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ㅡ칠면조를 짊어지고 가는 농부*
유희선
1
그는 늘 뒷모습이다.
오른쪽 다리에 힘이 잔뜩 실려 있다.
등 자루에 실린 칠면조는 팔려 가는 것일까.
툭 터진 자루 양쪽으로 칠면조 머리와 꼬리 깃털이 나와 있다.
활활 타는 모가지로 지옥을 오고 가는
그녀의 지독한 사랑과 환멸
출렁일 때마다 피칠갑인 붓질, 노란 반달이 뜨고
휠체어가 굴러가고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리는 나쁜 남자 얘기
눈덩이처럼 하얗게 거대해진다.
사내는 뒤돌아보지 않고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어쩌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우리는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사내는 밑이 축 처진 자루를 다시 한 번 힘껏 잡아당긴다.
왼발 뒤꿈치를 돌리고
2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소주병으로 화단 울타리를 만든다.
누군가 공산주의 선언을 하던 어느 경건한 날의 아침처럼
병 부리를 날카롭게 깨뜨려
땅에 묻고 있다. 일생을 흘려버리고
뭉툭하게 박힌 빈 병들, 무수히 지나쳐간 경비아저씨처럼
우리는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순간, 어느 병 하나를 관통한 빛줄기 속
뿌리가 깊다.
3
투박하고 검은 맨발의 그는
몇 세대를 걸어가는 오래된 나무, 길들인 적 없는 붉은
몸짓,한 눈에 사랑에 빠진 그녀는 전설적 여인이 된다.
비틀리고 가느다란 두 다리가 달처럼 미끈하다.
시큼하게 농익는 자루가 둥둥 떠간다.
그는 늘 뒷모습이고
우리는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 디에고 리베라 (멕시코의 민중화가, 프리다 킬로의 남편) 1944년 作
2011년 『시사사』 등단
시집 『하얀 바다』
「현대시」 신작시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