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사다리를 타고 내려 온 선녀, 사기꾼이 되어 나타난 나무꾼!
극본 | 김영찬·김정희, 연출 | 장용우, 제작 | 삼화프로덕션, 방송 |
수, 목요일 밤 9시 55분 방송
현실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 우리는 한번쯤 일탈을 꿈꾼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상 속에서나 그러한 생각을 실행할 뿐, 감히 자신을
옥죄고 있는 현실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한다. 주먹을 꼭 쥔 채로는
어떤 것도 손에 잡을 수 없는 것처럼, 새로운 무언가를 얻고 싶다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사소한 기득권 정도는 버릴 용기가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술의 나라] 후속으로 6월 4일부터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스페셜
[선녀와 사기꾼]은 지독히도 가혹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걸 ‘올인’하며 사기행각을 벌이는 한 천재 사기꾼에 대한 얘기를 그리게 된다. [선녀와 사기꾼]은 그동안 MBC에서 활동하던 장용우 프로듀서와, 뮤직비디오 영화 시나리오 등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김영찬 작가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작품이다. [호텔리어]
[나쁜 남자들] [왕초]를 연출한 장용우 PD와 영화 [찜]의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가문의 영광] 시나리오를 각색한 김영찬 작가는 탁월한 대중적 감각을 자랑하는 프로페셔널들이다. 그러니 드라마의 가장 큰 미덕이라 할 ‘재미와 감동’은 그 어떤 작품보다 확실하게 보장되어 있는 셈이다. [별을 쏘다]에서 [올인]으로 이어지며, 수목 드라마에서 절대강자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SBS가 이번에는 정통 코믹물로 자리 지키기에 나선 것. 그렇다면 제작진이 “여름철 더위를 단번에 날려버릴
만큼 재미있는 드라마”라고 자신 있게 출사표를 던진 [선녀와 사기꾼]은 과연 어떤 드라마일까?
안재욱의 변신 :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안재욱의 또 다른 분신이라 할 주인공 정재경은 ‘사기’를 스포츠처럼 즐기는, 인생 자체가 한 편의 ‘사기극’인 사기계의 절대고수다.
그는 한번 본 것은 머리 속에 사진을 찍은 것처럼 기억하는 비상한 기억력과 뛰어난 화술을 지닌 천재형 인간이지만, 그러한 타고난 능력을
오직 사기를 치는 데에만 집중한다. 그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는 “정직한 사람이 잘 사는 사회”라고 외치는 자들. ‘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정직하기만 해선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그에게 사기는 사업과 동의어다. ‘사기와 사업’ 모두 이익을 얻기 위해
행하는 것들인데, 결과가 좋으면 사업이 되고, 결과가 나쁘면 사기가
되어버린다는 것.
이렇게 사기에 대해 확고한(?) 자기만의 논리를 가진 그는, 그러나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사기꾼이다. 사기는 치지만 결코 절도는 하지 않고,
착한 사람들이 위험에 처한 걸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타고난 휴머니스트이기 때문이다. 위급한 순간에도 타고난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정재경의 면모는 실제의 안재욱과 일치되는 부분이다. [선녀와 사기꾼]은 조금 과장해 ‘안재욱의 원맨쇼’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그가 지닌 연기자로서의 역량에 절대적인 부분을 기대는 드라마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끊임없이 직업을 바꿔가며 사기행각을 벌이는 정재경. 그의 행동반경을 좇으며 스토리가 전개되는 형국이다 보니, 드라마의 성패가 안재욱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담이 안 될 수 없을 텐데 안재욱은 이런 부담을 오히려 즐기는 것 같다.
“드라마도 일종의 팀워크거든요. 일단 연출자와 작가 두 분이 제가 너무나 신뢰하고 좋아하는 분들이니 걱정이 안돼요. 하다가 막히고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서로 대화로 해결하면 되니까요.” 그는 또 사기꾼
역할에 대한 거부감도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한 작품 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배역이 없죠. 사기꾼의 삶 자체가 다른 이들의 삶을 흉내 내는 것이니 꼭 배우 같거든요.”
김민선의 천사특명 : 사기꾼을 개과천선시켜라!
김민선은 천하의 ‘사기꾼’인 안재욱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아버리는 ‘선녀’ 송경숙으로 분한다. 지금까지 씩씩하고 자기주장 강한 캐릭터로 두각을 나타냈던 그녀가 이번에는 조신하면서도 사려 깊은 신세대 사진작가로 이전과는 다른 이미지 구축에 도전한다. 송경숙은 부유한 할아버지가 있지만, 부모를 사고로 잃은 뒤 혼자서 사진작가 일을
하며 씩씩하게 살아가는 독립적인 여성이다.
