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만인을 사로잡는 독은 무엇인가
1. 탐욕 (貪慾)
금릉에는 사람이 많다. 십 년에 한 번 열리는 구경거리라는 십대고수의 비무대회가 시작되면서부터, 그 사람 많은 금릉은 더욱 북적거렸다.
오늘은 더더욱 각별한 날이었다. 일전에 아미파와 공동파, 그리고 금적산과 당문의 비무 이후로, 또 다른 비무대회가 개최되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굳게 닫힌 무림맹 총단의 문은 활짝 열렸고, 새벽부터 줄을 서서 서성이던 군중들이 떠들썩하게 그 안으로 밀려들어갔다.
물을 뿌리고 깨끗하게 비질을 한 길을 따라 사람들은 흥분이 번들거리는 눈을 빛내며 쏟아졌다. 광장은 삽시에 사람머리로 꽉 채워졌고 오색 깃발과 머나먼 곳에서 온 각 문파들의 깃발들이 온기를 머금은 봄바람에 펄럭거렸다.
지난 번의 비무대회 때와 마찬가지로 광장은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미어터졌다. 명문대파의 사람들, 보기만 해도 으스스한 사파의 흉한들, 무림의 정세를 탐지하러 변복을 하고 스며든 포교 나으리들, 군것질감을 파는 상인들, 강호의 일에 대해 떠들기 좋아하는 한량들, 봉을 잡으러 나들이를 나온 듯한 기녀들…….
지난 번의 비무대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보다 더욱 사람이 많으며, 그때보다 더욱 광장 안의 열기가 뜨겁다는 것뿐이었다.
구경꾼들의 눈이 전보다 훨씬 번들거리고, 떠들어대는 혀들이 전보다 몇 배로 흥분을 튀기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다.
먼저, 오늘의 비무는 지난 번보다도 훨씬 흥미로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당초에 오늘은 세 개의 시합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 첫 번째가 거경방과 보장해의 시합이었다. 이미 강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지 몇 년이 되어가지만, 거경방주 천낙산의 무공은 가히 전설적이었다. 오죽하면 장강 유역에 사는 백성들은 아이가 떼를 쓰며 울 때마다 '흑경이 널 잡아먹으러 온다'고 겁을 주어 달랜다는 말까지 있겠는가? 게다가, 천낙산의 상대가 될 보장해의 고수가 누구인가? 강호의 일에 조금이라도 안목이 있는 사람은 그가 바로 보장해에 거역하는 사람들을 없애는 '해룡'이라는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금적산의 장삼과 마찬가지로 해룡은 신비에 싸인 인물이었다.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로는 해룡은 대를 이어 전승되며, 현재의 해룡은 제 이대의 해룡이고, 그가 쓰는 검은 용의 혓바닥 모양인 용설검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록 천낙산의 무공이 고강하다고 하나, 당대를 울리는 해룡에는 못 미칠 것이라고 했다. 하루 하루를 칼날 같은 강호의 땅을 밟으며 살아가야 하는 무림인에게, 은퇴란 자신의 칼에 녹을 묻히는 행위에 다름아니었다. 천낙산은 이미 녹슬었다. 그리고 해룡은 지금 한창 날이 선 칼이었다. 누가 이길 것인가는 자명하지 않은가?
물론 개중에는 '늙은 생강이 맵다'는 진리를 철석같이 믿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천낙산에 대해 기대를 했던 사람들은 모두 실망하게 되고 말았다.
대회가 있기 얼마 전, 천낙산이 그의 북명선 안에서 시체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는 몇 년 전에 명성을 떨친 자객 무영적린비의 표식이나 마찬가지인 붉은 비수가 떨어져 있었다.
그 일로 거경방은 거상기간(居喪期間)에 들어갔으며, 때를 맞춰 은퇴했다고 알려진 무영적린비가 실은 금적산에 투신한 장삼이라는 소문이 일제히 퍼졌다. 거경방은 탈상하는 대로 금적산과 단단히 한판을 벼르고 있었고, 금릉 일대는 이 문제로 무척 뒤숭숭했다.
