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가 공주인 이유
공주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다. 1) 임금의 딸 혹은 황제의 딸. 그런 귀여운 여자아이. 2) 대한민국 충청남도에 위치한 약 인구 10만 명이 거주하는 공주시. 흔히 크게 아는 두 가지의 뜻과 그 외에도 3) 공물로 바치는 명주 4) 등등. 신분제가 사라진 시대이지만 다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주'라는 수식어 하면 사전적인 첫 번째 의미를 많이 떠올렸다.
김여주는 김가네 1남 1녀의 집안 여동생으로 태어나 1남 1녀의 '1녀'를 도맡고 있다. 사랑과 애정이 넘치는 김가네에서 태어난 김여주는 응애! 하고 울음을 터트렸을 때부터 '어머 공주야! 공주님이야!' 의 공주를 맡고 있기도 했다. 엄마도 공주야, 아빠도 공주야, 친오빠도 공주야, 공주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김여주의 주위에는 남자가 많았다.
그 중에서도 김여주의 곁을 빙빙 돌고 또 도는 또라이같은 존재가 몇 있었다. 김여주가 만약 진짜 '공주님'이라는 직위에 불리는 시대에 태어났다면 손가락질 몇 번 받았을 것이다. 그만큼 한 왈가닥 하는 김여주의 주위를 또라이 위성이 지키고 있었다.
우주에 안드로메다 은하가 있고 우리 은하가 있고, 그 안의 태양계와 그 행성들이 있다면 지구 안에서 살고 있는 공주 김여주는 궤도가 들쑥날쑥한 지 멋대로인 위성 셋을 달고 있다. 이상하게 절대 튕겨져 나가는 일은 없다. 김여주가 달고 다니는 위성을, 달고 다니게 된 시간순서대로 설명하자면.
"공주야 오빠 슬리퍼 내놔라."
첫 번째 위성 변백현.
"김공주 어제 빌려간 오천원이랑 저번주에 먹튀한 탕수육 만 이천원이랑 훔쳐간 내 샤프 사천원이랑 지금 쏟은 주스 세탁비 삼만원이랑....."
두 번째 위성 도경수.
"...너 도벽있어?"
마지막 세 번째 위성 오세훈.
뭐래 씨발. 김여주는 철판을 깔고 동시에 머저리 위성 셋의 아우성을 반사시켜 튕겨냈다. 백현과는 중학교 1학년부터, 경수는 중학교 2학년부터, 세훈과는 중학교 3학년부터 알고 지내게 된 사이였다. 무슨 포켓몬도 아니고 해가 지날 때마다 뭘 그렇게 하나씩 주렁주렁 달고 왔는지 김여주는 지금 생각해도 의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깜짝퀴즈 정도.
고등학교에 올라갈 때마다, 반이 새로 바뀔 때마다, 대학교에 올라와서 지지리도 떨어지지 않는 위성 쩌리들이 김여주를 '공주야, 김공주.' 라고 부를 때마다 주위에서는 무슨 반응을 보였을까.
1) 무슨 친구끼리 공주야? 2) 저기 공주란 애는 남미새인가? 3) 쟤네 다 구남친들이야? 4) 여자가 나쁜X이네. 어장치나봐. 어쩜 한 번도 레파토리에서 벗어나질 않는 멘트를 들으며 김여주는 말했다.
이 새끼들은 심즈도 아니고 무슨 설정값마냥 한 씨도 안 틀리고 저런 구린 멘트를 쳐? 너 머리에 외장하드라도 심어져 있나봐. 대가리 함 까보자.
안타깝게도 김여주를 지칭하는 '공주'는 사전에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쉽게 욱하고 쉽게 풀발하며 빠르게 조동아리에 총알 장전하는 김여주를 말리는 건 위성들이었다. 야야 너가 참아. 그래 너가 참아. 그래 내 돈 언제 줄... 그대로 두 번째 위성이 멱살을 잡혔다. 위성 박탈 위기에 처했다. 이대로라면 김여주의 헤드펀치를 맞고 궤도 밖으로 날아가게 생겼다. 아 샛기가 근데. 준다고!
