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중앙시조백일장 당선작] 김호 외
■중앙시조백일장 1월 당선작
장원
고궁古宮 문살 / 김호
은밀히 새 나오는 숱한 비밀 들었지만
격자의 틀 안에서 침묵으로 재웠습니다
세월의 모진 비바람 창호지는 찢기고
안과 밖의 소리를 조화로이 품으며
귀 열어 조심스레 경계를 지켰습니다
깍지 낀 손 놓지 않고 시간을 묻었습니다
결이 트고 갈라져 온몸이 삐걱대도
지켜온 지조와 결의決意 잊지 않았습니다
빛바랜 육신이지만 향기만은 남겼습니다
김호_1949년 부산 출생, 부산대 수학교육과 졸, 2006년 중앙시조백일장 차하, 2007년 시조문학 신인상, 부산시조시인협회 회원.
차상
편백나무 숲 / 이성보
산중의 화선지에 정적이 먹을 갈아
빽빽이 휘갈겨 쓴 홀소리 ‘ㅣ’자들로
고요가 붓대 잡고서 서체 계속 다듬는다
차분한 정자체를, 활기찬 흘림체를
텃새와 말벗바람, 의견이 분분해도
수백 년 풍채 힘 모아 필획수련 끊임없다
하늘땅 맞닿도록 치솟는 기세만큼
넉넉히 양팔 낮춰 누운 풀도 다 보듬고
획 굵은 정신일도精神一到를 뿜어대는 피톤치드
차하
옥탑방 / 서기석
발치에 마을 품어
하늘과 맞닿은 곳
수만 평 저 미리내
이마 위에 펼쳐놓고
밤마다
별을 새긴다
우화등선 꿈꾸며
이달의 심사평
새해다. 새해 첫 달이어서 응모편수나 작품에 대한 기대가 컸음에도 평년 수준에 머물렀다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몇몇 새로운 이름들의 도전을 만나서 반가웠다.
이달의 장원은 김호의 ‘고궁(古宮) 문살’로 선정했다. 이미 익숙한 소재이기는 하나 고궁의 문살을 통해 우리 역사의 부침과 애환의 무늬를 낮고 곡진한 어조로 풀어 놓았다. 묵묵히 왕조를 지키는 충신의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격자의 틀”을 “침묵”으로, “안과 밖” “품으며” “열어” 등의 시어들을 ‘문’과의 호응으로 이끌어 낸 점도 눈여겨보았다. 굳이 경어체를 쓰지 않았으면 가락이 더 유장하게 살아났을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차상에는 이성보의 ‘편백나무 숲’으로 선했다. 산(숲)을 화선지로, 편백나무의 곧은 줄기를 “홀소리 ‘ㅣ’자들의 획으로 본 점이 신선했다. 차하로 선한 서기석의 ‘옥탑방’은 단수시조의 모범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간결하고 깔끔한 시어로 옥탑방이 상징하는 오늘의 소외와 결핍을 비교적 선명한 이미지로 처리하였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하였으니 소재의 기발함을 찾는 것보다 가까이에 있는 보편적이고 평범한 소재를 어떻게 다르게 인식하고 그것을 내면화하는가에 더 천착해야 할 것이다. 김재용ㆍ이인환ㆍ권선애의 작품을 눈여겨보면서 분발과 정진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 김삼환 서숙희(대표집필 서숙희)
■중앙시조백일장 2월 당선작
장원
고다 / 김미경
복닥복닥 걸어온 한 생애를 읽는다
쇠심줄 돋우며 달구지 짊어진 길
뼛속에 돋을새김 한 우직을 풀어낸다
커다란 두 눈으로 세상을 굴리며
변죽 울듯 끓는 바람 쇠귀에 경을 읽고
채찍질 멍에 진 등짝 이골이 다 배겼다
한나절 턱 괴어 시간 함께 고는데
울멍울멍 삭힌 말 그제야 녹는다
말로는 다 뱉지 못한 골수 박힌 저 진국
김미경_1966년 대구 출생. 이화여대 사범대학 졸. 대구 교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재학중. 2019년 이조년백일장 차상. 2020년 중앙시조백일장 7월 차상. 팔공산 다락헌 회원.
차상
참깨 밭 / 문희원
타닥타닥 울음소리 애타기만 하여라
땅심을 부여잡은 푸른 탯줄 끊어지면
여린 것 강보에 싸여
햇살 세례 받는다
여기는 다산면 행복마을 12번 길
찜통더위 달아올라 숨이 가쁜 산비탈
참깨 밭 다둥이네엔
배냇냄새 자욱하다
복대 맨 허리춤 깍짓동 풀어놓고
바람 삼킨 구슬땀 손등을 내리칠 때
꿈꾸던 인큐베이터
신생들 쏟아진다
차하
쉼표 / 황병숙
바람이 억새밭에
속울음 키우듯
길 위에 흔들리며
우리 삶 젖어올 때
달려온
숨 가쁜 나날
쉬어가는 그네 하나
이달의 심사평
2월은 겨울의 끝자락이자 봄을 앞두고 있다. 곧 날은 풀릴 것이다. 내면의 울림을 통해 민족의 전통시가인 시조를 잘 갈무리하려는 작품 투고자들의 열정은 그래서 더 새롭다.
