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까지 서울 재개발단지 일반분양분이 쏟아질 것 같다. 당초 올해 분양 예정된 물량에다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사업을 서두르는 단지들이 많아서다.
분양 예정 물량 가운데 계획적으로 개발되는 뉴타운 등 입지여건이 좋은 단지들이 적지 않다. 인기지역일수록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분양가 인하 폭이 클 것으로 보여 상한제 타격이 커 재개발조합들이 사업을 재촉하는 것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잇따라 분양된 뒤에는 한동안 재개발단지 분양이 뜸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한제 적용을 받으면 사업성 악화로 재개발 사업도 주춤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7000가구 일반분양될 듯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올해 이미 일반 분양됐거나 분양 예정인 재개발단지는 23개 단지 3500여가구다. 2400여가구가 분양됐고 1100여가구가 남아 있다.
여기다 이들 물량보다 훨씬 많은 재개발단지가 내년 상반기까지 추가로 분양될 것으로 보인다.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기 위해 9월 이전에 사업시행(사업승인) 인가를 신청하는 단지들이다. 11월 말까지 일반분양 계획을 확정하는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하면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재개발 단지는 관리처분 인가 뒤 착공과 함께 분양되므로 빠르면 올 10월 이후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이들 단지의 분양이 줄을 잇게 된다.
조합 등에 따르면 20일까지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했거나 인가를 받은 단지는 22곳 3만2000여가구. 조합원 몫을 뺀 일반분양 물량은 6000여가구로 추산된다.
이달 말까지 사업시행 인가 신청이 더 있을 것이어서 분양 물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11월 말까지 관리처분을 신청하지 못하면 상한제 적용을 받아 분양이 늦어질 수도 있다.
왕십리·가재울·아현·미아·신정뉴타운 등에 사업시행 단계에 이른 사업장들이 많다. 왕십리뉴타운 내 3개 구역(총 4949가구 건립)의 경우 사업시행 인가가 모두 신청됐다. 450가구 정도를 일반분양할 2구역이 관리처분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상반기 1,2구역이 분양된 가재울뉴타운에서 3,4구역의 분양 윤곽이 잡혔다. 둘 다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이고 재개발 아파트에서 보기 드물게 큰 200㎡대가 들어선다. 최고 30층이 넘는 고층 단지들이기도 하다.
아현뉴타운에서 2개 단지가 나온다. 아현3구역은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다.
뉴타운이 아닌 곳에서는 한강변인 성동구 금호동과 용산구 신계동, 중구 신당동, 은평구 응암동 등에서 최근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했거나 받았다.
조합원 될까, 분양받을까
재개발 단지에 입주하려면 조합원이 되거나 일반분양을 받으면 된다. 일반분양 청약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당첨에 자신이 없으면 조합원이 되는 게 낫다.
올 들어 분양된 재개발 단지들의 서울 1순위 경쟁률이 10대 1을 넘기가 예사다. 다음달부터는 청약가점제가 시행돼 집이 있거나 무주택자라 하더라도 청약점수가 낮으면 당첨되기가 쉽지 않다.
조합원은 청약경쟁을 거치지 않고 일반분양분보다 층이나 향이 좋은 가구를 배정받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큰 평형을 원한다면 대지지분이 크거나 도로변인 등의 이유로 감정평가금액이 많이 나올 주택을 구입해야 한다.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뉴타운에서는 모든 세대원이 직접 거주도 해야 한다.
조합원 분양가가 일반분양분보다 저렴하긴 하지만 지금 조합원이 된다고 일반분양보다 돈이 훨씬 적게 드는 것은 아니다. 재개발 기대감에 실제로 감정 평가받을 금액보다 주택 등 지분(새 아파트를 배정받을 권리) 가격이 많이 부풀려져 있기 때문이다.
동·호수가 정해진 조합원 입주권은 층·향이 좋아 대개 일반분양분보다 비싸다.
일반분양은 자금부담에서 조합원보다 유리하다. 지분을 구입하는 데 한꺼번에 목돈이 들어가지만 일반분양은 입주 때까지 2년 반 정도 분양금액을 여러 차례 나눠낸다. 재정비촉진지구의 낡은 주택에 거주해야하는 번거로움도 없다.
앞으로 분양될 재개발단지들이 모두 청약가점제 적용을 받기 때문에 청약점수가 높으면 당첨확률이 높다.
분양가가 낮은 재개발단지를 원하면 상한제 적용을 받는 단지가 분양될 때까지 기다려야한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일반분양분보다 싼 조합원 입주권이 간혹 나오기 때문에 청약하더라도 조합원 매물 동향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