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으로 하나가 되다!"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한중문화교류 시낭송, 선양에서(2017.2.26.~28.)-
-설레며 나선 걸음-
시낭송을 통한 한중문화교류에 대한 첫걸음을 내디디려 나선 우리의 중국 선양(심양)행은 안개에 싸인 듯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임원들 중 시간 있는 회원들이 현지답사 겸 나서는 길에 서로를 알리는 방법으로 방문하는 회원들의 시낭송과 중국 동포들의 공연을 곁들이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일정이 더 빠듯하게 돌아갔다.
준비하면서 우리의 시낭송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짧은 시간이지만 퇴근 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구미, 왜관, 성주 등지에 모여 연습한 회원들의 정성은 비행기 안에서도 이어가면서 우리는 우리의 정성을 진정성 있게 전달하자고 다짐을 했다.
선양에 내렸을 때는 점심 먹을 시간도 빠듯하게 바로 3시에 있는 공연에 임하기 위해 서둘렀다. 8명의 회원이 여러 편의 시를 맡아서 낭송해야 하므로 가이드로 나오신 분이 “이사들 온 것이냐?”고 우스갯말을 할 정도로 의상을 준비한 무거운 가방을 들고 한중문화교류원에 들어섰다.
중국에서는 시낭송이라고 하면 격앙된 어조로 시어를 전달하는 것이나 시집을 들고 읽는 수준으로 우리의 방문을 처음엔 폄하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이번 행사의 촉매 역할을 하신 동북3성 연합회 손명식 회장님께서 “어쩌면 시낭송 공연 중에 관중들이 자리를 뜰 수 있으니 서운해 하지 말라. 솔직히 조금 염려가 된다.”라고 하였고, 한중문화교류원 원장님은 시낭송 공연이 시작되기 전 관중들에게 끝까지 자리를 지켜 달라고 부탁까지 할 정도였으니 시낭송 문화가 얼마나 그들에게 생소한지 충분히 짐작이 되었다.
-시낭송의 성공을 오롯이 관중들에게-
관중들의 호응이 냉랭할 것이라고 걱정한 선양의 관계자들의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차분하게 자리를 잡은 관중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했고, 행사가 끝날 때까지 한 사람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무대에서 시낭송을 하면서 바라본 그들의 표정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고개를 끄덕이고, 박수를 치고, 눈물을 훔치기도 하면서 무대에 선 우리들과 한 마음이 되어 같이 시낭송을 이끌어 주었다.
그 시낭송이 노래였다면 다함께 따라 부를 정도로 함께한 시간이었다. 시낭송이 생소한 그들이 가슴 밑바닥을 적시는 떨림을 느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들 가슴이 더 떨렸다. 이번의 시낭송 행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한중문화 교류 시낭송회'가 개최될 수 있도록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하신 많은 분들과 행사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해준 관중들에게 오롯이 돌리고 싶다.
-한 알의 씨앗이 된 시낭송-
나 하나가 꽃을 피우면 풀밭이 온통 꽃밭으로 변하고, 나 하나부터 물들면 산이 온통 물들 수 있다고 첫 문을 연 우리들의 낭송은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얼마나 애틋한 세월을 보내야 하는지를 ‘나 하나 꽃 피어(조동화)’, ‘꽃(김춘수)’, ‘흔들리며 피는 꽃(도종환)’, ‘국화 옆에서(서정주)’에 담았다. 이어서 ’의자(이정록)’, ‘나무 그늘(박재동)’, ‘그늘(하청호)’을 통해 어머니의 품과 서로 어울려 보듬는 삶을 들려주었다.
‘나(임길택)’, ‘쟁기(박운식)’, ‘아버지(임길택)’, ‘아버지의 기침 소리(이미애)’를 통해 가족들에게 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던 아버지의 삶을 재조명해보았다. 시이미지화 사이사이에 ‘청산도(박두진)’, ‘고풍의상(조지훈), ‘고향(박두진)’을 통해 늘 그리운 우리의 산과 들, 그리고 문화를 그려보았다.
그리고 중국의 동포들이 달력에 시를 새겨 기리고 있는 시인 윤동주의 ‘서시’, ‘쉽게 씌어진 시’, ‘자화상’, ‘별 헤는 밤’을 낭송하며 일제 강점기 때 시를 통해 저항했던 탄생 100주년을 맞는 윤동주 시인의 삶을 다시 천착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무대는 타국, 타향에서 늘 그리는 고향에 대한 마음을 ‘향수(정지용)’를 담았다. 동북3성 회장님께서는 시낭송을 들은 것이 아니라 마치 여러 편의 연극을 이어서 본 것 같다며 오랫동안 감동에 잠겨 계셨다. 그리고 중국의 우리 동포들이 준비한 노래와 춤, 연주가 곁들여졌으니 저절로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2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같은 공간 안에 머문 우리들은 시 한 구절이 모두의 가슴에 고향, 부모님, 조국을 단단하게 심어 준 한 알의 씨앗이 된 벅찬 시간이었다. 이제 이 씨앗은 푸르고 싱싱하게 싹을 틔우며 자라날 것이다.
