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가 우는 까닭은?

세 사람의 우정은 산산조각이 나고 그 후로 만나지 않게 되었다.아니 젊은 날의 해브닝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 이런 일이 어떻게 세 사람의 우정을 갈라놓을 만큼 심각함 문제가 되었는지?인간은 항상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동물이라 자기주장에 매몰되기 때문이었을까?아니면 아직 마모되지 않고 어설프고 세련되지 못한 성격들이 부딪쳤을까? 그 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창희는 대학을 졸업하고 미나와 결혼하여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살다 보영이 5살 때에 고향에 돌아와 아버지 사업을 이어받았고 석호는 선생님이 되어 서울에서 근무하다 창희보다 오륙 년 늦게 고향으로 전근하여 돌아왔고 연로하신 부모님 때문에 고향을 떠나지 못한 철호는 처음부터 적성면사무소에 근무하고 있었다. 세 사람이 모두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서로의 소식을 풍문으로만 듣고 만나지는 않았다.그러던 그 들이 처음으로 얼굴을 대한 것이 영섭과 보영의 초등학교 졸업식에서다.졸업하는 아들과 딸을 축하해 주기 위해 졸업식에 참석했던 두 사람은 졸업식이 끝난 뒤 석호의 주선으로 자리를 같이하게 되었다.영섭과 보영의 담임선생님이 석호였다.무려 20여 년 만에 모임 자리에 그동안 나이를 먹으며 모난 마음이 둥그레졌고 마음의 앙금도 많아 사그라져서 인지는 몰라도 석호에 제안에 두 사람은 별다른 이의 없이 술집에 마주 앉았다.술이 몇 순배 돌 때까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참으로 오랜만이군. 우리 셋이 이렇게 같이 한 것이.”석호가 먼저 입을 열었고 그 말에 두 사람의 어색한 눈빛이 잠시 엉키었다.그리고 다시 술이 몇 순배 더 돌았다.말은 서로 안 해도 권하는 술잔은 거부하지 않고 받았다.그것을 보고 석호가 한마디 한다.“이 자식들 안 만나는 사이에 모두 벙어리가 됐냐?”그래도 철호와 창희는 아무 말이 없다.“이것들이 오랜만에 만나니까 쑥스러워 벙어리가 됐나. 아무 말도 않게.” 석호가 두 번째로 언성을 높였지만, 그래도 둘은 말이 없다. 마음에 응어리로 헤어져 오랫동안 안 만나 서로 입을 떼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이 모양을 보고 석호가 또 한마디 한다.“이것들이 왜 이래? 못 처럼 만나니 낮 설어서 그러냐? 그래도 둘이는 여전하다“너희들 왜 그래 어디 아프냐? 아니면 내가 나이가 많아 귀가 잘 안 들려서 너희들이 하는 말소리를 못 듣는 것이냐?”석호의 그 소리에 철호가 피식하고 쓴웃음을 짓는다.“아니 너 왜 웃냐? 내 말이 그렇게 웃습냐?”석호가 시비조로 말한다.“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를 화해시키려는 네 정성이 갸륵해서 웃었다.”“그래! 나는 항상 너희들에게는, 너희 같은 머저리들에게는 정성을 다하려고 했고 지금도 그렇다. 그게 뭐 잘못됐냐?”철호가 웃음을 보이자 석호가 밝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석호의 정성스럽고 유모스러운 말에 철호가 또 피식 웃었고 창희도 따라 미소를 지었다.그리곤 철호가 먼저 창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창희야! 내가 잘못했다. 미안하구나.”“미안한 것은 나다.” 하고 철호의 손을 잡는 창희의 두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고 그것을 본 철호에 두 눈에도 이슬이 맺었다.19살 어리다면 어리고 순수하다면 순수한 시기에 가슴에 맺어져 20여 년을 응어리져 있던 원망과 분노가 풀리는 순간이다. 어쩌면 그 응어리는 벌써 풀렸는지 모르는데 그동안 서로가 습관적으로 상대를 피했는지 모른다.20여 년 만에 화해 그 감격은 석호도 울렸다.