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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연희 ⓒ스포탈코리아
| “세계대회 티켓을 손에 넣고 돌아가겠습니다.”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시아축구연맹(AFC) 20세 이하(U-20) 여자 청소년선수권’에 참가하고 있는 차연희(20, 대교)는 특별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2년 전 언니들과 함께 감격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바로 그 대회에 이제는 선배의 입장으로 참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스무살이 갓 넘었을 뿐이지만 차연희는 ‘정상을 향해 도전하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진리를 잘 알고 있다. 대회 개막 전부터 각국에서 한국에 대한 특별한 경계심을 보였던 만큼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 게다가 주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어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동생들 중에는 이런 대회 경험이 처음인 애들도 있어요. 개막전에서 긴장한 동생들이 몇 명 있었는데, 그럴 때 선배들의 역할이 좀 더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저나 (박)은선이, (박)은정이 모두 전 대회에서의 경험이 있으니까 도움이 돼요.”
본인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인도와의 대승을 이끈 데는 선배들의 힘이 컸다. 한국의 대량 득점에 포문을 연 주인공은 역시 차연희-박은선 콤비. 오른쪽 측면을 질주하던 차연희가 중앙으로 방향을 급선회한 뒤 전방으로 길게 찔러준 패스를 박은선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강한 슈팅으로 연결했다. 전반 2분 만에 터진 이 골을 기점으로 한국의 득점 사냥이 시작된 것이다.
이날 오른쪽 윙백으로 나선 차연희는 자신의 장기인 스피드를 바탕으로 상대 진영을 넘나들며 공격의 물꼬를 텄다. 상대가 A조 최약체인터라 비교적 수비 부담이 적었던 것도 사실이다.
“소속팀에서는 포워드로 뛰는데 대표팀에서는 수비에 대한 부담이 생기니까 힘든 게 사실이에요. 수비수는 아홉 번을 잘 해도 한 번 잘못하면 상대에 골을 허용하게 되니까 부담감이 크죠. 그래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편이에요. 인도는 약한 팀이니까 공간이 나면 바로 공격에 가담했던 거구요.”
무엇보다 그녀를 돋보이게 한 것은 플레이에서 나오는 자신감이다. 차연희의 소속팀 코치이자 KFA 기술위원으로 현지에서 경기를 참관하고 있는 안익수 코치는 “기량에 대해서라면 대표팀에 선발된 것이 모든 걸 말해주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경기장에서 굉장히 열성적이고 적극적인 자세인데다 승부 근성도 뛰어나다”고 평했다.
침착하고 근성 있는 수비에 때때로 과감한 오버래핑까지, 차연희는 서두르는 법이 없다. 중학교 때까지 육상 선수였던 전력에 소속팀에서는 포워드로 뛴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그 자신감의 원천을 이해하게 된다.
“중학교 때까지 육상선수였는데 축구부가 있는 고등학교(광양여고)로 진학하게 되면서 축구를 시작했어요. 재밌어 보이더라구요. 축구하길 잘 한 것 같아요. 육상은 개인 운동인데 축구는 단체 운동이니까 성격도 긍정적으로 많이 바뀌었구요.”
차연희는 타고난 운동 신경에 악착같은 승부 근성으로 금방 두각을 나타냈다. 축구를 시작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2003년에는 미국 여자월드컵을 준비하던 대표팀 상비군에 깜짝 발탁되는 성장세를 보였다. 비록 최종 엔트리에는 포함되지 못했지만 대표팀의 선배들과 함께 지낸 짧은 시간이 그 자신에게는 엄청난 동기 부여가 되었다.
이후 2004년에는 올림픽팀과 U-19 대표팀에서 국제 경험을 두루 쌓으며 주전으로 올라섰다. 지금은 U-20 대표팀의 주장이자 핵심 멤버이자 성인대표팀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선수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붙임성 많고 시원한 성격이어서 코칭스태프와 동료들 사이에서도 신망이 높다.
올해 여주대를 졸업하고 대교에 입단한 차연희는 본격적으로 성인 축구를 시작하면서 축구에 대한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워낙 승부욕이 강한 성격이기도 하지만 대학 때와는 또다른 ‘직업의식’이 생기더라는 것.
“축구가 정말 내 직업이 되니까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뛰어요. 대학 때도 지기 싫어했지만 실업무대에서는 지기 싫어서 한 발짝 더 뛰게 되더라구요. 몸관리에도 더 신경 쓰게 되고 축구에 대해서도 더 많이, 더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차연희의 올해 목표는 아시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세계선수권에 진출하는 것, 그리고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따내는 것이다. 스스로 ‘대표팀에 뽑힌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차연희가 한국 여자축구를 세계 무대로 이끌어줄 주역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일본, 북한과 한 조여서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일본전만 이긴다면 이번 대회 우승까지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팀 강점이 압박과 조직력이니까 다시 힘을 합쳐서 잘 해내겠습니다.”
물론 국내 무대에도 소홀할 수 없다. 다만 자신이 즐기면서 하는 축구를 좀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많은 분들이 여자 축구의 가능성에 대해 세계 정상에 도달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하잖아요. 저희들이 신나게 경기할 수 있도록 좀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정말 큰 힘이 되거든요. 저희를 응원하는 단 한분이 있다면, 저희는 그 한분을 실망시키지 말자는 마음으로 뛰어요. 여자 축구 많이 사랑해주세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