莊子 外編 10篇 胠篋篇 第3章(장자 외편 10편 거협편 제3장)
성인이 죽지 않으면 큰 도둑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비록 성인이 거듭 나타나 천하를 다스린다 해도 이는 도척盜跖 같은 도둑을 거듭 이롭게 해 주는 일일 뿐이다. 성인이 천하를 다스리기 위해 됫박을 만들어 곡식의 양을 헤아리면, 도둑은 됫박까지 아울러 훔치고, 저울을 만들어 무게를 재면, 저울까지 훔치고, 부새符璽를 만들어 신표로 삼으면 부새까지 훔치고, 인의를 만들어 바로잡으려 하면, 인의까지 훔친다. 어떻게 그러함을 알 수 있는가. 혁대 고리를 훔친 자는 죽임을 당하지만 나라를 훔친 자는 제후가 된다. 제후들의 문에는 인의가 있으니 그렇다면 인의仁義와 성지聖知까지 훔친 것이 아니겠는가.
그 때문에 큰 도둑이라는 오명惡名을 떨쳐 버리고 제후라는 이름을 내세워 인의를 훔치고 됫박과 저울, 부새의 이로움까지도 아울러 훔치는 자들은, 높은 관직으로 보상을 해 줘도 선을 권장할 수 없고, 도끼의 위협이 있다 하더라도 도둑질을 금지할 수 없다. 이는 도척 같은 도둑을 거듭 이롭게 해서 금지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성인의 잘못이다.
그래서 물고기는 깊은 물속에서 벗어나서는 안 되고 나라의 이로운 기물은 사람들에게 보여 주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성인이라는 존재는 천하를 다스리는 이기利器인지라 천하에 밝게 드러낼 것이 아니다. 그 때문에 성聖과 지知를 끊어 버려야 큰 도둑이 그칠 것이며, 보옥을 던져 버리고 구슬을 부숴 버려야 작은 도둑들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부새를 깨 버려야 백성들이 소박함을 회복하며, 됫박을 부수고 저울을 분질러 버려야 백성들이 다투지 않을 것이며, 천하의 성법聖法을 없애 버려야 백성들이 비로소 의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육률六律의 가락을 흩뜨려 버리고 악기를 태워 버리고, 사광師曠의 귀를 막아 버려야만 천하에 비로소 사람들이 밝은 귀를 간직하게 될 것이며, 화려한 무늬를 없애고 다섯 가지 채색을 흩어 버리고 리주離朱의 눈을 갖풀로 붙여 버려야만 비로소 천하 사람들이 밝은 눈을 간직하게 될 것이며, 갈고리를 부수고 먹줄을 끊어 버리고 그림쇠와 곱자를 버리고 공수工倕의 손가락을 꺾어 버려야만 비로소 천하 사람들이 기술을 간직하게 될 것이다. 그 때문에 큰 기술은 마치 졸렬한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이다.
증삼曾參과 사추史鰌의 행실을 깎아 버리고 양주楊朱와 묵적墨翟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인의를 물리쳐 버리면 천하의 덕이 비로소 하나가 될 것이다. 천하의 사람들이 본래의 밝은 눈을 간직하게 되면 천하가 녹아 버리지 않을 것이고, 천하의 사람들이 본래의 밝은 귀를 간직하게 되면 천하가 얽매이지 않을 것이고, 천하의 사람들이 본래의 지혜를 간직하게 되면 천하가 미혹되지 않을 것이고, 천하의 사람들이 본래의 덕을 간직하게 되면 천하가 치우치지 않게 될 것이다.
저 증삼과 사추, 양주와 묵적, 사광과 공수, 이주 같은 자들은 모두 밖으로 자신의 덕을 세워서 천하를 어지럽히는 자들이다. 참다운 규범으로서는 하나도 쓸모가 없는 존재들이다.
聖人不死大盜不止 雖重聖人而治天下 則是重利盜跖也
(성인이 불사하면 대도부지하리니 수중성인하야 이치천하하야도 즉시중이도척야니라)
성인이 죽지 않으면 큰 도둑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비록 성인이 거듭 나타나 천하를 다스린다 해도 이는 도척盜跖 같은 도둑을 거듭 이롭게 해 주는 일일 뿐이다.
