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미니호호 정도만 제외하고는 2002년 "대~~~한민국, ㅉㅉㅉ~ㅉㅉ"의 신화를 기억
할 것이다. 2002년 6월 한반도를 온통 붉게 물들였던 그 감동은, 이제는 일상 속에서는 잊혀졌으나
누가 조금이라도 그 기억을 건드려주기라도 한다면 금방 재생되어 자신만의 6월을 추억할 것이다.
그 붉은 6월을 가능하게 했던 원인들은 수도 없이 많지만 그 중의 하나는 '붉은'이라는 단어에도 있
었다. 세계 스포츠사상 유래가 없었던 응원의 붉은 바다, 사람들은 이를 12번째 선수라고 칭했고, 상
대보다 한 명이 더 많은 이점은 2백프로 효과를 발휘하여 꿈을 이루는데 커다란 바탕이 되었다.
비단 위의 경우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도 스포츠에서의 홈 어드밴티지는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실제
승부 결과로도 반영이 된다. 언뜻 기억하기로는 축구의 경우에는 홈팀의 승률이 60% 전후라고 하고,
야구의 경우에도 메이저리그 통계를 보면 53~55% 정도 홈팀의 승률이 상대적으로 좋다고 한다. 필자
의 경험적 수치에 의하면 국내 프로 야구, 프로 농구의 경우 또한 홈에서 경기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승률이 높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이유들은 아마도 홈팀의 응원, 경기장 시설물들에 대한 적응력의 차이, 국
제 경기의 경우 기후, 음식물 등 제반 환경 조건에 대한 적응력의 차이, 심판의 홈 어드밴티지 적용
등이 맞물려 그런 결과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실내 경기인 바둑은 어떨까. 바둑의 경우에도 위에 적어 놓은 몇 가지 홈에서의 이점이 약
하기는 하지만 완전히 없지는 않은 것 같은데, 이것이 과연 승부 결과에도 반영이 될까? 실제로 이창
호 9단의 경우 한국에서 보다 일본에서의 승률이 현격히 떨어지고, 이세돌 9단은 일본에서의 성적과
중국에서의 성적은 하늘과 땅 차이에 가까울 만큼의 승률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이런 결과는 개인차
에 불과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한다. 필자가 분석한 결과 개인차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둑에서는 어떤 이유에서
인지는 몰라도 홈 어드밴티지가 승부 결과에 전혀 반영이 되지 않았다. 따라서 적어도 바둑에 있어서
는 홈 어드밴티지가 전혀 없다. 그렇다고 역 어드밴티지(오히려 어웨이 경기에서의 승률이 높은 경우
를 생각하여 필자가 임의로 만든 개념임)도 없었고, 단지 국가별 기력에 따라 철저히 결과가 반영이
되었을 뿐이다. 그럼 본격적으로 자료 분석을 하기로 하자.
종합 한국에서 중국에서 일본에서
한국선수 363승 302패(54.58%) 91승 74패(55.15%) 91승 71패(56.17%)
중국선수 156승 186패(45.61%) 179승 194패(47.99%) 133승 123패(51.95%)
일본선수 146승 178패(45.06%) 103승 105패(49.52%) 192승 220패(46.60%)
* 대상 대국 : 세계 메이저 기전 본선 전체를 비롯하여 1980년부터 오늘 현재까지 벌어진 모든
국제대국 중 필자가 유의미하다고 생각하는 대국 2206국을 대상으로 하였다.
빠진 대국은 메이저기전 예선(가령, 삼성배 통합예선), 한중,한일,중일 순수교류전
등 일부 대국을 제외하고는 빠짐 없이 모두 대상으로 하였다.
* 대상대국 중 집계 제외 대국 : 자료의 수가 어느 정도 확보가 가능한 한중일 3국만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대만, 기타 소속의 기원 프로, 아마 기사들의 대국
은 집계하지 않았고, 홈 어드밴티지를 측정할 수 없는 외국기사들
간의 대국 또는 자국 기사들 간의 대국 또한 집계하지 않았다. 가령,
한국에서 벌어진 중일 기사들 간, 한국기사들 간의 대국, 은 반영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 OO선수, OO에서 : 가령, 일본선수라는 것은 일본,관서기원 소속의 프로기사라는 의미여서
조치훈,임해봉 등은 일본선수로 집계되고, 루이,장주주는 1999년 이전은
중국선수로, 이후는 한국선수로 집계되었다. 한국선수가 중국에서 91승
74패를 거두었다는 뜻을 풀이하자면 한국기원 소속의 프로기사가 중국에서
중국기원 소속의 프로기사와 대국을 하여 거둔 성적이 그렇다는 뜻이다.
