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동안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렌터카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중고차 유통시장의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국내 렌터카업체 중 가장 규모가 큰 금호렌터카(대표 김성산)가 약 9,500대,
업계 2위 아비스렌터카(대표 윤태훈)가 약 6,800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비롯하여 1,000대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업체가 약 10여곳에 이른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국내 렌터카 시장은 대략 300여개 업체에 렌터차량 7~8만대 규모로 추정된다.
앞으로 주5일제 근무제에 따라 레저인구가 늘면서 렌터카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며,
소형업체보다는 전국적인 서비스망을 갖춘 대형업체의 신장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렌터카 업체들은 보통 3년 주기로 차량을 교체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매년 수만대의 엄청난 규모의 중고 렌터카가 중고차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이처럼 대규모의 렌터카가 쏟아져 들어옴으로써 중고차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몇년전만 해도 중고차 시장에서 눈에 잘 띄지 않던 렌터카를 요즘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고차 시장에 렌터카 물량이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약 3년 전으로 추정된다.
IMF 당시 신차판매 급감에 따른 공급부족현상이 2000년을 전후하여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함으로써 매매업체들이 차량경력을 불문하고 매물확보경쟁에 나섰고,
렌터카 시장 자체도 그동안 2배 이상 성장을 거듭하여 중고차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중고 렌터카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중고차 구매자들은 일반적으로 렌터카 경력 차량을 기피한다.
차량 운행자가 일정하지 않다보니 사고차도 많고 차량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주행거리도 일반차량에 비해 지나치게 많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도 렌터카라고 하면 구입을 꺼려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렌터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 전반적으로
렌터카의 품질수준이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주행거리도 비교적 양호한 차량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 중고차매매업체 종사자는 “과거에는 렌터카 10대를 사면 7~8대가 사고차였고
주행거리도 일반차량에 비해 5배 정도 많았는데, 요즘은 10대 중 2~3대 정도만이
사고차고 주행거리도 일반차량의 2배 정도로 짧아졌다”고 말한다.
이러한 변화는 렌터카 업체들의 차량현황을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우선 렌터카 업체들의 보유차량 중 2년이상의 장기대여 렌터카의 비중이 평균 60%에 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 장기대여 차량의 상당수는 기업체의 임원차량처럼 특정한 개인이 운행하기
때문에 자가용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들어 렌터카 업체들이 차량매각시
잔존가치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차량관리를 하는 점도 품질향상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이처럼 렌터카의 품질수준이 향상되고 소비자들의 인식도 점차 개선됨에 따라 렌터카와
일반차량의 가격차이도 크게 줄어들었다. 일반차량과 마찬가지로 렌터카도 개별차량의
차량상태에 따라 가격이 다르겠지만, 일선 매매업체들은 일반적으로 과거 렌터카는
시세보다 약 150~200만원 정도 가격이 낮았으나, 요즘에는 그 차이가 반으로 줄었다고 말한다.
삼보렌트카의 구자헌 상무도 “IMF 이전에는 렌터카가 일반차량의 시세보다 약 200만원 정도 낮았지만
요즘은 그 차이가 10% 이내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렌터카를 매각할 때 손익개념을 따지지 않고 특정업체에 헐값으로
차량을 넘기던 렌터카 업체들이 약 3년전부터 매각방식을 수익위주로 바꾸면서
렌트카의 공급방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금호렌터카의 경우 자체적인 심사를 거쳐 모집한 15~20개 회원업체(중고차 매매업체)
를 대상으로 인터넷 경매를 통해 매각하고 있다.
각각의 차량은 가장 높은 가격을 쓴 회원업체에 낙찰이 된다.
또 아비스렌터카는 약 10개 매매업체로부터 매각차량에 대한 견적가를 받아
각각의 차량에 대해 가장 높은 가격을 쓴 업체에 매각한다. 아비스렌터카의 방식이
렌터카 업체들의 일반적인 매각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과거 특정업체에 여러대의 차량을 한꺼번에 헐값으로 넘기던 방식 여러 업체의
경쟁을 통해 각각의 차량을 가장 높은 가격으로 매각하는 방식으로 변할것이다.
이에 따라 렌터카를 전문적으로 취급해온 한 중고차업계 종사자는 “과거에는 렌터카를
사서 쏠쏠하게 재미를 봤는데, 요즘에는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남는 것이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중고차 매매업체들이 선호하는 렌터카는 보통 운행자가 바뀌지 않고 특정한 개인이
장기간 운행해온 “자가용 같은 렌터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소형차보다는
중대형 고급차를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경기침체에 따른 중고차 시장의 불황으로 오히려 소형차를 찾는다고 한다.
렌터카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도 렌터카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보렌트카 구자헌 상무는 “고객들이 렌터카를 빌려타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굳이 ‘소유’하지 않고 필요할 때 빌려타면 된다는 실용적인 생각이 확산되면서
렌터카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한다.
렌터카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변화, 주5일근무제 등에 따른 레저인구의 증가,
그리고 직접 구입에 따른 비용 및 차량관리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고 세금혜택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잇점으로 인한 렌터카 이용 기업체의 증가 등을 고려해볼 때
이러한 전망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그동안 렌터카에 대해 무관심했던 일선 중고차 매매업체들도 렌터카에
대해 최소한의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렌터카도 사용자의 특성에 따라 얼마든지 자가용같은
렌터카를 찾을 수 있다.
대기업의 임원이나 은행의 지점장들이 운행한 차들이 바로 그런 차들이다.
반면 방송사 취재차량, 택배차량, 보안차량 등 양질의 품질을 기대할 수 없는
차량은 주의해야 한다.
또한 요즘은 렌터카업체에서 여러대를 한꺼번에 매각하는 방식이 사라지고
수백대를 매각하더라도 각각의 차량을 개별적으로 매매업체에 매각하기 때문에
자금력이 부족하더라도 충분히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반면 매입에 따른 세금이나
회계처리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점은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다.
한편, 상대적으로 주행거리가 많은 렌트카의 주행거리를 조작하거나,
렌트카 경력을 속여 파는 등의 일부 시장질서를 혼탁하게 하는 행위는 렌터카
유통의 활성화를 위해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