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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방 협진은 속빈강정, 돈냄새만 진동 |
진료의 질, 비용효과성 입증 전무...상업적 악용 의구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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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협진, 진료비는 두배...효과는 의문
양·한방 협진병원인 S한방병원. 이 병원은 같은 재단 소속의 양방병원인 S병원의 우수한 인력과 협진하고 연구해 실질적인 양·한방 협진과 신의학을 열어가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딴판이다. 환자는 자신의 희망에 따라 S병원이나 S한방병원을 선택하며, 무엇보다 의사와 한의사가 함께 진료에 참여하진 않는다. S한방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양방치료를 함께 받길 원하면 S병원 의사를 불러올 뿐이다.
이런 방식으로 양한방 협진을 받으면 환자들은 진료비 부담을 덜 수 있을까? S병원 코디네이터는 “양방과 한방 진료를 따로 보는데 어떻게 비용이 쌀 수 있겠느냐”면서 “진료비는 두 배로 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여기에다 양한방 협진을 통해 진료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의사와 한의사가 서로의 장점을 살려야 하는데 양방 따로, 한방 따로 진료를 하다보니 이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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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희대병원 동서협진센터의 양한방 협진 모습 | 양진한치,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
양한방 협진이란 환자를 진료할 때 의사와 한의사가 함께 진단과 검사에 참여한 후 가장 적합한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진료체계를 말한다. 다시 말해 양방과 한방의 장점을 취해 치료효과를 높이고, 환자의 진료비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다.
이런 양한방 협진은 1990년대부터 도입되기 시작해 2004년 현재 120개 한방병원이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양한방 협진은 S한방병원과 S병원처럼 동일 재단 소속 의료기관간 이뤄지기도 하고, A한방병원과 A의원, B한방병원과 B의원과 같은 형태가 대체적이다.
한방병원과 의원간 협진의 특징은 A한방병원과 A의원과 같이 한방병원과 의원의 명칭이 동일하고, 같은 건물에 있다는 것이다. 의료법상 한방병원이 의원을 개설할 수 없기 때문에 양 기관은 서류상 독립된 사업체를 띠고 있다.
하지만 이런 동네의원 원장 상당수는 사실상 한방병원에 고용된 봉직의라는 건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지난 2004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한방병원과 협진하는 의사 실태 조사연구(연구원 김계현)’ 보고서를 펴낸 바 있다.
연구결과 한방병원과의 협진에 참여하는 의사 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하자 이 가운데 45명은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병원에 근무하는 봉직의였고, 15명은 의원에 종사하고 있었다.
반면 의사와 의료기관의 관계에 대해 물었더니 이상하게도 봉직의는 51명으로 늘어났고, 원장은 7명으로 줄었다.
협진에 참여하고 있는 동네의원 원장들이 바지원장일 뿐 실질적으로는 한방병원에 소속된 봉직의란 것을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런 양한방 협진이 ‘염불’을 위한 것인지 ‘잿밥’을 위한 것인지는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대표적인 사례로 양한방 협진기관인 J한방병원은 최첨단 MRI와 CT, X-ray를 도입한 척추관절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다.
의료법상 한방병원은 CT, MRI를 사용할 수 없고, 이들 의료기기는 J한방병원 건물 내 J의원이 보유한 것이지만 J한방병원은 마치 자기 병원이 도입한 것처럼 선전하고 있어 겉으로 보기에는 J의원이 사실상 병원 소유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J한방병원 관계자는 “한의사는 CT나 MRI를 촬영할 수 없어 외부 양방 의료기관에서 가져와야 한다”면서 “환자가 병원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병원 안에 J의원을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형적인 양진한치(洋診漢治) 즉, 한방적 치료를 위해 양방적 진단을 하는 것으로 일반적인 환자 의뢰에 지나지 않지만 양한방협진으로 미화하고, 양방의료기관을 이용해 마치 첨단 의료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과다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임상연구 토대로 한 진료 가이드라인이 없다
그렇다면 일부 의료기관의 겉 다르고 속 다른 진료행태에도 불구하고 양한방 협진이 진료의 질을 향상시킬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양한방 협진기관은 “Yes”라고 주장하지만 외부 전문가들의 시각은 싸늘하다.
