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꽃 신명
냉이꽃 하얀 봄이 옥상 터앝 퍼질러 앉아
토란잎 부추 따위 신생新生의 아침을 밀고, 해 설핏 소꿉놀이 신명도 겨운 짬에
까르륵 꽃 봉인封印 뜯네.
소름 돋는 이 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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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상 포인세티아
변금술사 뺨치겠다
붉디붉은 몸맨두리
폭발하듯 뜨건 숨결
말문 터진 앙가슴을.
들끓는
분화구인가,
느자구없는* 저 잉걸불.
* '싹수 없다'의 전라도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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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인문학人文學
모래톱 베고 재주넘는 파도의 하얀 포말. '엎치락'하면 잇따라 '뒤치락' 몸을 틀고, 때때로 수미상관首尾相關의 손바닥소설 쓰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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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채비
거뭇한 산 숲에 들면 산도채비 그리 되고
바닷물에 발 담그면 바다 도채비 닮아간다.
두 팔을 하늘로 치켜 인면수심人面獸心 그리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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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포지션 5
천왕봉 장군봉 위에 앉아 놀던 먹장구름, 조팝나무 하얀 꽃의 눈송이 쏟아낸다. 숲이며 산등성이가 옷깃 털고 일떠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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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나니 사촌?
모기 다리 먹피 빠는
그 망나니 사촌인가.
언죽번죽 탑삭부리
눈물 콧물 빼먹은 뒤끝
때때로
콧바람 쐬고
능글 능신 주접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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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시편
바싹 마른 입시울에 파르르 떠는 쇳소리다.
뱀을 살살 어르는 그 땅꾼의 입매도 잠시
끊일 듯 끊이지 않는 장송곡이 왜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