몇몇 사람들은 천낙산을 죽인 흉수가 금적산의 장삼이라는데 의문을 가졌다. 무영적린비는 실수가 없는 자객으로 유명한데, 어째서 일부러 그 현장에 징표를 남겼겠는가? 게다가 무영적린비가 금적산에 투신했다는 소문은 너무나 공교롭게, 마치 누군가 뒤에서 잔뜩 기다렸다가 시기를 보아 뿌리듯이 금릉 일대에 퍼져버렸다. 그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이 일에 다른 배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어쨌든, 비무대회를 기대했던 구경꾼들에게는 아쉬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러나, 오늘은 천낙산과 해룡의 시합뿐만이 아니라 그보다 더욱 흥미로운 두 개의 시합이 더 예정되어 있었다.
하나는 청루궁과 개방의 비무였고, 다른 하나는 소림과 무당의 비무였다. 이 두 개의 시합은 이번 비무대회에서 속된 사람들의 흥미를 가장 많이 끌어당기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청루궁은 여인들로만 이루어진 신비의 단체요, 개방은 전통을 자랑하는 대방파이며, 소림은 무림의 태산북두요, 무당의 대표는 다름 아닌 무림맹주 송호자가 아닌가?
비무대회 시간보다 무려 세 시진이나 일찍 모여 시합을 기다리는 구경꾼들은 모두 아내의 출산을 기다리는 남편들처럼 흥분했다. 누가 최고수인가? 어느 파가 최고의 문파인가?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기다리는 일은 마땅히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흥분시키는 일은 또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비단 이 자리에 모인 구경꾼들뿐 아니라 금릉 전체를 뒤흔드는 소문이었고, 나아가 무림 전체가 주목하는 일이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인구에 회자되던 비급 '천비록'이 금릉 땅에 출현했다는 소문이 바로 그것이었다.
소문은 구르고 구른 눈 덩이처럼, 바로 이 자리에 모인 군중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속에까지 파고 들었다.
"그 이야기 들었는가?"
"천비록?"
"귀면객과 낭심제갈이 그것을 찾다가 죽었다더군."
"장백쾌검문의 누가 가지고 있다지?"
"처음 듣는 이름일세."
간신히 광장 귀퉁이에 자리를 잡은 한량들은 목소리를 낮춰가며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비무대에 가까운 자리는 대부분 내로라하는 명문대파나 흑도의 호한들이 차지해버렸고, 변두리에 앉은 사람들은 입으로는 강호를 떠들어도 손발로는 감히 강호를 말할 수 없는 떠돌이 한량들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런 그들이라고 해서 천비록에 대한 호기심이 덜한 것은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오히려 더할지도 몰랐다.
"내 손에 천비록이 들어오기만 하면, 다음 비무대회 때 저 비무대에 이 몸이 직접 올라가게 되는 것도 꿈은 아닐 텐데 말일세!"
"천비록이 눈이 삐었겠나? 자네 손에 들어가게?"
"이 친구가!"
"그나마 목숨 보전하고 싶으면 천비록을 갖지 않는게 낫지. 자고로 보물과 미인은 호걸이 주인인 법이야……!"
"그러고 보니 오늘은 어째 미인들이 구경을 많이 나왔군?"
광장 곳곳에는 꽃처럼 향기를 풍기는 아리따운 여인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서 있었다. 대담하게 면사를 쓰지 않은 모습이라던가, 짙고도 능숙한 화장을 볼 때 그녀들은 양갓집의 규수가 아니라 길거리의 꽃임에 분명했다.
"용과 호랑이의 싸움을 보러 왔는데 뜻밖에 꽃구경까지 하게 되는군!"
"오래 살고 싶으면 눈알 함부로 굴리지 말게."
"왜?"
"저 여자들은 무림인들이야."
"어째서? 아무리 보아도 분명히 기녀들인데……."
"자네는 청루궁을 모르나?"
청루는 기루를 뜻하고, 청루궁은 바로 기녀들의 조직이었다. 요 몇 년 사이에 급격하게 강호에 대두된 청루궁은 그 실체가 비록 신비에 싸여 있지만, 정보가 발 빠르고 손속이 잔인한 점으로 많은 사람들의 두려움을 샀다.
한량들은 감히 기녀들에게 노골적인 눈빛을 던지지 못하고 힐끔힐끔 훔쳐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녀들 중 몇몇은 과연 아름답기는 하나 매서운 눈을 가지고 있었다.
