 전문 강사로부터 학습하는 형태의 활동을 말한다. 진안지역의 경우 평생학습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들과 창작공예공방, 문화원, 문화의집, 사설 예능학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사실 워낙 지역의 인구가 적다보니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나마 잘 운영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있기는 하지만 지역의 인력풀을 넓히는 측면에서 보면 지역의 실정에 맞게 여러 사람들이 동아리 형태로 참여하면서 배울 수 있는 기회와 프로그램의 확대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봉사형 문화활동은 문화예술을 익히고 나누는 활동을 말한다. 궁극으로 학교교육에서 추구해야할 마지막 목표라 할 수 있겠다. 그냥 익히고 배우는 것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공연이나 연주로 ‘나눔’의 교육을 몸으로 배워야 한다고 믿는다. 이런 나눔의 실천은 배려하는 마음, 나누는 마음을 기르고 생각과 뜻을 올바로 세우는데 꼭 필요하다. 따라서 학교교육에서 배우고 익힌 프로그램들을 학예발표회로 끝내지 말고 양로원이나 여러 시설에서 나눌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학교교육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학교와 지역문화단체와의 협력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감상형 문화활동이 있는데 문화예술을 감상하는 활동으로 이미 만들어진 문화예술을 소비하는 것, 공연장이나 전시장을 찾아 관람하는 것, 스포츠 활동을 관람하는 것 따위가 있겠다. 진안지역의 지역현실은 감상형 문화활동은 제반시설이 아주 열악한 편이다. 다만 문화체험 기회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진안교육지원청 지원으로 스포츠 관람이나 공연장이나 전시장을 찾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다만 지역사회에서 제대로 된 공연장이나 스포츠 시설(수영장 따위)이 아주 열악해서 감상 문화활동을 위해 인근 전주를 찾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시도
경기도에서 불기 시작한 혁신학교 바람이 전북지역에서도 거세다. 혁신학교라는 것이 단순히 학교를 바꾼다는 것보다는 그동안 제자리에 있지 못했던 것들, 다시 말하면 학교 문화, 시스템, 수업 따위를 정상으로 돌리는 과정이 바로 혁신학교 운동이다. 우리 지역에서도 올해 장승초를 시작으로 내년에 마령초, 동향초가 혁신학교로 지정되었다. 이런 학교들은 교육과정을 새롭게 시도하는 것과 더불어 새로운 문화예술활동을 방과후 프로그램이나 창의적 체험활동에 적용하려고 하고 있다. 혁신학교에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면서 노하우를 쌓고 지역의 학교에 일반화한다면 더 많은 프로그램들이 지역의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이 지역사회와 진정으로 함께하는 바탕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장승초의 경우 지난 계절학교에서 진안공예공방의 서각과 도자기 프로그램을 운영하였고 지역의 목수들과 함께 나무집짓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지역사회의 문화예술이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교육과 함께 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뜻 깊은 활동이었고 그 분야에서 나름의 실력을 갖춘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프로그램이었다.
계절학교 서각 / 장승초 6학년 강희주
나는 이번 계절학교에서 서각을 하게 되었다. 작년에 한번 서각을 살짝 맛보기로 해본적은 있었지만 나만의 작품을 하나 완성해 본적은 없었기에 이번 서각시간은 나에게 아주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서각을 하는 사람은 박준재, 손상용, 손정우, 오지훈, 천민조, 최어진, 윤영토 그리고 나까지 모두 8명이다. 온통 남자아이들뿐인 데다가 예림이, 미소는 도자기반이어서 나만 떨어져 하게 되니 사실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다. 그래도 나흘 동안이니 열심히 해야지!
드디어 서각을 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은천리 작업장으로 향했다. 다행히도 예림이와 미소가 하는 도자기반도 같은 곳에서 한다. 차에서 내린 후 나는 서각 작업장, 예림이와 미소는 도자기 작업장으로 갔다.
