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섭은 논산 훈련소에서 6주간의 교육을 받고 103 보충대를 거쳐 강원도 인제의 00사단 00연대 수색 중대에 배속 받았다.
수색 중대는 OP 경비와 GOP 근무를 하는 중대로서 연대의 핵심중대라고 할 수 있다. 근무가 힘들어 각 연대의 하나씩 있는 수색 중대는 6개월씩 교대로 근무를 하고 쉬는 동안에는 사단 내에 만들어 놓은 휴양소에서 근무하며 체력 단련과 정신교육을 받는다.
영섭이 인제의 00사단 00연대 수색 중대에 배치받았을 때는 그 중대가 막 전방 근무를 마치고 휴양소로 나온 때였다.
휴양소에서 체력 단련은 주로 태권도로 한다.
영섭은 태권도 공인 5단의 실력을 가진 것을 인사카드를 보고 알게 된 교관이 체력 단련시간에 조교로 발탁되어 체력 단련을 지도하게 하였다.
체력단련시간에는 상의를 모두 벗고 하게 되므로 영섭이 처음에 상의를 벗었을 때 교관이 그의 신체를 보고 감탄을 하였다.
군살이 없는 미끈한 몸매에 적당하게 근육이 져 있어 일부러 깎아 다듬어 놓은 것 같은 몸매는 같은 남자로서도 탐나는 것이다.
태권도의 몇 가지 기본동작을 시켜본 교관은 185cm 키에 80kg에서 나오는 파워 넘치는 힘에 감탄하여 곧바로 영섭을 조교로 발탁했다.
그러나 병사 중에는 이제 부대에 배치된 지 얼마 안 되는 이등병을 조교로 발탁하는 것에 불만을 가진 병사들이 있어 몸동작과 실제 대련은 다를 수 있으니 대련을 시켜보자는 제의가 있었다.
영섭의 실력이 궁금했던 교관이 그래서 영섭의 의중을 물었다.
교관의 제의를 받은 영섭은 호승심이 일었다.
여기가 사회라면 그렇게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나 군대라는 특수 상황이 그리고 자기를 조교로 뽑아 준 교관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과 자기가 조교로서 충분한 실력을 보여주고 심은 마음으로 승낙을 했다.
상대는 수색 중대에서 제일이라고 평이 나 있던 영섭이 못지않은 등치의 하 병장.
하 병장과 대련을 하기 전에 영섭이 교관에게 부탁했다.
영섭이 직접 하 병장에게 말하는 것은 하 병장을 무시하는 것이 되어 선임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 교관이 대신 말해 달라며 혹 대련으로 다치더라도 문제 삼지 말아 달라고.
교관으로부터 말을 전해 들은 하 병장은 더욱 전의를 불태우며 어떻게 해서든지 이 햇병아리를 이겨 기를 꺾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서서 대련할 자세를 취하고 교관의 신호로 대련이 시작되었다.
대련이 시작되자마자 공격을 가하려던 하 병장은 한 마리의 사자가 자기를 노려보고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으로 전율을 느꼈다.
그러나 이미 업 치러진 물, 하 병장은 맹렬한 공격을 시작했다. 그러나 영섭의 발동작 손동작에 모두 막혀 하나도 제대로 때리지를 못한다.
영섭은 가끔 공격하는 척만 하고 하 병장의 공격을 막기만 한다.
제삼자가 보아서는 대등한 경기를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대련을 하고 있는 하 병장은 자기는 영섭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그러면서 마음만 먹으면 벌써 끝날 것을 자기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대등한 경기를 하고 있는 영섭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영섭이 생각보다는 괜찮은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여 분간의 대련은 무승부로 끝났다.
다른 점이 있다면 대련이 끝난 후 영섭은 가볍게 숨을 고르고 있고 하 병장은 기진해 있는 것이다.
교관은 무승부를 선언했지만 하 병장은 자기가 진 것으로 승복하고 영섭이 조교가 되는데 이의가 없다고 말했다.
이것을 본 다른 병사들도 이제는 이의를 달지 않았다.
교육이 끝나고 하 병장이 영섭을 찾았다.
“이 이병 고맙다.”
“무슨 말씀이신지?”
“내 체면을 세워준 것 말이야.”
“아닙니다. 하 병장님 실력이 좋으셔서.”