"거지는 개방 사람일까 두려워 홀대를 못하고, 기녀는 청루궁 사람일까 두려워 함부로 희롱하지 못하니……. 강호가 무섭긴 무서운 곳이로군."
"강하지 않은 자, 강호를 감히 떠돌지 말라는 소리가 있지 않은가?"
군중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를 으스러뜨리며 크게 징소리가 울렸다. 까마귀 떼처럼 시끄럽던 목소리들이 물을 만난 불길처럼 사그라들었다.
누가 강한 자인가를 가늠하는 비무대회가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광장 앞 전각의 문이 열리고, 무림맹 사람들의 호위를 받으며 높으신 어른들이 비무대 옆에 마련된 자리로 등장했다.
귀인석에 앉은 사람들의 면면은 지난 번 대회 때와 거의 다를 바 없었으나, 오직 두 사람의 얼굴만이 빠져있었다.
바로 거경방주 천낙산과 무림맹주 송호자였다. 천낙산은 불귀(不歸)의 객(客)이 되었으니 올 수 없는 것이었고, 송호자는 오늘 본인이 비무를 하게 되었기에 시합시간이 올 때까지 연무장에서 명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기라성 같은 각 파의 수장들이 모여 있다고 하나, 송호자 한 사람이 빠지자 그들은 우두머리가 없는 새떼처럼 보였다. 어쩌면 이날, 무림맹의 비무대회장에서 '그일'이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어수선한 분위기에 힘입은 것일 수도 있었다.
일이 시작된 것은, 막 무림맹의 총관(總管)이 비무대회의 개시를 알리려고 하는 순간부터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귀인석(貴人席)에 앉아있던 초로(初老)의 검객이 일어나 만인이 들을 수 있을 만한 소리로 외친 것부터가 그 시작이었다.
"잠시 이 원모(猿某)가 무림동도(武林同道)들께 한말씀 드릴 기회를 주시오!"
눈이 나쁜 사람들도 그 초로의 검객이 형산파(衡山派) 장문인 원정남(猿正南)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막 개회를 선언하려던 무림맹 총관, 무당파의 석운도인(夕雲道人)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곧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섰다.
원정남은 석운도인에게 감사의 표시로 공수의 예를 취하고, 바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러분께서는 아마 우리 형산파에서 오랫동안 세 역도(逆徒)들을 추적해 왔다는 사실을 아실 것이오."
원정남의 내공 화후(火候)는 좀 떨어지는 편이 되어놔서, 그의 소리가 곧 수천 명의 귀를 만족시켜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는 앞사람에게서 뒷사람으로, 옆 사람에게서 옆사람으로 전달되어 물결처럼 온 광장으로 퍼져갔다.
"세 역도는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세 명의 역도가 아니라 세 마리의 역도였소."
원정남이 이렇게까지 말하자 그의 뜻을 못 알아듣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형산파의 전대 장문인을 능멸하고 조사당(祖師堂)에 불을 지르는 행패를 저지른 뒤 달아나 강호를 전전하며 악행을 일삼는 형산의 세 마리 원숭이, 형산삼원은 그 무공보다 악행으로 이름을 떨쳤던 것이다.
"여러분께서는 또한 아실 것이오. 그 세 마리 역도가 최근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되어버린 사해표국 안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말이오!"
원정남의 근처에 앉아있던 높으신 분들의 안색이 일순 변했다. 구대문파의 장문(掌門)들을 비롯하여 이름난 세가와 세력 큰 방파의 우두머리들인 그들은, 형산파 장문인 원정남이 지금 꺼내고자 하는 이야기가 바로 강호를 떠도는 '천비록'에 관련된 이야기임을 이제야 안 것이다.
평소 사람이 꽉 막히고 한번 고집을 피우면 꺾지 않기로 유명한데다가 눈치까지 없다고 소문난 원정남은 등 뒤에 와닿는 따가운 눈초리를 느끼지도 못한 듯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우리 형산파에서는 이 일로 급히 이야기를 나누어 본 결과, 형산삼원을 죽인 사람을 반드시 우리가 찾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소이다."
"그건 또 어째서 그렇소이까?"
