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중 몇 안되는 최고의 시즌 10월이다.
하늘은 청옥에 흰무늬를 깐듯
귀한 광택이 나고
산과 들에는
잘 버무려진 잡색천지다.
마지막으로 가는 과정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건?
무릇
살아 있는 것들이란
한번은 최고의 순간을 누리고 싶어하는
원초적 본능이 있기 때문인듯하다.
2015년 10월 산행지는
전남고흥의 팔영산이다.
9월은 추석과 겹치는 관계로 취소되어
두달만의 산행이 반갑다.
금산팀은
악동님의 차를 타고 단체로 운동장으로 출발한다.
뉴영일관광차는
10월 대목으로 바쁜지 다른 차량으로 대체되었는데
낯설다.
조나단 회장도 개인적 용무로 불참이다.
출발이다.
출발하자 마자 유선비가 막걸리 한잔을 권한다.
수선화가 부쳐온 부침개 한조각에
달콤하고 고소한 막걸리 한잔이
행복으로 다가온다.
문득
매콤 부침개의 여왕 김근수씨가 생각난다.
그 부침개도 그립다.
산행인원은 당초 신청인원보다 3명 빠진 36명이다.
오늘 산친구의 특징으로는
새로운 얼굴들이 많다는 것이다.
자스민 사단과 씽총무
그외 여러분들의
관심과 도움으로 만족하며 떠난다.
간만에 보는 도담도 반갑다.
경품추첨으로 시끌벅적한 관광버스 안은 열기로 가득하다.
랄드의 아로니아 엑기스 협찬도 감사하다.
최고의 계절인 만큼 휴게소 주차장은
차들로 빼곡하다.
주변의 논과 밭 산들도 가을기운 가득하다.
10시를 조금 넘긴 시각에
고흥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오늘 코스로는
원점회기산행으로
거리는 8km
시간은 5시간 정도 소요예정이며
산대장은
오후 4시까지 산행을 마감하자고 한다.
넓은 주차장엔
10월의 산행지 답지 않게
관광버스 서너대만 주차되어 있을 뿐
텅텅 비어 있는 것이 썰렁하게 느껴진다.
기념사진을 찍고
팔영산을 향해 출발이다.
마을어귀를 돌아서자
팔영산의 여덟 봉우리가
우리 하나하나를 관찰이라도 하듯
장엄한 모습으로 내려보고 있고
그 밑으로 팔영산의 지킴이인듯한 능가사가
납작하게 엎드려
우리를 안내하고 있는듯 하다.
능가사 앞에는
할머니들이 일렬로 앉아 직접 가꾼 곡식을 내놓고
무언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농촌의 정겨운 풍경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내 마음은 아리면서
저리다.
능가사 좌측으로 난 길을 따라가니
오토캠핑장을 갖춘 너른 뜰이 나오고
조금을 더 올라
솟을 대문을 통과 하면서
팔영산으로 들어간다.
씽총무와 늦은 출발로
발걸음이 바빠진다.
가을기운에
맥빠진 잡풀이 우거진
널쯕한 촌길을 헐레벌떡 오른다.
1차 목적지인 유영봉까지는 1.8km
1시간 정도 소요되는 거리다.
10시 50분쯤
흔들바위에서 동료들을 무더기로 만났다.
반갑다.
음료들로
목을 축이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오른다.
길은 험한편은 아니지만
퍼지는 모래길에
크고작은 돌들이 흩어져 있어
미끄러지기 쉬운길이다
10월 하순이지만
단풍으로 변한 나뭇잎은 거의 없고
파란색 원형을 거의 유지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활엽수로 덮혀있고
중간중간 설익은 단풍나무가 외톨이 마냥 서 있다.
11시 초반대를 넘기면서
하늘이 조금씩 열리고
경사진 바윗길에 철난간을 의지하며 오르니
등산로 왼편으로 솟아있는 암릉이 보이고
줄을 타고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제1봉 유영봉이다.
여닐곱평 남짓의 평평한 봉우리에서
산과 바다의 절경을 동시에 접한다.
크고 작은섬
섬반 바다반일 만큼
진정한 다도해의 모습이다.
남서쪽 방향으로는
붉은색 철계단과
가로형으로 비스듬이 빗대어져 있는 회색 철계단 난간이
둔탁한 형태로 선명하게 보이고
악어 등껍질 같은 거무잡잡하고 거친 바위군락인
세개의 암봉이 나란이 서있는 모습이 들어온다.
이산은
전형적인 뫼山자 형태의
암릉 무더기로 이루어진 산이고
바위결은 불규칙하며
우둘투둘,삐죽삐툴하게 정돈되어 있지 않으며
일부구간을 정비한다면
암벽 등반도 가능할거란 생각도 든다.
크게
힘들거나 위험해 보이지는 않는다.
유영봉에서의 멋진 광경으로
많은 산객들이 들떠있는듯하다.
주변의 조망을 감상하며
거뜬히 2봉 성주봉에 오른다.
저마다
이름 있는 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산객들로 붐빈다.
3봉 생황봉
4봉 사자봉
5봉 오로봉을
철난간,철계단과 쇠고리줄 쇠발판에 의지해 봉우리를 오른다.
비슷비슷한 봉우리고
고흥하늘 같은 땅이지만
봉우리 이름에 따라 느낌도 다르다.
5봉인 오로봉에서 바라보는 6봉은
여태껏 보아왔던 봉우리와는 다른 느낌이다.
