쩝..
이왕 들어온 김에 또 15사단 장병들을 위해서 재미난거 하나만 해드립죠.
때는 1980년 6월, 대학 3년을 마치고 입대휴학중, 논산으로 잡혀 가게 된 머루눈.
거기서 6주동안 걸음마부터 서는 자세, 기는 자세, 뛰는 자세, 총으로 사람 쏴서 쥑이는 법, 칼로 찔러쥑이는 법,,,,
이런저런 살아남는 법을 많이 배웠는데...
그리고는 6주 후에 자대로 배치를 받게 되죠?
그런데 신기한 사건이 하나 발생 했습니다.
우리가 훈련을 마치고 배출대대로 갈 즈음, 우리 앞 중대에 잘 모르는 신병이 하나 우리와 동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보기에도 좀 덜 떨어진 것 같았는데, 그 놈은 신기하게도 이등병 송충이 계급장을 두 개를 달고 있는 것이었습죠.
여성들은 모르겠지만 신병 훈령 6주만에 송충이 하나 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런 것인지...
그런데 그 놈은 두개짜리 일병 계급장이 아니고 송충이 하나짜리 이등병 계급장을 아래위로 나란히 붙여서 두 개를 달아서 일병처럼 해 있는 겁니다.(참고:논산훈련소에는 알등병 송충이 두 개짜리 계급장은 없었음. 겨우 훈련마친 이등병 송충이 하나 계급장만 있었음.)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참 희한한 일도 다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놈은 정신병자로 입대를 해서 훈련 좀 받다가는 군 통합병원 정신과에 가서 치료를 받고 오고
또 훈련 좀 받고 다시 병원으로 가고...
그러다보니 어언 훈련소 생활 6개월이 된 것이었습죠.
6개월이 지나면 송충이 두개, 일등병이 되는 기간인지라...
그 중대 하사들이 너는 일병 달아라..고 해서 두 개를 겹쳐 달고는 씩씩하게 우리와 함께 수용연대 배출대대까지 갔습니다.
그런데 훈련소서는 그 두개가 통했지만 배출대에 오니 상황은 급변, 그걸 본 하사 한 명이 죽는다고 웃더니
"이런 미친 새끼가 다 있나.."하더니 그냥 하나를 뜯어 내 버리고 말았습죠.
졸지에 그 놈은 일병에서 이병으로 강등...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머 그건 그렇고..
논산에서는 전국으로 다 뿔뿔이 흩어져서 배치를 받습니다.
연병장 하나 가득한 신병들이 전부 줄을 지어서 어디로 어디로 팔려나가죠?
어떤 애들은 성남행정학교로 가서 후반기 교육을 받기도 하고 어떤 애들은 부산병참학교로 가기도 하고 재수 옴 붙은 놈은 카츄사로 가기도 하고...뭐 기타 등등...
그런데 우리는 춘천 101보충댄가, 103보충댄가..거기로 끌려갑니다.
한밤에 기차를 타고 새벽에 용산역에 내려서 여군이 주는 보름달 빵 하나 하고 커피 한 잔 얻어먹고 또 전철을 타고 청량리역으로, 거기서 새벽기차를 타고 춘천으로...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놈과 나는 계속 같은 방향이었습니다.
춘천에서 또 동부나 중동부 각 사단으로 배치를 받죠.
그 때 제일 흠모의 대상은 강릉 쪽 해안을 지키러가는 동해경비사령부입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곳.
춘천 시내나 춘천 가까운 곳으로 가는 애들은 부대서 트럭이 와서 태워가더군요.
그런데 우리는 관광버스가 왔어요.
전부들 좋아서 입이 벙긋 벙긋 하는데 알고 보니 그게 젤 멀리 가는 젤 더러운 곳이라는 것.
ㅎㅎㅎㅎ
그 놈과 나도 같이 그 버스까지 같이 타게 되어서 ㅎㅎㅎㅎ...15사단까지 갔습니다.
그 놈은 어떨 때는 맨 정신이다가 어떨 때는 전연 엉뚱한 짓을 하기도 해서 영 불안했는데...
사단에 도착해서 사단보충대에 있을 때도 거기 인사계를 보고는 괜히 히죽히죽 웃어싸서 그 인사계가 처음에는 화를 내더니
나중엔 같이 히죽거리기도 하였답니다.
참으로 인연이 질긴 것인지....
그 때 논산에서 같이 사단까지 간 사람이 10명.
그 중에 서울 술집에서 딴따라 나팔불던 놈은 사단 군악대로 바로 팔려가고
또 축구 잘 한다던 놈은 거기 사단보충대에 남고 별 볼 일 없는 그 미친놈과 나, 그리고 몇이는 또 먼 곳으로 팔려갑니다.
