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간밤에 구글월릿(Google Wallet)을 발표했습니다. 월릿=wallet=지갑. 우리말로 옮기자면 “구글지갑”입니다. 쉽게 말하면 신용카드를 대체할 수 있는 “전자지갑”입니다. 구글월릿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모르겠지만 2007년 애플의 아이폰 발표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겁니다. 구글월릿 발표를 계기로 휴대폰이 신용카드를 대체하기 시작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신용카드가 처음 나왔을 때 그게 현금을 대체하리라고 누가 확신했습니까. 휴대폰이 신용카드를 대체할 것이란 얘기는 10년 전부터 나왔고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실패했습니다. 통신사업자들이 주도권을 잡겠다고 나섰는데, 카드 사업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죠. 주도권 싸움만 하다가 끝났습니다. 기술도 뒷받침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전자지갑은 통신사업자, 플랫폼 사업자, 신용카드 사업자, 스마트폰 메이커, 그리고 많은 유통업자 등이 합심해 상생을 추구해야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구글월릿은 그런 점에서 상당히 위협적입니다. 안드로이드 플랫폼 사업자인 구글과 시티뱅크, 마스터카드, 스프린트, 삼성을 비롯한 폰 메이커, 유통업체 등이 손을 잡았습니다. 미국에서 출발해 전 세계 장악을 노리겠죠.
구글월릿 발표 이벤트는 뉴욕에서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1시간 동안 진행됐습니다. 유튜브에서 생중계했습니다. 커머스 담당 스테파니 틸레니우스 상무(VP)가 발표했습니다. 여자분입니다. 구글월릿은 NFC(근접통신)을 활용한 서비스입니다. 그런 점에서 KT에서 NFC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양현미 전무를 연상케 합니다. 엔가젯 라이브 블로그를 참고해 이벤트를 정리합니다.
스테파니 무대에 등장. 두 가지, 구글월릿(Google Wallet)과 구글오퍼스(Google Offers)를 발표하겠다. 폰이 전자지갑이 된다. 터치만 하면 결제가 되고 할인 받을 수 있다(just tap, pay, and save). 이커머스 시장은 지난해 2270억 달러에서 2013년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이다. 대다수 소매사업자들이 이커머스 웹사이트를 구축했다. 1998년만 해도 소비자 70%가 온라인에서 결제하지 않았다. 지금은 70%가 그렇게 한다. 180도 달라졌다. 그런데도 이커머스가 소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에 불과하다. 이제 새로운 큰 변화가 시작된다.
마스터카드의 에드 맥로한 등장. 페이패스(PayPass)는 10년쯤 전에 노키아 폰에 탑재됐다. 오늘 공개하는 NFC 방식 구글월릿의 기반이 된 셈이다. 폰에서 페이패스만 된다면 세계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 외화를 환전할 필요도 없고, 해외여행 다녀와서 외국 동전을 서랍에 버려둘 필요도 없다. 구글월릿은 페이패스와 호환된다. 여러분 폰에서 사용할 수 있다. 내년이면 폰의 절반에 NFC가 탑재될 것이다. (신제품 절반이겠죠. 안드로이드폰 신제품은 물론 아이폰에도 NFC가 탑재될 테고...) 우리는 공동으로 추진함으로써 쇼핑 방식을 혁신하려고 한다.
스테파니 다시 등장. 씨티, 마스터카드, 스프린트가 합류했다. 식료품가게에서 어떻게 하는지 보자. 폰에서 위치 서비스를 켜면 쇼핑 정보가 들어온다. 파이 할인 쿠폰이 떴다. 오늘 하루만 1달러 할인. 손가락으로 누르면 할인가로 결제가 된다. 각종 카드가 잔뜩 꽂힌 지갑을 꺼내 신용카드를 찾을 필요가 없다. 메이시스, 풋로커 등 소매업체 대표들이 여기에 왔는데, 소비자들에게 좀더 나은 딜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탭 앤 세이브(Tap and save)". 눌러서 결제해 할인 받으라.
구글월릿을 자세히 살펴보자. 2014년 쯤이면 스마트폰의 50%가 NFC 기능을 탑재할 것이다. 구글월릿은 다양한 카드를 지원한다. 씨티 마스터카드는 기본으로 들어간다. 신용카드로 충전하는 구글 선불카드도 넣을 수 있다. 자물쇠가 있는 전자지갑이다. 여러 단계 보안장치가 들어간다. 폰을 잠글 수 있고, 핀이 필요하고,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카드가 완전히 노출되는 경우는 없다. 누군가가 어깨너머로 신용카드 번호를 훔쳐볼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수개월 이내에 미국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메이시스, 서브웨이, 월그린스, 토이저러스, 노아스베이글스 등의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밖에도 많다.
