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0-12일 2박3일간 배롱나무꽃을 보러 남도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강진 백련사의 배롱나무꽃을 보는 것이다.
지난번 두 번의 백련사의 여행은 동백꽃과 정약용과 초의선사때문이었다.
그때 배롱나무의 매끈한 줄기를 보며 꽃이 필 때 꼭 오리라고 줄기를 쓰다듬으며 다짐했었다.
그래서 몽고여행 후 아직은 회복이 안 되었는데도 길을 떠난 것이다.
장흥의 송백정
우린 처음으로 장흥의 송백정에 도착하였다. 이 송백정(松百井)은 정자가 아니라 연못이다. 고영완에 의해 고택과 연못이 조성되었다.
100여년이 훌쩍 넘어 보이는 배롱나무 50여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소박한 연못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꽃이 피는 6월 중순에서 9월 중순까지 100여일 동안 하얀색, 붉은색, 분홍색, 보라색등 다양한 색채의 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연못 주위에 오래된 배롱나무가 운치를 더해 주고 있고 연못 안에는 어리연과 가시연이 수면을 덮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은 소박한 연못이 아니라 환상적인 경이로운 모습으로 내 앞에 펼쳐져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풍광이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가슴이 쿵쾅쿵쾅 뛴다. 어느새 눈가에 물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미 배롱나무는 꽃을 떨구고 있었고 나무 위보다는 연못 위에 떨어져 누운 꽃잎들이 연못위의 어리연잎과 가시연잎이 조화를 이루워 사람의 손으로는 그릴 수 없는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다.
꽃을 품고 하늘을 품은 연못에 형형색색의 꽃비가 내렸나보다.
떨어진 꽃잎까지 아름다워 발길을 붙드는 곳 이곳에서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배롱나무와 연못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 한 바퀴 돌고 나서야 비로소 눈에 들어온 고영완고택(무계 고택)이다.
전라남도 문화재 자료 161호인 이 가옥은 원래 정화사라는 절터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진 백련사
배롱나무꽃을 보러 백련사에 도착하였다.
수령 150-200년으로 추정되는 배롱나무는 만경루 앞에서, 양팔을 크게 벌린 것처럼 사방으로로 가지를 드리우고 위풍당당하게 온몸으로 꽃을 보담듬고 서있다.
배롱은 파란 하늘에 불을 지피듯 밝디 밝은 붉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다.
배롱나무는 꽃이 피고 지기를 백일간 반복하여 백일홍이라고 부른다.
진한 선홍빛 꽃 한 송이 떨구면, 다시 한 송이 꽃잎을 피우는데,
백일간 이어지는 배롱나무 꽃의 향연은 ‘붉은 꽃은 열흘 이상 지속되지 못한다’는 花無十日紅을
가볍게 비웃기라도 하듯 한여름의 신록 사이에서 눈부시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여름이 오면 정약용과 해장스님은 만경루에 올라 배롱나무를 바라보며 주역에 대한 토론을 했을 것이다.
두 인물 사이의 애틋함이, 한 여름밤의 꿈처럼 아름다운 붉은 꽃으로 다시 피어나는 것이 아닐까
두륜산 대흥사
해남의 땅끝 가까이에 우뚝 솟은 두륜산은 능선이 마치 부처가 누워 있는 와불의 형상을 하고 있다.
73세의 노구로 1500명의 승군을 이끌었던 서산대사가
사명대사에게 자신의 가사와 발우를 해남 두륜산에 두라는 유언을 남긴다.
그 후 조그마한 사찰이었던 대흥사는 크게 부흥하여 13대 종사와 13대 강사를 배출한 대찰이 되었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하는 북원과 천불전과 서산대사의 유뮬이 있는 표충사 일원의 남원, 그리고 초의선사가 중건한 대광명전을 중심으로 하는 공간등 세 곳의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표충사 일원에도 배롱나무가 나의 시선을 끌었었다
보길도 고산 윤선도 원림
고산 윤선도는 낙서재 입구에 세연정이라는 정자를 지었는데 고 정원을 축조한 고산의 기발한 조경가적 수법을 볼 수 있다.