제일 먼저 서각 선생님께 서각의 의미, 서각의 작업과정에 대해 말씀을 들었다. 서각은 나무에 글자를 새기는 것이다. 서각은 크게 현대서각과 전통서각으로 나뉘는데, 현대서각은 기계도 사용하고 색칠도 하는 것이며 전통서각은 손으로만 작업하며 색칠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현대서각을 하기로 했다.
서각을 하러 가기 전에 미리 집에서 어떤 글귀를 써야하나 고민을 했다. 나름 의미있는 글귀를 생각해 보느라 이리 저리 머리를 굴려보았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미리 선생님이 정해둔 몇 가지의 글귀가 있었다. 그중에서 나는 ‘사랑’이라는 글씨가 판본체로 세로로 되어있는 것을 선택했다.
일단 나무판을 크기에 맞추어 잘라서 사포질을 했다. 이것들은 전부다 위험한 기계로 해서 선생님들이 다 해주셨다. 그 다음으로는 나무판 위에 먹지를 대고 글씨를 쓰고 트리머로 글씨의 주변과 바탕을 조금 깎아주었다. 트리머를 쓸 때에는 처음엔 선생님이 하시고, 나중에는 선생님과 같이 했다. 두 번째 날에는 끌로 글씨 주위를 파는 작업을 했다. 내가 작년 봄 어린이날에 지원이네 아빠를 도와주면서(솔직히 도와주기는커녕 방해) 서각을 할 때 해보았던 작업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배경작업을 했다. 배경은 올록볼록하게 보이게 했다. 그 다음으로는 나무판에 검정색 물감을 칠하고 끝이 났다. 내일이면 색칠을 하고 아쉽지만 서각 수업이 끝나게 된다.
서각을 하는 동안 더운 날씨 탓에 땀이 흘러 힘들기도 했었고 하면서 조금씩 실수를 해서 아쉬울 때도 있었지만 정말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만약 다음 계절학기 때도 서각을 하게 된다면 꼭 친구들과 같이 하고 싶다.(2011.7.21)
글에서도 나와 있지만 학생들의 만족도나 학부모, 교사의 만족도가 아주 높았다. 더군다나 좋았던 점은 학교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지역의 문화공간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아주 뜻 깊은 활동이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지역의 문화공간이 어른들만 향유하는 공간이 아니라 학교의 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확대되고 프로그램도 공유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그러려면 단순한 경제논리보다는 더 많은 문화공간이 지역에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지자체의 많은 투자와 노력이 뒤따라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서각뿐만 아니라 도자기 활동도 아주 만족도가 높았으며 아이들에 따라서는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아이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무집짓기나 흙집 짓기 분야는 특히 우리 지역에 전문가가 많다고 들었다. 이런 분들이 학교교육에 적극 참여하여 아이들이 집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배우고 그런 과정에서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울 수 있겠지. 집짓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나무를 직접 나르고 물수평을 보기도하며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연필을 귀에 꼽고 목수가 된 듯 재미있어 하기도 했다.
