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첫 눈 소식이 들리던데요.
여기 필리핀은 태풍 소식이 들리네요.
이번주에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의 태풍이 온다고 해서
바짝 긴장하며 기다리는중이랍니다.
말 그대로 일기예보니까... 그냥 비켜가면 좋으련만. ㅡ.ㅡ
자.... 그럼 이제 필리핀의 대중교통이란 포스팅의 진짜 주인공.
필리핀의 명물 지프니(JEEPNEY)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볼까요?
처음 필리핀에 오시는 분들이 젤 먼저 궁금해 하고 신기해하시는
이 지프니란 녀석은
가장 쉽게 설명하자면 마/을/버/스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시면 될것 같아요.
어떤 물건(?)이길래 필리핀의 명물이라고 하는지 일단 한번 보시죠~~~
생김새가 아주 화려하지요?
47년간 필리핀을 식민지로 지배하던 미국이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필리핀에서 철수하면서
군용지프를 다시 가지고 가자니 오히려 비용이 많이 든다는 계산이 나오자
선심쓰는척, 도와주는척, 버리고 가게 됩니다.
이 버려진 지프를 개조해서 뒤쪽에 긴 의자를 세로로 붙여서 많은 사람이 탈 수 있도록 한것이
점점 발전하여
지금의 필리핀에서 없어선 안되는 대중교통수단인 지프니가 되었지요.
관광객들에겐 잊혀지지 않는 필리핀의 명물로 자리잡았구요.
지프니는 필리핀에서 자체 생산(?)하는 유일한 차량입니다.
언젠가 티비에서 본 다큐멘터리(?)에서 3명정도의 기술자들이 보름정도 걸려 뚝딱뚝딱 한대를 완성하는걸 보았는데요.
중고차의 엔진과 부품들을 가져다가... 양철류(?)로 구부리고 잘라 붙여 몸체를 완성합니다.
그렇게 수공예다 보니 비슷비슷하게 보여도 조금씩 싸이즈도 다르고 모양도 다~~~ 다릅니다.
필리핀 사람들이 손재주가 뛰어난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길거리에 수 많은 그러나 하나 하나 개성이 다른 지프니들을 보노라면 그 말이 맞는것 같아요.
이 지프니의 기사들은 자신의 지프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서
모양도 색도 장식도 다~~ 색다르게 치장을 하는데요.
정말 그냥 양철통 같은 지프니부터 화려하기 그지없어
다시 한번 쳐다보게끔 만드는 지프니까지 정말 그 다양성은 최고입니다.
요즘은 한류의 영향으로
태극기가 그려진 지프니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그려진 지프니까지 (대한민국 만쉐이~ ^^)도 보이네요.
지프니 옆면에
출발지역과 중간에 유명한 건물이나 지명 그리고 마지막 도착지역이 쓰여있는데요.
당췌... 이 나라 필리핀은 버스도 지프니도 노선표가 참.. 빈약합니다.
저로서는 대채 이 지프니가 어디로 간다는 건지 알리가 만무입니다. ㅡ.ㅡ
그러나 이 지프니만 잘 타면 마닐라 어디든 못가는 곳이 없다는거~
필리핀 친구랑 몇번 지프니를 탔었는데요.
타기전 부터 이 친구가 어찌나 주의를 주는지...
제가 외국인이라 이목이 집중될터이니 더 조심해야 한다며..
제 핸드폰이 아이폰인데.. 지프니안에선 꺼내지도 마라.
지갑도 꺼내지 마라.
반지랑 귀걸이는 빼서 가방안에 넣어라.
가방은 두 팔로 꼭 감싸안고 있어라.
암튼 그래서 바짝 긴장하고 있는터에
옆사람이 갑자기 저를 툭 치더니 주먹을 내미는겁니다.
전...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힝... 이걸 뭐 어쩌라는 건지.
저도 주먹을 가져다 대라는건지... 그 주먹을 감싸쥐라는건지... 싸우자는 의사표현인건지...
어안이 벙벙한 저는 멀뚱멀뚱 @.@
그 주먹을 쳐다보고만 있었지요.
그런 저를 재밌다는 표정으로 지프니안의 모든 사람들이 집중.
제 옆에 있던 필리핀 친구가 씩 웃더니
그 사람의 주먹밑에 자기 손바닥을 대신 내밀더군요.
동전이었습니다. ㅡ.ㅡ
그렇게 친구는 그 동전을 받아 다시 앞사람에게 전합니다.