- 중성인이치천하重聖人而治天下 : 성인이 거듭 나타나 천하를 다스림. 중重은 거듭, 중복重複의 뜻. 대代를 이어 거듭 나온다는 뜻이다.
爲之斗斛以量之 則竝與斗斛而竊之
(위지두곡이양지인댄 즉병여두곡이절지하고)
됫박을 만들어 곡식의 양을 헤아리면 됫박까지 아울러 훔치고,
- 위지두곡이양지爲之斗斛以量之 즉병여두곡이절지則竝與斗斛而竊之 : 됫박을 만들어 곡식의 양을 헤아리면 도둑은 됫박까지 아울러 훔침. 두곡斗斛은 량기量器의 이름. 두斗는 대략 1.94리터, 곡斛은 그 10배이다(金谷治). 제나라는 중량을 헤아리는 단위를 네 종류를 쓰고 있었는데 두豆(4승升), 구區(1두斗6승升), 부釜(6두斗4승升), 종鍾(6곡斛4두斗)이다. 그런데 전성자田成子의 집에서는 중량을 각각 늘려서 豆는 5升, 區는 2斗6升, 釜는 1斛2斗5升, 鍾은 12斛5斗로 중량을 제멋대로 늘려 사용하고, 인민에게 곡물을 빌려 줄 때는 자기 집의 큰 중량을 사용하고, 반납 받을 때는 국가가 정한 작은 중량을 사용하여 인민들의 환심을 사서 은밀하게 왕위찬탈을 준비하였다. 이것이 됫박까지 훔친 예.
爲之權衡以稱之 則竝與權衡而竊之
(위지권형이칭지인댄 즉병여권형이절지하고)
저울을 만들어 무게를 재면 저울까지 아울러 훔치고,
- 위지권형이칭지爲之權衡以稱之 : 저울을 만들어 무게를 잼. 권형權衡은 저울. 엄밀하게 말하면 권權은 저울추이고, 형衡은 저울대에 해당한다. 칭稱은 저울로 재다는 뜻.
爲之符璽以信之 則竝與符璽而竊之
(위지부새이신지인댄 즉병여부세이절지하고)
부새符璽(옥새)를 만들어 신표로 삼으면 부새까지 아울러 훔치고,
- 위지부새이신지爲之符璽以信之 : 부새를 만들어 신표로 삼음. 부符는 부신符信 또는 부절符節이고, 새璽는 인장印章. ☞ 符는 나누어 조각을 만들었다가 합치면 하나가 되는 것이니 동어銅魚나 목계木契와 같은 것이고, 새璽는 왕자의 옥인玉印이니 그것을 손에 쥐고 천하의 모든 사람을 신하로 부르는 도구이다.(성현영成玄英)
爲之仁義以矯之 則竝與仁義而竊之 何以知其然邪
(위지인의이교지인댄 즉병여인의이절지하나니 하이지기연야오?)
인의를 만들어 바로잡으려 하면 인의까지 아울러 훔친다. 어떻게 그러함을 알 수 있는가.
- 위지인의이교지爲之仁義以矯之 : 인의를 만들어 바로잡음. 교矯는 바로잡다.
彼竊鉤者誅 竊國者爲諸侯
(피절구자는 주호대 절국자는 위제후하나니)
혁대 고리를 훔친 자는 죽임을 당하지만 나라를 훔친 자는 제후가 된다.
諸侯之門而仁義存焉 則是非竊仁義聖知邪
(제후지문에 이인의존언하니 즉시비절인의성지야아)
제후들의 문에는 인의가 있으니 그렇다면 인의仁義와 성지聖知까지 훔친 것이 아니겠는가.
故逐於大盜 揭諸侯 竊仁義 竝斗斛權衡符璽之利者
(고로 축어대도하고 게제후하야 절인의하고 병두곡권형부새지리자란)
그 때문에 큰 도둑이라는 오명惡名을 떨쳐 버리고 제후라는 이름을 내세워 인의를 훔치고 됫박과 저울, 부새의 이로움까지도 아울러 훔치는 자들이란
- 축어대도逐於大盜 : 대도大盜의 이름을 쫓아 버리다
- 게제후揭諸侯 : 제후라는 이름을 내건다
雖有軒冕之賞 弗能勸 斧鉞之威 弗能禁
(수유헌면지상하야도 불능권하며 부월지위라도 불능금하나니)
높은 관직으로 보상을 해 줘도 선을 권장할 수 없고 도끼의 위협이 있다 하더라도 도둑질을 금지할 수 없다.
