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정신을 차려 보니, 이미 아침이 되어 있었다.
「……한심하다. 결국 한잠도 못 잤어」
한숨을 쉬면서 자명종을 멈춘다.
오늘은, 세이버가 뭐라 해도 데이트다.
지금까지 가지 못했던 곳, 이런저런 노는 곳에 데리고 다니면서, 친절을 강매하면서 즐겁게 해 주는 것이 최우선사항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없는 지혜를 짜내서 데이트 코스 따위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신이 드니 시계가 울고 있었다.
「…………」
시계는, 만일을 위해 맞춰 놓았었다.
어젯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다 할 구체적인 사안이 떠오르지 않아서, 이건 장기전이 되겠군, 하고 토오사카한테서 빌려온 것이다.
신념을 굽히면서까지 맞춰놓은 것치고는, 전혀 도움이 안 됐지만.
「……생각해 보면. 나, 데이트 같은 거 해 본 적 없었지」
하아, 하고 다시 한 번 한숨을 쉰다.
요컨대 그런 거다.
긴장해서 한숨도 못 잤다는 것보다, 하룻밤 동안 생각해서 여자애가 좋아할 만한 데이트 코스가 떠오르지 않는 것이 쇼크인 것이다.
「———좋아. 이렇게 되면 우선 하고 보는 거야. 닥치는 대로 데리고 다니면서, 그 녀석에게 즐거움이란 걸 깨닫게 해 주겠어……!」
그렇다, 세이버도 여자애이다.
어쨌든 예쁜 가게를 이 집 저 집 다니면 즐겁지 않을 리가 없다.
아니, 어딘가 이 작전에는 결점이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그렇게 결정하면 그런 거다.
다른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늘은 세이버가 항복할 때까지 오락에 푹 절여 주는 거다.
「그럼, 이리야스필은 아직 눈을 뜨지 않은 건가요?」
「응, 아직 잠든 채야. 저 상태라면 눈을 뜰 때까지 좀 더 걸릴 것 같은데, 오늘은 그게 도왔네.
이리야, 깨 있으면 시로 뒤에 붙어 다니면서 방해할 거고」
「그렇군요. 지금까지처럼 시로에게 동행해서는 못 참아요.
어젯밤은 그렇게 되어 버렸지만, 오늘부터는 전력을 다해서 남은 마스터를 찾는 겁니다. 시로에게는 이리야스필에게 신경 쓰고 있을 여유는 없죠」
「아아, 그 쪽 방해가 아니지만……뭐, 상관없겠지.
내가 말해봐야 어쩔 수 없고, 이건 시로와 세이버의 문제기도 하고」
키키키, 하고 웃음을 누르는 토오사카.
「하? 저와 시로의 문제, 인가요……?」
세이버는 시선으로 의문을 호소해 온다.
「————————」
아침식사는 끝났고, 시간적으로는 딱 좋을 때다.
세이버는 마스터를 찾을 생각이 가득하지만, 이쪽도 기력이라면 지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는 정말 단호히, 남자답게 화제를 꺼낼 뿐이다.
「그거 말인데 말이지, 세이버.
오늘은 신토에 나갈 테니까, 준비할 게 있으면 지금 끝내 줘」
「마스터를 찾으러 말인가요? 그렇다면 신토가 아니라 교외 쪽이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게 아냐. 둘이서 놀러 갈 테니까, 교외 같은 데 가도 어쩔 수 없잖아」
「하————?」
세이버가 굳어진다.
……뒤쪽에서 웃음을 참고 있는 녀석에게는, 나중에 절대 복수해주지 않으면 안 되겠군.
「저, 시로……그건 어떤 의미인가요. 놀러 간다, 라는 것은 시로와 린이 아니라, 그」
「내가 가니까, 따라오는 건 세이버 이외에 없잖아. 토오사카는 집에서 이리야를 돌봐주게 할 테니까 관계없어」
「———무슨 바보 같은. 저와 시로가 신토를 탐색해 봐야 성과는 기대하기 힘들어요. 그런 걸 해도 의미가 없죠. 대체 뭘 하려고 하는 겁니까, 당신은」
똑바로 불만을 발산해 오는 세이버.