한 개만 더 해 보면 위 자료에서 일본선수가 일본에서 192승 220패를
거두었다는 것은 일본기원 소속의 프로기사가 일본에서 중일 양국 기원
소속의 프로기사와의 대국에서 거둔 성적이 그렇다는 뜻이다.
* 집계의 신빙성 : 의외로 집계하기가 너무 까다로워서 잠시만 집중력이 흐트러져도 금방 숫
자를 잘못 세기가 쉬웠으므로 어느 정도 오차가 있음을 미리 밝힌다. 그러나
그 차이가 전체의 결과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맨 처음 결론에서 밝혔듯이 홈 어드밴티지는 어떤 부분에서도 포착이 되지 않았다. 필자는 연도별,
대회별로도 자료를 가지고 있으나 거의 난수표를 보는 것과 같은 어지러움을 목격했을 뿐이다. 가령
2002년에 일본기사가 일본에서 10승 28패를 기록했는데 2003년에는 똑같은 환경 조건에서 15승 12패
를 기록했고 작년에는 10승 26패를 기록하는 식이다. 대회별로도 마찬가지다. 단지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국가별 평균 승률이 대국 지역과 관계 없이 그대로 반영이 된다는 사실 뿐이었다.
한국선수가 한국에서 중일 양국을 상대로 거둔 성적은 54.58%인데 반해 중일 양국에서 거둔 성적은
182승 145패로 55.66%, 오히려 어웨이에서의 승률이 더 좋다. 또한 중국에서 보다는 일본에서의 승률
이 1% 포인트 정도 더 좋으나 이는 중일의 기력을 반영하는 것이지 대국 장소와는 무관해 보인다.
중국선수는 중국에서 47.99%, 한일 양국에서는 289승 309패로 48.33%. 역시 조금이나마 외국에서의
성적이 더 좋다. 또한 한국에서 보다 일본에서의 성적이 5.3% 포인트 차이로 월등히 좋으나 이 역시
기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 대국 장소와는 무관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일본선수는 일본에서 46.60%, 한중 양국에서는 249승 283패로 46.80%. 일본 역시 아주 미
세하지만 어웨이에서의 승률이 조금이나마 더 좋고, 또 역시 한국 보다는 중국에서의 성적이 월등히
좋으나 앞에서와의 똑 같은 잣대가 가능하다고 여겨진다.
위의 분석에서 재미있는 현상이 한 가지 포착되었다. 이는 역 어드밴티지가 미세하나마 포착된다는
것이다. 한국은 1.08%, 중국은 0.34%, 일본은 0.20% 포인트 차이로 홈에서 보다 어웨이에서의 승률
이 더 좋다. 그렇다면 과연 역 어드밴티지가 존재하는 것일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것과는 관계 없
어 보인다. 이런 분석 결과는 아마도 자국에서 주최하는 기전의 다소, 각국 프로기사들의 평균 기력
의 차이와 연관되는 것 같다.
세계 대회의 주최는 한국이 제일 많이 하고 있다. 과거 동양증권배, 현재의 LG배, 삼성배. 총 54개
메이저 기전 중 25회를 한국에서 주최를 했으므로 거의 50%에 육박하는 수치다. 그런데 세계 대회가
열리면 예외 없이 1차전은 주최국에서 치르게 된다(농심배는 아니나, 이는 정예선수들만 출전하는 국
가 대항전이다). 그런데 자국의 선수들이 많게는 50% 가까이 출전하는 자국 주최 기전에서는 아무래
도 기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자국 선수들이 많이 출전하게 된다. 그 결과로 대국수가 가장 많은 1
차전의 승부 결과는 정예만 출전하는 타국에 비해 승률이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가 반영
된 것이 위에 언뜻 역 어드밴티지로 보이는 수치들로 나타난 것이고, 주최기전이 가장 많았고, 과거
층이 엷었던 한국 바둑의 현실이 중일에 비해 훨씬 많은 차이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최 기전
이 더 많은 일본보다 중국이 상대적으로 약간이나마 더 큰 수치를 보이는 것은, 아무래도 상대적으
로 과거 중국보다는 일본기사의 정상급 층이 더 두터웠음이 그 이유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이상으로 종합해 볼 때 바둑에서는 홈 어드밴티지가 실제 승부 결과에 전혀 반영이 되지 않고, 대국
장소에 따른 승부 결과는 대국장소와는 무관하게 철저히 각국 기력에 따라 반영이 된다고 할 것이
다. 결국 이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바둑을 어디서 두나 현재까지 누적 성적은 한국이 가장 우수하
고, 중국이 일본을 따라잡았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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