이쯤에서 밝히는 정답은 바로 공포의 주둥아리의 준말이었다. 경수의 멱살을 잡아올린 김여주는 왼쪽 팔꿈치를 뒤로 접어 주먹을 쥐었다. 옳다구나 김여주의 화풀이 대상에 올라온 건 둘째 위성이었다. 나머지 둘은 양 사이드에서 김여주의 팔을 붙잡고 말렸다. 김여주의 처형대 도마 위로 올라온 경수의 넋이 나간 모습이 마치 남의 일이 아니었다. 어제는 첫째, 엊그제는 셋째, 오늘은 둘째. 매일매일 회전 초밥집 레일처럼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는 처형대 희생양에 오르는 그들은 김여주를 살살 달랬다. 공항에 가서도 뒤쳐지지 않을 데시벨로 쌍욕을 뱉는다.
백현은 익숙한 듯 웃었고, 아직 적응 안 된 세훈의 입은 웃고 눈은 울었다. 경수는 그냥 반 기절한 듯 보였다. 김여주의 양 사이드에 위치한 둘의 귀에서 나란히 피가 흐른다.(물론 진짜는 아니다.) 공포의 주둥아리 닉네임 값을 하려는 모양이다. 김여주가 공주로 변신한다. 이런 마법소녀물이라면 아무리 동심 가득한 위성들이라도 보고 싶지 않다. 분을 참지 못한 김여주가 입을 연다. 복식호흡을 하며 배에 힘을 가득 준다. 그 준비행동을 보던 첫째는 불길은 기운을 눈치챈다.
"오빠아-!!!!"
김여주가 공주(not princess)인 두 번째 이유. 오빠악 하고 부르기 무섭게 무슨 식당벨을 누른 것마냥 그녀의 친오빠가 나타났다. 김여주를 양 사이드에서 잡고 있는 둘을 보며 얼굴을 잔뜩 굳힌다.
"야 십새끼들아."
김여주의 친오빠에겐 안타깝지만 그녀가 정말 공주(yes princess)였다. 장장 성인 남자 셋을 붙들고 있는 천하장사의 모습이지만 민석의 눈엔 몸집 큰 남자 둘 사이에 가련하게 끼어있는 순하디 순한 어린 양으로 보였다. 한창 왜곡되었다.
"너네 지금 우리 공주한테 뭐하는 짓거리야."
악력이 더럽게 쎈 공주의 오빠가 위성 둘을 잡아간다. 그대로 경수가 바닥에 풀썩 주저앉는다. 아니, 형, 아니, 그게 아니라, 악! 저, 전 왜.... 그저 공주(not princess)를 말리려던 죄로 연행된 위성 둘은 사악하게 웃는 김여주를 바라본다. 오늘도 둘은 교훈을 하나 얻어간다.
공주가 지구를 때려 멸망시키려 해도 그냥 두자. 어차피 이러나 저러나 위성은 따라 죽을 운명이다.
*
나름대로 공주에겐 철칙이 있다. 첫 번째 폭력은 쓰지 말자. 아무리 화가 난다 하더라도 신체적으로 상해를 입히진 말자. 차라리 말로 쥐어패자. 신체적인 상해를 입히면 증거가 남는다. 만일을 대비해 증거를 남기지 말자.(?)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정신적인 고문을 하자. 신체적인 폭력은 위성들한테만 입히자.(!)
두 번째 소중한 것은 빼앗지 말자. 세기의 반인륜적인 범죄자가 아닌 이상 그들에게 소중한 것은 빼앗지 말자. 어린 아이들에게는 동심을, 첫 번째 위성에게는 야동을, 두 번째 위성에게는 국자를, 세 번째 위성에게는 비비의 개껌을. 소중한 것은 남겨두고 뺏자. 소중한 것은 그들에게 살아갈 용기를 준다. 희망과 소망을 빼앗지 말고, 살아가는 용기를 가진 위성들의 쓸 만한 것들을 야금야금 빼앗아 가자.