개울에 구들 모양의 판석으로 보를 막아 못을 만드는 특별한 방법으로 조성했다.
이곳에서 고산은 바다를 바라보며 <어부사시사>를 짓기도 했다.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부르고 가야금을 타며 배를 띄우고 낚시를 하기도 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세연정 안에 배롱나무가 한창이고 세연지에는 노랑어리연이 한창이었다.
세연지에서 1km쯤 올라가면 윤선도의 거처인 낙서재터 건너편 산중턱에 동천석실이 있다. 동천석실은 부용동 원림의 중심건물인 낙서재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특히 아름답다.
동천석실의 정자에 올라 부용동 전경을 내려다보는 전망 위치로도 으뜸이다.
이번엔 나는 동천석실엔 올라가지 않았다. 대신 낙서제 옛돌담길을 돌아보는 행운이 있었다.
쌍계사
배롱나무는 나무가 껍데기를 벗고 매끈한 모습으로 줄기를 뻗은 수형을 가지고 있어,
속세의 욕망을 벗어던진 청령함을 뜻하기도 하고
붉은 꽃 한송이를 떨구더라도 다시금 꽃을 피워내는 모습을 보며
어려움이 닥쳐와도 포기하지 않은 올곧은 지조를 떠올리기도 했다.
그래서 서원, 사찰, 고택 등에 많이 심었다고 한다.
쌍계사에서도 배롱나무는 물방울을 매달고 나를 반겨주었다.
남종화의 산실 운림산방
청찰산 아래 안온한 위치에 운림산방이 있다.
그 이름처럼 자연경개가 아름다우며 운무가 깃드는 유현하고 그윽한 곳이다.
첨찰산 주위의 여러 봉우리가 어우러진 깊은 산골에 아침 안개가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모습은 소치가 그린 한 폭의 산수화를 떠올리게 한다. 남종화의 대가였던 소치(小痴)허련이 기거한 곳이다.
20대 후반 해남의 두륜산방에서 초의선사의 지도아래 공재 윤두서의 화첩을 보고 그림을 공부했다.
33세 때 초의선사의 소개로 평생 가장 소중히 모신 스승 김정희를 만났으며,
남도의 섬에서 출생하기는 했지만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질과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시. 서. 화에 모두 능한 삼절을 이루게 되었다.
허련은 이곳에서 1893년 85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불후의 명작들을 많이 남겼다.
북종화는 외형을 위주로 한 사실적인 묘사를 주로하고
남종화는 작가의 내적 심경, 즉 사의 표출에 중점을 둔다.
소치는 시서화로 당대를 휘어잡은 대가였다.
남종화는 소치, 미산, 남농 3대에 걸쳐 이어져 왔는데
허련의 손자인 남농은 운림산방을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했다.
운림산방의 앞마당에는 커다란 연못이 조성되어있다.
연못의 한가운데 위치한 섬에는 허련이 심었다는 배롱나무가 자라고 있다.
그 배롱나무는 오늘도 붉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어느 여행못지않은 붉게 핀 배롱나무를 찾아나선 남도 여행이었다.
동영상을 첨부합니다.
https://youtu.be/YFXsPlKTfvo
첫댓글 시야님 ♡
연못에 떨어진 베롱나무 꽃잎들이 환상 입니다요~!!
힘들지만 그렇게 라도 가연 선물을 받네요~ㅎ
수고 하셨습니다
네. 귀한 선물받았지요. 꼭 꿈속을 더듬고 온것같았습니다.
장흥 송백정
누워있는 배롱꽃 환상입니다
감사합니다 시야님~
제가 더 감사하지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을 가슴가득 안고 돌아왔습니다.
와우! "장흥 송백정", 꽃잎이 떨어져 연못을 완전히 뒤덮은 풍경이 압권이군요.
대흥사까지 들어갔다 나오셨으니, 꽤나 힘든 여정이셨겠습니다.