- 수유헌면지상불능권雖有軒冕之賞弗能勸 : 비록 높은 관직으로 보상을 해 줘도 선善을 권장할 수 없음. 헌軒은 고관이 타고 다니는 수레. 면冕은 고관의 갓[冠], 곧 헌면지상軒冕之賞은 높은 관직으로 유혹해서 악惡을 행行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상賞은 상여賞與, 권勸은 악惡을 행하지 않고 선善을 행하도록 권면하는 것.
此重利盜跖 而使不可禁者 是乃聖人之過也
(차는 중리도척하야 이사불가금자니 시내성인지과야니라)
이는 도척 같은 도둑을 거듭 이롭게 해서 금지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성인의 잘못이다.
故曰 魚不可脫於淵 國之利器 不可以示人
(고왈 어는 불가탈어연이오 국지리기는 불가이시인이니라)
그래서 물고기는 깊은 물속에서 벗어나서는 안 되고 나라의 이로운 기물은 사람들에게 보여 주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 어불가탈어연魚不可脫於淵 국지리기國之利器 불가이시인不可以示人 : 물고기는 깊은 물 속에서 벗어나서는 안 되고 나라의 이로운 기물은 사람들에게 보여 주어서는 안 됨. 노자老子 36장에도 나오며 한비자韓非子에도 노자老子의 말로써 인용되어 있다.
彼聖人者 天下之利器也 非所以明天下也
(피성인자는 천하지이기야 비소이명천하야니라)
성인이라는 존재는 천하를 다스리는 이기利器인지라 천하에 밝게 드러낼 것이 아니다.
故絶聖棄知 大盜乃止 擿玉毁珠 小盜不起 焚符破璽 而民朴鄙 掊斗折衡 而民不爭 殫殘天下之聖法 而民始可與論議
(고로 절성기지하여야 대도내지하며 척옥훼주하여야 소도불기하며 분부파새하여야 이민박비하며 부두절형하여야 이민이 부쟁하며 탄잔천하지성법하여야 이민시가여론의하리라)
그 때문에 성聖과 지知를 끊어 버려야 큰 도둑이 그칠 것이며, 보옥을 던져 버리고 구슬을 부숴 버려야 작은 도둑들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부새를 깨 버려야 백성들이 소박함을 회복하며, 됫박을 부수고 저울을 분질러 버려야 백성들이 다투지 않을 것이며, 천하의 성법聖法을 없애 버려야 백성들이 비로소 의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척옥훼주擿玉毁珠 소도불기小盜不起 : 보옥을 던져 버리고 구슬을 부숴 버려야 작은 도둑들이 일어나지 않을 것임. 척擿(들출 척)의 뜻은 척擲(던질 척)자와 같다.
- 부두절형掊斗折衡 이민부쟁而民不爭 : 됫박을 부수고 저울을 분질러 버려야 백성들이 다투지 않을 것임. 부掊(그러모을 부)는 부剖(쪼갤 부)로 부수다는 뜻.
- 탄잔천하지성법殫殘天下之聖法 : 탄殫은 다하다[盡]의 뜻.
- 민시가여론의民始可與論議 : 백성들이 순박해져서 함께 도를 말할 수 있게 된다는 뜻.
擢亂六律 鑠絶竽瑟 塞瞽曠之耳 而天下始人含其聰矣
(탁란육률하며 삭절우슬하고 색고광지이하여야 이천하에 시인함기총의리며)
육률六律의 가락을 흩뜨려 버리고 악기를 태워 버리고 사광師曠의 귀를 막아 버려야만 천하에 비로소 사람들이 밝은 귀를 간직하게 될 것이며,
- 탁란육률擢亂六律 : 육률의 가락을 흩뜨려 버림. 탁擢은 발탁拔擢의 뜻. 탁란擢亂은 ‘흩뜨려 놓다’, ‘빼내어 어지럽히다’의 뜻.
- 삭절우슬鑠絶竽瑟 : 피리나 거문고 따위의 악기를 태워 버림. 삭鑠은 불태워 없애 버린다. 우슬竽瑟은 피리나 거문고 따위의 악기. 우竽(피리 우)는 생笙(생황 생)과 비슷한 대나무 피리이고 슬瑟(큰 거문고 슬)은 거문고의 일종이다.