방과후로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지역사회와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장승초의 경우 목공, 꽃누름, 풍물, 축구, 태권도, 첼로 따위의 프로그램을 지역에 살고 있는 전문 강사분들을 모셔 운영하고 있다. 다만 학교교육에 단순히 방과후 프로그램으로만 참여하는 한계가 있어 좀더 적극적으로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노력이 모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되며 방과후 강사료 등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지속적으로 운영하는데 있어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학교마다 동아리활동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초등학생이라고 단순히 동아리를 운영할 수 있겠나 하고 생각하겠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어른이나 아이나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것보다 저마다 아이들 스스로 좋아하는 활동을 찾아 소모임이나 동아리를 조직하여 지역사회의 전문 강사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학교는 즐겁고 행복한 곳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자면 동아리로 어린이밴드라든지 영화, 연극반도 좋고 뜨개질이나 풍물 따위의 아이들 희망에 따라 자연스럽게 조직할 수 있도록 학교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도우면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생긴 동아리가 자리를 잡게 된다면 학교별로 연합 동아리도 구상할 수 있고 함께하는 공연도 구상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다른 한 가지 생각은 학교에서 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주체인 학부모들이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 학교별로 지역여건에 따라 동아리를 조직하여 적극 참여하는 방법도 좋겠다. 우선 어른들이 문화활동을 향유할 줄 알아야 아이들도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풍물 동아리나 공예, 노래 따위의 동아리를 조직할 수 있도록 학교는 지원해주고 학부모는 문화활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학교의 문턱을 낮추고 자기 표현의 욕구를 실현하면서 더불어 학교의 주체로서 바로 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앞으로 더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과 여건 마련이나 교육 등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3. 서로를 살리기
가. 학예발표회(장승의 가을이야기)
위에서 언급한 마실길 걷기와 계절학교 프로그램이 스스로 서는 과정이라면 다른 아이들 앞에서 발표하고 나누는 것은 서로를 살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내가 배운 것을 스스럼없이 서로 나눌 수 있는 마음이라면 이것이 곧 진정한 배움과 나눔이리라.
학예발표회를 위해 특별한 연습이나 발표 준비를 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본교는 강당이 없어서 연습할 공간조차 없기도 하거니와 모두가 모여 학예발표회를 할만한 넓은 공간이 따로 있지 않다. 그런 관계로 어디서 발표회를 할까 고민하다 진안 마이학습장을 선택했다. 공연장이 커서 다소 부담도 있었지만 우리끼리 즐기자는 뜻으로 모두가 동의했다. 하지만 입․퇴장이나 리허설을 따로 하지 않아서 ‘과연 우리 아이들이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어른들의 기우일 뿐이었다. 준비한 20개 프로그램은 방과후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가을 계절학교 그리고 동아리에서 배운 내용으로 구성하였는데 아이들은 정말 신들린 듯 리허설한 번 하지 않고 멋지게 장승의 가을이야기를 장식하였다. 오히려 연습 한 번 하지 않았다고 혹시나 실수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가진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공연을 보는 내내 학부모들과 선생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손뼉을 치면서 아이들 속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나. 김장하고 김장 나누기
본교 텃밭에서는 지난 봄부터 가을 사이에 여러 가지 작물들이 자랐다. 풀도 무성하긴 했지만 감자도 캐고, 고추, 땅콩, 방울토마토 등을 수확하기도 하고 가을에 약간의 배추와 무를 수확하였다. 수확에서 그치지 않고 5,6학년 아이들이 김장하기에 참여하였다. 배추를 나르고 씻고 다듬고 숨을 죽이는 과정을 모두 해보았다. 그리고 양념거리인 대파, 쪽파, 마늘, 생강, 무채 썰기 등을 멋지게 해내었다. 아이들은 한 발 더 나아가 양로원을 찾아 한 해 동안 배운 공연(외발자전거, 바이올린, 첼로, 중창 등)도 보여드리고 우리 손으로 담은 김장김치도 드리고 왔다. 대부분 아이들이 형식으로 학교 둘레 봉사활동은 해보았지만 어르신들이 계시는 곳까지 찾아가서 내가 배우고 만든 것을 나누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사실 학교 선생인 나도 13년 교직생활동안 처음 하는 경험이어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런 과정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나눔의 미학을 터득할 수 있겠지.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배운 것을 나누고 내가 가진 것을 줄 수 있는 따뜻한 세상을 알아가는 것이다.
Ⅳ. 학교문화와 수업, 평가 바라보기
학교교육과정과 주요 행사,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는 데 있어 민주적인 절차와 방법으로 결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는 결국 자발성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주체가 되어 참여하고 결정한 것에는 스스로 책임을 가지고 하려고 한다.
