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 정희영 기자 = ‘자신의 고통을 가족들에 떠넘기는 것 같다며 신장 이식을 주저하는 남편.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며 신장 이식 수술을 미루는 사이 남편의 병색은 짙어져 갔다. 아내는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고통을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기쁨 마음으로 고통을 나누겠노라며 신장 이식 수술을 받자고.’
이재현 CJ그룹 회장 부인 김희재씨의 사부곡(思夫曲)이 화제다.
이 회장이 신장 이식 수술을 받기까지 부인 김씨의 헌신이 컸다. 이 회장은 처음에는 부인 김씨가 신장기증자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이 회장이 가족들로부터 신장을 이식받는 것을 꺼려해 김씨가 이를 숨긴 것이다. 이후 이 회장이 사실을 알게 된 후 이식수술을 주저하자 김씨는 끊임없이 설득했다.
21일 CJ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이 아들뿐만 아니라 부인의 신장을 받는 것조차 주저했다”면서 “이번 신장 이식 수술은 사모님이 적극적으로 설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08년 만성신부전증 발병한 이후 증세가 악화됐다. 신장 기능이 정상인의 10% 수준까지 떨어졌고, 노폐물을 제대로 거르지 못해 독이 쌓이는 요독증도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회장이 고혈압과 함께 손과 발의 근육이 위축되는 희귀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를 앓고 있어 혈액 투석도 어려웠다.
이 회장은 1년여 전부터 신장 이식수술을 준비해 왔다. 지난해 8월 이 회장의 가족들도 신장 이식 적합도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아들 선호씨의 신장이 가장 적합한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이 회장은 아들의 신장을 이식받는 것을 꺼려했다. 신부전증을 일으키는 사구체염의 경우 가족력이 있기 쉬워 선호씨도 향후 신장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지난 4월 예정됐던 이식 수술이 미뤄졌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이 아들의 장래를 염려해 신장을 이식받지 않겠다고 했다”면서 “부모 마음이 다 똑같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씨가 신장기증자로 나섰다. 그러나 또 다른 장애물이 있었다. 김씨의 혈액형이 O형이라 A형인 이 회장에게 신장을 기증하지 못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하늘이 도왔을까. 의료진은 의술의 발달로 혈액형이 달라도 신장 이식이 가능하다는 희소식을 전했다.
이 회장은 오는 28일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수술 날짜가 애초 29일로 잡혔지만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하루 앞당겨졌다. 이 회장은 전날 형집행정지 판결이 결정된 후 구치소에서 나와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곧 김씨도 입원해 이식수술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