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오후에 후배에게 또 한바탕 잔소리를 들었다. 이번엔 아예 마음먹고 3차까지 술을 함께 마시며 잔소리 잔소리다. 몸관리에 무심한 나를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지 생각을 늘어놓는다. 아예 건강 잃고 요양병원에 가있는 나를 설정해 놓고 지는 내 병간호하기 싫다며 성화를 부린다. 지는 PT를 받는데 작년에 잔병치레 한 번 안 했다고 자랑이 늘어진다. 남편도 마라톤으로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는데 선배 하나 있는 데 도대체가 지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고 난리다.
귀찮아서 정말 귀찮아서 내일 운동 가겠다고 약속을 해버렸다. 그랬더니 그 자리에서 트레이너에게 문자로 예약을 바로 한다. 결국 술바람에, 잔소리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다음 날 온몸이 쑤시고 속도 안 좋은데 약속을 해놨으니 지켜야 한다. 퍼스널 트레이너 Personal trainer(전문적으로 운동 처방과 지시에 관여하는 직업의 한 종류)에게 태어나 처음으로 PT라는 걸 받아 보았다, 요즘은 작은 스튜디오를 차려놓고 개인 PT를 하는 것이 더 활발하다.
나는 헬스랑은 어떻게든 인연이 있었다. 헬스라는 운동 안에 PT는 불가분 하게 속해 있는데 철저하게 PT는 외면하고 살았다. 내가 처음 헬스장을 알게 된 것은 오십을 넘겨서였다. 잠시 쉬고 있을 때, 모 백화점 부장의 추천으로 제법 큰 4층짜리 피트니스 센터의 사장으로 취임을 하게 되었다. 헬스장이 2개 층, 피부관리, 헤어숍, 커피숍, 사우나가 들어있는 복합 헬스장이었다. 이곳의 규모는 당시 대구에서 제일 컸다. 그런 만큼 헬스장 안에는 기본으로 PT가 있었고 사실 PT의 매출이 상당했었다. 그곳에서 트레이너들을 운용만 했지 내가 PT를 받을 생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미용실 창업을 했었고 공교롭게도 세든 건물의 4층에 작은 피트니스 센터가 있었다. 이곳과 조인을 해서 우리 직원들에게는 디씨를 해줬고 직원복지 차원에서 회사에서 헬스 비용을 지불하게 되었다. 전 직원들이 퇴근하고 헬스를 하였으나 나는, 나는 역시 가지 않았다. 한 달 해보기는 했지만 아마도 다섯 번 정도 운동 했었던 것 같다. 그 후 십여 년 뒤에는 걷기 열풍에 휩싸여 그건 꾸준히 열심히 했다. 바깥에서 하는 운동이 내게는 맞았다. 그러다가 겨울이 되었고 다시 한번 친구 따라 큰 마음먹고 헬스 6개월 끊었지만 결국 친구에게 몰아주고 말았다.
여기는 PT전용 소규모 스튜디오이다. 일대일 코칭을 하는 곳인데 쭈뼛쭈뼛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한 시간을 받고 나니 의외로 할만했다. 근육을 키워야 모든 기능이 좋아진다니 들을 수밖에 없다. 내겐 선택지가 없다. 처음 갈 때는 10회 정도 끊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시간 받고 보니 최장 50회를 끊어서 주 이틀 정도는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틀 동안은 근육통이 심한 걸 보니 운동이 되긴 되나 보다. 후배는 나를 PT로 끌어들이는데 십 년은 걸렸다고 호들갑이다. 젠장, 진짜 그렇네. 아주 기고만장이다. 그래, 후배야. 고맙다. 기좀 살아봐!
나는 덕분에 건강해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