차비를 전달해 주는거라는걸 그때서야 알고 순간 제가 바짝 쫄았던게 어이가 없었습니다.
초큼... 민망하기도 했습니다만.
전 외쿡인이니까요.
모르는게 당연하니까요.
지프니의 내부가 길쭉하고 천장은 낮아서
기사에게 차비를 내기 힘든 구조입니다.
그래서 차비를 앞사람에게 건네고 그 사람은 다시 또 앞사람에게 건네고..
그렇게 지프니기사에게까지 전달하는거지요~~
기사에게 차비가 전달될때쯤 차비를 낸 사람이 어디 몇명~ 이렇게 외치면
기사가 잔돈을 거슬러 다시 뒤로 전달전달 차비를 냈던 사람에게 잔돈이 전달됩니다.
처음 접하는 문화다 보니 재미있었는데 장시간 타고 있으니까 자꾸 전달되어 오는 횟수가 많아지고....
좀 지나니 귀찮아지더라는.. ㅡ.ㅡ
그래서 지프니 꽁무니 자리가 상석이라는 말이 있다네요.
지프니 정류장은 따로 없어요.
그러면 어디서 어떻게 타느냐?!
길거리에 서서 손짓하며 "빠라 뽀" (세워주세요)라고 외치면 그 자리가 정류장.
탈때는 "바야드" (차비 받으세요)
내릴때는 "살루갈" (내려주세요)하면 또 거기가 정류장이 되는거랍니다.
^^ 쉽죠잉~~~ ?
차비는 4키로 기본요금 8페소로 시작해서 대략 장거리는 20페소정도라고 하네요.
일반적인 지프니는 15명~25명까지 탈수 있구요.
30~40명이 타는 에어콘 달린 대형 지프니도 있긴 해요.
주로 장거리용이구요.
4세 이하 어린아이는 어른의 무릎에 앉힐경우 공짜랍니다. ^^
가끔 지프니 밖에 매달려 타는 사람을 볼수 있는데요.
차장역활을 하며 호객행위도 하고 차비도 받고 하는 사람이거나.
공짜 손님의 경우랍니다.
지프니 특성상 빨리 달리지 못하긴 하지만 대롱 대롱 매달려 타는 사람을 보면
참 위험하기 짝이 없어 보여요.
아무리 공짜라해도.. ㅡ.ㅡ 저러다 다치면 어쩔까 싶은데요... .
이 지프니는 매연의 주범, 교통정체의 주범으로도 악명이 높아요.
중고차량의 부품들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매연이 아주 심하구요.
따로 정류장 없이 아무데나 서고 아무때나 출발하기 때문에
트래픽 마닐라에 일조를 한답니다.
몇번 되지 않는 지프니 타기 경험중에 재미있었던것이 주먹사건이었구요. ㅡ.ㅡ
또 한번은 지프니를 탔는데 출발할 생각을 안하는거에요.
손님이 어느정도 찰때까지 출발하지 않고 기다려요.
저 또한 한국사람인지라 ㅡ.ㅡ 마냥.. 기다리는것에 익숙하지 않지요.
근데 이네들은 그것에 대해 아무도 불만이 없다는게 신기했어요.
재촉하는 사람도 없고 언제 출발하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없이....
그 기다림이 10분이 될수도 있고 30분이 될수도 있고...
한국사람들에겐 있을수 없는 일인데 말이죠.
필리핀에서 살려면 기다림은 일상이 되어야 한답니다.
어쩌면 이것이 한국과 필리핀의 가장 큰 문화차이가 아닌가 싶어요.
이 지프니는 정분버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요.
제 중고딩시절에... 버스에서 눈 맞는 친구들이 종종 있었는데요.
이 지프니 특성상 좁은 공간안에 다닥다닥 무릎 맞대고 앉아 가다보면
젊은 청춘남녀들이 눈빛 찌리릿 주고받고, 전화번호 주고받고,
그러면서 정분이 많이난다고 정분버스라고 하지요.
참.. 재미난 별명이죠?
지프니 기사는 필리핀에선 1등 신랑감으로 쳐요.
일단은 직장 구하기 힘든 이 필리핀에서 꽤나 돈을 잘 버는 직업이구요.
매일 장시간 운전하느라 가만히 앉아있고 움직이지는 않으니 비만이 많고,
매연을 있는대로 마셔대니 건강이 나빠져서
지프니기사들이 수명이 짧다고 해요.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돈 잘 벌고 일찍 죽으니 1등 신랑감이라네요. ^^;;
지프니는 창문이 없어요.