눈물을 닦으며 창희가 그동안 묻어 두었던 이런 말을 했다.미나와 창희는 어려서부터 부모님들이 짝지어 준 상태였다.미나의 아버지와 창희의 큰 아버지가 창희네 집에서 팔십여 리 떨어진 한 마을에 사는 친구 사이여서 두 집안이 다정하게 지내는 사이고 그래서 창희 아버지도 미나 아버지와 아는 사이었다.창희가 초등학교 3학년 때 큰 집에 놀러 갔을 때이다. 이때 먼저 큰집에 놀러 온 미나와 만났었는데 그때 큰 집 형제들과 두 애들이 노는 것을 보고 큰아버지가 두 애들이 잘 어울려 논다고 이다음에 두 애들이 크면 짝을 지어 주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농담 삼아 제안을 하셨고 두 집에 아버지들도 장난삼아 그러자고 했다.어려서 남들보다 조숙했던 창희는 어른들의 말씀을 듣고 얼굴을 붉혔다.그 후 큰집에서 가끔 미나를 만나면 큰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나 창희는 얼굴을 붉히곤 했다. 창희가 초등학교 6학년 때 큰 집이 다른 곳으로 멀리 이사 가는 바람에 이후 미나네와 창희네는 만남이 거의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고등학교에서 만났다.미나네가 Z고등학교 근처로 이사를 온 것이다.미나는 창희를 못 알아보았다.창희도 처음에는 미나를 못 알아보고 다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고 이름도 낮 설지 않은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큰아버지의 댁에 놀러 갔다가 미나네가 Z고등학교 근처로 이사 온 것을 알게 되어 미나를 알아보게 되고, 초등학교 때 인상 깊었던 큰아버지 말씀이 기억나 자연 미나에게 관심이 쏠리고 그래서 사랑이 싹트게 되었다.그 후 미나도 창희를 알아보고 두 사람은 가끔 만나는 사이로 발전하고 서로에 대하여 좋은 감정도 가지고 있었다.다만 아직 창희가 자기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아 미나의 생각이 어떤지는 모르고 있었지만. 철호네들과 삼각관계가 됐을 때 철호의 단호함에 처음 철호에게 포기한다고 하고 미나를 잊으려고 했지만 어려서부터 키워온 사랑이라 쉽사리 잊어지지가 않고 그래서 철호가 무척 원망스러웠고 마음도 혼란스러워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러한 상태 때문에 철호에게도 쿨하게 대할 수 없던 마음이 석호의 말을 듣고는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 잊기로 굳게 결심하고 더욱 열심히 공부하여 자기가 바라는 대학을 입학하였다. 합격통지서를 받고 인사차 큰댁에 갔던 창희는 거기서 또 미나를 만났다.미나도 대학 입학 후 아버지의 권유로 아버지와 같이 여행 중 창희네 큰댁을 들렸다는 것이다.창희를 보신 큰아버지가 두 애들이 어릴 때 일을 생각하시고 미나 아버지에게 훌륭하게 자란 두 사람을 정혼 시키자고 다시 말씀하셨고 미나 아버지가 두 사람이 반대하지 않고 창희 아버지가 동의하시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씀하셨다.큰아버지는 창희 아버지는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며 창희와 미나를 불러 앉히고는 먼저 창희에게 ‘미나 아버지와 큰아버지는 막역한 친구 사이로 미나네 가정을 내가 잘 아는데 훌륭한 가정으로 딸의 교육도 잘 시켰을 것을 의심치 않으며 그런 가정의 딸을 아내로 맞는 것은 너에게는 물론 좋은 일이고 그런 집안과 사돈을 맺는 것은 너희 집은 물론 이 큰아버지에게도 좋고 참으로 경사이니 미나와 정혼을 하라’고 권하시고 미나에게는 ‘창희네가 동생네 집이라서가 아니라 괜찮은 집안이고 창희도 내 조카이지만 내가 보기에는 좋은 청년이니 창희와 정혼하라’고 권하셔서 평소에 미나를 좋아하던 창희는 물론 고등학교 때 가끔 창희와 만나며 창희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던 미나도 동의를 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장래를 