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제와 똑같이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늘쩡늘쩡 책 보다 8시경 산책길에 나섰습니다.
하우스메이트 김이듬 시인은 서울에 볼일 보러 가셨고, 저 혼자 어제 함께 간 저수지까지 걸어가볼 참입니다.
겨울이라 썰렁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빈 들판이 참 아름답습니다.
텅 빈 배추밭도 정겹고
그루터기만 남은 논 풍경도 따뜻합니다.
용대마을을 가로 질러 걸어 오늘의 목표 지점 - 저수지에 도착했습니다.
어제 왔을 때는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는데 오늘은 가까이 가 보기로.
펄떡펄떡 물고기가 튀어 오르고
멀리 청둥오리(?)들이 보입니다.
발자국 소리에 놀라 날아오르기 때문에 더 이상 다가설 수 없었습니다.
가까이 보았다면 정말 예뻤을 텐데....
멀리 날아가 편안하게 놀고 있는 오리들....
한 시간 전에 마을길을 오를 때 한 할머니가 "버스 갔어요?" 묻기에 "버스 아직 안 갔어요." 대답했는데
저수지까지 갔다오니 이제서야 버스에 오네요.
할머니께서 한 시간 이상 기다리신 겁니다.
아이고, 아침에 날도 쌀쌀한데...
6,000보 이상 쉬지 않고 걸으니 땀이 뻘뻘 나네요.
돌아오자마자 맛있는 식사 한 후...
다시 집필 모드...
제가 2009년에 담양 여행 하다 들른 창평 슬로시티가 자동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고 하여
오늘은 거기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으니 다리도 퉁퉁 붓고, 능률도 오르지 않더라구요.
그리하여...
2009년에 참 인상 깊게 본 창평 슬로시티- 반가운 마음으로 달려갔습니다.
참 많이도 변했네요. 하긴 14년 전에 갔었으니까.
넓직한 주차장에 차 세우고 슬슬 걸어가니
눈에 확 들어오는 노란 모과열매들.
돌담을 그대로 살리면서
살던 사람들의 집들은 많이 개선되고 변형된 듯 보였어요.
사람이 살지 않아 퇴락해 가는 기와집도 더러 있었고요.
이제는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서 집집마다 특색있는 집 이름을 붙이기도 했고요.
아이고, 못 말리는 바람숲. 좋아하는 우단동자가 눈에 확 들어오네요.
한옥카페도 많이 들어섰고, 민박집도 많이 들어섰어요.
어느 민박집에서 본 메주덩이들- 복스럽기도 합니다.
돌탑을 사랑하는 집 - 실제로 안에는 돌탑이 있었는데 민폐 끼치는 것 같아 사진을 찍기 어려웠어요.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나름 고충이 많을 거예요.
주말마다 밀려오는 관광객들이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들여다보니 사생활 보장이 어렵겠지요.
다행히 오늘은 평일이라 그런지 관광객이 거의 없어요.
미소집
2009년에 왔을 때는 이 가옥을 들어가서 볼 수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문을 꽉 잠가놓아서 볼 수는 없었어요. 아쉽.
최근에 조성해 놓은 돌담도 있었는데
역시 돌담은 오래된 돌담이 좋군요.
이름이 궁금한 아이
돌담은 그대로 두고
안의 집은 편하게 고쳐서 쓰고 있어요.
100살을 훌쩍 넘긴 느티나무
얘는 300살을 훌쩍 넘겼고요.
면사무소입니다.
아궁이가 예쁘다는데 어떻게 확인하지?
아마도 엿을 고는 집이 아닐까 하는 짐작만...
한옥카페 모습
창문으로 들여다본 카페 내부(마침 노는 날이라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모과 구경 실컷 하고.
요런 골목이 좋아요.
한참 들어갔더니 막다른 골목이었어요.
인증샷 한 장은 남겼어야 했어서....실력 없는 솜씨로 한 장 찍었지요.
14년 전에 본 슬로시티의 모습은 거의 사라지고 신개념의 관광지를 보고 온 듯해서
솔직히 좀 섭섭했어요.
그런데 어쩌겠어요. 세월 따라 변하는 게 세상사....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건 저의 욕심이겠지요.
한 바퀴 돌고 오니 한결 몸이 가벼워진 듯 했어요.
이곳에서 10월부터 계셨다는 소설가 강준 선생님을 만났어요.
제주도에서 오셨다고 해요. 완도까지 배 타고 와서, 다시 자동차로 오니 5시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오래 전에 학교에 계시다 명퇴하시고 프리랜서가 되셨다는데 그렇게 하고 나서 글을 많이 쓰셨대요.
더 일찍 명퇴할 걸 후회했다고.
선생님의 소설집 '이별은 웰메이드 영화처럼'을 선물로 받고...
선생님은 컨디션 조절을 위해 새벽 5시부터 12시까지 쓰시고, 점심 드시고 난 후엔
이 근처 좋은 곳으로 나들이 다니신다고 합니다. 그래야 효율적이라고.
그 말은 맞는 것 같아요.
제 경우, 하루 종일 글 쓴다고 신경 썼더니 혓바늘 돋고, 온몸이 찌부둥하고....
그래서 저도 방법을 바꾸기로 했어요.
내일 인천 나갔다 다음 주 월요일 아침에 들어오면 그 날부터 오전엔 글 쓰고 오후엔 미친 듯이 놀기로...ㅋㅋ
아래 글은 2009년에 다녀온 창평 슬로시티에 관한 글입니다.