공주를 모르는 제3자가 들으면 고개를 끄덕일 법하지만 위성들에게는 공포의 철칙이다. 그들에게는 나름의 끔찍했던 기억이 있다.
폭력은 쓰지 않되 말로 몽둥이찜질 당하는 건 이제 위성들에게 일상이다. 그마저도 위성들에겐 무력이 허용된다는 이런 공주만의 가 족같은 개념이 있을 수가. 그도 그럴것이, 이미 셋은 김여주의 위성 입단식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소중한 것은 빼앗지 말자는 말은 반대로 하면 소중한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것을 빼앗자는 말이 된다.
마지막 위성이 된 세훈의 입단식을 대표로 설명하자면 그랬다. 김여주의 말을 빌리면 그들이 먼저 맞을 짓을 한다고 했다. 위성의 말을 빌리면 맞을 짓을 한 건 맞지만 너무 과잉진압이라 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김여주에게는 '맞을 짓을 했다'는 사실이자 팩트인 명제가 더 중요했다.
나는 내 몸이 너무 소중해....
울먹이며 말하는 세훈을 가볍게 비웃은 공주는 야무지게 주먹을 쥐었다. 너 몸이 소중해? 괜찮아. 뼈 하나밖에 안 부러져. 너 연체동물이야? 아니지. 세훈이는 인간이야. 뼈가 있어. 무려 인간인 세훈이는 뼈가 206개나 있지. 나는 고작 너의 졸라 많고 많은 소중한 것 206개 중에 하나만 앗아가는 것 뿐이야. 206분의 1의 확률이라고. 대략 1000분의 5. 나는 너의 소중한 것 중의 0.005개밖에 안 빼앗았어.
공포의 주둥아리다운 화려한 서론 이야기에 세훈은 넋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 그릉가? 뭔 그런가야 미친. 공주의 뒤에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던 첫째와 둘째 위성은 세훈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쟤도 여기 곧 들어오겠다. 사실 위성들은 일명 '공피자'다. 같은 수법으로 당한 '공주의 피해자 모임'
공피자 모임은 한국대학교 정문 사거리 왼쪽 횡단보도 앞 스타벅스 이층에서 공주를 달랠, 공주의 몫인 아이스 자허블을 주문해 놓은 채 다리를 달달 떨었다. 누구야. 불어라. 뒤질 거면 혼자 뒤져라. 셋은 차례대로 말했다. 이대로 가다간 셋의 도합 618개의 뼈 중에 다리뼈가 하나씩 날아갈 지도 모른다. 다름아닌 저녁메뉴를 정하기 위한 실랑이에서부터 사건은 벌어졌다.
난데없이 날아온 살인 예고장에 셋은 위성파업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한 번 궤도를 이탈한 순간 돌아오자마자 멸망이다. 셋은 공주의 아이패드 게임을 건들지 않았다고 누구보다 맹세할 수 있었지만 전날까지만 해도 아이패드를 건드린 전적이 있었기에 백날천날 아니라고 떠들어봤자, 그 시간에 공주는 벌써 입에 M416 장착 중이다.
공주가 공주인 세 번째 이유. 공주(not princess)는 sm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공주(scary mouth)를 줄여도 sm이다. 역시 이름은 과학이다. 안타깝게도 공주는 뒤쪽이 아닌 앞쪽이었다. 아주 위성들을 호되게 팼다. 뚝배기를 들고 자기들의 뚝배기를 하나, 둘, 셋을 깰 공주의 모습이 훤히 보였다.
"야 씨발 갓물주가 뭔데.... 걍 건물 하나 해줘 공주한테 좀..."
"있어. 그 노가다 게임."
"그냥 건물 하나 해주라고...."
"우린 돈 다 털어도 불야성 하나 못 해줘."