약속한 사이가 되어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이렇게 하여 친구들과의 약속을 저버리게 된 창희는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었고 그래서 친구들을 만나 자기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이해를 구하려고 하였으나 그때 하필 창희를 무척이나 사랑하시던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어 장례와 마음의 상처로 미루고 있었는데 그 사연을 이야기하면 이해해 줄 줄 알았던 철호가 갑자기 자기를 찾아와 자기가 해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자기를 염치없고 의리 없는 놈이라고 몰아세워 그렇지 않아도 할머니일로 마음이 상해있는데, 와서 위로는 못 해 줄 뿐 아니라 자기 마음을 너무도 몰라주는 철호에게 화가 나서 싸웠고, 고등학교 때 일과 또 대학 때 미나의 일로 철호와 싸운 것을 미나가 알게 되면 자신은 물론 친구들도 우스운 사람들이 될까 봐 철호와 석호를 피하였던 것이다.이 이야기를 듣고 철호가“내가 속이 좁은 놈이군! 나만 이해했으면 우리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걸! 20여 년을 소비한 후 후회라니.”하는 철호의 말끝에 “그것의 빌미를 준 것은 나야, 그리고 내가 좀 더 너희를 설득하려고 노력 했어야 하는데, 모든 것이 내 잘 못이지.”하고 창희가 덧붙이고는 둘이는 모두 회한에 잠겼다.“이제와 누구의 잘, 잘못을 따져 무엇을 하나 그만두세, 그리고 앞으로는 참으로 참다운 친구로 지내세”석호가 제안 했다.“그래야지.”“그럼 그렇고말고 지난 세월이 얼마인데.”두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그리고 창희가 이렇게 덧 붙였다.“나는 고질병을 앓고 있어 오래 못 살 것 같아, 그래서 철호! 자네에게 부탁이 있어 이다음에 애들이 자라면 우리 보영이를 자네의 아들 영섭과 짝지어 주었으면 하네. 그렇게 해서 자네와 네가 사돈이 되면 끊어졌던 우리의 우정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우리의 우정을 그렇게 꽃 피우는 것도 괜찮지 않은가 하는 것이 내 심정이야 또 그래야만 내가 죽은 후 자네가 우리 가정을 돌보아 줄 것 아니겠나?”“무슨 말이야? 고질병이라니?”“응! 오래전부터 몸이 안 좋았어.”“자세히 좀 말해봐라. 무슨 병인데?”“그것은 차차 말하기로 하고 내가 한 말 생각 좀 해봐.”“그래! 알았다. 걱정 말아, 내가 잘 되도록 할게.”“그래! 부탁한다. 석호 네가 증인이 돼줘, 그리고 우리 집에는 오려고 하지 마라, 너희들이 보고 싶으면 내가 연락할게, 우리 집사람이 너희들에 대해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어서.”“그럴지도 모르겠군, 알았어, 그보다 자네 건강에 유의해.”“고마워.”그날 그렇게 하고 헤어지고 난 후 가끔 창희가 외출해서 만나곤 했던 세 사람은 보영이 고등학교 2학년 늦가을 어느 날 창희의 병실에서 마지막으로 만났다. 간호하고 있던 미나가 집에 다녀온다고 자리를 비웠으니 오라는 창희의 연락을 받고그때 찾아가 건강을 걱정하는 두 사람에게 창희는 다시 영섭과 보영의 장래 일을 이야기했다. 그리곤 며칠 후 영원한 이별을 했다.창희의 영결식에 참석했던 철호와 석호는 보영이 어머니, 미나의 냉대를 받아야 했다. 이십 오륙 년이 넘도록 아무 소식도 없던 사람들이 영결식에는 웬일이야고여기서 강 선생님의 말씀은 끝났다.그리고 이렇게 덧 부치셨다.너희들이 이런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기 전에 보영이 아버지는 하늘로 갔고 영섭의 아버지도 올 여름 고혈압으로 쓸러진 후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오늘 내가 너희들을 불러 이 말을 하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