불쑥 끼어든 것은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정(南宮晶)이었다. 철권(鐵券)으로 이름난 이 사람은 원정남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또 유명했다. 형산파에서 까마귀를 까맣다고 하면, 남궁정은 세상의 까마귀란 까마귀는 모두 잡아 흰색으로 염색을 해버릴 것이라는 말까지 떠돌 정도였다.
원정남은 남궁정을 한번 쓱 돌아보고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형산삼원은 우리 파의 역도이고, 조사당의 신물(信物)을 훔쳐 달아났소. 우리가 그놈들을 잡으려고 한 것도 다 그 이유 때문이오. 하지만 그들의 시신에는 그것이 남아있지 않기에, 형산삼원을 죽인 자가 그것을 가져가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 우리의 추측이오."
남궁정은 비무대 가까운 곳에 앉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들을 수 있을 만큼 큰 소리로 코웃음을 쳤다.
"형산삼원이 형산파에서 무엇을 훔쳐갔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오. 게다가 형산삼원의 사인(死因)은 같이 죽은 자객 귀면객의 독에 당한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던데, 어째서 꼭 다른 사람이 죽였다고 생각하시는지 모르겠구려?"
원정남의 얼굴은 눈에 띄게 일그러졌다.
"남궁대협께서는 이 원모가 없는 소리를 지어냈다고 말씀하시는 게요?"
남궁정은 계속해서 빈정거렸다.
"설마 천하의 형산파 장문인께서 그러실 리가 있겠소? 다만 이 사람은 혹시 형산파에서 굳이 이 일을 많은 사람들 앞에 꺼내놓으시는 이유가, 형산삼원이 본래 노렸던 사람에 대해 형산파의 우선권을 공인받으시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되었을 뿐이오."
"뭐요?"
원정남은 마치 엉뚱한 누명을 쓴 사람처럼 두 눈을 크게 부릅떴다. 그러나 그의 눈동자는 불안하게 구르고 있어, 그가 무척 속으로 뜨끔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남궁정이 못을 박듯 말했다.
"형산삼원이 본래 노렸던 사람, 그 '천비록'을 가지고 있다는 장백쾌검문의 젊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외다!"
원정남은 크게 콧김을 내뿜으며 외쳤다.
"지금 남궁대협께서는 내가 천비록을 욕심내어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고 있다고 하시는 게요?"
남궁정은 엄숙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만일 아니시라면 이 남궁정은 크게 사죄하겠소."
여유 있게 물고 늘어지는 남궁정에 비해 원정남은 속을 감출 줄 모르는 단순한 사람이었다. 그는 울그락불그락하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근처에 앉아있던 각 문파의 수장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고, 구경꾼들은 술렁거렸다.
"잘하면 오늘 이 자리에서 청루궁과 개방의 대결이 아니라 남궁세가와 형산파의 대결을 보게 되겠군!"
이런 소리가 군데군데서 흘러나올 정도였다. 단 아래에 질서정연하게 무리를 지어 앉아있던 형산파 제자들과 남궁세가의 식솔들 사이에도 신경질적인 눈빛이 오가기 시작했다. 무림맹의 크나큰 행사장에서 벌어진 뜻밖의 분쟁에 드넓은 광장 안의 공기는 차갑게 식어갔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어째서 금릉의 일을 가지고 다투는 거지?"
젊디 젊은 목소리 하나가 느닷없이 구경꾼들 틈에서 터져 나왔다. 뭇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우뚝 일어선 것은 목소리만큼이나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었다. 강호의 유명인사들 중에 그를 못 알아보는 사람은 절반이 넘었지만, 금릉에 뿌리를 박고 사는 사람 중에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는 금릉의 뒷골목패들 중에서도 가장 독하기로 소문난 제갈효(諸葛梟)라는 젊은이로, 낭심제갈의 아우였기 때문이다.
"천비록의 일은 이 금릉에서 시작된 것이고, 당연히 금릉의 무림인들이 나서서 해결할 문제인데 어째서 다른 땅에서 온 사람들이 나서는 거요?"
형산삼원의 죽음을 가지고 형산파가 나설 수 있다면, 낭심제갈의 죽음을 가지고 제갈효도 나설 수 있는 법이었다. 게다가 제갈효는 금릉 토박이라는 점까지 업고 있었으며 금릉의 무림인들은 그 숫자가 결코 적지 않았다.