- 색고광지이塞瞽曠之耳 : 사광의 귀를 막아 버림. 고광瞽曠은 제물론齊物論에 나왔던 사광師曠이다. 맹인이었기 때문에 고瞽라 호칭한 것.
滅文章 散五采 膠離朱之目 而天下始人含其明矣
(멸문장하며 산오채하고 교리주지목하여야 이천하에 시인함기명의리며)
화려한 무늬를 없애고 다섯 가지 채색을 흩어 버리고 리주離朱의 눈을 갖풀로 붙여 버려야만 비로소 천하 사람들이 밝은 눈을 간직하게 될 것이며,
毁絶鉤繩 而棄規矩攦工倕之指 而天下始人有其巧矣
(훼절구승하며 이기규구려공수지지하여야 이천하에 시인유기교의리라)
갈고리를 부수고 먹줄을 끊어 버리고 그림쇠와 곱자를 버리고 공수工倕의 손가락을 꺾어 버려야만 비로소 천하 사람들이 기술을 간직하게 될 것이다.
- 려공수지지攦工倕之指 : 공수의 손가락을 꺾어 버림. 공수工倕는 전설상의 인물로 서경書經 순전舜典에 의하면 순舜임금에게 부름 받아 공공共工의 관직에 임명되었다고 한다. 려攦는 꺾어버리다.
故曰 大巧若拙
(고로왈 대교약졸이라하니라)
그 때문에 큰 기술은 마치 졸렬한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이다.
- 고왈대교약졸故曰大巧若拙 : 그래서 큰 기술은 마치 졸렬한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 구절은 노자老子 제45장에도 있다.
削曾史之行 鉗楊墨之口 攘棄仁義 而天下之德 始玄同矣
(삭증사지행하며 겸양묵지구하고 양기인의하면 이천하지덕이 시현동의리라)
증삼曾參과 사추史鰌의 행실을 깎아 버리고 양주楊朱와 묵적墨翟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인의를 물리쳐 버리면 천하의 덕이 비로소 하나가 될 것이다.
- 천하지덕시현동의天下之德始玄同矣 : 천하의 덕이 비로소 하나 될 것임. 현동玄同은 현덕과 같아질 것,
彼人含其明 則天下不鑠矣 人含其聰 則天下不累矣
(피인함기명 즉천하불삭의오 인함기총 즉천하불루의오)
천하의 사람들이 본래의 밝은 눈을 간직하게 되면 천하가 녹아 버리지 않을 것이고, 천하의 사람들이 본래의 밝은 귀를 간직하게 되면 천하가 얽매이지 않을 것이고,
- 천하불삭의天下不鑠矣 : 천하가 녹아 버리지 않을 것임. 불삭不鑠은 녹아 버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여기서는 현혹당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쓰였다.
- 천하불루의天下不累矣 : 천하가 얽매이지 않을 것임. 루累는 근심하고 걱정한다.
人含其知 則天下不惑矣 人含其德 則天下不僻矣
(인함기지 즉천하불혹의오 인함기덕 즉천하불벽의리니)
천하의 사람들이 본래의 지혜를 간직하게 되면 천하가 미혹되지 않을 것이고, 천하의 사람들이 본래의 덕을 간직하게 되면 천하가 치우치지 않게 될 것이다.
彼曾史楊墨師曠工倕離朱 皆外立其德 而以爚亂天下者也
(피증사와 양묵과 사광과 공수와 리주는 개외립기덕 이이삭란천하자야라)
저 증삼과 사추, 양주와 묵적, 사광과 공수, 이주 같은 자들은 모두 밖으로 자신의 덕을 세워서 천하를 어지럽히는 자들이다.
- 삭란천하자爚亂天下者 : 삭란爚亂은 현혹시키고 어지럽힌다는 뜻. 삭爚은 화광이 흩어짐.
法之所無用也
(법지소무용야니라)
참다운 규범으로서는 하나도 쓸모가 없는 존재들이다.
- 법지소무용야法之所無用也 : 참다운 규범으로서는 하나도 쓸모가 없는 존재들임. 법法은 위 문장의 성법聖法을 받는다. 올바른 법도를 기준으로 말하면 이런 사람들은 모두 쓸모가 없으니 모두 사라져야 마땅함을 말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