……예상대로라고 하면 예상대로지만, 이만큼 확실히 말해도 “마스터를 찾기 위해 거리로 나간다” 라고 생각하는 걸 보면, 전도다난이다.
「……곤란한데. 이렇게까지 말해도 모르는구나, 세이버는. 요컨대, 나는 데이트하자고 하고 있는 건데, 어때」
토오사카의 시선을 무시하면서 말한다.
어디까지 이해해 준 건지, 세이버는
「그런 말로는 알 수 없어요.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해 주지 않겠습니까, 시로」
라고, 더욱 더 언짢은 듯이 물어본다.
「————————」
그걸로, 척, 하고 스위치가 들어갔다.
……이런 일에 관해서, 신경 써 주는 건 역효과다.
세이버에게는 확실하게, 알기 쉽게 말하는 쪽이 서로를 위하는 길인 듯.
「시로. 거리에 나간다면 따르겠습니다만, 데이트를 하자고 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 설명해 주세요.
아무리 이 시대에 익숙해져 있다고 해도, 저에게도 모르는 단어는 있습니다. 너무 전문적인 약어는 쓰지 말아줬으면 해요」
「별로 전문적인 단어가 아닌데.
모른다면 가르쳐 주겠지만, 데이트라는 건, 여자애랑 놀러 간다는 의미야」
「하————?」
딱, 하고 굳어지는 세이버.
「……? 여자애, 라는 건, 저를 가리키고 있는 건가요……?」
멍해진 채로 중얼거린다.
물론, 하고 끄덕이자, 세이버는 더욱 더 이상하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말의 의미는 알았지만, 의도를 전혀 모르겠어요. 그런 걸 하는 이유는 뭡니까」
「————음」
그렇게 오는 건 예상 밖이었다.
데이트의 의도 같은 건 잘 알고 있지만, 얼굴에다 대고 세이버한테 말하는 건 꺼려진다고 할까————
「아아, 진짜, 그런 답지 않은 단어 쓰니까 착각하는 거야. 데이트라고 하지 말고, 더 알기 쉬운 말로 설명하면 되는데」
보다 보다 못했는지, 참견해 오는 토오사카.
「알겠어, 세이버? 데이트라는 건 말야, 요컨대 밀회야.
시로는 놀러 간다고 했지만, 결국, 남자애가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어필하는 찬스라는 거지」
「윽————!」
뜻하지 않게 콜록거린다.
그거야 물론 토오사카의 말은 옳지만, 데이트와 밀회는 격심하게 다른 듯한 생각이 든다.
「————————」
……하지만, 참견할 필요도 없다.
저 태도로 보건대, 세이버도 데이트의 의미를 간신히 이해해준 것 같고.
「———그렇다는 말이야, 세이버.
오늘 하루는 싸우지 않고 거리에 나가는 거야. 애초에, 낮에는 사람 눈에 띄니까 싸울 수 없잖아. 그럼 어떻게 시간을 보내도 괜찮지」
「———그건 그렇습니다만……하지만, 너무나도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 걸 해도, 시로에게는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지만, 별로 그래도 상관없어.
오늘은 세이버를 위해서 쓴다고 결심했으니까, 나는 신경 쓰지 마.
어쨌든, 오늘은 절대로 거리에 갈 거야. 이것만은 무슨 말을 해도 바꾸지 않을 거야, 세이버」
번뜩, 하고 정면에서 세이버를 바라본다.
「————————」
세이버는 못마땅한 얼굴로 생각한 뒤.