만일 제갈효가 철없고 성질이 독랄한 데다가 형의 위세를 믿고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가 아니었다면 감히 무림의 영웅들이 득실거리는 이 자리에서 지금처럼 당돌하게 앞으로 나설 수 없었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철없고 독랄한 한 마리의 하룻강아지임에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때때로, 하룻강아지의 짖는 소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을 수도 있었다. 구경꾼으로 자리 잡은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은 금릉 사람들이었고, 이 하룻강아지의 소리에 제법 귀가 솔깃해졌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대놓고 여러 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제갈효의 말이 옳다!"
"천비록은 금릉에서 해결해야한다."
"다른 땅에서 온 사람들은 감히 나서지 말라!"
귀인석의 원정남과 남궁정은 곤혹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두 사람의 말다툼이 삽시에 번져 드넓은 광장 안에 꽉 들어찬 인파들이 저마다 천비록에 눈독을 들인 들개 떼처럼 으르렁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들개 떼의 맨 앞에서 짖어대고 있던 제갈효는 으쓱거리며 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갑자기 그의 얼굴 앞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섬뜩한 칼바람이 지나갈 때까지도 제갈효는 그렇게 웃어대고 있었다.
쉬이익!
짤랑!
한 마리의 방울뱀이 적을 물고 꼬리를 흔들어 방울 소리를 내듯 제갈효의 얼굴을 쪼갠 거대한 칼은 허공에 선혈을 흩뿌리며 곧바로 영롱한 방울소리를 토해냈다.
"으악!"
제갈효의 주변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옷과 얼굴에 튀는 붉은 피를 보며 소스라치게 놀라 비명을 짜올렸다.
"으악!"
제갈효의 주변에서 좀 떨어져 앉은 사람들도 비명을 지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제갈효를 죽인 사람이 들고 있는 한 자루의 폭이 넓은 칼을 알아보았고, 그 칼의 손잡이에 달린 구리로 만든 아홉 개의 고리 또한 알아보았다.
"구환도(九環刀) 정립(丁立)이다!"
누군가가 외쳤고, 사람들은 모두 그 구환도를 든 중년 사내에게 두려움에 찬 시선을 던졌다. 중원삼흉(中原三兇) 중에 하나인 이 구환도 정립은 숱한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은 살인귀(殺人鬼)였다.
살인귀는 본래 원한을 맺은 곳도 많은 법. 결코 이처럼 무림인들이 많은 곳에 함부로 몸을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수천 인파 중에서도 친구나 친지나 제자나 사부를 악명 높은 구환도 아래 여읜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들 중 단 몇 명이라도 힘을 합해 구환도를 징벌하기 위해 나선다면, 그는 결코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구환도 정립은 태연했다. 그는 스산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무림의 보물은 어느 땅에서 나왔다고 해서 그 땅의 것이 될 수 없다! 식은 소리 작작하고 제 목이나 잘 간수해라!"
구환도 정립을 향해 원독에 찬 시선을 던지는 사람들은 많았으나, 감히 나서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구환도 정립에게는 막강한 배후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원삼흉은 바로 이 구환도 정립과 호곡귀(號哭鬼) 해찬량(海贊量), 사음적(死音笛) 소소명(蘇少明), 이 세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다. 본래는 중원사흉(中原四兇)이라 하여 이 세 사람에 철수 사마종까지를 포함했었지만, 악명을 날리던 철수 사마종이 십여 년 전부터 통 모습을 드러내지 않게 되자 이 세 사람만 남았고, 그들 세 명은 모두 의형제를 맺은 사이였다.
지금 이 자리에서 감히 구환도 정립에게 맞서는 사람은 비록 여기서 그를 없애는데 성공하더라도 훗날 호곡귀와 사음적의 보복을 피할 수가 없게 될 것이다. 한 명의 악한이 있고, 그 악한에 대적할 만한 사람이 오직 하나뿐일 때는 아무리 힘없는 사람이라도 최후의 힘을 짜내 악한에게 대적할 수가 있다. 하지만 악한이 한 명이라 할지라도 둘러싼 사람이 많을 때는 오히려 서로 눈치를 보며 목숨을 아끼느라고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다.