그래서 한번 타고나면 매연을 통째로 뒤집어 쓰게 되는데요.
구멍구멍 아주 새까만 먼지가... 장난이 아니랍니다. ㅡ.ㅡ
창문이 없는데 비가 오면 어떻하냐구요?
평소에는 돌돌 말아둔 비닐을 풀어내려 비를 막아내는데요.
이것이 그냥 임시방편이라
비가 많이 오면 옆으로 새어 들어와 옷을 몽땅 버리기도 하지요.
마닐라를 벗어난 지방도시에선 교통수단이기도 하지만 운/송/수/단으로도 한몫을 한답니다.
제가 가이드 하면서 팍상한이나 따가이따이를 갈때면 코코넛을 잔뜩 싫은 지프니를 자주 보았더랬죠.
마닐라를 벗어나면 택시가 거의 없고, 버스도 장거리 버스가 대부분이어서
지프니는
관광객들에겐 재미있는 볼거리이고
필리핀사람들에겐 없어서는 안되는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 운송수단이랍니다.
새로 만든 지프니가 천만원정도라고 하는데요..
어떠세요? 필리핀 오셔서 수제 자동차 한대 장만하심이~~~~
이렇게 지프니에 대해 에리카가 알고 있는 모든 이야기보따리는 다 풀어놓았네요.
그리고 필리핀하면 떠오르는 두번째 명물
트라이시클 (tricycle) 에 대한 수다 바로 들어갑니다~~~
앉을수 있는 좌석이 딸린 오토바이를 트라이시클이라고 하는데요.
바퀴가 3개라는 의미랍니다.
타기전에 목적지를 이야기 하고 요금을 딜하는데요.
처음 트라이시클을 탔을때 4명이 한대의 트라이시클에 다 타라고 해서
일단 우리가 다 그 작은 트라이시클에 탈수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과
어찌 탄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 무게를 저 조그만 녀석이 실어 나를수 있을까 반신반의..
암튼.
한명은 오토바이 뒷좌석에 타고
그 작은 공간에 덩치큰 3명이 다 타라는거에요.
어찌 어찌 몸을 구겨넣으니 3명이 앉아지긴 하던데요.
타고 있는 내내 그게 신기하고 웃겨서 3명이서 머리맞대고 얼마나 웃었던지요.
요 조그만 공간에 우리 셋이 앉아지네 하면서요~
하긴 여기 살다보니 그 작은 트라이시클에 최대 7명까지 타는것도 보았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싣고 털털거리며 달리는
곧 서버릴듯한 오토바이가 신기하고 기특할 따름이에요.
대부분의 트라이시클 기사들에겐 트라이시클이 전 제산이어서 집과 같은 곳이라고 해요.
밤이 되면 그 오토바이위에 위태롭게 몸을 얹어서 잠을 자고 있는것을 자주 보게 되는데요.
참 가슴이 찡한게....
필리핀의 빈익빈 부익부의 현실이 느껴진답니다.
또하나 트라이시클과 비슷하게 생긴
패디캅(pedicab)이 있는데요.
요 녀석은 오토바이가 아니라 자전거랍니다.
패달로 달린다는 뜻인데요.
필리핀의 트라이시클과 패디캅은 더운 날씨때문에 생긴 교통수단인데요.
뙤약볕의 한 여름엔 진짜 5분도 걷기 힘들거든요.
그렇다고 택시를 타기엔 너무 가까운 거리에 딱 이용하기 좋은것이 트라이시클과 패디캅이랍니다.
대략 한사람당 20페소라고 듣고 패디캅을 타는데
40페소를 달라고 하는겁니다.
'아 얘가 날 외국인이라고 바가지를 씌우려는구나' 생각이 들어서
아주 경직된 표정으로
"나 여기 산지 오래되서 가격 다 안다. 20페소만 줄꺼다" 했더니
너무나 쉽게 ok하는겁니다.
ㅡ.ㅡ
근데 내릴때쯤 마음이 변했습니다.
저의 육중한 몸을 태우고
그렇게 깡마르고 작은 사람이 땀을 뻘뻘 흘려가며 한낮에 뙤약볕을 달려
저를 목적지에 내려주는데...
맘이 짠해서....
전 그냥 100페소 주고 돌아섰습니다.