나는 50연대로, 그 미친 놈은 그 부근 어디 포병으로...
전에 이야기 한 그 말고개 밑에 트럭은 우리를 내려놓고는 부대를 찾아가라고 하였죠.
때는 장마가 끝난 8월, 햇볕은 뜨겁고 가만 있어도 더워 뒤지겠는데 새로운 세계에 대한 두려움은 엄청 어깨를 짓누르고...
문제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 트럭에서 내린 우리는 각자 떠블벡을 메고 말고개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하는데
그 미친 친구는 조금 가더니만 더워서 못 가겠다고 나자빠지는 겁니다.
허걱~~~
머 저런 놈이 다 있남???
우리는 그 놈을 달래고 얼르고 겁도 줘보고
여기서는 여차하면 총맞아 죽는다.
저기 저 야산 너머가 북한이다 임마야..
여기는 전부 실탄 차고 다닌다??
어정거리다간 너 뒤진다??
그러나 그 친구는 막무가내. 못 가겠다고 버티는 겁니다.
우리는 대략난감, 할 수 없이 그 놈의 떠블백을 우리가 메고 가기로 하였는데
그게 무거운지라 돌아가며 당번이 된 친구가 자기걸 먼저 저 쪽 위에 갖다 놓고 다시 걸어 내려와서
그 놈의 백을 메고, 그 놈의 손을 잡고 달래면서...
덥지?? 조금만 참아라. 저기 위에 가면 고개 정상이다. 그라마 고생끝이다. 그라마 내리막이다...어쩌고 씨부렁거리면서...
에휴~~~~~~8자도 어째 그런 8자가 어디 있담???
마침 다행히도 저는 그 놈과 끝까지 같이 가지는 않았는데 그 포대에 같이 간 친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 친구도 대3을 마치고 교련혜택을 받아서 나랑 제대를 같이 하게 되었죠.
그러니 제대할 때 사단보충대에서 다시 그 친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나는 제일 궁금했던 것이 그 미친 놈 안부였죠.
야..금마 그거 우예됐노? 누구?? 그 미친놈..이름도 까멌다..
아,,,금마,,골 때렸다 골때렸어. 와? 와카는데???
그 놈은 자대에 가서도 골때리게 살았던 모양입니다.
밥을 허겁지겁 먹는 고참을 안스럽게 보다가 자기 밥을 슬그머니 퍼주기도 하고
정신병동에서 하던 것처럼 여군을 하나 보고는 옷을 벗기려고도 하고
(정신병동에서는 관리사병들이 미친놈들에게 그렇게 시킨다고 합디다.
미친놈들이 여군의 옷을 다 벗겨서 죽는다고 소리를 치면
스으윽...가죽 채찍을 든 사병이 기사처럼 나타나서 주위를 일시에 잠재우곤 그 여군을 구출하고..
뭐 그 고마움으로 어떻게 된다는 ..그런 내용..
거기 사병들은 가죽 채찍을 들고 다닌다네요?
그런데 그 미친 놈들도 그 가죽채찍을 든 사병만 나타나면 전부 제 정신이 돌아온답니다.
그 때는 전혀 미친놈이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전부 그미친놈에게 들은 겁니다.
그 놈도 제 정신일 때는 이런 이야기를 해주더라구요.)
그래서 그 미친 친구는 이런저런 소동 끝에 결국 의병제대로 일찍 집으로 갔다는....
그런 슬픈 전설이 있습니다.
적근산은 알고 있다.
머루눈이었습니다.
첫댓글 아....... 군대예기 이구나... 군대 야기는 이장이 책을 한권 쓴대던디.... 오원은 두권 씁니다 왜냐구요?.... 하사 걸랑요 우린 송충이 이렁거 모릅니다 들어갈때 단풍달고.. 자대생활 내~내 초급간부(설명 하자면... 이하삿님, 분대장님, 포반장님, 내무반장님.. 아..또 뭐있더라... 글치 군기하삿님 등) 소리 들으며 생활했습니다... 큼
아.... 요 댓글도 첫줄 끝줄 읽고 단거라 신경안써도 됩니다..ㅎ
흠........ 일단 춘천 103보충대고 101은 홍천..... 정신병자.... 더러 있더군요 완전히가면 군에 못오겠지요 근데 살작... 그러니까 가끔씩 맛이가는 그런사람이 군대에 와서 고문관이 되는데 그들은 사고방지를 위하여 간부들이 맡아서 특별대우를 해줍니다 가끔은 멀쩡한사람이 고문관 할려다가 걸려서 꼬질대 나가는 수 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