장승에서는 주마다 한 번씩 목요일 저녁에 교육과정 협의회를 한다. 보통 학교에서 일반화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일반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직원협의회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아이들을 두고 학교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삶을 이야기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그리고 결정한 것들은 모두가 함께 공유하고 교육과정에 즉시 반영한다. 결국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모든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노력이자 그 중심에 아이들을 두고자 하는 마음이라 하겠지. 한 해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특히, 아이들끼리 욕설을 하고 따돌림이 일어난 적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때마다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부모님과 소통하고 선생님들끼리 밤늦게까지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늘 고민하기도 했다. 모든 것이 잘 이루어졌다고는 자신할 수 없지만 이런 과정에서 좀 더 슬기롭게 문제를 풀 수 있었다.
교사와 학부모 다모임은 달마다 마지막 주 목요일 저녁에 이루어진다. 그 때는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들을 수 있는 연수를 준비하고 모두 함께 듣는다. 연수가 끝나고 교사와 학부모들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이는 결국 소통하고 나누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다.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소통이기도 하지만 학부모끼리의 소통이기도 하다. 학교나 조직에서 일어나는 문제들 가운데 상당수가 결국 소통의 부재로 인해 일어나는 문제가 많다. 더군다나 많은 학부모들이 학교의 문턱을 높게 생각한다. 아직 학년 다모임은 몇 개 학년을 제외하고 자리를 잡지 못했지만 서서히 시간을 두고 자리 잡으리라 생각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모임에 꼭 와서 함께 했으면 좋은 분들이 참석하지 않는 한계가 있다. 아직은 우리 학교의 목표와 철학을 공감하지 않은 부분도 있겠고 먹고 사는 문제가 급해서 일수도 있겠지.
학교의 문턱을 낮추고 학부모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학부모 동아리도 운영하고 있다. 우선 방과후 제과제빵에 학부모 제과제빵 동아리가 참여하여 지도를 한다. 학부모들이 좋은 재료와 정성으로 아이들과 직접 빵을 굽고 만들면서 학교교육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 참여하는 것이다. 소통의 공간으로 학교 누리집(홈페이지)이나 카페로 서로 나누고 소통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올해는 학부모 동아리가 또렷하게 정착하여 도자기공예, 제과제빵, 뜨개질, 책읽기, 아버지들 축구 모임인 장승 FC 등 다섯 개 동아리가 자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여름과 겨울방학에 학부모와 교사가 1박 2일로 공동연수도 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40여명의 학부모들과 모든 교사들이 참가하여 학교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나누는 자리를 가지기도 했다.
가장 노력이 필요하고 앞으로 더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수업과 평가에 대한 부분이다. 우선 묶음 수업은 배움이 일어나려면 몸으로 겪어야 하는데 쪼개진 40분 수업으로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80분 묶음 수업을 편성하였지만 교사들 사이에서도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교사 중심의 보여주기 수업이 아니라 평소 수업을 준비하고 아이들과 소통하며 나누는 수업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깊이 있는 이야기가 필요할 듯싶다. 올해는 수업연구를 더 하기 위해 목요일 저녁에 이루어지는 교육과정 협의회와는 별개로 수요일마다 3시부터 수업연구회를 연다. 이 또한 수업에 더 집중하고자 하는 교사들의 노력이기도 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교사들은 자발성을 내어서 수업과 학교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자율적 토론문화를 정착해나가고 있다.
평가는 아이들과 교육활동을 자유롭게 하는데 아주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다. 평가 구조가 바뀌지 않고서는 어떤 교육혁신도 이루어질 수 없다. 평가 횟수를 최대한 줄이고 새로운 서술평가 문항 개발도 뒤따라야 한다. 장승에서는 수업에 맞게 한 학기 한 번 평가를 실시하고 객관식 평가를 지양하고 서술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아이들이 평가나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은 편이기는 하나 평가의 부분도 아직 완벽하게 정비되지 않아 앞으로 더 많은 보완이 필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겠다.