왠지 모를 미안함에 거스름돈을 못받겠더라구요.
이상.
필리핀의 교통수단에 대한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다음번 포스팅은...
남자분들이 좋아하실만한 주제!!!
필리핀의 밤문화에 대해서 수다 좀 떨어볼까요?
딱 기달료~~~~~
첫댓글 지프니의 매연...
이런것 까지도 그립네요~
ㅋㅋ 지프니의 매연이 그리울수도 있군요. 그래요.. 지나면 다 추억이 되는거죠. ^^
으....지프니...ㅋㅋㅋ
아직 보기만 했지 타보지 못한 운송수단이네요. ㅎㅎㅎ
우리나라 문화인 빨리빨리가 안통한 나라네요. ㅎ
여자분에게 밤문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최초의 사건(?)이 발생하는건가요??? ㅋㅋ 쑥스러워라 부끄부끄
한번쯤은... 다른 문화체험정도로... 생각하면 재미난 경험이 될수도 있어요. 하하.. 다들 본내용보다 아래 세줄에 관심이 많으신듯.
지프니..유치뽕 치장의 끝판왕..화룡정점으로 밴츠 마크 부착..다음 주제 꼼짝 않고 기달림..
한국에서 아주 오래된 구형 그랜져에 에쿠스 마크 부착하고 있더군요. ㅋㅋㅋㅋ 그차 주인은 자기차가 에쿠스인양... 착각하고 싶은거겠죠? 다음 주제 다들 너무 기대하시니.. 원... 뜸 좀 들여야겠는걸료? ㅋㅋㅋ 아주 찰지게.
저의 첫 애마 프라이드를 개조한 지프니보고 저게 과연 잘 달릴까? 잘려가는 걸 보면서도 어리둥절했던 일인입니다 ㅋㅋ
요즘 앙헬레스엔 조금만 움직여도 100페소받는 트라이... 안타본지가 언젠지 ㅋ
관광지 트라이시클은 대부분 기본 100페소 받더라구요. 뭐.. 교통수단이 없으니 부르는게 값이지요.
필에서 보기만 했지 타볼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다시 보니 그립네요~^^
나름 재미나요. 사람 구경하는것도 그렇고.. 제대로 문화 체험 하려면 그 나라의 로컬들과 함께 해야만 알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열심히 경험해서 수다 떨어 드릴테니. 대리 체험하소소.
삭제된 댓글 입니다.
글을 잘 쓰진 못해요. 읽기 쉽도록... 노력하는것뿐. 저 정도 분량의 글 쓰는데 하루 종일 걸린답니다. 고치고 또 고치고. ㅋㅋㅋㅋ 밤문화.... 할말 많지요~~~~ 근데 다들 예고만으로도 이렇게들 기다리시니. 부담팍팍.
저도 처음에 지프니 탔을때 옆 사람이 돈을 주길래...당황했었다는..ㅋㅋ 그때 지프니에 탔던 사람들 저 때문에 빵터졌었습니다. ㅋㅋㅋ지금 생각해도 우습네요..
그죠~~ 첨에 마니 당황. 황당. 어이없음. 뭥미... 이런 감정. ㅋㅋㅋ 차비전달인걸 알고선... 아~~ 바보 도 트는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는..
딱 기달리고 있음다...ㅋㅋ
ㅎㅎㅎㅎㅎㅎㅎ 넵. 기대에 부응하는 찰진 수다가 되어야할텐데요. 괜히 예고성 멘트 날렸나싶어요. ㅡ.ㅡ
아....이제서야 에리카님의 글이 올라왔군요...ㅋㅋ 재밌게 보았구요...내일봐요..우리...ㅋ 게다가 밤문화는 걍 직접 내일부터 알려주삼...
ㅋㅋ 조심해서 오시구요. 왕자호동님 숙제~!!!! 한국의 뽀얀 눈 담아 오세요.ㅋㅋㅋㅋㅋㅋ 밤문화는.. 울 호동오라버니가 저보다 한수 위신데요.. 모. 강남스타일 다시 한번 볼수 있는거죠? ㅋㅋㅋㅋ 풀버젼으로. 기대만땅하고 있겠슴돠.
ㅎㅎㅎㅎ 아주재밌음~!!
ㅡ.ㅡ 제시카님. 평가단 놀이 고만하시고. 당근 당근 당근. 레알 당근!!!
소녀는 재밌어서 재밌다고했을뿐..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