「……그럼, 제가 반대하는 경우라도, 시로는 혼자서 거리로 나갈 생각인가요?」
「응, 절대로 갈 거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하룻밤 종일 생각한 내가 바보 같잖아」
「…………그럼, 제가 곁에 따르지 않을 수도 없죠. 서번트로서, 마스터를 혼자 둘 수는 없으니까요」
하아, 하고 심호흡을 한 뒤.
여느 때 말투로, 세이버는 그렇게 대답하고 있었다.
「————————」
서번트니까 행동을 함께 한다, 라는 건, 솔직히 퍽 하고 타격이 있었다.
그래도 세이버를 데리고 나가는 거에는 성공한 거다.
그럼 이제는, 작은 건 생각하지 않고 세이버를 데리고 다니는 것뿐이다———
「갔다 와. 선물 잘 부탁해—」
라고, 마지막까지 사람을 보면서 즐기는 토오사카에게 “지옥에나 떨어져라” 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밖으로 나온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이제부터 어떻게 하는 건가요, 시로」
「어떻게 하다니, 일단 신토에 나가야지. 교차점에서 버스가 다니니까, 그걸 타고 가자」
언덕길은 묘하게 조용했다.
평일 아침 9시 좀 지난 무렵, 거리는 점점 활기를 띠어가고 있지만, 아직 외출하기에는 약간 빠른 거겠지.
길에 사람 그림자는 없고, 거리는 전세 낸 상태다.
「……그러고 보면, 학교를 쉬는 거에 저항이 없어졌구나. 요즘 계속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고」
「당연하죠. 시로는 마스터니까, 쉽사리 나다니는 쪽이 이상합니다」
척, 하고 날카롭게 찔러 온다.
……아무 말 없이 등뒤에 대기하고 있다, 라는 건 여느 때와 마찬가지지만, 오늘은 태도가 다르다.
좀 부드럽게 말하면, 등뒤에 따끔따끔 위압을 느낀다고 할까.
어쨌든, 세이버는 보통 때보다 더욱 벅차다.
버스에 탄다.
바로 1시간 전까지라면 승객으로 꾹꾹 잔뜩 채워지지만, 이 시간의 이용자는 셀 수 있을 정도 밖에 없다.
의자에 앉아있는 건 어린애를 데리고 있는 할머니 정도로, 여기도 거의 전세 상태였다.
「세이버, 제일 뒤에 앉자」
왜인지 제일 앞에 앉으려고 하는 세이버에게 말을 걸어, 뒤의 큰 좌석에 앉는다.
「…………」
세이버는 아무 말 없는 채로, 흘러가는 경치를 덤빌 듯이 바라보고 있다.
……그 모습을 몰래 엿보면서, 새삼스럽게, 자신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것을 실행하고 있는가 하고 뼈저리게 깨달았다.
신토로 향하는 버스라는 것은, 자신에게 있어서 당연한 일상이다.
그 일상 속에, 있을 수 없는 비일상(非日常)이 섞여 들어가 있다.
……뭐 그, 요컨대.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제부터 정말로 데이트 따위 하는 거냐—! 라고 머릿속이 척척 육면체 퍼즐처럼 변형하기 시작했다고 할까.
「————————」
———아.
이런, 약간, 본격적으로, 손쓸 방법이 없을 정도로 긴장하게 되는데.
「————————」
후우, 하고 세이버에게 눈치 채이지 않도록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그만 두면 좋을 것을, 다시 한 번 세이버의 옆얼굴을 훔쳐 본다.
「윽————」
두근, 하고 한층 크게 심장이 뛴다.
……좌석에 앉은 세이버는, 내가 모르는 세이버였다.
아니, 세이버 자신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이고, 다른 건 이 장소뿐.
그런데도.
……그것만으로 다짜고짜로, 그녀가『다른 것』이라고 재인식해 버렸던 것이다.
에미야 가에서는 알아채지 못했던 것.
이런, 자신에게 있어서 당연한 일상은, 세이버가 있는 것만으로 다른 세계처럼 느껴진다.