송백정에서의 느낌과 돌아온 후 사진을 보면서 그 느낌을 고스란히 담지못한것같아 안타까웠습니다. 그때 그곳에서 주책스럽게 눈물이 났습니다.
너무 아름다워 눈물이 났습니다.
@시야 제 고향입니다.
사계절 풍경이 달라서 멋집니다.
고영완 고택 지주분은 예전에 많은 사람들에게
식량을 나누어주던 분이셨답니다.
모퉁이 돌면 친척이 하시는 엽전녹차 카폐에서
보는 연못과 메타쉐콰이어길이 멋지답니다
@핑크퐁 고향이군요. 시간만 많았다면 엽전녹차 카페에서 바라보는 연못은 또다른 풍광이었을 겁니다.
@시야 멋지지요.ㅎ 고영완 고택 입구에 있는
연리지도 보셨겠지요?
@핑크퐁 네. 고택입구도 또다른 운치가 있었습니다. 내년 혹여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가 볼 예정입니다.
@시야 같이 가시지요! ㅎ
함께한듯 조근조근
써 내려 간 여행후기
감정이입 없이 담담함이 돋 보이네요 ~
동영상도 아름답고 ... Excellent !!
네 감사합니다. 이번 후기는 감정이입 안하려 노력했는데 들켜버렸군요. 무샘이 주신 프린트자료를 많이 활용했습니다.
세상에나
얼마나 행복하셨을까요?
멋진후기와 동영상 고맙습니다
내년에나 꿈꿔봅니다
강추합니다. 내년에 기회가 된다면 나도 또한번 가보렵니다.
송백정의 낙화가 내 마음을 동요하는데
시야님 의 눈물이 상상 되네요
님의 후기는 늘 나를 감동시켜요
행복합니다.
실제로 본다면 숲사랑님도 눈물 흘렸을걸요. 그만큼 감동적이었늡니다.
꿈을 꾸듯
아름다운 풍경
가슴설레입니다
저도 이런데
그곳에서 보셨을때
얼마나
심쿵 하였을까요
눈물이 났을것 같아요
감동 이에요
감사합니다
꿈을 꾸듯 그렇게 다녀왔습니다. 만약 초로기님이 그곳에 계셨다면 아마도 더 좋은 사진이 나왔을겁니다. 난 많이 미흡합니다.
아름다운 풍경
보는이도 가슴벅찬데
얼마나 감동이셨을지ᆢ
꼭 가보고싶었으나
못가봐서 아쉬움을
이리 보니 더 애틋하고
멋지게
표현해주신것 감사드려요
꼭 가볼수있는
기회가 오길 바래봅니다
내년에도 무샘께서 계획하실겁니다. 벌써 가슴설레입니다.
@시야
녹음짙은 봄에는
다녀왔어요
물위에 떠 있는 꽃잎이 저렇게 아름다운 줄을 몰랐습니다
제고향 운림산방 연못의 사진도 물결이 자락 자락마다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이 너무나 리얼해서 한참을 들여다 봤답니다^^ 영상으로도 너무 아름다워 가슴 뭉클한데 직접 보면서 얼마나 가슴이 뛰었겠어요.
멋지고 아름다운 후기를 보면서 이저녁 행복하네요^^♡
감사합니다-()-
☆유투브를 티비에 연결해서 보니까 영화 보는 것 같았어요.
너무 멋져부러요.
몽골 기행까지 풀로 다 봐 부렀으라~~
남편도 같이 봤는데 감탄감탄요^^
저도 물위에 떨어져 누운 꽃이 저리도 처연하고 아름다운지 몰랐습니다. 저 꽃위에 살며시 누워보고 싶었습니다.
어쩜 이렇게 아름다울 수 가 있어요
저도 내년엔 이 여행을 한번 가 보고 싶어집니다.
배롱나무꽃이 너무 아름다워요
물위에 떨어진 낙화가 이렇게
아름다운지 처음 알았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어요
강추합니다. 내년에 함께해요. 무샘이 내년엔 이곳에서 시간을 좀더 주면 좋겠는데 어쩔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