물론 명문대파의 사람들은 당연히 나서서 이 악한을 징벌할 의무가 있었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쉽사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귀인석에 앉은 그들의 수장들이 재빨리 관람석의 제자들에게 눈짓을 던져 감히 경거망동하지 말 것을 지시했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많고, 천비록이라는 희대의 보물이 모두의 초점이 된 이상, 자칫 잘못하여 시비가 붙으면 이 어마어마한 군중이 온통 싸움에 휩쓸릴 수가 있을 것이다.
구환도 정립은 여전히 제갈효의 시신 옆에 서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칼을 든 채 스산하게 웃고 있었다. 망나니처럼 풀어헤친 그의 머리칼이 바람을 맞아 검은 깃발처럼 흩날렸다. 군중들은 숨을 죽인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직 그 하나만이 살아있는 사람이고, 다른 이들은 모두 그림처럼 보였다.
마침내, 귀인석에서 한 사람이 일어났다. 그의 머리에 찍힌 선명한 계인(戒印)과 몸에 걸친 황색의 가사, 그리고 손에 쥔 녹옥불장(綠玉佛杖)은 그가 바로 소림 장문인 법통대사(法通大師)임을 말해주었다. 무림맹주가 자리에 없는 지금, 귀인석의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연배가 높은 이 고승이 자연스럽게 우두머리의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노회한 승려의 입에서 엄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시주께서는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 줄로 알고 감히 인명을 해치시는 게요?"
구환도 정립은 뻔뻔하게 대답했다.
"나는 본래 자리를 가리지 않고 마음에 안 드는 놈은 가차 없이 죽이는 성질이오. 늙은 스님께서는 상관하지 마시오."
법통대사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시주는 정녕 관을 보아야 눈물을 흘리겠소?"
정립은 크게 웃었다.
"소림 최고수라는 나한당주(羅漢堂主)가 나온다면 모를까, 늙다리 퇴물의 힘으로는 감히 나를 어쩔 수 없을 거외다."
감히 소림의 수장을 모욕하는 구환도 정립의 말에 군중들은 입을 딱 벌렸다. 구환도 정립이 안하무인이라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었지만, 설마하니 이런 자리에서 소림 방장을 모욕할 수 있을 만큼 간이 클 줄은 몰랐던 것이다.
비무대 아래에 앉아있던 십여 명의 소림승려들의 안색이 변하며 대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의 손에 들린 계도가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다. 또 한 차례의 피가 튀길 순간이었다.
구환도 정립이 손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내 말을 끝까지 듣고 덤비려면 덤비시오."
그의 태도는 하도 태연자약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어쩌면 요 몇 달 강호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그가 산중에 은거하며 호랑이만 때려잡아 간을 수십 개나 먹어치우기라도 한 것일까?
"내게 두 명의 의형제가 있다는 사실은 다들 잘 알 거요."
구환도 정립은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그중 한 사람이 지금 여러 사람들이 탐을 내는 물건 하나를 가지고 이리로 오고 있는 중이오."
소림 승려들을 비롯한 군중들의 얼굴에 경악의 표정이 떠올랐다. '여러 사람들이 탐을 내는 물건'이 과연 무엇인가?
구환도 정립은 군중들의 반응을 즐기며 천천히 말했다.
"바로 그것, 천비록 말이오!"
마른 벼락이 꽂힌 뒤의 정적처럼, 광장 안은 싸늘한 침묵에 잠겨갔다. 천비록이 정립의 의형제 손에 들어가다니?
"법통대사, 만일 귀 소림의 실전된 진산절기들을 되돌려 받고 싶다면 감히 내게 대적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오."
노승의 얼굴이 붉어졌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어찌 그것이……."
구환도 정립은 재빨리 응수했다.
"내 의형제가 바로 며칠 전 장백쾌검문의 고검호라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냈다고 연락을 했소. 우리는 바로 오늘 이곳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소. 좀 있으면 나의 손에 천비록이 들리는 것을 보게 될 거요."
침묵의 시간이 지나가자 장내는 팥죽 끓듯이 소란스러워졌다. 형산파의 원정남도, 남궁세가의 남궁정도, 아미파의 의화성니도, 공동파의 현우진인도 모두 당황한 표정이었다.