장원으로 김미경의 ‘고다’를 올린다. 턱을 괴고 앉아서 소뼈를 고아 국물을 우려내는 과정이 눈앞에 그려진다. 그 국물은 고단한 서민의 삶을 북돋아주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복닥복닥 걸어온 한 생애’를 돌아보는 일은 그래서 고르지 않게 살아온 화자의 삶과 등치된다. 평범한 소재에서 깊은 사유를 이끌어내며 시조의 리듬을 잘 살려 시어를 배치하는 솜씨가 비범하다.
차상에는 문희원의 ‘참깨 밭’을 선한다. 참깨를 털면서 참깨와 신생을 함께 끌어내는 착상이 신선하다. 출산율의 저하를 걱정하고 다출산을 장려하며 권장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참깨가 놓인 자리에 ‘탯줄’ ‘강보’ ‘다산’ ‘다둥이네’를 연상하여 등가시키는 시선이 기발하다. ‘다산면 행복마을 12번 길’에 웃음이 꽃피겠다.
차하로는 황병숙의 ‘쉼표’를 뽑는다. 깔끔하고 명징한 단수시조 한 편이다. 길 위에서 흔들리는 우리들의 삶이 다를 게 없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어 쉬는 곳에 흔들리는 ‘그네’가 있는 것이 절묘하다.
심사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 투고작 중에는 한영권, 최영근, 권선애, 김재용, 이상마의 작품이 있었다. 정진을 빈다.
심사위원: 서숙희ㆍ김삼환(대표집필 김삼환)
■중앙시조백일장 3월 당선작
장원
뜸 / 권선애
노모와 아들이 식어가는 햇볕을 센다
아가야 밥물은 손가락 세 마디까지
쉰 아들 몸만 불리고 멈춰 있는 다섯 살
밥통에 걱정을 앉혀 처음으로 밥하는 날
취사 버튼 먼저일까 보온 버튼 먼저일까
머리를 갸웃거리니 먼발치는 한숨이다
김 빠지는 소리에 걱정은 뜸이 들어
눈앞에 뜨거운 웃음 골고루 퍼지면
하루해 지탱한 관절 쭉 뻗고 한술 뜬다
권선애_충북 음성 출생. 시란 동인. 안산여성문학회 회원. 중앙시조백일장 2018년 차상, 2020년 장원.
차상
입춘 / 조현미
촘촘 누빈 무명옷 솔기 그예 터졌는지
나목들 초리마다 목화송이 분분하다
햇살 휜 지느러미에 언 강도 길을 풀어
먼 북쪽 돌아오는, 그 발바닥이 가렵겠다
아랫녘 산 절집엔 잎이 버는 홍매화
붓두껍 밀어 올린다 입춘방을 적는다
차하
간격 / 류용곤
언제부터 가던 길 서리가 자라나고
무심코 바람 불어 메말라 흩어지면
앉고 또 일어난 곳엔 그늘이 서늘했다.
좁혔다 벌어졌다 조급하게 가던 세상
움츠려 몸 사리고 털어 낸 시간 속에
조금씩 다독여 가며 다시 서는 그 자리.
이달의 심사평
새봄 새 학기 등 시작의 달 3월. 새봄의 투고 작품들을 펼치는 손길도 더불어 설렜다. 장원으로 권선애의 ‘뜸’을 올린다. 지적장애를 가진 쉰 살 근처의 아들과 그 아들을 돌보는 노모의 안타깝고 애틋한 상황을 잘 녹여냈다. 자칫 뻔하고 작위적인 설정이 될 수 있음에도 감정의 과잉이나 무리 없는 전개로 안정감을 확보했다. 사람 냄새가 잔잔하게 묻어나는 영상을 감상하는 느낌이랄까. 시조라는 정형의 틀에 이만한 내용을 앉히기까지는 오랜 습작의 과정을 거쳤음을 확인케 했다. 세상의 ‘걱정’들을 ‘웃음’과 ‘관절 쭉 뻗’는 긍정의 밥으로 승화시켜 줄 ‘뜸’이라는 뭉긋한 삶의 과정이 문득 그립다.
차상은 조현미의 ‘입춘’이다. 봄을 기다리는 깨끗한 설렘을 감각적인 이미지로 잡아냈다. 특히 ‘터졌다’ ‘분분하다’ ‘푼다’ ‘가렵다’ ‘번다’ ‘밀어 올린다’ 같은 생동감 있는 동사와 형용사를 각 장마다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선명성을 내세운 점이 돋보였다.
