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첩장 직접 제작
우리 일생의 가장 중요한 파티에 손님들을 초대하는 초대장이 재밌고 멋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다. 그래서 남편과 나는 청첩장을 직접 제작하기로 하고, 컨셉 회의에 들어갔다. 우리가 같이 추구하는 가치들을 나누면서, 여러가지 청첩장 이미지들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예쁜 LP판의 이미지를 발견했는데, Long Play라는 LP의 뜻처럼 오랫동안 멋진 노래가 나오는 인생을 만들자는 의미를 덧붙여 LP판 모양을 본 따 작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청첩장을 제작하고, 결혼식 두 달 전쯤 신랑과 함께 후원하는 친구들이 있는 인도에 다녀왔다. 거기서 신랑과 인도 친구들이 서프라이즈 약혼식을 준비해줬는데, 그 때 장식용으로 사용한 꽃의 꽃잎들을 하나씩 떼어서 청첩장에 붙였다. 사는 동안 최소한 이 작은 꽃잎 한 장정도의 관심을 사회적 약자에게 보내주자는 다짐과 제안의 의미를 담아 간단한 편지를 써서 하객들에게 전해드렸는데, 버리기 아까운 청첩장을 만들자는 우리의 의도가 성공적으로 잘 통한 것 같다. (30만원)
❚ 풀 세트 예단, 예물은 No, 부모님과 동생들에게는 감사의 선물을
기본적인 형식을 넘어선 허례허식에 유난히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우리의 성향과, 경제적으로 그렇게 넉넉하지 못했던 내 상황상 결혼을 준비하며 서로 다른 가족문화에 따라 소위 예단, 예물의 수준을 결정하는데 갈등이 생기면 어떡할까, 막연히 고민해왔었다. 하지만 나의 고민이 민망할 정도로 양쪽 가족 모두의 의견이 잘 통일되어서 부모님과 형제, 자매들에게 감사의 의미가 담긴 선물을 드리는 것만 하기로 결정했다.
아버님, 어머님께서 모두 소모되지 않고 우리의 결혼을 기억할 수 있는 물건이면 좋겠다고 하셔서 아버님들께는 시계를, 어머님들께는 반지를 같이 맞춰서 드리고, 동생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선물로 주었다. (284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