오직 구환도 정립만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군중들을 오시(傲視)했다. 모두가 어쩔 줄 몰라 했고, 모두가 이 사실을 믿지 못했다. 하지만 누구도 대놓고 부정할 수 없었다. 천비록을 갖지 못한 사람은 누구나 천비록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사람 앞에 얼굴을 들 수가 없는 것이다.
그때, 전각의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처음에는 그의 등장도 당황한 군중들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곧 몇 사람이 그가 원정남과 남궁정의 말다툼이 있을 때쯤 슬그머니 자리를 비웠던 무림맹의 총관 석운도인임을 눈치챘고, 그의 손에 한 알의 커다란 구슬이 붉은 비단 보료위에 얹혀진 채 받들어져 있음을 알았다.
구슬!
그것은 작은 태양처럼 환하게 빛나는 희귀한 옥구슬이었다. 무엇보다도 그 옥구슬의 표면에 새겨진 정교한 한 마리 용의 모습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무왕룡주(武王龍珠)!"
그것은 바로 무림맹주의 신물이었다. 무림맹주의 신물을 무림맹 총관이 들고 나오는 뜻은 무엇인가?
"맹주님의 전언(傳言)이오!"
석운도인이 장엄하게 외쳤다. 자리에 나오지 않은 무림맹주가 긴급히 지금의 일을 연락받고 내린 말을 그가 전하러 온 것이다.
무왕룡주를 보게 되면 바로 무림맹주를 친견(親見)하고 그의 말을 친히 듣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 끓듯 시끄럽던 광장 안은 삽시에 조용히 가라앉았다. 모두가 예의를 갖추고 석운도인의 말을 기다렸다. 심지어 안하무인의 구환도 정립마저도 감히 이 순간 만큼은 딴 소리를 하지 못하고 칼을 거두어 등에 멘 채 무림맹주의 전언에 귀를 기울였다.
석운도인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비록 그의 것이었으나, 그 말은 바로 무림맹주 송호자의 말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지금껏 강호에 절세의 비급과 영약과 보물의 장보도(藏寶圖) 따위가 나타났을 때마다, 우리 강호인들은 아까운 피를 많이 흘려야 했소."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고개를 끄덕거렸다. 강호의 역사는 언제나 좀 더 강해지고자 하는 사람들의 싸움이 불러일으키는 피와 상잔(相殘)의 역사였던 것이다.
"이번의 천비록은 과연 그 가치라는 면에서 역대의 어떤 보물에도 뒤지지 않소. 특히나, 그것을 가짐으로써 많은 명문대파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에서 탐을 내는 손들이 무척이나 많은 것이오."
그 말도 틀리지 않았다. 물론 천비록에 기재된 것은 천년 전의 신비한 무공이나 가공할 마공(魔功)은 아니었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것들 보다 훨씬 쓸모있는 것이라 아니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고강한 무공이라고 하더라도, 너무 오래된 것은 그 문자가 기이하고 뜻을 새기기 어려워 학문에 정통하지 못한 무림인으로서는 치명적인 오독(誤讀)을 할 위험이 많고, 본인이 익힌 무공의 원류와 극성일 경우 자칫하면 익히는 과정에서 원래 있던 무공마저 날리고 폐인이 될 가능성도 다분하기 때문이었다.
그에 비해 천비록은 전통 있는 명문의 진산 무공이니 대다수의 무림인들이라면 익히는 중에 큰 위험을 당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오, 설령 자신이 익히지 않는다 하더라도 강호를 떠도는 와중에 구대문파의 제자들과 겨루게 될 경우 적의 무공 내력을 짐작할 수 있으니 지피지기(知彼知己)의 우세를 점할 수가 있었다. 게다가, 그 무엇보다도 구대문파에서 천비록을 가진 자를 함부로 대할 수가 없게 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무림맹은 천비록으로 인하여 또 한 차례 강호에 피바람이 부는 것을 좌시할 수 없소. 다른 때도 아니고, 강호의 안녕을 위해 이룩한 무림맹의 깃발이 중원 천지에 날리고 있는 이때에!"