절규하는 백현과 세훈 앞에 경수가 덤덤하게 말했다. 경수의 낮은 목소리를 듣던 세훈이 우당탕 일어나 그의 멱을 쥐었다. 어제도 공주한테 털린 경수의 허벌 멱살이었다. 공주한테 털릴 때만 기절하는 선택적 블랙아웃이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경또. 경수가 또. 그러나 그는 또 담담하게 말했다. 나도 거기까지 해봐서 알아. 거기까지 가는 거 존나 힘듬. 결제창 유발하는 노가다 게임. 내가 심지어 그거 버그도 알아냈어. 갓물주 박사마냥 읊는 경수의 초점 없는 눈동자를 보던 세훈의 눈이 떨렸다. 백현이 그의 팔을 쥐었다. 야 쟤 찐이야. 미리.. 유언장이라도 적을까? 에이포용지를 주섬주섬 꺼내는 백현의 눈동자가 계단 쪽으로 돌아갔다.
익숙한 뒷통수가 1층에서부터 점점 올라오기 시작했다. 마치 둥근 지구 위로 떠오르는 태양 같다. 보라색의 깜찍한 쿠로미가 그려진 딱딱한 철판때기로 이루어진 파일철을 들고 나비마냥 나풀나풀 걸어온다. 뚝배기 대신 가져온건가 합리적 의심을 하게 한다. 뒤이어 공주를 발견한 세훈은 탁자 밑으로 자연스레 들어갔다. 세훈이 없음. 아마 세훈이는 공주와 죽음의 숨바꼭질이 하고싶은 것 같다. 공주는 자연스레 백현의 옆자리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제 것으로 추정되는 자허블의 뚜껑을 까 입에 얼음채로 털어넣는다.
"와 밖에 개덥... 엥 뭐야. 발에 뭔가 치이는, 시발 쟤 왜 저러고 있어?"
탁자 밑으로 기어들어간 세훈을 발견한 공주는 못볼 꼴을 봤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공주는 방금 전까지 제가 카톡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 까먹은 모양이었다. 밖에 개더움. 헥헥. 헥헥헥헥. 안 그래도 더위를 많이 타는 공주는 에어컨 바람을 쐬며 셋의 음료를 차례대로 뺏어 먹었다. 더위에 잠깐 기억상실이 왔나 싶었건만 그건 또 아닌 모양이다. 얼음을 와그작 우드득 씹으며 태연하게 말한다.
"야 내 갓물주,"
"그거 나 아냐."
"진짜 나도 아냐."
"그래. 나중에 그냥 우리가 건물 하나를 해줄게."
"뭐?"
"뭐?"
"지짜???"
둘째 위성이 기어코 입으로 똥을 쌌다. 백현과 세훈의 의견은 단 1도 들어가 있지 않다. 그 속도 모르고 신난 공주가 까르르 까르르 웃는다. 야 구라 치는 거 아니지? 나 입벌구마냥 구라만 뱉는 애들 진짜 시러해. 알지? 절규한 세훈과 백현의 얼굴에 착잡함이 묻어났다. 그래. 허리 한번 휘는 게 수명 단축보다는 낫겠....
"그거 울 오빠가 잘못 건드려서 지워진거랭. 오빠가 미안하다구 돈으로 줬어."
이 시발. 탁자 밑에서 기어나온 세훈이 다시 경수의 멱을 쥐었다. 앞뒤로 탈탈 흔들었다. 쟤네 왜 저래? 진짜 웃기당. 깔깔 웃는 여주를 내려다보던 백현이 슬픈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너가 재밌으면 됐지.
"그래서. 내가 미안해서 그런데 아이스크림 케이크 사줄게!"
물론 출처는 오빠 돈이지만. 여주가 있는 사람처럼 지폐를 달랑달랑 흔들었다. 아홉 번의 채찍 끝에 드디어 한 번의 당근이 하사되었다. 좋다고 졸졸 쫓아가는 위성들을 바라보며 백현은 한심하다는 듯 바라봤다. 여주가 백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넌 안 가?
