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7월 9일 서울 상암동 CJ E&M 센터. 당시 개관식에 참석한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직원들을 향해 문화.콘텐츠 사업에 투자하는 이유와 산업화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사실 문화 콘텐츠 분야는 오랜 기간 동안 적지 않은 대기업이 참여했다가 실패의 쓴맛을 보고 대부분 철수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사업 환경과 내수시장의 한계, 제작시스템의 후진성 등이 발목을 잡았다. CJ그룹 역시 10년 넘는 인고의 세월을 견뎌야 했다.
강점을 가진 식품 사업을 놓아두고 한눈을 판다며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CJ그룹은 앞만 보고 뚜벅뚜벅 걸었다.
지난 1995년 4월 미국 '드림웍스'에 대주주로 참여하면서 시작한 문화 콘텐츠 사업은 1998년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 극장 도입, 1999년 39쇼핑(현 CJ오쇼핑) 인수를 통한 국내 홈쇼핑 시장 개척, 2006년 CJ미디어의 일본 엠넷 재팬 개국, CGV의 중국 상하이 '상영 CGV' 개점 등 해외 진출, 2010년 CJ E&M 출범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CJ그룹은 창의를 매우 우선시하는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면서 "문화 콘텐츠 부문을 중심으로 한 신사업 역시 대부분이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영역에 대한 개척과 새로움을 더한 융합에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CJ그룹의 문화 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오디션 열풍을 이끈 '슈퍼스타K'는 케이블 방송업계에선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두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고 '응답하라 1997'은 지상파 드라마 이상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영화 '해운대' '광해, 왕이 된 남자' 등은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
국내 시장에서 자신감이 붙자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한류 콘텐츠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고 '원소스멀티유스(one source multi use)'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서다. 중국과 베트남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문화 콘텐츠 분야는 새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가 가장 잘 실현되는 곳 중 하나다. 정부의 간섭이나 강요가 아닌 자생적으로 '창조 문화' '창조 콘텐츠'가 생성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CJ E&M은 기아자동차와 제휴를 통해, '엠넷닷컴'(www.mnet.com)의 음원을 활용한 '스마트 뮤직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동수단인 자동차에 오직 나만을 위한 콘텐츠를 담는다는 창조적 아이디어로부터 콘텐츠와 정보기술(IT), 자동차 산업이 융합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창의성 있는 인재들의 해외진출 지원도 창조경제 실천의 한 방법으로 꼽힌다.
CJ그룹이 범 그룹차원에서 벌이고 있는 창조적 문화 콘텐츠 사업이 단순히 문화 산업을 넘어 경제 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J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복고 열풍을 일으키며 화제가 됐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4’, ‘꽃보다 할배’, 또 아시아 대표 음악축제 MAMA 등 4개 콘텐츠의 경제효과가 총 6700억원을 넘어섰다고 자체 평가했다.
CJ그룹(회장 이재현)은 21일 연세대에서 진행된 ‘제 2회 CJ 크리에이티브 포럼-세상을 바꾸는 컬쳐토크’를 통해 지난 한 해 방송가를 넘어 대한민국 문화 트렌드를 주도했던 CJ의 대표 크리에이터 4인방의 창작의 비밀을 벗기는 토크 배틀을 벌였다.
포럼에 참석한 김용범, 나영석, 신형관, 이명한 등 CJ의 대표적 스타PD들은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파격적인 시도를 결합해 탄생한 콘텐츠로 대중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았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창조적 콘텐츠가 미치는 사회·경제적 파급효과의 잠재적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 ‘응답하라 1994’ 복고경제 열풍 주도... 1천억원 넘는 경제효과 창출
지난 2013년 하반기 대한민국 남녀노소를 모두 복고 열풍에 휩싸이게 했던 tvN ‘응답하라 1994’(이후 응사)는 드라마 한 편으로 인해 1천억원을 훌쩍 넘는 경제효과를 창출하며, 문화콘텐츠의 미래와 가능성을 증명했다.
