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에 처음 시작된 로또복권이 발행횟수가 거듭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복권당첨금이 다음 회로 이월되어 당첨금액이 누적되고, 그 금액이 커짐에 따라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의 수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로또복권에 대한 관심은 누적 당첨금이 커짐에 따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당첨자가 나오면 그 다음에는 시들해지는 상황이 이어져 왔다.
최근 들어 로또복권보다 더욱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강남 아파트시장이다. 강남 집값이 상승한 것이 금년들어 처음은 아니다. 강남 집값은 이미 2001년부터 전국의 집값 상승을 선도하여 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전국적인 아파트 투기열풍의 중심지에 서 있다고 보여진다. 강남지역의 주거환경은 신도시보다 뒤떨어지고 있으나 교육환경 및 여타 도시서비스 측면, 그리고 공동체의식이 강하게 형성되어 지역적 독점이익을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강남지역의 집값상승이 주변지역으로 확산되고 이것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여 정부는 강남지역의 집값 상승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작년 초부터 시작된 투기억제책들이 발표될 때마다 잠시동안은 주춤하던 집값이 금년 들어서는 정책발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투기세력은 활개를 치고 있으며 오히려 국민들의 관심을 더욱 증폭시켜 실수요자마저 투기수요로 전환시키는 결과를 야기하였다. 강남 지역의 집값 급등은 외환위기 이후 지원된 과잉유동성과 저금리기조가 주된 원인으로서 강남클럽 회원권 값이라는 둥, 전국민이 강남투자를 고려한다는 둥 그럴듯한 얘기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각 언론들은 정부대책이 나올 때마다 당장 가시적인 효과가 없다고 지면 가득히 비난하고, 이에 따라 전 국민의 관심은 점점 고조되어 가면서 정부는 또다른 대책을 만들어내느라 고심하고 있다.
전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로또 시장이나 아파트 시장이나 마찬가지이다. 많은 국민이 기대감을 갖고 참여하여 돈 놓고 돈 먹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과열양상이 나타났을 때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도 유사하다. 당첨금액이 불어나면 전국적인 로또 열풍으로 정부가 앞장서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비난이 일어 로또복권 발행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곤 하였다. 강남지역의 부동산 투기열풍에 정부가 투기억제대책을 계속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아파트투기열풍이 로또복권 열풍보다 사회적으로 폐해가 더욱 크다. 로또 복권시장에는 2천원이면 참여할 수 있다. 따라서 복권시장에는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고 당첨자가 극소수이므로 당첨되지 않았다고 하여 크게 배아프거나 기분나쁘지 않고, 모아진 금액 중 당첨금을 뺀 나머지는 공공부문에 쓰인다고 하니 좋은 일에 기여하였다는 보람도 있고, 당첨을 기다리는 즐거움도 있었다.
한편, 아파트 시장은 있는 사람에게는 얼마 안되는 돈이지만 일반서민에게는 큰 금액인 청약금이나 전매자금이 필요하다. 따라서 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파트 시장은 있는 사람들의 돈잔치가 된다. 아파트시장 참여자라 하더라도 당첨확률이 로또보다 높기 때문에, 당첨되지 않았을 때 억울한 느낌이 강하다. 돈잔치로 모인 자금은 공적인 목적에 쓰이기보다는 있는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채워주는데 기여하기 때문에 당첨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의 불만이 커져 사회적 위화감을 야기한다.
더욱 위험한 것은 아파트 시장의 투기열풍은 지속성이 강하여 소위 말하는 버블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또는 당첨자가 나오면 그 다음 번의 당첨금은 제로(zero)에서 다시 시작하게 되어 투기열풍의 지속성이 구조적으로 차단되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시장에서는 당첨자가 결정되면 그것으로 끝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주택가격의 하향 경직성으로 인하여 그 가격에서부터 시작하게 되어 가격상승이 지속되다가 결국은 마지막에 잡는 사람이 가격하락으로 커다란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버블의 형성 및 붕괴는 개인적 피해뿐만 아니라 전체경제에 부담을 주게 된다.
지금은 우리사회가 전부 돈의 노예가 되어 미쳐 돌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우리 모두 들뜬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 열기를 식히고 냉정을 되찾아 원칙으로 돌아가자. 정부는 부동산과세 강화 등 투기억제의지를 강하게 비치고 있다. 이러한 대책이 지금 당장 효과를 발하기 어려울지 몰라도 정책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작금의 현상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 없다. 주택수요자들도 막차를 타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신중한 투자행태가 요구된다. 언론들도 당장 가시적으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현상적인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원칙에 충실한 시장대응이 무엇인지를 비판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소란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정부는 성급한 대책을 남발하기보다는 신중하게 대책을 마련하여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고 대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한 기반마련을 병행해야 한다. 대책부터 먼저 발표하고 지원기반 미비로 정책효과를 떨어뜨리지 말아야 한다. 또한 지금 발표된 대책들을 꾸준히 추진하는 정책의지가 필요하다. 이와 아울러 투자수요가 한쪽으로 편중되지 않도록 지역별, 주택유형별로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주택정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