Ⅳ. 마치면서
우선 모두에게 배움과 나눔이 일어나는 학교가 되어야겠다. 몸에 밴 관행에서 벗어나 교사와 학부모의 깨우침과 앎이 학생들의 자람과 깨우침, 앎이 되어야 한다. 장승학교에서 서로 나누고 배우면서 생활하는 과정 자체가 배움이자 나눔이며 삶을 가꾸는 것이라 믿는다.
교사들은 아이들을 만나는 학교에서의 삶을 적어도 주마다 한 번씩 기록으로 남기고 서로 글을 나누는 문화를 가꾸어야 하겠다. 가르치거나 배우면서 생각하고 느낀 이야기를 말하고 쓰고 나누는 것이 곧 새로운 교육,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여기서 나온 이야기들이 곧 학교 문화를 만들고 바꾸어갈 것이다.
아이들은 몸으로 익히는 것을 좋아해서 몸으로 익힌 것은 쉽게 잊지 않고 오래 남는다. 하지만 단순한 일회성 체험은 또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우선 어디에 다녀왔느냐, 무슨 체험을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교부터 철학을 가지고 그 철학에 맞게 아이들 체험을 계획해야 한다고 본다. 또렷한 목표가 세워지면 그 체험에 나름의 의미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학교 교육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체험이 나름의 의미에 따라 이루어지겠지만 다시 한 번 우리가 계획하고 실행하는 체험활동들의 우리의 철학과 목표, 계획에 따라 일관성 있게 이루어지고 있는 살펴볼 일이다. 이것은 곧 교과와 방과후, 동아리 활동 따위의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모든 교육활동에 대해 좀 더 깊은 고민과 철학을 담아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가지 더,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고자 하는 철학이 조화롭고 균형 있게 이루어지는데 있어서 교육과정에 대한 더 깊은 연구와 살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교육철학을 세우고 한 해 동안 아이들과 나름으로 열심히 생활하기는 하였지만 정작 우리 교육과정에 따라 아이들마다 어떤 성장을 이루었는지 우리가 하고자 했던 활동들이 그만큼의 목표를 이루는데 도움을 주었는지 제대로 하나씩 짚어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도, 교사도 모두가 인식하는 목표와 철학을 알고 체험을 한다면 그 체험은 살아있는 아이들의 배움과 나눔을 이룰 수 있는 체험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2012.4.20)
첫댓글 준비했던 과정이 날짜별로 잘 나와있네요^^
서로를 배려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서는 아이들이 되기를
그리고
어른들도 그로부터 완성되어지기를
글을 읽는데 가슴이 너무 벅차 오릅니다.
장승초의 학부모가 되어 너무 뿌듯하고 눈물나게 기쁩니다.
이런 좋은 선생님들이 내 아이의 선생님이어서 너무 감사합니다~
전 제아이에게 그랬듯 학교에서도 지지자는 되어주되 간섭하지않고 도움이 필요하면 손을 내밀어주되 나서지 않는 학부모가 되겠습니다.
좋은 뜻을가진 선생님과 학부모가 만나 조금씩 조금씩 좋은 변화를 일으키는 장승초가 되기를 바래고 또 바래봅니다.^^
고맙습니다...^^
처음 혁신학교(저는 작은 학교가 좋아요~ㅋ)를 준비하면서 부딪혔을 난관이나 고충, 그리고 준비 과정들을 앞으로 우리 학교 가족이 될 신입학부모들도 같이 공유하면 올바른 장승문화를 만들어 나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서 부탁드렸었는데 선생님 글 보니 제가 지난 2년을 되돌아보게 되네요...
우리 학교의 교육철학과 문화가 대한민국 교육계에 바람을 일으키기를 간절히 바라며...
장승초 선생님들 존경합니다~^^
아 그냥 감사하다는 생각밖에 안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