“그러지 않아도 돼,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는 알아, 네가 내 체면을 위해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
“죄송합니다.”
“뭐가! 네가 나보다 실력이 나은 것이 죄송한 것이냐? 나도 스스로는 무술인이라고 자부하는 사람이야. 실력이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 네가 죄송할 것은 없어.”
“그렇게 말씀하시니 감사합니다.”
“그래! 우리 이제 한 식구가 됐으니 잘 지내보자.”
“감사합니다. 앞으로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군 생활은 내가 고참이니 내가 너를 가르치겠지만 무술은 네가 나보다 나으니 많이 가르쳐줘라.”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하남식 병장과 영섭은 형제 같은 전우애를 나누게 된다.
그것도 제대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
영섭의 소문은 삽시간에 연대에 퍼졌다.
영섭의 몸매와 태권도 실력에 감탄한 교관이 자기 중대에 그런 병사가 있다고 연대에 올라갔을 때 다른 장교와 이야기한 것이 발단이 되어 소문이 난 것이다.
이 소문을 듣고 얼마 안 되어 연대장이 체력 단련시간에 맞추어 수색 중대를 방문 했다.
연대장도 영섭의 태권도 실력과 몸매를 보고 감탄을 했고
이때 기념하기 위해 교관이 몇 컷트 찍은 사진 중의 하나를 영섭이 자기의 군 생활의 일부를 보영에게 알린다는 생각으로 보냈고 이것이 보영이 영섭의 동봉한 편지에서 본 사진이다.
한 달가량 지난 후 영섭은 연대장의 호출을 받는다.
연대에 올라가 연대장 실에 들어간 영섭이 신고를 할 때 연대장은 하얀 수염의 풍채 좋은 스님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영섭이를 보자
“이 병사가 제가 말씀드린 병사입니다.” 한다.
“그러습니까? 신체는 좋은 것 같은데요.”
“신체뿐이 아닙니다. 이 병사의 무술 동작을 보시면 감탄하실 것입니다.”
“연대장님이 그렇게 칭찬하시니 한번 보고 싶네요.”
“그러세요. 데리고 가셔서 시험을 해보세요. 그리고 만족하시면 계속 데리고 계셔도 됩니다. 후속 조치는 제가 다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을 마치고 스님은 일어나며 영섭을 보고 따라오라고 한다.
어리둥절하고 있는 영섭에게 연대장이 따라가라고 손짓을 해 영섭은 스님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천천히 걷는 스님의 걸음이 어찌나 빠른지 영섭은 뛰다시피 하며 따라갔다.
연대 연병장을 나온 스님은 연대 뒷산으로 올라갔다.
영섭은 스님을 따라가기가 벅차 땀을 뻘뻘 흘리며 숨이 턱에까지 찬다.
한참을 올라가니 넓고 평편한 공터가 나온다.
공터에 도착하자 스님이 대뜸 상의를 벗으라고 한다.
머뭇거리던 영섭은 빨리하라는 스님의 독촉에 상의를 벗었다.
상의를 벗고 멀뚱이 서 있는 영섭에게 속의 러닝까지 모두 벗으라고 독촉을 하는 스님을 보며 ‘이 이상한 스님이 왜 러닝까지 벗으라는 건지 몰라’ 하는 불만이 속으로 일어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러닝도 벗으라는 데 무엇 하고 있느냐는 스님의 성화에 할 수 없이 러닝까지 벗고 나니 이번에는 영섭에게 태권도 품새 중에 자신 있는 것을 골라 해보라 권한다.
무엇 하는 스님인데 러닝까지 벗기더니 이젠 태권도 품새를 해보라고 하는가?
점점 더 이상하게 생각하여 영섭이 또 머뭇거리자.
스님이 또 독촉한다.
그래서 시작한 태권도 품새는 영섭이 한 가지 품새를 끝내면 다른 것을 시키고 그것이 끝나면 또 다른 것을 시키고 하여 댓가지 품새가 끝나자 옷을 입으라고 하더니 품에서 종이를 꺼내 몇 자 적어 봉투에 넣어 영섭에게 주며 연대장에게 갖다 주라고 한다.
봉투를 받아서 산을 내려와 연대에 들러 연대장에게 갖다 주었더니 봉투 속의 편지를 꺼내 본 연대장이 웃으며 가보라고 한다.