-치유의 다리가 된 시낭송-
경쟁이 된 사회를 살아가면서, 그것도 조국이 아닌 타국에서 굳건히 발을 디디기 위해서 우리 동포들이 얼마나 어려운 시간을 보냈는지 우리는 감히 짐작을 못한다. 단지 현재 잘 살고 있는 어떤 면을 보고 안도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 어려운 동포들이 많다고 하신 농림대학 교수님은 이번의 우리 시낭송 활동을 통해 그야말로 마음의 치유를 얻었다고 하였다.
마치 울고 싶을 때 엄마가 다정하게 토닥이듯 그렇게 들린 시낭송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앞으로 더 열심히 조선족 2세들을 잘 가르치겠다고 하실 때는 가슴 한 구석이 찌르르 울려서 한참을 눈을 감고 있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가 한 시낭송은 단지 시어(詩語) 하나, 시 한 구절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진 치유의 다리가 되어주기도 했다.
-늘 조국을 품에 안고 있는 동포들-
도산 안창호 선생님, 안중근 의사, 윤동주 시인 등 우리가 지키고 배워가야 할 선조들에 대해 무한 애정을 가진 그들을 보면서 때론 너무 안일하게 현재를 살아가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조국이 있고, 조국의 말과 글이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들을 보면서 국내외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이 많이 안타깝고 걱정되기도 했을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조국의 과거를 오롯이 기억하고 나아가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그들의 마음을 읽자 시낭송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나눠드리려 갔다가 더 큰 나눔을 안고 돌아오게 된 시간이었다.
-바른 시낭송을 위한 다짐과 약속-
선양 행사를 마치고 많은 것을 배우고 담았다. 국어교사의 입장에서 바라본 바는 더 뜻 깊었다. 한중교류문화원 원장님은 우리글과 우리말의 맞춤법에 서툰 조선족동포들과 2세들이 우리 어휘를 점점 잃어가는 것이 안타까워 국어사전을 곁에 두고 공부하며 우리 동포들에게 알린다고 하셨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우리말을 잊지 않고 익히려는 조선족 초등학생들에게 우리들이 한 시낭송을 꼭 들려주고 싶다며 길림성, 흑룡강성에도 찾아달라고 하신 어느 교수님의 말씀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 주말이면 한글 지도 봉사를 하신다는 그의 행적이 바로 애국이 아닌가 싶었다.
그들이 우리의 시낭송이 동포들의 가슴에 감동을 주고 우리말을 잊지 않게 하는 '민들레 씨앗'이라며 고맙다고 할 때는 가슴이 울컥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오면서 작은 다짐 하나를 가슴에 깊게 담았다. 이렇게 우리말을 소중하게 여기며 지키고자 하는 동포들이 있는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로, ‘바르고 좋은 시낭송’이라 생각하며 국어교사로서 도울 수 있는 부분들은 회원들과 나누기로 했다.
-시낭송을 통한 한중 문화 교류 협약식 체결-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아 한중문화교류원과 동주학당에서는 2017년의 달력을 윤동주 시인의 시로 제작하였고,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은 문화원 계단을 오를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시의 구절들이었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를 때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 한 송이 한 송이 안겨오는 듯했다.
문화원 곳곳에 담겨 있는 나라 사랑의 흔적은 안중군 의사의 항일운동에서 정점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가 해야 할 숙제인 ‘통일’을 염원하는 평화의 벽에 우리의 염원을 함께 담는 시간도 가졌다.
-더 큰 나눔을 배운 아름다운 마중물-
가볍게 시낭송을 전하고, 또 나누려고 갔던 선양행은 우리에게 큰 선물을 주었다. 시낭송의 울림이 한국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의 동포들에게 큰 감동을 전하고 “한중교류문화원 동주학당”과 시낭송 한중교류협약식도 가지는 성과를 이뤄냈다.
경북재능시낭송협회(회장 이소연)와 한중교류문화원 동주학당(이사장 안청락-대한민국 독도사랑협회 회장)은 한중간 시낭송 모임을 중심으로 한 문화 활동으로 문화교류를 활성화하고 나아가 한민족의 대화합을 이룬다는 가슴 벅찬 약속을 하였다.
이것은 한중간 시낭송 활동을 통해 우리말과 우리글을 펑펑 솟아나게 하는 ‘아름다운 마중물’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출발선에 서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한 순간의 감동이 단순히 감동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새로운 숙제이다. ♣
<2017. 2. 16. 재능시낭송경북지회 총무 하정숙>
첫댓글 선생님을 글을 보니 그날 우리가 하나되어
시낭송을 통해 조국의소중함과 나라사랑을 느겼던것이 다시 생각나네요~^^
글 너무 멋집니다~^^
총무님 그날의 무대를 잊을수 가 없네요. 아직도 심양이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심양을 다녀와서 애국심과 동포애가 생긴것 같아요
시낭송이 이렇게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도 기뻐요
좋은 글로써 회원들에게 전달해주시는 맘 또한 감사합니다.
역쉬-!재능시경북지회 임원진들의 역량은 대단하십니다
아름다운 글향에 마음 뎁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