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순삭! 볼거리 천국 전주·군산 당일치기 코스
여행+ 2022. 01. 20
찌뿌듯한 몸과 마음을 풀기 위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는 이들이 선호하는 당일치기 여행. 꽉 찬 일정이 조금 피곤하더라도 일상에서 벗어나 알차게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면, 다시 열심히 살아갈 에너지 재충전이 되곤 한다.
시간적 제약이 큰 당일치기 여행인지라, 보통 두 지역 이상을 여행할 엄두는 잘 나지 않을 터. 그러나 포기하긴 이르다. 연말연시 반짝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볼거리 천국이라는 요즘 뜨는 여행지, 전북으로 향해보자. 체험, 휴식, 교육, 인생 사진 촬영까지 가능한 전북 군산, 전주 알짜배기 당일치기 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군산
인문학창고 정담
호남관세박물관 뒷편 인문학창고 '정담'
1908년 건립돼 군산세관 창고로 사용되던 공간을 지난 2018년 12월부터 군산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위탁받아 군산문화협동조합 로컬아이와 함께 북카페로 운영하고 있다. 군산 지역캐릭터 ‘먹방이’의 거점 공간이자 군산 관광기념품 판매시설, 근대문화예술 소통공간으로도 활용된다.
북카페 내부.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빼곡하게 꽂혀 있는 수백권의 도서가 눈에 들어온다. 편안하게 책을 읽으며 커피 한 잔 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를 보니 비밀 아지트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 인문학 콘서트와 시민예술행사도 종종 열린다고 한다.
군산 지역캐릭터 '먹방이'
근대 개항 도시 군산을 상징하는 캐릭터 ‘먹방이’는 시민들에 의해 탄생했다. 1900년대 초 군산세관사로 부임한 라포트의 프렌치 불독으로 코가 돼지코를 닮았다 해 ‘먹성 좋게 생긴 개’, 먹방이로 이름 붙여졌다. 카페 곳곳에 인형탈, 필기류 등 먹방이와 인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과 기념품이 많다.
(좌) 고종황제커피 (우) 먹빵
이 카페에 왔다면 고종황제 커피(4500원)와 먹방이 찰보리빵(2000원)은 꼭 맛보자. 1899년 군산개항을 결정한 고종황제를 기념한 고종황제 커피는 깊은 바디감에 보기에도 예뻐 북카페와 잘 어울린다. 먹방이 얼굴이 그려진 ‘먹빵’은 군산흰찰쌀보리와 단팥이 만나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과 달달함에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군산
군산 3.1운동 100주년 기념관
군산 3.1운동 100주년 기념관 전경 및 주변 모습.
군산 3.1운동 100주년 기념관 전경 및 주변 모습.
호남 최초의 3.1운동인 군산 3.5만세 운동과 관련된 다양한 유물이 전시돼있는 기념관. 만세 운동 역사 재현 및 재밌는 나라사랑 체험활동을 할 수 있다. 당시 교사와 학생이 주도하고 전북지역 최다수의 순국자가 발생한 만세운동을 기념하고자 지난 2018년 옛 영명학교를 재현해 개관했다. 기념관 주변에는 당시 만세운동에 참여한 이들의 흑백사진, 벽화, 태극기가 그려진 계단, 3.1운동 동상 등이 전시돼있다.
3.1운동 100주년 기념관 내부.
기념관은 총 3층으로, 애국지사를 추모하는 ‘추모기록실’, 그날의 함성과 나라사랑 정신을 직접 느끼는 ‘역사 재현실’, 아날로그와 디지털 프로그램이 공존하는 나라사랑 교육 공간 ‘체험 교육실’로 나뉘어져 있다. 다양한 사진 및 설명 자료와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어 애국지사의 독립정신을 기리고 군산을 더 깊게 이해하기 좋다. 100여 년 전 그날, 영명학교로부터 터져나온 희망과 의지의 함성이 가슴 속에 울려 퍼지는 듯했다.
군산
경암동철길마을
경암동철길마을 입구.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군산의 한 철길마을. 1944년에 놓인 산업철도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며 형성됐다. 철로와 가정집의 거리가 1m가 채 되지 않는 비좁은 간격이 특징이다. 지금은 옛 군산역을 재현하고 전시용 기차를 놓은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레트로 성지’로 불리며 옛날교복을 빌려입고 사진찍고 옛 오락기에서 게임도 하며 ‘불량식품’도 사먹을 수 있는 추억여행지로 사랑받고 있다.
관광 명소로 재탄생한 경암동철길마을.
길게 늘어선 철길을 따라 걷다보면 그시절 유행하던 만화를 그린 벽화부터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1970년대 포스터까지 곳곳에서 옛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극히 일부지만 아직도 실제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낡은 집도 보인다.