차하 작품인 류용곤의 ‘간격’은 추상적인 제재를 관념화에 그치지 않고 보편적인 사유로 녹여내어 내면화에 가까이 간 작품이다. 다만, 보다 구체적인 대상을 잡아서 썼더라면 제목의 추상성과 결합하여 시적 완성도를 더 높였을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아직도 시조의 겉멋만 알고 쉽게 접근한 작품들이 많았다. 시조는 글자 수만 맞추는 시가 아닌, 대상을 내면화하는 시적 역량 위에서 정형의 가락을 자연스럽게 부려야 할 것이다. 한영권의 ‘파리보살’같은 해학 넘치는 작품과 배순금, 박꽃실, 이대규 씨 등의 작품들을 눈여겨보았다.
심사위원: 김삼환·서숙희(대표집필 서숙희)
■중앙시조백일장 4월 당선작
장원
석화石花, 그 에피그램 / 이수이
박물관 뒷마당엔 지지 않는 꽃이 핀다
언 손을 비비며 온 새벽녘 그믐달이
돌탑 위 널린 통점을 조심스레 들추고
더께 걸친 저 남루도 저문 날엔 날개라서
주저 없이 걸쳐 입자 쓰여지는 상형문자
초록빛 눈먼 시간이 점자처럼 번지고
사람은 그 누구나 외로 선 작은 돌탑
끊임없는 비바람에 이름조차 잊혀도
한구석 우뚝 선 채로
꽃 피우며 살고 싶다
이수이_경북 영양 출생, 영양 문화원 백일장 산문부 장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4학년 재학중.
차상
황태, 몸을 풀다 / 이종현
바닷속 기억들을 갑판 위에 부리고
비릿한 언어마저 얼음 속에 쟁였다
내설악 입적하던 날
눈꽃이 한창이다
파도에 몸살 앓던 흔적을 끌어안고
횡계리* 들어설 때 사나워진 눈보라
속울음 덕장에 내걸고
묵언수행에 들다
실눈 뜬 봄바람에 산문 밖 훔쳐보다
고의춤 뒤적이며 잔 가득 목젖을 적신,
속 쓰린 사내를 만났다
콩나물에 몸을 풀다
* 횡계리 : 강원도 평창의 황태 덕장
차하
할미꽃 / 김정민
지난해 힘겨웁다
머리 풀고 가시더니
봄볕이 근지럽다
담 아래 슬쩍 오셔
자식 줄
멥쌀 한 그릇
고이 품고 졸고 있네
이달의 심사평
걱정도 불안도 잠시 놓고 꽃을 보는 4월. 목련과 벚꽃을 보내고 나니 연산홍과 철쭉이 또 왁자하다. 그것을 이은 것인가. 이 달 당선작들도 꽃들로 화사하다.
장원은 이수이의 ‘석화, 그 에피그램’이다. 박물관 뒷마당 돌탑에 낀 초록빛 이끼를 “지지 않는 꽃”으로 명명하였다. 탑은 영원히 죽지 않는 부처님을 모신 집, 부처님은 그 깊은 곳에서 오랜 세월 “돌탑 위 널린 통점”으로 내려앉은 사람들의 간절함을 읽는다. 그리하여 석화로 진리와 자비광명의 에피그램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유의 폭이 넓고 말의 직조 능력도 예사롭지 않다.
차상은 눈꽃을 배경으로 깔아놓은 이종현의 ‘황태, 몸을 풀다’로 정했다. 먼 바다에서 잡혀온 명태가 강원도 횡계리 덕장에서 황태로 재탄생되는 과정을 의인화하여 잘 묘사했다. 그런데 첫째 수와 둘째 수에서 이끌어낸 긴장감과 숙연함이 마지막 수에 가서 힘을 잃고 말았다. 시조의 힘은 각 장에서는 종장, 각 수에서는 마지막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차하는 김정민의 ‘할미꽃’이다. 꽃자루가 굽고 열매 겉을 덮고 있는 길고 하얀 털이 꼭 머리를 풀어헤친 할머니를 닮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할미꽃. 발상의 신선함은 없으나 끝없는 모성을 “멥쌀 한 그릇”으로 본 눈썰미가 좋았다.
‘벚꽃, 석별’의 정호순은 1편만을 보내와 아쉬웠고, 몇몇 투고자들은 시조의 형식을 갖추지 못해 안타까웠다. 김영순, 김홍유, 노경호의 작품은 마지막까지 겨루었다.
