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별 슈퍼비전
나아가기 활동을 함께하고 있는 준형이가 곧 전학을 갑니다. 준형이와 어떻게 마무리를 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화현 선생님께서 준형이가 걱정이 되는 것인지, 헤어짐에 대한 저의 마음이 걱정 되는 것인지 물으셨습니다. 둘 다입니다. 1대1 멘토링을 하면서 이별한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준형이와 짧다면 아주 짧다고 할 수도 있는 시간을 함께 했음에도 정이 많이 들었고, 처음 만난 날이 생생히 기억남과 동시에 그때보다 성장한 준형이의 모습도 보입니다.
화현 선생님께서 저에게 준형이는 어떤 아이냐고 물으셨습니다. 약 두 달 간 준형이를 보면서 쭈뼛거리며 하기 싫다는 말을 일삼던 모습보다도 다가와주고 따라주는 모습이 많아졌기 때문에 앞으로 준형이가 더 성장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생겼습니다. 준형이의 그동안의 모습이 떠오르고, 신강초에서 이제 못 본다고 생각하니 아쉽고 슬픕니다. 성장하는 준형이의 모습을 앞으로도 계속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화현 선생님의 물음에 대해 “앞으로 계속 보고 싶은 아이.” 라고 답했습니다. 화현 선생님께서는 아이가 내 옆에 없더라도 잘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하고 그렇게 만드는 것이 우리들의 할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학교사회복지사로서 일을 하게 되면 아이들과 이별하는 경험이 많을 것입니다. 그때마다 감정적으로 힘들어 할 수는 없습니다. 진심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믿고 응원하고 지지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전달해주고 아이들도 저에게 그런 지지를 주면서 서로 기분 좋은 사랑의 이별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준형이와 헤어지게 되면서 그런 이별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준형이와의 이별을 슬퍼하는 것 보다 정말 준형이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알려주면 좋을지 고민하는 일입니다. 그 아이에게 도움 되는 일을 찾아야합니다.
준형이는 조금 느린 아이입니다. 반응하는 것도, 받아들이는 것도.. 준형이가 조금 늦으니까 제가 한 템포 앞에 서야 합니다. 준형이가 지금은 전학 가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감정 없이 이야기 하지만 막상 전학을 가게 되면 새로운 학교에서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런 모습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화현 선생님께서 준형이에게 신강초 친구들과 선생님께 어떻게 인사하면 좋을지, 새로운 학교에 가서 어떻게 인사를 하면 좋을지 등등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인사하고 싶은 사람 있어?”, “전학 가는 날 뭐 입고 갈 거야? 날씨가 많이 더워져서 두껍게 입지 않는 게 좋아.”, “준형이가 좀 더 씩씩하게 걸었으면 좋겠어.”, “새로운 친구들이랑 어떻게 지내고 싶어?” 연습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거들어주는 일이 저의 일입니다. 다음 준형이 만남 때 이런 이야기들을 나눠야겠습니다. 개별슈퍼비전을 통해 저의 마음을 다스리고, 제가 당장 해야 할 일이 무엇이 있을지 이성적이고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2. 행복한 쉼터 개방
점심시간에 찾아온 강민이, 서윤이, 하연이, 다은이에게 환경리더단에 대해 더 설명해주고 진지하게 임할 것을 부탁했습니다. 서윤이가 신청동기에 ‘놀고 싶어서’ 라고 작성을 하였습니다. 환경리더단은 노는 것 보다는 다 함께 신강초를 대표해서 환경을 지키는 일이고,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알겠다며 동기를 고쳐 썼습니다. 집단활동을 진행할 것이 기대도 되지만 걱정이 됩니다. 아이들을 믿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해야겠습니다. 아이들 또한 그럴 수 있도록 거들어야겠습니다.
3. 나아가기 (도영)
6월부터는 도영이와 공부를 함께하기 위해 도영이와 상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기초학력 검사 결과, 도영이의 맞춤법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껴서 맞춤법 공부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묻자 사회 공부만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사회를 제일 잘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국어는 글씨를 못 쓰기 때문에 싫다고 합니다.
“다들 글씨 이상하다고 뭐라고 해요.”
“그럼 도영이 글씨가 이상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
“선생님이랑 그럼 글씨 쓰는 연습을 하자. 도와줄게.”