물론 경희대병원 동서협진센터, 국립의료원 양한방중풍협진센터와 같이 의사와 한의사가 진단과 치료에 공동 참여하면서 치료효과를 배가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의료기관도 있다.
경희대병원 동서협진센터 내 신장병센터는 소아 신증후군 환자에게 부산피질호르몬(스테로이드)과 한약제로 조제한 SA-1을 함께 투여한 결과 환자의 90%가 치료효과를 봤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고, 동서비염클리닉도 알레르기비염 치료에 한방요법을 병행하면서 일부 효과를 확인했다.
동서협진센터 조중생 소장은 “각 센터별로 양한방 협진을 위한 진료 프로토콜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최근 한국한의학연구원이 복지부에 제출한 ‘한의약 육성발전 5개년 종합계획(2006~2010)’ 보고서는 이런 노력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보다 바람직한 양한방 협진은 의사와 한의사가 협의해 치료방법, 치료내용에 관한 계획을 수립한 다음 거기에 따라 공동으로 치료함으로써 치료효율과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볼 때 현재 이러한 형태의 협진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한발 더 나아가 “연구에 의하면 조사대상 한방병원의 약 80%가 진료지침서도 없이 협진을 실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양한방 협진을 위해서는 실질적인 치료 효율을 증대시킬 수 있는 협진 모형을 만들어야 하지만 진료지침서가 없는 협진병원이 거의 대부분”이라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가 국립병원으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6월 설립한 국립의료원 양한방중풍협진센터도 임상연구를 토대로 한 진료 프로토콜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H한방병원은 동서의학적 치료를 위해 표준진료 가이드 라인을 만들었고, 20여개의 특수협진 클리닉 개설하고 있으며, 양한방 협진 효과 임상연구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본지가 구체적인 사실확인을 요구하자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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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협진 효과 입증할 연구결과 전무
무엇보다 양한방 협진 효과를 입증할만한 연구결과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복지부는 지난 2004년부터 양약과 한약의 병용투여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 연구용역을 매년 발주하고 있지만 모두 전임상시험에 그치고 있다.
또한 2004년에는 연대 원주의대에 의뢰해 간경변 한약치료제인 헤파큐어와 양약을 복합투여한 결과 탁월한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왔지만 후속연구를 진행하지 않아 왜 연구용역을 발주했는지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임상시험을 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많이 필요하고 기간이 오래 걸려 연구를 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헤파큐어 복합투여 임상시험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연구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으며, 누군가가 후속연구를 하지 않겠느냐”는 답변이 고작이었다.
양한방 협진의 부작용사례 조사결과는 협진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국립의료원이 얼마전 양한방 협진을 시행중인 한방병원 54곳을 대상으로 양약과 한약 복합투여로 인한 부작용사례를 조사했다.
그 결과 부작용이 있었다고 답변한 한방병원은 한 곳도 없었다.
국립의료원 관계자는 “양약과 한약을 동시투여했을 때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시간차를 두고 투여하도록 하거나 투여용량을 조절하고 있었고,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약제는 아예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면서 “양방은 진단, 한방은 치료를 하는 것도 부작용이 없는 이유”리고 분석했다.
약물상호작용에 대한 임상연구가 전무하다보니 실질적인 양한방 협진을 할 수 없고, 그러다보니 부작용이 발생할리 만무한 셈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연구원은 “양한방 협진이 어떤 효과와 부작용이 있는지 누가 아느냐”면서 “지금의 협진은 병원 특화를 위해 의사와 한의사가 만나는 것에 불과하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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