심사위원 : 시조시인 강현덕(대표집필), 서숙희
■중앙시조백일장 5월 당선작
장원
헌책방 / 조우리
신전의 유품들을 간신히 잡고 있는
양장본의 누떼들이 절판의 강을 건너
필사를 다시 시작할 그믐을 만들었다
세기의 판타지를 활줄로 매어두면
눈이 밝은 대낮 가고 뼛조각 같은 해거름
화물칸 고전을 싣고 직유로 에돌아온다
읽다가 취하다가 세계를 떠돌다 온
총명한 페이지가 눈시울을 건너올 때
일평생 장마 같았던 스테디셀러 한나절
조우리_1983년생. 2003년 6월, 2014년 8월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글쓰기학원 강사
차상
몸詩 / 최재선
시집屋에 사는 언어 詩로만 알았는데
ㅅ 字로 꺾이어서 제비꽃 이마쯤인
울 엄니 간당간당한 허리춤도 詩인 걸
오뉴월 가문 날에 뼈 풀린 풀잎같이
ㄱ 字로 돌아 굽어 휘어진 아버지 등
세월로 일필휘지한 표절 불가 詩인 걸
차하
그림 한 점 / 김철주
해가 그린
오월 초록
붓끝으로 이는 바람
따스함
농도 더해
구도 한층 익어가고
한소끔
시간을 저어
빛과 어둠 지나다
이달의 심사평
계절의 여왕 5월, 짙어 오는 초록과 눈부신 꽃의 향연에 천지가 혼곤히 우거지는 달이다. 넘치도록 빛나는 계절의 생명력에 비해 이달의 응모작은 그 부피와 질이 좀 얇은듯하여 아쉽다.
이번 달 장원 자리에는 조우리의 ‘헌책방’을 앉힌다. 첩첩 세월을 품은 책방. 그 시간과 공간이 교차하는 사유의 세상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흡인력이 돋보였다. ‘신전의 유품들’이라는 첫 도입부터 오래됨과 경건함의 냄새를 진하게 풍긴다. 절판된 양장본, 화물칸의 고전, 세계의 스테디셀러를 흑백 카메라로 훑는 섬세한 힘을 느끼게 한다. 각 수의 유기적인 연결성에 좀 더 고민했더라면 한 편의 시가 한 권의 고서적과 무게를 같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차상에는 최재선의 ‘몸시(詩)’다. ‘몸시’는 일찍이 정진규 시인의 저 유명한 산문시로, 시인이 만들어낸 고유한 조어(造語)라고 할 수 있고, 이미 성공한 시의 흔하지 않은 제목을 그대로 쓰는 것도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참신하고 세련된 작법이 눈길을 끌었다. 시각적인 효과를 노린 한글 자음 사용은 완전히 낯선 작법은 아니라고 해도 새로운 시도라는 점, ‘ㅅ’자로 간당간당해지고 ‘ㄱ’자로 굽은 어머니 아버지의 몸을 ‘표절불가 시’로 해석한 마지막 부분이 인상적이다. 세상 모든 자식들이 부모님께 바치는 사무치는 헌사로 읽혀진다.
차하에는 김철주의 ‘그림 한 점’이다. 제목 그대로 5월 한낮을 크로키하듯 잡아내어 작은 액자 속에 단정하게 앉힌 작품이다. ‘그린’ ‘붓끝’ ‘구도’ 등의 시어들을 적절히 활용하여 깔끔한 그림 한 점을 그려냈다. 감각적인 종장 처리 또한 이른바 종장의 미학을 잘 이끌어내었다.
김영수 박숙경 한영권의 작품들을 두고 선자들의 토론이 있었음을 밝히며 정진을 바란다.
심사위원 : 강현덕, 서숙희(대표집필) 시조시인
■중앙시조백일장 6월 당선작
장원
빈집 / 김재용
열대성 저기압이 머물고 간 며칠 사이
독박 보초 서다 말고 돌아앉은 대문짝
대물린 항아리 서넛 속내 다 드러냈다
옴팍한 마당 가득 개망초꽃 무성한데
부엌문 열어젖히는 허기진 바람 한 점
뚜껑은
온데간데없이
무쇠솥에 고인 문득
김재용_1958년 경북 성주 출생. 2018년 대한민국독도문예대전 특별상(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4학년 재학중.
차상
걱정의 마음으로 / 이정한
아침에 일어나니 달이 걸려있다.
한 밤새 눈물 담아
달 끝에 걸어두니
쏟을까
염려스러웠는지
지지 못한 초승달
차하
로드 킬 / 김봉래
어쩌다 생의 끝을 길 위에 두었을까
정지된 화면처럼 풍경 속에 박힌 죽음
갓길에 내팽개쳐진 갑작스런 단절이다
어미 잃은 짐승의 울음소리 들리는 듯
한 방향 흐름 속에 만나고 헤어지고
그 중에 멈추는 것들을 이탈이라 할 거나
시간이 직선이면 생명은 동작이다
느리거나 빨랐던 지난 모든 순간들
속도가 추월한 운명, 바람눈이 사납다
이달의 심사평
이달의 장원은 김재용의 ‘빈집’이다. ‘문득’이라는 부사를 명사처럼 운용한 것이 신선했다. 많은 상상력이 집약돼 다소 낡은 ‘빈집’이라는 제목과 소재가 새로웠다. 스산한 빈집의 이미지가 잘 전해지기도 했고, 많은 것을 담고 있으나 간결하게 구성한 종장도 좋았다.
