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늦은 아침.
쌀쌀한 가을공기가 새어들어오는 아침을 맞이했다.
어제 저녁 술도 안먹었는데 머리가 지끈거렸다.
한동안 더 누워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냄비에 물을 올리고 시원한 물 한잔 할 생각으로 냉장고를 뒤졌지만
어제 저녁에 물을 꺼내놓고 자서 시원한 물은 없었다.
결국 냉장고 한켠에 놓여있는 콩나물을 한주먹 꺼내어 냄비에 넣었다.
그리고 냄비에 라면을 넣었다.
대충 아침을 해결하고 나서 컴터를 켰다.
인터넷 중독이다. 딱히 할 것은 없지만 인터넷아이콘을 더블클릭하지
않으면 왠지 모르게 허전해 미칠것 같다.
컴터에 있는 수천곡들의 노래를 뒤적이다. 결국 개어놓지 않은 이불로
다시 들어갔다. 저번주에 친구의 강력추천으로 구입한 책을 펼쳤다.
'냉정과 열정사이'
일본 로멘스 소설이다. 특이하게도 2권으로 됀 책은 한권은 남자가 한권은 여자가 1인칭 시점으로 썼다. 우리 나라에 영화로도 나왔는데 흥행에 실패를 했다. 일본은 장기상영으로 1000만 관중을 동원했다.
얼마 남지 않은 책들을 다 읽었다.
결말은 역시 로맨스 소설답게 멋지게 마무리가 되었다.
왠지모를 허전함에 빠져들었다.
아침 먹으면서 켜놨던 tv소리가 방문틈새로 들어와 다시 거실로 나갔다.
허전함에 몸을 비비꼬면서 tv를 보고 있다가 결국 밖으로 나왔다.
따듯하다고만은 할수 없는 휴일 오후였다.
코너를 돌자 사람들이 붐빈다.
나는 일단 mp3의 이어폰을 구입하러 집근처의 음반판매점에 갔다.
역시나 비쌌다. 이어폰에 녹용을 발랐는지 금가루를 묻혔는지
대부분의 이어폰이 2만원대다. 스스로 깜짝놀라는걸 주인에게 감추며 8000원짜리 이어폰을 집었다. 껍데기는 주인에게 넘기고 알맹이만 가지고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오후라 그런지 버스정류장 뿐만
아니라 버스에도 아침때의 인간 샌드위치를 방불케하는 붐빔은 없었다.
버스좌석에 앉아서 8000원짜리 이어폰을 귀에 걸었다.
최악이다.
'싼게 비지떡'이라는 조상들의 말을 명심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아쉬운
데로 이문세의 '옛사랑'을 들었다.
이윽고 버스는 부천역에 가까워졌다. 조금 걷고 싶어져서 나는 부천역 한정거장 전인 중앙극장에서 내렸다. e마트까지 걸어가 쇼핑카트를 밀고 있는 사람들 요리조리 피해 다행이 교보문고까지 도착했다.
갑지가 막막했다. 무슨책을 살지 생각하지 않고 왔기 때문이다.
결국 대학시절 교수님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극찬했던 작가의 소설
한권과 잘생겼지만 어리버리하던 친구녀석이 유일하게 탐닉했던 무리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집어들고 나왔다.
허나 문제는 두 작가의 글을 읽은적이 없다. 그저 세계가 극찬하고
지성인들이 극찬하는 그들의 작품이기에 '나도 한번 느껴보자'라는
생각으로 집어들었다.
'오기로 라도 읽어보리라'다짐을 하면서 집에 도착했다.
서점에서 책들을 구경하느라 시간이 많이 지났다. 집에오니7시가
다되었다.
대충 다시 라면을 끍여먹고 또다시 컴터를 켰다....
오늘 밤은 무라카미 하루키와 도스토예프스끼가 전쟁을 펼칠 것이다.
누가 먼저 나의 중추신경계를 자극하는지....
지켜볼일이다.
첫댓글냉정과 열정사이 책으로 보셨군요. 영화로 나온것을 피디박스에서 보고 책방에서 눈이 저절로 갔지만,,, 돈을 지불하고 나서 혹시나 후회가 밀려올까봐 꾹 참았던 책입니다. 저도 예전에 3천원짜리로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거 듣다가 1만 5천원짜리 들어도 색다른 경험이~~되더군요.
예전에는 책을 읽고 그 속에 담긴 세상과 사상에 푹 빠지는것이 즐겁게 느껴졌는데.... 요즘은 그 세상을 실현시킬 힘이 없다면 배포가 없다면 더 이상 책읽는 행위는 덧없지 않나? 라는 제 마음의 나태함으로....... 입안에 가시가 무수히 돋아나 있답니다. 그래서 입맛이 유난스러운가? ㅋㅋ^^
첫댓글 냉정과 열정사이 책으로 보셨군요. 영화로 나온것을 피디박스에서 보고 책방에서 눈이 저절로 갔지만,,, 돈을 지불하고 나서 혹시나 후회가 밀려올까봐 꾹 참았던 책입니다. 저도 예전에 3천원짜리로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거 듣다가 1만 5천원짜리 들어도 색다른 경험이~~되더군요.
2년전 무라카미 하루키가 센세이션하게 다가오던때는 과거시점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며 안읽었던 기억이납니다. 정말 요즘은 저 책 안읽습니다. ㅡㅡ;
예전에는 책을 읽고 그 속에 담긴 세상과 사상에 푹 빠지는것이 즐겁게 느껴졌는데.... 요즘은 그 세상을 실현시킬 힘이 없다면 배포가 없다면 더 이상 책읽는 행위는 덧없지 않나? 라는 제 마음의 나태함으로....... 입안에 가시가 무수히 돋아나 있답니다. 그래서 입맛이 유난스러운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