한번 비교하면서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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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남 담양(2)-슬로시티 창평 삼지천 한옥마을& 달팽이시장
바람숲추천 0 조회 633 09.04.12 09:29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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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되었다는 창평 삼지천 한옥마을 일정이 빠듯해 갈까말까 하다가.... 슬로우(slow)라는 말을 좋아하는 우리가 그냥 건너뛸 수는 없지요. 이리저리 물어 찾아갔더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이 바로 첫 번째 달팽이 시장이 열리는 날이라네요. 매 월 둘째 주 놀토에 열릴 예정이라는 달팽이 시장은 전남도립대학과 창평 한옥마을이 힘을 모아 처음으로 시작했대요. 우연히, 우리는 그 역사적인(?) 현장에 참석하게 된 것이지요. 북적북적, 와글와글..... 시골장터 같은 소박한 분위기.....
16세기 초에 형성된 삼지천 마을에는 그때의 돌담길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답니다.
전남도립대학생들이 나와 창평 슬로시티를 상징하는 나무 목걸이를 팔고 있어요. 한 개에 2,000원... 저는 얼른 한 개를 골라, 목에 걸었습니다.
여러가지 옛날 물건들도 모습을 보이고요. 첫 번째 행사라, 장사꾼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그런 게 도리어 느릿느릿한 것 같아 좋았답니다. 만약 사람들로 너무 들끓는다면... 상업적인 냄새가 너무 나서 싫을 것 같아요.
나물 파는 아주머니들.... 한사코 나물 좀 사가라고 하지만...이곳저곳 아직도 돌아다닐 곳이 많은데... 아쉽지만 발길을 돌렸어요.
한쪽에선 가야금 연주로 흥을 돋구고.. 비틀즈의 Yesterday가 참 구수했어요.
아이들은 화전 만들기 체험을 하느라 바쁘고.... 그 외에도 도자기 만들기, 야생화, 비빔밥 만들기 등 체험행사가 꽤 있었어요.
아주 오래된 돌담길.... 야생화 친구들이 돌담에 기대어 속닥속닥 얘기를 하며 볕바라기를 하고 있네요.
간판도 오래되고 거칠어 정답고 함석 대문도 설컹설컹 재밌어요.
느릿느릿 돌담길을 거닐다 보니 그 옛날 조선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조선시대 대문에 들어가 주인인 척 연기도 해 보고...
오래된 가옥을 구경하는데.... 너무 넓어서, 옛날 사람들은 따로 운동할 필요가 없었겠다 생각이 듭니다. 장 뜨러가는데도 종종종 음식하러 부엌에 갈 때도 종종종 텃밭에 상추 뜯으러 갈 때도 종종종... 아마도... 하루에 걷는 걸음이 5만 보 이상은 되지 않았을까....
보면 볼수록 한옥은 정겹습니다. 낡았어도 따뜻한 느낌이 듭니다.
한옥집 옆에서 피어 있는 박태기 나무옆에서......
마당으로 삐죽 나온 굴뚝도 재미있어요.
장아찌 만들어 파는 한옥집에서 이 얘기 저 얘기도 나누고 주인이 직접 만들었다는 감장아찌를 사니, 덤으로 매실장아찌를 주네요.
아, 배고프다. 그렇게 늘정늘정 돌아다니다 보니 벌써 시간이 두 시를 훌쩍 넘었어요.
담양의 유명한 대통밥.... 허름한 집을 찾아가 먹어야 하는데.... 대나무박물관 안에 있는 음식점에 들어가니 이곳은 이미 세파에 물들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하지만 떡갈비, 참 맛있었어요.
* 담양을 돌아다니다 보면 한우 음식점에서 한우를 직접 파는 것을 많이 보았어요. 또 한우 음식점이 상당히 많더라구요. 아, 한우가 맛있겠구나.... 그 생각을 하며 농협에 들어가 한우를 사왔습니다. (여행을 하실 때 확실한 정보가 없다면 농협 하나로 마트에 가는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지난 해 제주도에서 한라봉을 사는데 작은 면 농협 마트에 가니, 한라봉이 다른 곳보다 거의 30% 이상 싸더라구요.) |
첫댓글 선생님
완전 젊어요
20살 아가씨 같어요 ㅋㅋ
오래된 느낌
비바람에 낡은 것의 편안함이 참 좋네요
제가 낡았나봅니다 ^^
14년 전의 모습.ㅋㅋ
언제 시간 내서 해남도 가야지요^^
@바람숲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happycountry 예, 조만간 날짜 정해볼게요^^
골목 사진이 정말 좋네요.
분위기 짱! 가을에 오면 좋을 듯해요.
역사동화도 기대되지만 취재기도 재밌네요. 노란 열매는 노박덩굴 열매 같아요ㅡ
새벽부터 12시까지 글 쓰고 오후엔 이렇게 구경 다니려구요. 하루 종일 있으니 너무 힘들어요.ㅠㅠ
@바람숲 반타작이 좋지요. 노는 재미도 있어야 더 열심히 쓸 거고...
@凡草 입주 선배님들이 그렇게 하고 계시더라구요. 어제 만난 소설가 샘의 글 읽었는데 너무 좋았어요. 치열하게 쓰신다는 느낌.
해금으로 let it be도 들었던것 같은데?
나무 밑에선가 연주했었죠, 아마도...
좋은 추억 많이 쌓고 계시네요^^
남도는 언제 와도 역시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