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86 인문논총 제65집 (2011)
이종주 후설의 타자이론의 근본화로서].pdf
후설의 타자이론의 근본화로서 메를로-퐁티의 타자이론
-메를로-퐁티의 『지각의 현상학』을 중심으로-
이 종 주
(서울대학교 철학과)
1. 논의주제 및 전개방향
자신의 현상학에 대해 후설이 가장 지속적인 반론과 해명의 노력을 보
인 문제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유아론의 반론과 상호주관적 현상학을 통
한 극복의 문제이다.1) 그러나 우리의 판단으로는 후설의 현상학에 대한
1) 후설이 자신의 현상학과 관련해서 유아론의 반론을 스스로 제기한 대표적인 문헌
들은 다음과 같다. 현상학의 근본문제들(1910/11), 이념들 II, 제일철학 II
(1923), 형식적 논리학과 초월론적 논리학(1929), 데카르트적 성찰들(1929). 따
라서 이 문헌들은 유아론의 반론을 극복하기 위해 후설이 상호주관성의 현상학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는 대표적인 문헌들이기도 하다. 후설의 타자이론에 대한 연구
현상학 진영 내부에서 가장 큰 비판은 바로 유아론의 극복으로서 후설의
상호주관성의 현상학이 갖는 문제점이다. 특히 20세기 전반 후설 현상학
의 비판적인 계승을 통해서 자신들의 독자적인 사상들을 개척해 나간 대
표적인 사상가들로서 하이데거, 싸르트르, 레비나스 그리고 메를로-퐁티
는 동시에 후설의 상호주관성 문제에 대한 대표적인 비판적 해석가들이
다.2) 그런데 후설의 현상학 일반 및 상호주관성의 현상학에 대한 하이데
거, 싸르트르, 레비나스의 비판적 해석과 달리 메를로-퐁티의 후설 해석
은 다음 두 가지 점에서 구분되어야 한다.
첫째, 후설의 현상학에 대한 연구방식에서 차이이다. 특히 탐구의 대
상으로 삼는 문헌의 차이가 있다. 하이데거의 경우 후설의 논리연구,
이념들Ⅰ 등이 초기문헌이 주요논의 텍스트가 되었고, 싸르트르나 레
비나스의 경우 이념들Ⅰ, 형식적, 초월론적 논리학, 데카르트적 성
찰들 등을 주요 논의텍스트로 삼았다. 이 문헌들에서는 대개는 후설의
초기부터 후기까지 이어져온 한 가지 입장, 즉 초월론적 관념론의 입장
에서 지향성에 대한 정적, 타당성 정초의 분석이 두드러진다.3) 반면 메
는 또한 1905년부터 1930년대 중반까지 수많은 유고들(Iso Kern이 편집한 상호주
관성의 현상학 I, II, III에 수록)들에서 이루어져 있다.
2) 하이데거의 타자이론은 존재와 시간(1927년)의 1편 제4장 「공동존재와 자기존재
로 세계-내-존재: 세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M. Heidegger, Sein und Zeit(1927)
(GA2), ed. F.-W. von Herrmann, 1977)(이하 SZ로 약칭). 싸르트르의 타자이론은 싸
르트르의 존재와 무의 3부의 [ 대타존재] , 1장 [ 타자의 존재] , 특히 4절의 <시선
(regard)>에서 가장 잘 드러나 있다(J.P. Sartre, L’ Être et le Neˊant(Gallimard, 1943년)
[ 이하 EN으로 약칭함] . 레비나스의 타자이론은 사실 레비나스 전체 저작에 모두
드러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레비나스의 철학의 핵심주제이기도 하다.
특히 후설, 하이데거와의 관계 속에서 레비나스의 타자이론의 발전을 보여주는 초
기 작품으로 존재에서 존재자에로가 주목할만 하다(E. Levinas, De l’ existence a l’
existant, (Fontaine Paris, 1947년))[ 이하 EE로 약칭함] . 끝으로 메를로-퐁티의 타자이
론은 지각의 현상학의 2부 [ 지각된 세계] 5장 <타인과 인간적 세계>에서 잘
드러나 있다(M.Merleau-Ponty, Pheˊnomeˊnologie de la perception, (Gallimard, 1945년)).[ 이하
PP로 약칭함]
이종주 / 후설의 타자이론의 근본화로서 메를로-퐁티의 타자이론 87
를로-퐁티가 지각의 현상학에서 주로 연구대상으로 삼는 후설의 문헌
은 30년대 이후 후기 유고와 유렵학문의 위기와 초월론적 현상학(1934
년)이다. 이 문헌들은 대체로 앞서 언급한 후설의 생전 공식 출판물들에
서와 달리 “생활세계의 현상학”, “발생적 현상학” 등의 이름으로 대표되
는 후설의 또 다른 입장이 주로 나타나 있다.4)
둘째, 후설의 현상학에 대한 연구의 목적에서 차이가 난다. 사실 하이
데거, 싸르트르, 레비나스 그리고 메를로-퐁티 모두 후설 현상학으로부
터 출발을 했지만 각자 나름의 독창적인 사상의 길을 닦아 나갔다. 그러
나 앞서의 세 사상가가 이미 그들의 초기 대표적 저작들에서부터 후설이
생각하는 현상학의 의미와는 전혀 다른 현상학 혹은 비현상학적 입장을
취한 반면 메를로-퐁티는 지각의 현상학에 국한해서만 논한다면, 후설
의 현상학을 더욱 근본화시키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5) 특히 타자이론
에만 국한해서 보더라도 앞서의 세 사상가는 모두 철저하게 후설의 타자
3) 물론 하이데거의 경우 존재와 시간 7절 현상학의 탐구방법의 말미에서 “저자의
프라이부르크 수학시절, 후설은 절친한 개인적 지도와 미공개 연구물의 아주 자유
스런 이용허가를 통해 저자로 하여금 현상학의 연구의 다양한 영역들에 익숙하게
해주었다.”(SZ, S. 52)라고 말하면서 후설의 20년대 초반까지의 유고들에 대한 검토
도 함께 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에서 다루어지는 주제와
방법을 통해 역추론해 볼 때 주로 후설의 이념들 II에서 정신세계와 관련된 논의
와 「의식의 구조에 관한 연구들」이라는 주제로 1900년에서 1914년 사이에 집필되
었으리라고 추정되는 M III 3 I라는 유고에서 [ 기분현상의 분석] 은 하이데거가 연구
한 후설의 미간행 연구물에 포함될 것 같다(이남인, 후설의 현상학과 현대철학
pp. 54- 55 참조).
4) 이처럼 자신의 현상학의 두 가지 일견 상충되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을 후설 자신은
“현상학의 두 얼굴”(Das Doppelgesicht der Pha¨nomenologie)(Hua XV, 617)이라는 말
로 표현하고 있다.
5) 지각의 현상학의 서문의 제목 [ 현상학이란 무엇인가] , 내용 그리고 참고문헌에서만
보더라도 자신의 논의가 후설의 현상학의 극복이나 이탈이 아닌 현상학의 심화임
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각주에서 자신의 논의의 주요전거로 후설의 미발간
유고를 지속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지각의 현상학의 연구가 후설의 유고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서술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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