차상은 이정한의 단수 ‘걱정의 마음으로’다. 화자의 서정이 잘 느껴진 수작이다. 특히 종장의 이미지는 초장의 평이함을 다 덮을 정도의 힘이 전해졌다. 시조는 종장의 미학으로 완성된다.
차하는 김봉래의 ‘로드 킬’이다. 시골길에서 가끔씩 만나게 되는 동물들의 교통사고 현장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속도가 추월한 운명’은 우리 인간들이 만든 것. 화자는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요구한다. 셋째 수 초장 ‘시간이 직선이면 생명은 동작이다’라는 진술은 언뜻 비문 같아 고민했다. 남궁 증, 박종민의 작품도 끝까지 겨루었음을 밝힌다.
이 장은 한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신인 등용문 중 하나다. 우리 시가문학의 정수를 이끌고 갈 시조 시인 탄생의 장이다. 1~11월 장원ㆍ차상ㆍ차하 33명이 연말 장원 즉 ‘중앙신춘시조상’ 수상의 자리를 향해 달려간다.
다른 지면을 통해 등단한 시인이 응모하거나, 월 당선자들이 다른 달에 원고를 보내면 안된다. 기다렸다가 12월 초에 잘 다듬어진 작품들을 응모해야 된다. 그 33명의 투고작들만으로 심사위원들은 단 한 명의 영광스러운 당선자를 가리게 되는 것이다
심사위원 : 강현덕(대표 집필), 서숙희
■중앙시조백일장 7월 당선작
장원
그래, 그래 / 손창완
가요에선 사랑이 글에서는 어머니가
삼시 세끼 밥처럼 뉘에게나 먹히지만
당신은 밥을 위하여
논이 된 그래, 그래
소에게 밟히고도 아프다 한 적 없고
물새 똥 싸질러도 내색 없이 계시는
피사리 못 해 드려도
난 괜찮다 그래, 그래
표현 못 한 사랑은 비문이 되는 건지
글 한 줄 못 되 보고 흙으로나 사셨던
나 이제 적어 봅니다
그래 그래, 우리 아버지
손창완_1966년 경기도 평택시 출생, 오산시청(스마트징수팀장)근무, 2020년 공직문학상 은상. 2020년 11월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차상
쌀국수 / 김경아
면발을 슬쩍 말아 입안에 후룩 넣다가
센 양념 때문인지 사레들린 작은 올케
꾹 누른 인도차이나 들켜 버린 설움이
바다를 횡단하다 둥지 튼 도도새처럼
낯선 땅 찾아들어 날개라도 꺾인 걸까
비행기 뜨는 소리에 두세 번의 헛기침
국물에 다문다문 파릇이 뜬 야채 보며
마치 천하절경 하롱베이 같다는
어쩌면 젓가락 노질로 고향 향해 가나 보다
차하
무당거미 / 박숙경
배롱나무 가지 사이 굿당 하나 차려졌다
바싹하게 말려진 잠자리 모기 나방
더럽게 재수 없는 놈, 저들끼리 손가락질
고깔을 쓴 바람이 방울을 흔들었다
순식간에 굿 한판이 태풍처럼 지나간 후
낮달이 예인줄에 걸려 마른 잎과 흔들릴 뿐
좌판 삶이 벼랑이라던 여자의 엷은 미소
숨죽여 나부끼면 거미줄보다 더 질길까
무심결 내뱉은 독백 바람이 비껴갔다
이달의 심사평
데뷔는 시작일 뿐, 그러므로 더 오랜 습작기를 거칠수록 좋다. 군살을 빼고 근육을 키워야 오래 또 멀리 간다.
주저 없이 손창완의 ‘그래, 그래’를 올린다. 누구나 쉽게 뱉던 말들이 그의 손끝에서 간절한 사부곡을 탄생시켰다. 말에는 영혼이 살고 있다. “당신은 밥을 위하여”나 “글 한 줄 못 돼 보고 흙으로나 사셨던”과 같은 여과 없는 말들이 가슴을 적신다. 시의 생명은 메타포나 이미지에 있지 않고 진실성에 있다. 차상으로 김경아의 ‘쌀국수’를 선한다. 다소 직설적인 표현에도 다문화시대의 족보를 끌어안는 솜씨가 각 수의 종장마다 스며들어 올케를 향한 안광과 관념을 걷어내고 흰소리 없는 표현이 눈에 꽂힌다. 동시에 “젓가락 노질”로 시조를 향해 가는 발싸심에서 담금질이 엿보인다.
