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효창운동장에서 열린 '2016 대교눈높이 전반기 전국 고등 축구리그' 서울 북부권역 2라운드 친정 팀인 장훈고를 상대로 멀티골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어낸 대동세무고 유채우의 모습 ⓒ K스포츠티비
친정팀을 상대로 제대로 비수를 꽂았다. 대동세무고 해결사 유채우(3학년)를 두고 하는 얘기다. 친정팀 장훈고 전에서 후반 막판 연달아 2골을 꽂아넣으며 팀 분위기를 용광로로 몰고왔다. 첫 경기 인창고 전 버저비터 무승부의 후유증도 떨쳐냈다는 점에서 친정팀 격침의 가치는 더욱 높았다.
대동세무고는 10일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2016 대교눈높이 전반기 전국고등축구' 서울 북부 리그 2차전에서 유채우의 멀티골과 에이스 전우진(이상 3학년)의 1골을 묶어 장훈고를 3-0으로 대파했다. 대동세무고는 첫 경기 인창고 전 버저비터 무승부의 아쉬움을 털고 우승후보 0순위인 장훈고에 완승을 엮어내며 급한 불을 껐다. 시즌 첫 '퍼펙트 경기'를 써내린 대동세무고는 승점 4점(1승1무)으로 선두 중경고와 2위 여의도고(이상 승점 6점)를 2점차로 추격하며 순위 싸움에도 불을 지폈다.
빠른 원-투 패스와 포지션체인지 등이 위력적인 장훈고를 맞아 대동세무고는 평소와 달리 수비에 안정을 꾀하면서 역습을 노리는 전략을 폈다. 장훈고가 패스 게임 위주로 점유율 축구를 구사하는 특색을 감안해 공-수 간격을 촘촘하게 좁히면서 역습으로 상대 수비의 느린 발을 파괴할 계산이었다. 대동세무고의 전략은 옳았다. 전반 12분 전우진의 선제골로 시원하게 포문을 열며 기세를 올렸다. 이후 장훈고의 맹공에 위험천만한 장면이 빚어졌지만, 몸을 아끼지 않는 육탄방어로 위기를 모면하며 리드를 지켜냈다.
이날 경기의 '히어로'는 따로 숨어있었다. 주인공은 지난해 8월 장훈고에서 전학온 해결사 유채우였다. 후반 14분 장보성 대신 교체투입된 유채우는 그라운드를 폭넓게 누비면서 전우진, 함승원 등과 연계 플레이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훈고 수비라인이 후반들어 집중력이 다소 떨어진 것을 감안해 최전방과 중앙을 쉴 새 없이 좁혀들며 상대 체력 소모를 가중시켰다. 미드필드까지 내려와 좌-우 폭을 크게 열어젖히며 전우진과 함승원 등 동료 선수들과 좋은 궁합을 선보였다. 안정된 볼 키핑으로 상대 몸싸움도 영리하게 대처하는 등 심봉섭 감독의 기용에 멋지게 화답했다.
적극적인 수비 가담은 나머지 선수들의 과부하를 벗어던지는 촉매제였다. 유채우는 집요하게 숏패스 위주로 플레이를 구사한 장훈고의 패턴을 대비해 재빨리 수비로 내려와 유기적인 협력수비 대열을 형성하며 상대 횡패스를 유발시켰다. 한박자 빠른 압박 타이밍으로 상대 김희망과 김성빈 등의 공간 침투를 허용하지 않는 등 팀 플레이에도 충실했다. 아직 부상 후유증으로 몸 상태가 100%가 아님에도 팀을 위해 자신의 몸을 기꺼이 내던지며 친정팀 격파에 대한 남다른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팀 플레이에 치중하며 예열을 달군 유채우의 '쇼타임'은 후반 막판 비로소 폭발했다. '슈퍼 서브' 오지훈과의 환상적인 콤비네이션은 장훈고를 완전히 초상집으로 만들었다. 후반 35분 오지훈이 골키퍼와 단독 찬스에서 때린 왼발 슈팅이 상대 골키퍼 노승윤 손 맞고 나온 것을 침착하게 오른발로 차 넣으며 추가골을 뽑아냈다. 4분 뒤 왼쪽 측면에서 오지훈의 크로스를 재빠른 문전 쇄도로 추가골을 엮어내며 필드를 완전히 지배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친정팀의 성향을 손바닥 보듯 꿰고 있는 유채우의 진가가 '해피엔딩'을 이룬 대목이다.
"첫 경기 인창고 전에서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서 아쉽게 무승부를 기록했다. 오늘 경기가 우리 팀 입장에서는 상당히 중요했다. 장훈고가 패스 게임 위주로 플레이를 펼치는 팀이라 찬스가 쉽게 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예상했었다. 하지만, 내가 경기 전 선수들에게 장훈고 선수들의 특성과 성향 등을 많이 알려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득점 찬스가 오면 침착하게 살리려고 했는데 그 부분이 잘 먹혔다. 오늘은 모든 선수들이 하나로 뭉치면서 팀 플레이에 치중한 것이 주효한 경기였다."
"동계훈련 때 부상을 입으면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스스로 부족한 부분이 많았기에 최대한 팀에 보탬이 되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코칭스태프 분들께서 자신있게 가지고 있는 능력을 다 보여줄 것을 말씀하셨다. 다행히 (오)지훈이가 나에게 좋은 패스를 넣어줘서 2골을 뽑아낼 수 있었다. 솔직히 다른 팀보다 친정팀이기에 더 이기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결과가 좋게 잘 나와서 남은 경기 반등의 계기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여러모로 장훈고 전은 개인과 팀 모두 의미있는 승점 3점이었다."
심봉섭 감독과 박민서 코치의 두터운 신뢰 속에 새 둥지에 빠르게 연착륙한 유채우는 동계훈련 때 입은 부상으로 시즌 첫 대회인 대구 문체부장관배 대회 예선탈락을 씁쓸하게 지켜봤지만, 권역 리그를 통해 본래 페이스를 회복하며 코칭스태프들의 근심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고 있다. 어느덧 고교생활도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만큼 매 순간이 소중할 수 밖에 없다. 중경고, 경희고 등 강팀들과 '서바이벌 경쟁'이 도사리고 있기에 남은 레이스 역시도 총력전을 시사했다. 몰아치기 능력이 비로소 발동이 걸리고 있는 만큼 그의 활약은 대동세무고에 날개를 장착하는 것과 다름없다.
"시즌 첫 대회인 대구 문체부장관배 대회 때 팀에 많은 보탬이 되지 못해 미안함이 컸다. 이제 고교생활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남은 권역 리그도 매 경기 최선을 다해서 동료들과 정상 샴페인을 맛보고 싶다. 왕중왕전 출전은 당연한 목표고, 하계 전국대회에서도 좋은 결과물을 거둬서 좋은 추억을 장만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두자릿수 골을 목표로 팀에 보탬이 되는 것이 임무다." -이상 대동세무고 유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