‘응사’는 예능 전문 제작진들이 뭉쳐 예능식 ‘집단 창작’을 도입하는 등 캐스팅부터 스토리 전개, 편집, 방송 편성 등 기존의 드라마 제작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탄생한 창조적인 콘텐츠로, 최고 시청률 11.9%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 최고의 드라마로 손꼽히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대중문화계에서 시작된 복고 열풍은 10대부터 50대까지 대한민국 전 세대를 사로잡으며 ‘응사’로 인해 발생한 ‘복고 경제 효과’만 8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응사’ 주인공들의 복고 패션이 대표적으로, 이들의 인기와 함께 복고풍 의류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11번가, G마켓 등 온라인쇼핑몰에서는 청재킷, 캔버스화, 떡볶이코트(더플코트) 등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판매가 증가했다. 또한 PPL에 나선 가방브랜드 잔 스포츠의 경우 판매율이 전년 동기 대비 100% 상승하며 ‘응사’가 불러일으킨 복고 열풍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CJ측은 설명했다.
◆…응답하라1994 방영 이후 관련 패션의류/잡화 매출 증가율.... 출처:CJ그룹 제공
음반 산업도 열기를 이어갔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너에게’를 리메이크한 응사 OST는 엠넷닷컴, 멜론, 네이버뮤직 등 8개 음원 사이트의 일간순위에서 1위에 올랐고, 12월에는 Mnet 월간차트 30위에 응사 OST에 수록된 90년대 리메이크 곡이 3곡이나 이름을 올렸다.
또 고아라, 정우, 유연석, 김성균 등 이른바 ‘중고신인’ 배우들이 스타덤에 오르며 드라마가 끝나기 전부터 출연진 전원에게 러브콜이 쇄도, 광고, 드라마, 영화 시나리오가 쏟아질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외에도 고용창출 효과 77억원 등 드라마 수출을 통한 타 소비재 산업의 수출증대 효과 등을 모두 합하면 1181억원에 달한다.
◆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음악시상식 ‘2013 MAMA’, 약 3천 억원의 경제효과 유발
드라마 외에도 아시아 대표 음악축제 MAMA(Mnet Asian Music Awards)도 지난해 홍콩 AWE(아시아 월드엑스포 아레나)에서 개최, 전 세계 음악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역사상 최대 규모이자 단일 K-POP 관련 공연으로는 아시아 최대규모로 펼쳐진 ‘2013 MAMA’는 약 3000억원에 달하는 경제효과를 유발하며 단순한 K-POP 공연을 넘어 한류를 이끄는 창조경제의 실제적 모델로 주목을 받았다.
아시아 각국 미디어 기업이 파트너사로 참여하며 94개국 24억 시청자들에게 방송된 ‘2013 MAMA’는 새로운 마케팅 플랫폼으로 주목을 받으며 다국적 기업의 스폰서십도 2012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세계 각국의 40여개 기업들이 협찬사로 참여해 아시아 각국의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브랜드를 알렸으며, 국내 언론은 물론 CNN, 월스트리트저널, 로이터 등 외신들도 열띤 취재 경쟁에 동참, 전세계에 K-POP과 한류를 전하는 계기가 됐다.
이를 통해 발생한 직간접적인 홍보, 마케팅 효과를 무려 26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전세계 중계를 통한 방송사들이 얻는 매출과 MAMA를 통한 고용창출 효과, 현지 국가 경제에 발생하는 유관 산업 매출 등도 약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 여행, 패션, 레저 산업의 활기로 실버 경제학의 새 지평을 세운 ‘꽃보다 할배’...
평균 연령 76세의 꽃할배 4인방의 파란만장 배낭여행기를 담은 ‘꽃보다 할배’는 실버 세대가 즐길 수 있을만한 다양한 문화 공연 및 레저산업이 활기를 띠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이다.
또한 젊은층이 즐겨찾는 ‘이지캐주얼’ 의류를 구매한 60대 이상 고객 매출도 동반상승, 실버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더불어 예능 프로그램으로는 이례적으로 미국, 일본, 대만, 홍콩 등 12개국에 판매되며 해외에서도 인기를 누리는 등 ‘꽃보다 할배’로 인해 유발된 경제효과 역시 약 1256억원으로 추산된다고 CJ측은 밝혔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문화상품 수출이 100달러 증가할 때 관련 소비재는 4배에 달하는 412달러의 수출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과감한 도전을 바탕으로 탄생한 ‘창조적 문화콘텐츠’가 가지는 파급력은 앞으로도 더욱 막강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CJ측은 “‘응사’와 ‘꽃보다’ 시리즈, 슈스케 등 크리에이티브를 바탕으로 한 문화콘텐츠들은 문화 산업을 넘어 경제 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창조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꾸준한 투자와 과감한 시도, 틀을 벗어난 도전을 통해 더욱 참신하고 새로운 문화콘텐츠들을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