시는 말로써 존재할 뿐 아는척하지 않는다. 장원이나 차상의 작품이 그렇다. 차하로는 박숙경의 ‘무당거미’를 택한다. 활유법을 통한 대상에서 생동감을 얻고 있으나 시에 맞는 품격이나 적확한 수사가 아쉽다. “낮달”과 “좌판 삶”과의 비유는 빼어나다. 새로운 이들의 응모와 함께 한영권·구지평·최진도씨에게 격려와 함께 다음을 기대한다.
최영효(대표집필)·김삼환 시조시인
■중앙시조백일장 8월 당선작
장원
이팝나무 꽃 / 김정애
개밥바라기 주린 별이
당오름에 걸린 그 날
밥풀떼기 계급 달고
지뢰밭 철원을 넘어
반평생 가는 귀 뜬 채
살다 가신
아버지
김정애_제주시조시인협회 회원, 2017년 제주일보지상백일장 차하, 2019년 8월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차상
꽃무늬 셔츠 / 홍외숙
ㄱ자로 꺾인 등 모로만 눕는 노인
굴곡진 한평생을 촘촘히 구겨 넣고
노을이 쉬다 간 등 언덕
활짝 핀 꽃무더기
차하
찢어진 화폭 / 서배겸
빌딩에 등 떠밀려
뭉개진 초록 전원
못안골 민물장어
바싹바싹 목이 타서
뻘판에
상소 쓰느라
초서체를 갈긴다
이달의 심사평
시조의 진수는 단수시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수시조는 갈고 다듬은 간결한 시어로 3장 6구라는 리듬과 형식을 타고 완결된 시조의 본질을 담아내는 함축미가 뛰어나다. 연시조는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단수시조에 비해 자칫하면 긴장이 풀어지고 시적 완성도가 떨어지기 쉽다는 점을 신인들은 유의해야 한다.
이달의 장원으로 김정애의 ‘이팝나무 꽃’을 올린다. 단수시조 한 편에서 시어 하나 하나의 의미를 풀어내면 책으로 써도 족히 한 권 분량이 되는 아버지의 일생을 읽는다. 초장의 서정적 울림이 강렬한 이 작품에서 ‘이팝나무 꽃’과 장교를 상징하는 ‘밥풀떼기 계급’은 이미지가 동일하다. ‘지뢰’가 가득한 철원의 전장을 누빈 아버지는 전쟁터의 신음을 평생 안고 살았다. ‘이팝나무 꽃’을 보며 아버지의 삶을 생각하는 화자의 눈시울이 촉촉하다.
차상에는 홍외숙의 ‘꽃무늬 셔츠’를 놓는다. 허리가 굽어 ‘모로만 눕는’ 노인의 ‘굴곡진 한평생’을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누군들 생의 고비 고비마다 속 깊은 사연이 없겠는가마는, 허리 굽은 노인의 등을 보는 화자의 시선이 유달리 따뜻하다. 종장의 ‘노을이 쉬다 간 등 언덕’ 같은 탁월한 묘사가 이 작품을 살려놓고 있다.
차하로는 서배겸의 ‘찢어진 화폭’을 뽑는다. 그림 같은 전원이 난개발에 밀려나고 시달리는 환경을 풍자했다. ‘찢어진 화폭’의 모양과 ‘민물장어’의 몸짓과 ‘초서체’의 이미지를 일관되게 밀고 나간 힘이 범상치 않다. ‘민물장어’가 ‘뻘판에 상소를 쓰’는 현실을 어찌해야 할 것인가! 이달에는 대체로 우수한 작품이 많았다. 특히 배순금, 박영구, 이은영, 한영권, 한승남의 작품을 내려놓기 어려웠다. 정진을 바란다.
김삼환(대표집필), 최영효 시조시인
■중앙시조백일장 9월 당선작
장원
아버지 / 오은기
‘조금만 더 기다려 줍서’
‘샛년 지금 감수다’
돈내코 굽이굽이 돌아드는 물결처럼
화급한 나의 마음을 신호등이 막아선다
왜 이러나,
두 달 전 쯤 간 장마가 왜 또 이러나
일본 중국 거덜 냈으니 다시 우리 차례라고
온종일 가을배추가 잠기도록 비가 온다
저녁 일곱 시 쯤 느닷없는 어머니 전화
세상에 눈 감는 일
‘조금만 더 기다려 줍서’
오늘이 생신이신데 뭐가 그리 급하신지요?
오은기_제주 서귀포시 효돈동 출생. 정드리 문학회 회원.