다음은 구글오퍼스. (구글오퍼스는 그루폰과 같은 소셜커머스 서비스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티켓몬스터와 같은 것이죠.) 오퍼스 정보는 여러분 이메일 수신함에 ‘오늘의 오퍼’란 이름으로 전송된다. 앱을 이용해 찾을 수도 있다. 그루폰 오퍼도 이제야 구글에서 검색할 수 있다. 오퍼 구매정보는 폰에 담아두면 된다. 점포에 가서 이메일을 뒤질 필요 없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것을 구글월릿에 담을 수 있다. 운전면허증도 구글월릿에 담을 수 있게 된다.
결제 담당 오사마 베디어 상무(VP) 등장. 방금 대단한 새 결제 방식을 발표했는데, 단순한 발표가 아니다. 실제로 서비스가 된다. 구글월릿 절차는 이렇다. 소비자가 결제하려고 하면 거래은행인 시티뱅크로 개인정보가 전달되고, 이게 맞으면 거래은행에서 중개사업자인 퍼스트데이터에 계좌정보가 전달되고, 퍼스트데이터가 이걸 폰으로 전달해 결제가 된다. 월릿 앱이 깔린 넥서스S(삼성이 만든 진저브레드폰) 꺼내 시연. 구글월릿은 오픈 플랫폼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구글 시큐리티 전문가인 롭 폰 베렌 무대 등장. 넥서스S의 NXP PN65 칩에 관해 설명. 탬퍼센서 등 많은 보호 기능을 탑재했다. 인증을 받는 과정에 은행은 자기들만 아는 방식으로 비밀 소스를 넣는다. 칩은 월릿을 열고 언락됐을 때만 작동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걸어가고 있는 사이에 누군가 몰래 여러분의 카드를 스캔할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사마 다시 등장. 쇼핑을 해보자. 시연. 데님셔츠를 사려고 한다. 어메리칸이글에서 20% 할인쿠폰 발견. 브라우저에서 클릭하자 쿠폰이 구글월릿의 ‘저장된 오퍼’에 들어간다. POS 단말기에 폰을 대자 할인가격으로 결제가 된다. 앞으로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것이다. 영수증도 폰에서 디지털 형태로 발급한다. KT가 최근 까페베네와 함께 서비스를 시작한 모바일 스탬프와 비슷한 쿠폰 서비스도 시연. 종이 영수증이 필요없게 된다. 구글의 ‘모바일 커머스 비전’ 동영상 감상.
우리는 이 프로젝트에 더 많은 은행, 이동통신사, 소매사업자, POS 시스템 공급업자 등이 참여하길 바란다.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게 구글의 입장이다. 오픈 월릿은 어떤 형태가 될까. 일단 여러분 지갑에 넣고 다니는 신용카드로 시작한다. 오늘 보신 것은 ‘커머스의 백본’에 해당하는 것이다. 씨티, 마스터카드, 퍼스트데이터, 스프린트 대표들이 무대에 나올 것이다.
씨티은행 글로벌 기업결제 담당 CEO 등장. 여기에 서게 돼 영광이다. 씨티는 세계적인 디지털 뱅크(the world's digital bank)가 되려고 한다. 모바일 페이먼트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오늘의 발표가 변곡점이 될 것이다. 여러분이 이 자리에 있었다는 것을 손자/손녀들한테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스터카드 대표 등장. 마스터카드는 세계에서 가장 인텔리전트한 결제를 추구한다. 10만명이 넘는 상인들이 구글월릿을 사용할 준비가 됐다.
퍼스트데이터 대표 등장. 믿기지 않는 날이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1989년만 해도 미국 슈퍼마켓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었다. 지금은 슈퍼마켓 결제의 절반이 신용카드로 이뤄진다. 스프린트 대표 등장. 오늘 시연에서 사용한 넥서스S 4G를 최근 런칭했다. 구글보이스로 인터넷전화도 할 수 있게 했다. 이런 기회를 갖게 돼 기쁘다. 구글 팀한테 감사한다.
스테파니 다시 무대에 등장. 소매사업자들의 기대를 담은 비디오 상영. 구글월릿을 사용할 소매사업자 리스트. 구글월릿은 오픈 플랫폼으로 개발됐다. 누구든지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다. 오늘 구글월릿 필드테스트를 시작한다. 올 여름 본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벤트 정리가 꽤 길어졌습니다. 지금 NFC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구글이 선수를 쳤고, 애플도 아이폰 다음 모델에 NFC 기능을 넣고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유럽에서는 오렌지 보다폰 등 5개 통신사업자가 협의체를 구성해 NFC 기반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KT도 상당히 앞서가고 있습니다. 갤럭시S2 발매를 계기로 NFC 기반의 전자지갑 ‘올레터치’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까페베네와 함께 하는 ‘모바일 스탬프’, 롯데캐시비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선불식 교통카드 서비스 ‘캐시비’... 다음달 BC카드 인수를 마무리하면 통합 모바일 카드를 내놓을 예정입니다. 이석채 KT 회장은 26일 KTF와의 합병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모바일 페이먼트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습니다. 구글월릿의 성패를 떠나 웬만한 결제는 폰으로 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광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