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은 문명(文明)의 발전이 빠르기 때문에.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사회가 급격(急激)히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문명이나 문화를 담을 새로운 말이 필요하기 때문에 선진국에 속하는 나라에서는 1년에 3천 내지 4천 개의 단어가 새로 생겨나고. 또 그만큼의 단어가 사어(死語)가 되어 도태된다고 한다. 몇 년 전에는 전혀 없었던 단어가 방송이나 신문에 매일 등장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새로 생기는 말에 대해서 중국(中國)이나 프랑스 등에서는 국가에서 엄격하게 심의(審議)하여 내놓는다. 중국 같은 경우에는 국가어언문자위원회(國家語言文字委員會)가 있어 이 일을 심의하고 또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 생긴 단어가 통일되어 있고 또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국가에서 손을 대지 못하고 방치(放置)하기 때문에. 영어 등 외래어가 그대로 쓰이거나 아니면 속어(俗語) 등이 쓰이고 있어 우리 말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오염(汚染)시키고 있다. 젊은 학생들이 만들어 쓰는 인터넷 용어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그러나 누군가에 의해서 새로 지어져 쓰여지는 말 가운데서 한자어(漢字語)로 된 것은. 한자의 문법이나 속성(屬性)을 모르고 조어했기 때문에 말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공사장에서 필요한 흙을 파 가는 곳을 ‘토취장(土取場)’이라 하는데. ‘취토장(取土場)’이라 하는 것이 옳고. 주차장(駐車場)에 차가 가득하였을 때. ‘만차(滿車)’라고 하는데. 차만(車滿)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가장 말 안 되는 것은. ‘병원(病院)’이란 말인데. 한자의 본고장인 중국에서는 규모에 관계 없이 모든 병원을 ‘의원(醫院)’이라고 부르지 ‘병원’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의원’이라 하면 병을 고치는 집이 되지만. ‘병원’이라 하면. ‘병든 사람들의 집’. ‘병든 집’ 등의 뜻이 되어 병을 치료한다는 의미가 전혀 없다. 요즈음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들의 건강을 위하여 각종 모양의 돌을 박아 그 위를 걷게되면 발에 압박을 가하여 건강을 좋게 하도록 만든 시설을 곳곳에 많이 설치했는데. 이를 두고 ‘지압보도(指壓步道)’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는 정말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지압’은 ‘손가락으로 누른다’는 뜻인데. 어찌 발바닥에 압박을 가하는 이런 시설에 해당될 수 있겠는가?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에서 사용하는 말 가운데도 맞지 않은 것이 적지 않다. 학생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시설을 ‘기숙사(寄宿舍)’라고 하는데. 기숙사의 뜻은. ‘붙어 자는 집’이란 뜻이다. 기숙사는 학생들이 ‘붙어서 자기만 하는 곳’인가? 기숙사를 ‘일성재(日省齋)’라고 한다면. 그 기숙사에서 기거(起居)하는 학생들은 ‘날마다 자신의 일을 반성하며’ 생활하게 될 것이다. 강의실이나 건물의 이름도 익명성(匿名性)의 숫자로 하지말고. 이상(理想)을 담거나 좋은 의미를 가진 이름을 짓는다면. 거기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자연히 자신을 수양하거나 성찰하는 등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LG그룹에서 연수원(硏修院)을 ‘인화원(人和院)’이라고 명명(命名)했던데. 이는 이름의 효과를 잘 살린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옛날 선비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집이나 서재(書齋) 정자(亭子) 등에 다 의미 있는 이름을 지어 붙였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 이상(理想)으로 삼는 것. 자기가 추구하는 것. 자신의 특징. 결정 등을 부각시켜 나타내었다. 예를 들면 ‘경재(敬齋)’라고 서재 이름을 붙인 분은 평생 모든 일을 하면서 경건(敬虔)함을 위주로 하였고. ‘신당(新堂)’이라고 이름 붙인 분은 매일 새롭게 발전할 것을 생각하며 살아갔다. 이 것이 이른바 “이름을 돌아보고 그 뜻을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좋은 전통(傳統)을 오늘에 되살려 각자가 생활하는 곳에 의미있는 이름을 붙여 보람있게 살도록 하자.(* 顧 : 돌아볼 고 * 名 : 이름 명 * 思 : 생각할 사 * 義 : 옳을 의. 뜻 의) (경상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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