차상
갈 / 한영권
가을은 목이 타는
금불초로 왔다가
가슴에
불 질러놓고
아우라지구절초로
구절초
마디마디마다
구구절절 사연 남기고
차하
AI 문맹 / 오대환
손톱만한 칩 속에 태산을 넣고 남는
가상우주 새 지평이 자고나면 열리고
피조물 명령에 따라
인간들이 움직인다
空想이 假想으로 실현되는 AI시대
공부는 하지 않고 세월로 먹은 나이
섣불리 나섰다가는
AI문명 청맹과니
이달의 심사평
시조는 형식 자체가 하나의 우주율이라고 했다. 모호한 듯 선명한, 겉말은 쉽고 속뜻은 어려운, 할 말이 많아서 짧은, 누구나 알지만 아무나 쓸 수 없다고 했다. 덧붙여서 시조는 형식 안의 자유를 추구한다.
이달의 장원으로 오은기의 ‘아버지’를 올린다. 시는 어렵지 않고 재미있어야 한다. 정작 속뜻은 어렵다. 추상과 관념을 걷어낸 사상을 구체적으로 이미지화 했다. “왜 이러나”로 시작하는 둘째수는 “가을배추”라는 객관적 상관물을 통한 죽음에 임박한 아버지의 대비가 선명하다. 특히 종장은 언듯 평이한 언술 같지만 생명에 대한 외경감이 아리도록 스며있다. 차상으로 한영권의 ‘갈’을 선했다. 말에는 우리가 담아낼 수 없는 색깔과 향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가슴에 불 질러놓”는 “아우라지구절초”다. 정선아우라지는 까닭도 많은데 같은 이름을 포착해 외연을 변용한 솜씨가 맵다. 차하로 오대환의 ‘AI문맹’를 택했다. 서정 일변도에서 단조롭지만 주지적 과학적인 소재에 시대적 역설을 담고 있다. 오늘의 첨단 문명이 내일엔 느닷없는 문맹이 된다. 어제의 가상이 오늘의 현상으로 실현되기 때문이다. 김현장·남궁증·김은희 제씨들의 안타까운 분루 속에 더 크고 끝없는 분투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최영효(대표집필)·김삼환 시조시인
■중앙시조백일장 10월 당선작
장원
마중 / 설경미
요구르트 두 개가 마루 끝에 놓여 있다
빈 집을 살피다가 빨랫줄에 매달고 간
코숭이, 마당에 내려 걷어내는 저 고요
사람이 그리워서 대문에 귀를 걸고
십 분도 놓칠세라 꽃잎처럼 움켜쥔 채
이레 중 단 하루만은 기린목이 되는 여든
자세를 바꿔 앉자 삐걱 우는 대문 새로
호박 넝쿨손이 앞서 나가 반긴다
무더기 은방울꽃이 피고 있는 블라우스
설경미_1968년 경주 출생. 경주문예대학 연구반 회원. 2018년 중앙시조백일장 5월 입상. 2018년 제21회 대구시조 전국공모전 입상
차상
검은 달 / 정두섭
은행도 참 별난 은행* 냉골에 불 들이면
골목은 짖어대고 망구는 악다구니
골백번 헤아렸지만, 딱 한 장! 모자라야
구들장 짊어지고 언덕배기 기어오른
구멍 숭숭 낮달이 꿍친 자리 메워준다
그깟 거 없어도 살지마는, 삭신이 쑤셔설랑
징하게 오래 사는 메리야 밥 묵자 밥
마냥 신난 혓바닥이 쭈그렁을 핥을 때
참말로 뜨신 눈총들, 분화구마다 활활
* 달동네 독거노인들에게 연탄을 무료로 나눠주는,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차하
치매 / 윤종영
주인 잃고 정신 줄
놓아 버린 몽당 빗자루
헛간 앞에 웅크린 채
햇살만 쬐고 있다
지금은 어느 기억을
쓸어내고 있는 걸까
이달의 심사평
가을의 기운을 느껴서인지 투고 작품이 많았다. 많은 작품이 노인 또는 노령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주제는 급속하게 진행되는 우리 사회의 화두임이 틀림없다. 시조가 당면한 사회의 화두에 천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장원으로 뽑힌 설경미의 ‘마중’은 일주일에 하루 가족을 만나는 ‘기린목이 된’ 여든 노인을 그리고 있다. ‘코숭이가 걷어내’는 마당의 고요와 ‘대문에 귀를 거’는 노인의 정경이 시리고 아프지만, 마지막 수 중장과 종장에서 ‘호박 넝쿨손’과 ‘무더기 은방울꽃’의 만남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솜씨가 비범하다.
차상에 오른 정두섭의 ‘검은 달’은 가난한 노인이 살아가는 구체적 현장을 붙잡고 있다. 거칠고 투박한 시어들을 밀고 나가는 힘이 있다. ‘낮달이 꿍친 자리 메워주’는 짙은 서정성과 ‘혓바닥이 쭈구렁을 핥’는 힘든 현실성을 대비시키는 치열함이 엿보인다. 함께 투고한 ‘등용문’도 풍자와 해학이 뛰어났으나 직설적 토로가 다소 걸렸다.