도영이가 100% 받아들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하루 한 장이라도 하는 것으로 했습니다. 하지만 도영이는 계속해서 공부하기 싫다고 했습니다. “도영이는 뭐하는 게 제일 좋아?” 라고 물었습니다. 도영이에게 물음과 동시에 저에 대한 반성을 했습니다. 단순히 도영이가 자동차를 좋아한다는 것은 알지만, 어떤 것을 해야 가장 기분이 좋은지, 잘 집중할지 아직도 잘 모른다는 것이 저의 부족함으로 느껴집니다. 도영이는 “자동차를 사주는 게 제일 좋아요.” 라고 말합니다. 도영이에게 마냥 장난감 자동차를 사줄 수는 없습니다. “선생님이 바라는 거 하나, 도영이가 바라는 거 하나 이렇게 하자. 선생님과 함께 하는 활동이니까. 선생님이 바라는 건 도영이가 공부를 하루 한 장이라도 하는 거야. 그렇게 하면 도영이가 바라는 걸 또 하나 하는 거지.” 라고 말하자 도영이가 알았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의할 줄 아는 도영이가 대단하고 그런 도영이에게 고맙습니다. 6월에 할 다른 활동으로 화분을 키우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습니다. 도영이는 식물을 잘 키우지 못한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도와줄 수 있다고 하니 조금 관심을 보입니다.
“5학년 누나는 미니 당근을 키우고 있는데 도영이도 당근을 키울래? 방울토마토도 있어.”
“방울토마토 반, 당근 반 하면 안돼요?”
“그럼 우린 방울토마토를 사고 5학년 누나한테 반만 빌려주고, 누나한테 당근 반 빌려 달라할까?”
“네.”
그렇게 도영이와 방울토마토를 키우기로 했습니다.
이전에 도영이를 위해 산 rc카 조립하기가 도영이가 하기 너무 어려워서 조립하지 못하고 복지실에 그대로 있습니다. 준형이가 그것을 보고 본인이 형이랑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준형이에게 그 자동차 주인이 있기 때문에 그 아이에게 물어보고 알려주겠다고 말 한 상태였습니다. 도영이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고 형한테 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고 하니, “너무 형 부려먹는 거 같은데..” 라고 합니다. 형이 할 수 있다 했고, 하고 싶다고 말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상대방의 기분을 살필 줄 아는 도영이가 기특합니다. 그러자 도영이가 형에게 주는 것을 허락했습니다. 본인의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주기 싫을 수도 있는데 형에게 양도하는 마음이 예쁩니다.
6월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 후, 도영이와 디폼블럭을 이용해서 자동차를 만들었습니다. 도영이가 지난시간에 미리 이번시간에는 디폼블럭으로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하였습니다. 막상 만들다보니 집중을 잘 하지 못하고 재미없다고 합니다. 도영이에게 만들기 싫은 것이냐고 물으면 “아니 그게 아니라..” 라고 말합니다. 도영이는 제가 활동을 준비한 것을 알고 그에 맞게 행동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하기 싫다는 말을 바로 못합니다. 그 모습에 저는 더 잘 준비하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저의 기분을 생각하는 도영이가 고마우면서도 안쓰럽습니다. 그래도 재미없는 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디폼블럭을 마무리 하고 도영이가 좋아하는 자동차를 이용하여 이야기 만들기를 했습니다. 자동차가 사고 난 이야기를 주로 만들었습니다. 도영이에게 이번에는 평화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자 소방차가 지나갈 때 다른 차들이 길을 비켜주는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도영이에게 제안한 주제를 잘 만든 것에 대해 칭찬하였습니다. 도영이는 이야기를 잘 만듭니다. 도영이가 좋아하는 자동차를 이용하니 더 잘합니다. 이런 점을 활용하여 도영이가 더 집중할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야겠습니다.
첫댓글 사회사업가 관계를 돕는 사람입니다. 준형이가 새로운 환경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예진 선생님이 준비하고 도와주세요. 사람의 기억이란 억지로 남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마음 남습니다. 예진 선생님이 형준이를 위해 애쓴 마음 형준이에게도 전달되었을 겁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그건 형준이 몫으로 둡니다. 그저 정말 잘 성장하게 믿고 기다리며 응원할 뿐입니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의할 줄 아는 도영이가 대단하고 그런 도영이에게 고맙습니다."
도영이와 의논하고 상의하며 도영이가 할 수 있는 일을 부탁했군요. 잘했습니다.
너무 형 부려먹는 거 같은데..” 라고 합니다.
우리 도영이를 자신이 다른 사람을 위한 마음이 큰 것 같아요. 지난번 엘리베이터에서도 기다려 줘서 고맙다는 말을 "왜 기다렸어요?"라고 했지요?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이 힘들어질까 봐 걱정하는 것 같아요. 마음이 여리고 착한 아이입니다.
그래서 부탁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을 거예요. 그 내면에는 한편 거절에 대한 두려움도 있겠지요. 혹시나 자신이 말했는데 상대가 거절하면 받는 상처가 클 겁니다. 도영이에게 언제든지 들어주고 함께해 줄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많이 알게 해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