자신을 한결 같은 마음으로 사랑하는 조승준(정유석 분)과는 좋은 친구로만 지내다가, 재경을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김민선은
이번 작품에 가장 마지막에 합류했다. 게다가 6개월 정도 연기 휴지기를 가진 뒤에 매달리게 된 작품이라 각오가 남다르다.
“연예계 데뷔한 이후 정말 이렇게 오래 공백을 가진 적은 처음이에요.
그런데 바쁠 때는 그토록 쉬고 싶더니, 조금 쉬니까 너무 연기가 하고
싶은 거 있죠. 어릴 적 좋아하던 안재욱 선배님의 파트너로 연기한다는
사실도 너무 기쁘구요.”
사기꾼임을 알면서도 정재경을 사랑하게 된 송경숙은 결국, 맑고 깨끗한 사랑의 힘으로 정재경을 개과천선하게 만든다.
개성파 3총사 - 박근형·성지루·정유석
심춘식(박근형 분)은 정재경을 사기꾼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 정재경은 어린 시절부터,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기꾼인 양아버지 심춘식의 끊임없는 가르침을 받으며 성장기를 보낸 덕분에 자연스럽게 일류 사기꾼을 꿈꾸게 된다. 드라마 도입부에서 “<선녀와 나무꾼> 얘기야말로 아름다운 사기의 대표 사례”라고 그럴 듯하게 설명하며, 정재경을 사기꾼의 길로 인도하는 심춘식은 뒷날 자신을 뛰어넘는 아들 정재경과 환상의 콤비플레이를 펼친다.
탁월한 연기력의 박근형을 비롯해, [선녀와 사기꾼]에는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포진해 드라마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이고 있다. 영화에서
주로 활약하던 성지루가 정재경의 오른팔 역할을 하는 민재수 역으로
브라운관에 데뷔하고, [올인]에서 주인공 이병헌의 라이벌인 조폭 중간보스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정유석이 이번에는 경찰로 변신한다. 그는 원래 검사였다가 과격한 성격 탓에 사고를 내고, 경찰이 된 뒤 사기꾼 정재경을 끝까지 추적하는 조승준 역을 맡았다. 송경숙을 짝사랑하며, 안재욱과는 팽팽한 삼각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글 | 최효안·스포츠서울 기자, 사진 | 조광희
미니 인터뷰 장용우 프로듀서 | 한 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드립니다. |
■ 수목 드라마에서 정통 코믹물은 오랜만에 시도되는 것 같다. 특별히 코미디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원래 기획했던 얘기는 ‘생명과학’을 소재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준비를 하다보니,
너무 어렵고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았다. 여름을 맞아 시청자들에게 시원하면서 경쾌한 드라마를 선사하고 싶었다. 작가와 여러 가지 아이템을 놓고 고민을 거듭했고, 최종적으로 사기꾼을 등장시켜 코미디로 풀어가는 게 가장 적절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 남자주인공의 역할이 특히 막중해 보인다. 연기자 안재욱에 대한 신뢰가 드라마 향방에 큰 영향을 준 것 같은데?
정말 그렇다. 기획 단계서부터 안재욱을 염두에두고 있었다. 안재욱이라는 배우가 없었다면 이렇게 제대로 된 사기꾼의 이야기는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워낙 연기의 폭도 넓고, 내면에서 끌어낼 에너지가 많은 배우다. 그리고 나와는 여러 작품을 해서인지 길게 마라하지 않아도 통하는 구석이 많다. 캐리기터를 다듬는 작업도 작가와 나
그리고 안재욱 셋이 모여서 길게 난상토론을 벌인 끝에 나왔다.
■ [선녀와 사기꾼]을 만들면서 어떤 점에 가장 주안점을 두었나?
일단은 재미있는 드라마로 만들고 싶다. 한회를 보면 다음 회가 저절로 기다려질 정도로 감칠맛 나고 색깔이 분명한 코믹 드라마를 만들겠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코믹한 드라마는 많았지만, 정통 코미디는 없었다.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된 코미디를 만들고
싶다. 물론 나도 코미디는 처음이다. 그러나 코미디를 다루는 데 익숙한 작가와 충분히 연구한 터라 자신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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