석운도인의 목소리는 쩌렁쩌렁했다. 송호자 다음의 무당파 장문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그가 목소리에 실어보내는 한줄기 내력의 힘도 강맹했지만, 무엇보다도 무림맹주의 말을 대신 전한다는 사실이 그의 음성을 더욱 위엄있게 만들었다.
"하여, 무림맹주 송호자는 다음과 같이 결정하는 바이오. 이번 천비록의 일은 무림맹의 주도 하에 조사되고, 수습될 것이오. 많은 사람들의 손이 닿으면 자칫 분란이 걱정되는 바, 소림과 무당, 아미파와 공동파, 개방과 청루궁이 이 일을 맡겠소이다!"
형산파의 원정남이나 남궁세가의 남궁정의 얼굴은 금세 파랗게 질렸다. 무림맹주의 이 선언은 십대세력에 속하는 방파에만 이 일에 개입할 권리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목된 여섯 개의 방파가 아닌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 결정에 불만을 품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감히 누구도 그 불만을 입 밖으로 내어 말하지 못했다.
강호의 문파라면 어디나 무림맹의 그늘 안에 있었고, 십대 세력에게 한 걸음을 양보해야 하는 처지였다.
광장 안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바람 소리 조차도 숨을 죽인 듯했다.
"하하하!"
별안간 찢어지는 듯한 웃음 소리가 울렸다. 구환도 정립이었다. 그는 미친 듯이 한바탕 웃고 석운도인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이미 천비록이 내 형제의 손에 있는데, 고명하신 무림맹주께서는 어찌하실 거요? 중원삼흉의 목이라도 베고 천비록을 탈취하실 거요?"
석운도인은 침착하게 대꾸했다.
"아직 천비록은 귀하의 손에 있지 않소."
구환도 정립은 코웃음을 쳤다.
"이 정립이 비록 강호에 그렇게 좋은 사람으로 소문나지 않은 것은 사실이오만, 가만 보니 무슨 명문대파네, 거대방파네 하시는 분들이 나보다 더 속셈이 음흉하구려. 미안하오만 나와 같은 강호의 떠돌이들은 오직 혼자서만 움직일 뿐이지 무림맹의 큰 그늘에 은혜를 입은 바가 없으니 굳이 그 결정에 따를 생각도 없소. 잘은 몰라도 이 강호에 아무 방파에라도 소속된 사람이 절반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나와 같은 떠돌이들일 것이오. 떠돌이들이 천비록을 가지면 무조건 무림맹에 뺏겨야 하는 거요?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로소이다!"
그렇게 말하고 구환도 정립은 다시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말이 다 맞는 것은 아니었지만, 과연 무림맹의 손이 직접 뻗치는 커다란 방파에 속한 사람들만큼이나 강호에는 아무 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떠돌이 낭인무사들의 숫자도 적지 않았다.
이 광장 안에도 마찬가지였다. 낭인무사들은 물기가 없는 모래와 같아 서로 힘을 합하는 법이 없고 혼자서만 행동해왔지만, 그들의 머릿수는 결코 무시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십대 세력에 속하지 못한 군소방파들까지 무림맹주의 결정에 불만을 품는다면 여러 모로 강호는 시끄러워질 것임에 분명했다.
수천 군중은 물결에 휩쓸리는 개구리밥처럼 이리저리 움직였다. 아까는 금릉의 강호인들과 금릉에 살지 않는 강호인들로 나뉘어졌다가, 그 다음에는 구환도 정립에게 원한을 가진 강호인들과 그렇지 않은 강호인들로 나뉘였고, 지금은 다시 거대방파에 속한 강호인들과 그렇지 않은 강호인들로 나뉘어졌다. 보이지 않는 은근한 금이 광장에 운집한 군중들을 이리저리 나누고 있었다.
무림맹주를 대신한 석운도장조차 어떤 말로도 그 분열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는 구환도 정립의 날카로운 말에 대꾸조차 하지 못했다.
그때…….
바로 그때, 물에 젖은 것처럼 축 늘어진 오색의 깃발들이 다시 바람을 맞아 펄럭이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어수선스러운 군중들의 머리 위로 구슬픈 호곡성이 들려왔다.
"슬프다! 슬프다! 누구도 그것을 가지고 싸울 필요가 없소!"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