산대장과 얘기도중에
거창 우두산의 의상봉과 비슷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높은 봉우리와 우람한 덩치로
팔영산의 중심이 되는것 같다.
산을
삥 둘러싼
모세혈관 같은
회색빛 가는 철난간이 인상깊다.
산대장은 6봉을 넘어 점심을 하자고 한다.
6봉을 오르는 길은
완만한 경사길로 시작하나 차츰 가파르다.
철난간을 의지하지만
일부구간에서는 급경사에 미끄러운 암벽으로
긴장과 스릴이 충분하다.
모세혈관 같은 철난간이 우리들과 6봉의 정기를 이어주는
중간역할을 하는듯 하다.
6봉 두류봉이다.
동남쪽으로는
섬밭처럼
바다에 새까만 섬들이 떠 다니고 있고
더 멀리에는
흐릿한 건물들의 형태가 보이는데 여수라 한다.
서북쪽으로는
바다와 강이 만나는 지점으로
김해평야와 같은 퇴적물로 이루어진
삼각주 형태의 비옥한 논들이 조성되어 있다.
북쪽으로는
우리가 올라온 능가사와
오토캠핑장이 선명하게 보인다.
오르면서
나무를 보았을때는 푸른빛이 선명했지만
위에서
숲전체를 보니
위쪽에 단풍끼가 살짝 비친다.
두류봉을 내려와
7봉으로 가는 중에
널찍한 공간이 나오고
12시 20분쯤
삼삼오오 서너팀으로 나눠 점심식사를 한다.
아로니아 당첨품이
멋진 칵테일로 만들어져 쇼까지 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1시10분쯤
점심을 끝내고
출발이다.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나니
다들 힘이 넘치는지
더 시끄럽고 더 활기차며 더 요란하다.
7봉인 칠성봉을 넘고
8봉인 적취봉에 도착했을 때는
우리 모두 숙성된 친구인듯 하나의 느낌이다.
쓰나미님과 홍기자님의 사진메들리
쟈스민,악동,땡초의 자폭 콜라보레이션
많은 웃음에
챙겨주는 훈훈한 모습까지
오랫동안 기억될것 같다.
유니와 도담외 또다른 한분은 깃대봉까지 갔다 온다고 한다.
산욕심과 체력이 대단하다.
이번산행의 특징으로는
가을=단풍산행이라는 공식이
반드시 성립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산대장의 선택이 훌륭했다는 판단이 든다.
또한
1봉에서 8봉까지
선두와 후미할 것 없이
거의 같이 움직였으며
잡성난무
왁자지껄
체력보강
소문만복래로
멋진 산세만큼이나 멋진 팀웍을 유지하며
안전하게 산행했다는 점이다.
8개의 봉우리들을 탐방하고 하산이다.
내려가는 길은 팔영산 휴양림과 연걸되어 있다.
내려가는 길목 중간중간에
평상을 설치해 놓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우리 일행들도
내려가다 잠시
평상에 앉아 짬을 내 휴식을 즐기고 있다.
독사님의 족발을 꺼내 평상에 삥 둘러 앉아
힐링님이 병권을 쥐고 주권을 행사하고 있다.
공급과 배급능력이 예사롭지않다.
많이 해본 솜씨인듯 빛을 발하고 있다.
편백나무 숲
피톤치드의 날선 침투를
양껏 개방하고 느끼며
기분 좋은 하산을 한다.
즐거운 하루였다.
회원들간의 개성과 특징이 잘 조합된 하루였다.
내가 알고 있는 회원들의
개성과 특징을 캡쳐 해본다면
.
.
쓰나미님과 홍기자님의 콤비
쟈스 악동 땡초의 합작
유니와 도담의 체력 남녀
따오기님의 추임새
독사님의 쌩뚱
황후님의 이름값
마시멜로의 여유
강수근의 굵은미소
헤리의 변신
수선화의 만개
미소지기의 활짝
유선비의 일탈
힐링님의 병권
고웨스트의 두목
행복남의 설레발
허병정의 친구야
산울림의 양다리
씽총무의 능력
산대장의 촉
짱아의 정보수집
장롱의 아줌마
.
.
재미삼아 나열해 보았는데 혹...
정각 오후4시에
오늘산행을 마감한다.
세상사
목표와 선택과 집중만으로는 너무 각박합니다.
내일은 울지라도
오늘은 웃어야
내일이 덜 서운하고 덜 억울할것 같고요!!!!
우리 즐겨찾기 산악회는
회원 여러분들이 주인인 조직이고
우리 모두를 위한 모임입니다.
회원 여러분들의 관심과 노력이
우리 자신에게 돌아올거라 믿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첫댓글 시월의 마지막날 멋진 산행기....잘 읽었슴돠!
팔영산의 풍광이 다시 떠오르네요!ㅋㅋ
장롱님 덕분에 그날의 감흥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네요. 글 솜씨도 어찌 이리 좋은지 감탄사 연발입니다.
장농은 담에 작가로 나서거라...ㅎㅎ
좋네 좋아...
산과 그속의 사람이^^
작가인 롱도좋고...
산행안해도 눈에 선하다
담에도 EYE산행할까ㅎㅎ
섬세함이 느껴지는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달달이산행후기써주시는 장롱부회장님감사해요 .헉근데 내가두목 흑흑흑
멋진 산행기 입니다.. 산을 오르면서 바쁘기도 할 터신데 이토록 그날의 여흥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산행기네요.. 수고하셨습니다
땡초 언냐가 압권~
한편의 수필집을 읽어 가는듯ㅋ
롱 계속 롱롱하셔^^
박수 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