"나는 루피가 좋거든."
"나도."
한심한 새끼 한 명 더 추가된다.
*
케이크가 일렬로 전시된 냉장고 문 앞에서 네 명이 다닥다닥 붙었다. 나는 저 라이언, 나는 저 골라먹는 (이하생략), 나는 루....! 공주의 말이 처참하게 씹혔다.
"야 하나로 여러 가지 맛을 먹어야지."
"맛없는 것도 있잖아. 라이언이 제일 귀엽네."
"....."
공주의 눈썹이 씰룩였다. 냉장고 앞에서 한바탕 썰전을 벌이는 경수와 세훈을 바라보던 백현이 공주의 눈치를 한번 봤다.
"맛없는 게 어딨어. 우리 공주가 다 먹잖아."
"그건 맞는데 이왕 먹을 거 이쁘고 귀여운 게 더 좋잖아."
"....."
공주의 미간이 씰룩였다. 냉장고 앞에서 삿대질 하며 싸우는 경수와 세훈을 바라보던 백현이 공주의 손을 조심스레 움켜잡았다. 아냐, 사람 같아 보이지만 저거 때리는 거 아니야. 공주야, 저거 사람 아니야.
"이쁘고 귀여우면 뭐해. 다 쓸모없어. 공주를 봐."
"케이크는 사진으로도 남길 수 있잖아."
"....."
공주의 입이 씰룩였다. 여전히 냉장고 앞에서 백분 토론을 벌일 기세인 경수와 세훈을 바라보던 백현이 뒤로 슬쩍 멀어졌다. 둘을 째려보던 공주는 콧김을 한번 내쉬고 냉장고 앞으로 서 있는 둘에게 힘껏 어깨빵을 시전했다. 억! 앜! 둘은 휘청이며 계산대 앞까지 우당탕 넘어지며 밀려났다. 공주는 냉장고 앞에서 손가락으로 핑크색 케이크를 가리켰다.
"저 루피 하나 주세요!"
"루피가 최고지."
백현이 기다렸다는 듯 맞장구를 친다. 둘의 눈치를 보던 종업원은 냉장고 앞으로 가 루피 모양의 케이크를 꺼냈다.
"드시고 가세요?"
"포장이요."
"가시는 데 얼마나 걸리세요?"
"음... 20분이요."
공주의 어깨빵으로 얻어맞은 곳을 문지르며 선 둘은 아직도 어리둥절한 시선으로 주위를 살폈다. 순간 옆으로 넘어가면서 유체이탈 한 번 한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내 영혼 지금 우주 밖까지 튀어나갔다가 미팅까지 하고 돌아왔는데.
"숟가락은 몇 개 드려요?"
"사십 개 주세요."
"....네?"
경수의 말에 종업원이 황당한 듯 되물었다.
"니 집에 숟가락 없냐?"
"네 개, 네 개 주세요."
황급히 백현이 손가락 네 개를 폈다. 어제부터 공주에게 몇 번 털린 게 꽤 타격이 큰 듯 싶다. 넌 그냥 말을 하지마. 숟가락도 없는 거지새끼. 종업원이 터지는 웃음을 참기 위해 다급히 드라이 아이스를 가지러 들어갔다. 그것도 모른 채 세훈이 경수의 입을 틀어막았다.
"우리 집 가서 먹자!"
"그래."
"어. 거지새끼야 넌 어때."
"좋아."
드라이 아이스에 포장되어 나온 케이크를 손에 든 공주가 매장을 나서며 말했다. 이 커다란 걸 다 먹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남은 거 냉장고에 넣고 두고두고 먹어야지^^. 애초에 이럴 속셈이었다. 여기엔 그걸 알고도 넘어가는 위성도 있었고, 모르고 넘어가는 위성도 있었고, 그냥 거지새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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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공주(공포의 주둥이)도 공주(프린세스)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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