20대인 기자에겐 낯선 장난감과 간식들도 더러 존재했다. 삼각대 세워놓고 철길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 찍는 젊은 커플부터, “이건 어떻게 하는거야?”, “이건 무슨 맛이야?”하며 모든 걸 신기해하는 아이들에게 하나 둘 설명해주는 부모들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각자만의 추억을 만드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달고나 체험도 가능하다.
<오징어게임> 열풍으로 역주행중인 놀이, 달고나게임에 직접 참여해봤다. 많은 어른들은 ‘뽑기’로 기억하는 놀이다. 옛 학교, 문방구 벽화를 등지고 달고나를 만들고 쫀드기도 구우니 몰입감이 배가됐다.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경암동 철길마을. 참 잘 보존하면서도 잘 바꾼 듯하다. 젊은이들에게는 이색적이고 특별한 경험을, 기성세대에게는 그리운 옛 시절을 회상하며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해준다.
전주
방선도예
방선도예 전경.
부드러운 곡선과 감각적인 세련미를 결합해 실용적인 생활자기 및 소품, 토우 등을 만들고 있는 전주의 한 공방.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많은 이들이 도예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조방선 도예가만의 기법을 전수하기 위해 지난 5월 오픈했다. 공방 밖 마당도 조 도예가의 작품으로 예쁘게 꾸며져 있다. 전통문화의 도시 전주에서 나만의 도자기를 만들어보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방선도예 전시실.
공방에 들어서자마자 나오는 전시실에서는 조 도예가가 직접 제작한 접시, 컵, 그릇 등 생활 도자기부터 모빌 등의 인테리어 소품까지 다양하게 둘러볼 수 있다. 전주 여행 기념품이나 지인 선물용으로 구매하기도 좋다.
조방선 도예가의 원데이클래스.
전시실 뒤편 공방으로 가 조 도예가의 원데이클래스에 참여했다. 손재주가 없어도 천천히 친절하게 가르쳐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틀 잡기부터 마무리 단계까지 꼼꼼한 검토 과정을 거치며 그럴싸한 그릇을 다 만들면 한 달 뒤 집으로 배송 받을 수 있다. 원데이클래스 금액은 그릇 형태, 그림, 굽 달기 등에 따라 3만원부터 7만원까지 다양하다. 전화예약을 통해 문의할 수 있다.
전주
전주한옥레일바이크
옛 아중역 부지의 전주한옥레일바이크.
쌀쌀한 날씨지만 노을만큼은 야외에서 감상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해질녘 전주 한옥마을 근처 레일바이크를 타보는 건 어떨지. 옛 전라선인 아중역 폐선부지에 아중역~왜망실 왕복 3.4km를 시속 15~20km로 운행할 수 있도록 제작된 철길 자전거다. 구석구석 그대로 남아있는 옛 아중역의 흔적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비용은 2인 기준 2만원.
전주 한옥레일바이크.
전주 한옥 레일바이크는 한 대당 총 4명까지 탑승 가능하다. 출발할 땐 오르막길, 돌아올 땐 내리막길이라 처음 절반은 조금 힘들지만 돌아오는 길 씽씽 달리며 짜릿한 스릴을 느낄 수 있다. 탑승 전 직원의 안전 교육과 운행 설명을 듣고 출발한다.
전주한옥레일바이크.
열심히 패달을 굴리다 보면 추운 날씨도 잊고 땀이 뻘뻘 난다. 생각보다 난이도가 있으니 더운 여름보다도 겨울에 추천하고 싶다. 알록달록 레트로 감성으로 꾸며진 철길과 지칠 때마다 등장하는 재치있는 응원 문구가 눈을 즐겁게 해준다. 어두운 터널을 통과할 땐 화려한 조명 장식이 펼쳐진다. 가족, 친구, 연인과 추위도 날리고 노을진 전주 풍경을 신나게 감상하기 좋은 코스다.
전주
전주한옥마을
전주한옥마을 야경.
레일바이크를 타고 나오니 어느덧 깜깜해진 하늘. 군산·전주 당일치기 여행의 마지막 일정은 전주 대표 스폿, 한옥마을에서 보냈다. 고풍스러운 기와집이 늘어서 근현대사를 압축해놓은 생활사 박물관 같은 이곳. 겨울엔 설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한옥마을은 밤에 조명이 들어오면 낮에 볼 때와 또 다른 감성을 자랑한다.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관광객들, 한옥의 고즈넉함이 반짝이는 불빛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이곳의 유명 맛집, 카페도 들르고 기념사진도 남기며 알찬 하루를 마무리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