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이름: 미군부대에서 열리는 음악회
모임장소: 용산 미군 휴양소
모임대장: 깊은샘대장님
모임총무: 정이
도움주신분 : 달빛나그네
찬조기금: 20000원 (대장, 총무, 달빛나그네님 제외)
참석명단: 깊은샘, 정이, 달빛나그네, 작은새, 가노라, 꽃뿌리, 지원, 수림초, 헤레나, 보아스,
산양, 정다연, 봄처녀, 들녘, 신데렐라, 초코칩, 소리, 정다운, 그자리, 좋은만남
고운영, 민경이, 봄처녀1 -님자생략- (총 23명)
연주악단 : 양음 프로암 윈드 오케스트라
테 너 : 김진상 (백석대 교수)
소프라노 : 이재숙
총무후기
음악
세상에서 아름다운 음악은
망가진 것들에게서 나오네
몸 속에 구멍 뚫린 피리나
철사줄로 꽁꽁 묶인 첼로나, 하프나
속에 바람만 잔뜩 든 북이나
비비 꼬인 호론이나
잎새도, 뿌리도 잘린 채
분칠, 먹칠한 토막뼈투성이 피아노
실은 모두 망가진 것들이네
하면, 나는 아직도
너무 견고하단 말인가?
-이경임-
![](https://t1.daumcdn.net/cfile/cafe/1910B9444EA2138E07)
<음악회 가는 날>
사복을 제대로 차려 입고 나설 수 있는 공식적인 날이어서 기쁘다.
산에 갈 때는 물론이고, 시장 갈 때도, 동네 한바퀴 돌 때도, 아들이랑 영화관 갈때도
등산복을 교복처럼 입고 다니는데
음악회 가는 날은 교복을 벗고 사복을 입는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어 기쁘다.
음악회 가는 날
음악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그 장소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 더 기쁘다
예술의 전당엔 음악 분수와 잔디밭이 있어 커피 한잔만 들고 잔디밭에 앉으면 멋진 카페에 온듯 기쁘고
세종 문화 회관 주변엔 유명한 빈대떡집을 비롯해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많아 기쁘다.
예술의 전당 음악 분수 앞에서 요즈음엔 임시 와인바까지 생겨 와인을 마실 수 있어 더 기쁘다.
음악을 듣고 앉아 있는 동안 아무런 생각도 없는 진공 상태의 또 다른 내가 있어서 기쁘다.
그게 평화란 걸까.
오늘도 음악회 가는날.
특별한 장소에서의 음악회이기에 기대감이 더 컸다.
원피스 입었다가 바지 입었다가
구두를 신었다가 부츠를 신었다가를 반복하며 수선을 떨고 집을 나서 이촌역으로 가는 길.
단풍이 이제 시내까지 내려와 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63EDC434EA213D20A)
<프로그램입니다>
<미군 휴양소>
아무나 들어가지 못하는 곳에 들어간다니 좋다.
달빛나그네님이 빌려오신 버스를 타고 휴양소에 도착하니 입구에서부터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지키고 있다.
신분증을 단체로 제출하고 드디어 휴양소에 입성한다.
빵에 쏘세지에 각종 음료수에...접시에 먹을 만큼 담아서 가지고 왔는데 충분한 한끼분 식량.
주변을 둘러보니
서울 시내에 이렇게 한적한 곳이 있었나 싶게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여행지의 팬션같은 느낌이 든다.
조명이나, 사람들이나, 나무나, 우리들 마음이나 마치 어느 아름다운 가을날 정원에서의 파티같다.
그렇담 저분들은 디베르디멘토를 연주하는 것..??
양음 프로암 윈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주 준비를 마치고 앉아 있다.
듣기에 편안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세미 클래식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관악기 만으로 이루어진 관악 연주단인 양음 오케스트라는 역사가 오래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이 연주하는 동안 우리는 먹고 듣고 커피 마시고 듣고 자유롭다.
연주하는 이에 대한 예의는 숨도 쉬지 않고 듣는 것이라 배워서인지
처음 접해 보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도 일어나서 움직이는 것까진 차마 못했다.
참 평온했다.
듣는 사람들의 표정도, 연주하는 이들의 모습도,
날씨까지도.
![](https://t1.daumcdn.net/cfile/cafe/146DB73B4EA189BE04)
<음악회>
축제가
흥겹게 춤추고 노래하는 그 시간만이 아닌
축제를 준비하면서부터 막이 내리기까지도 포함시키듯이
사랑이
시작하기 전의 두근거림,
열정적인 통로를 지나 이별의 고통까지를 포함하듯이
음악회도
음악회에 가기 전부터의 마음과
음악을 듣는 그 순간과
그 감동이 가슴속에 있을 때까지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
시월의 어느 금요일 밤.
조명이 아름다운 미군 휴양소에서의 잔잔한 곡들이 마음에 있고
그것을 준비하신 달빛나그네 언니와 깊은샘 대장님의 마음씀, 배려를 알기에 감사하고 고맙고
기쁘다.
You raise me up이 저절로 흥얼거려지고
미군 휴양소의 낮은 지붕과 조명과 거기서 연주하는 이들의 모습과
내 정겨운 사람들과
전 날의 말러 6번과 그것을 연주하고 돌아선 정명훈님의 지쳐 보였으나 위대해 보였던 모습이 오버랩되는 지금
나는 여전히 '음악회중'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852203B4EA189C226)
-- 피아노의 말
베토벤이 왔다가고
쇼팽이 왔다가고
숱한 세월이 왔다가도
당신의 손길만은 돌아올 줄 몰라
마음의 문을 열고
아무리 기다려도
당신 아니 오면
난 한낱 무거운 관(棺)
사랑은 비바체
그리움은 되돌이표
내 마음의 박물관엔
거미가 악보를 만듭니다
언젠가 당신 오는 날엔
난 새 노랠 하고
파도처럼 부서지고
드높은 하늘도 맘껏 날 것입니다
(정문규·시인, 전남 화순 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