무슨 꿍꿍이속인지 알 수 없는 영섭은 연대장 실을 나오며 머리를 갸웃뚱거렸다.
영섭이 연대에 다녀와서 며칠 안 되어 헌병 찦 차가 수색 중대에 들이닥치더니 닿자 곧 자 영섭을 채포 하는 것이다.
놀랜 영섭이 무슨 일이냐고 항의를 하니까. 사회에서의 행동과 사상이 불온하여 조사할 것이 있으니 같이 가자고 한다.
이게 무슨 일인가 자기는 학교에서 그 흔한 데모도 한번 안 해 봤는데 이건 무엇인가 잘못돼도 한 참 잘못됐으니 다시 조사해보라는 영섭의 항의에 같이 가서 조사를 받아보면 될 것이 아니냐며 막무가내로 잡아간다.
중대원들도 아닌 밤중에 홍두깨 모양 갑자기 영섭이 체포되는 것을 멀뚱히 구경만 할 수뿐이 없다.
그 중에도 하 병장은 무척이나 안쓰러운 표정을 하고 있다.
체포된 영섭은 기가 막히는 현실에 할 말을 잃고 차에 오른다.
그러나 조사를 하면 잘못된 것이 드러날 것이고 그러면 그때는 가만히 있지 않고 명예훼손으로 항의하리라 마음먹으며.
영섭을 태운 차가 중대를 떠나 10km 정도 왔을 때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는 곳에 서더니 영섭의 포박을 풀어주며 고생했다고 어깨를 툭툭치고는 그 길로 올라가며 부대로 돌아가면 다시 잡으러 온다고 한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머뭇거리는 영섭을 그곳에 내려놓고 찦 차는 횡 하니 가버린다.
황당한 생각도 들고 무슨 영문을 알 수 없지만, 헌병들의 말도 있고 또 그들이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궁금도 하여 그 산길을 따라 올라가 보기로 하고 한참을 올라 조금 평탄한 곳에 이르자 먼저 만났던 그 스님이 영섭을 기다리다 맞아 주신다.
점점 이상한 상황에 멍청이 서 있는 영섭에게 스님이
“네놈을 빼 오려고 연대장과 연극 좀 했으니 그렇게 멍청이 서 있지 말고 따라와.” 한다.
“그럼 사전에 저에게도 언질을 주셔야지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야 이 녀석아 그 정도는 해야 다른 사람도 속을 것이 아니냐? 이제 너는 24개월 영창에 간 거야. 그 영창은 우리 절 뒤에 있는 암자고, 거기서 너는 나와 같이 24개월간 생활하는 거야.”
“저에게 무엇을 시키려고 하시는데요?”
스님의 의중을 대강 짐작한 영섭이 이렇게 묻자.
“그 녀석 눈치 하나는 빠르군. 암자에 도착하면 가르쳐 줄 테니 어서 따라오기 나 해”
하고 스적스적 산길을 올라가는 스님을 영섭은 지난번처럼 종종걸음으로 헐떡이며 따라가야 했다.
그렇게 걸어서 10Km 쯤 산 깊숙이 들어가니 작은 산사가 나온다.
다 온 줄 알고 걸음을 멈춘 영섭은 스님이 산사를 지나 그냥 오르는 것을 보고 허겁지겁 따라가며
“스님 다 온 것 아니에요?”
하고 묻는다.
“누가 다 왔다고 해. 어서 따라와 조금만 더 가면 돼.”
그렇게 말한 스님은 한 마장이나 더 올라가서 자그만 한 동굴 앞에 선다.
동굴 앞에는 동굴에 비하여 좀 넓은 공터가 있다.
스님을 따라 동굴로 들어선 영섭은 숨이 차서 한참을 헐떡거렸지만, 스님은 평지를 걸어온 사람처럼 조용하기만 하다.
숨을 가라앉히고 주위를 돌아본 영섭은 그 작은 동굴 안에 침상과 식사 도구가 모두 갖추어져 있고 안쪽에는 작은 샘도 있다는 것에 놀란다.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즐~~~감!
즐감하고 감니다
구리천리향님!
무혈님!
지키미님!
항상감사합니다. 오늘은 비가 오는 군요. 이 비가 월요일까지 온다고 하니 꿀꿀한 주말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따스한 날들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