차하로는 윤종영의 ‘치매’를 뽑는다.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의 삶과 닳아질 대로 닳아져 뭉툭해진 ‘몽당 빗자루’의 상징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끝까지 남아서 논의됐던 작품 중에는 김미경, 김순영, 김재용 등이 있었다. 더욱 분발하여 좋은 결실을 맺기를 당부한다.
심사위원=김삼환·최영효(대표집필 김삼환)
■중앙시조백일장 11월 당선작
장원
투석의 날들 / 장인회
콩꽃 팥꽃이 필 때쯤 괜스레 아팠다
명치 뒤 숨겨 놓은 콩 이랑 팥 이랑에
뭇 벌레 들락거린 흔적, 해독이 어렵다
일생동안 콩과 팥은 나란히 하나다
보이지 않아 놓친 불온했던 기미들
방심을 방치한 무게 그 끝을 알 수 없다
매몰된 혈관에 부푼 힘줄이 일어선다
실핏줄에서 잔금까지 걸러내고 행구는
순하게 리셋된 수액이 구겨진 몸을 세운다
장인회_경북 포항 출생, 1997년 쇳물백일장 시부문 장원, 2019년 신라문화제 시조부문 장원, 2021년 문열공 매운당 이조년 선생 추모 백일장 시조부문 차상.
차상
뒤집기 / 김경숙
높은 곳 바라보고
눈 맞춘 우리 아기
아니다 싶었는지
조막손 불끈 쥔다
포효한
저 천하장사
울고 웃는 한판승
차하
자선당 유구遺構 / 박영구
불 먹은 돌은 더 이상 돌이 아니네
나라를 앗긴 판에 궁궐 전각쯤이야. 합방 후 왜인에 뺏긴 경복궁 자선당은 도쿄 사설 박물관이 되었다가 관동대지진에 불타고 기단과 주춧돌만 남아 호텔 산책로에 불구가 되었구나. 애끓는 향수병을 앓다가, 앓다가 궁으로 돌아와도 자선당* 복구할 때 주춧돌로 쓰이지 못 해 새 집도 불구가 되었구나. 알겠네, 돌아온 돌들은 가슴에 불을 먹은 불덩이였음을, 알겠네 이제 알겠네.
무너진 왕조에 열병하듯 녹산*에 누운 환향석
* 자선당資善堂 : 경복궁 내 전각이며 세자와 세자빈이 거처했던 동궁
* 녹산鹿山 : 경복궁 건청궁 뒤뜰 동쪽 언덕, 1895년 을미사변 때 명성황후의 시신을 일인들이 불태웠던 자리
이달의 심사평
중앙시조 백일장은 우리 시조의 주춧돌이며 대들보다. 응모자들은 열정보다 먼저 형식을 터득해야 한다. 비록 뛰어난 작품도 정형률을 모르거나 파괴한 것은 당연히 제외했다.
장원으로 선정된 장인회의 ‘투석의 날들’은 화자가 신장염을 앓으면서도 말의 너름새가 깊다. 콩과 팥의 의미가 다른 유희적 낱말의 연상에서 포착된 내포와 외연을 이체동심의 얼개로 엮어냈다. 세 수를 거슬러 읽어가면 일생동안 콩과 팥이 하나인 투병과 생명의 이랑이 공존하는 도드라진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메타적 아날로지가 충만하다.
차상으로 김경숙의 ‘뒤집기’를 선한다. 말을 배우지 못한 아기는 울음이 유일한 언어다. "조막손 불끈 쥔” 분노가 일수불퇴의 "한판승”으로 묘미를 잘 헤아린 보배로운 엄마의 눈이다.
차하로는 박영구의 ‘자선당 유구’를 올린다. 사설시조의 심장인 해학과 풍자 추임새를 비껴가고 있으나 "불 먹은 돌은 더 이상 돌이 아니네”라는 초장이 불을 삼키는 사관의 가슴처럼 뜨겁다. 다만 역사적 진실을 형상화하는 기교가 궁색하다.
남궁증 황남희 박찬희 제씨들의 작품을 아쉽게 놓치며 새로운 모티브를 탐하기보다 참신한 페르소나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최영효(대표집필)·강현덕 시조시인
첫댓글 시조가 이런 것이군요~~축하합니다^^
김미경님, 축하드려요. 참 멋져요. 계속 응원할게요... 저 11번입니다.^^
지기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1월부터 수상작을 소개하셨네요. 쉽지 않은 일인데 그 마음이 느껴집니다.
댓글 보고 얼릉 당선작 마저 찾아서 올려야지 했는데... 방금 올렸습니다.^^
1년 동안의 수상작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10월 수상작은 올해의 수상작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앗그래요^^ 퇴근후확인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