금가루를 뿌린 듯한 머리카락도, 녹색 눈동자도, 그것만으로 타를 압도하는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비교할 것이 적었으니까, 그런 것도 잊고 있었다.
……세이버와 막 만났을 무렵을 생각해 낸다.
세이버가 거북해서 피하고 있었던 것은, 분명, 세이버를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되는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세이버가 뭐라고 해도, 나에게 있어서는 세이버는 검사이기 이전에 여자애였고.
그런 그녀에게 어떻게 접하면 좋을지 몰랐고, 자신의 마음도 눈치채지 못했다.
「……………………」
아무래도 순서가 뒤바뀌었다.
이미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까지 세이버를 믿게 돼서, 그 뒤에 데이트를 하자고 정했다.
그것만으로도 순서가 거꾸로인데, 이 버스에서 내리면 하루가 시작된다고 하는 단계에서, 겨우, 좋아하는 여자애와 데이트를 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 대사건인지 알아챘으니까.
하지만, 그게 어쨌다는 거야.
애초부터 할 수 있는 일을 전력을 다해서 하는 것밖에 재주가 없으니까, 이제 와서 겁내고 있을 수 없다.
「———————」
마음을 진정시키고, 시시하고 나약한 생각을 떨쳐낸다.
버스는 다리를 다 건너서, 빌딩이 늘어선 개발지구로 들어간다.
좋아, 하고 휘파람처럼 숨을 뱉고 각오를 다진다.
자주 들어 익숙해진 방송이, 다음은 신토역 앞이라고 하고 있었다.
아직 오전 9시 반 즈음인데도, 역전 파크에는 사람 모습이 많았다.
대개의 가게는 10시 개점이지만, 카페테라스나 작은 서점 등은 이미 가게를 열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사람 수는 미야마 쵸와는 비교도 되지 않고, 파크가 붐비는 건 휴일이나 마찬가지였다.
「……………………」
버스에서 내려서, 세이버는 언짢은 듯이 파크를 바라보고 있다.
……그것도 당연.
세이버는 데이트에는 찬성하지 않았었고, 게다가, 지나가는 녀석들은 전부 세이버를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것이다.
세이버도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실수했는걸. 생각해 보면, 아침부터 세이버를 데리고 오면 당연히 이렇게 되지」
하지만, 그런 건 오늘 하루 종일 따라다니게 될 것이다.
누그러뜨릴 방법이 있다고 한다면, 사람들 시선이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세이버를 즐겁게 하는 수 밖에 없다.
「————좋아」
팡, 하고 주먹을 치고 세이버에게로 돌아선다.
「세이버. 하기 전에 물어보겠는데, 어딘가 가고 싶은 데는 있어? 모처럼 왔으니까, 오늘 정도는 좋아하는 걸 해도 되잖아」
「글쎄요. 별로, 이렇다 하게 흥미가 있는 장소는 없으니까요. 애초에, 저에게 그런 선택을 할 지식은 없습니다」
「정말이야? ……그거 곤란한데. 그럼 정말로, 여기서부터는 우선 가고 봐야 된다는 건가. 세이버한테 가고 싶은 데가 없고, 이쪽도 어디에 가면 좋을지 모르니 전도다난이군」
「……설마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은 건가요, 시로?」
「응? 아니, 조금은 있지만, 내용물은 텅텅. 일단 닥치는 대로 가게를 이 집 저 집 다녀보자」
아니 뭐, 그것도 어렵다고 하면 어렵다.
내가 들어가서 지루하지 않은 장소라면 알고 있지만, 여자애가 좋아할 만한 가게 같은 건 상상도 가지 않고.
……정말, 이럴 거라면 한 번 정도는 반 여자애랑 같이 다녀볼 걸 그랬어.
「……정말. 반론하는 건 아니지만, 시로는 이상해요. 휴식을 취하려는 생각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 휴식조차 명확한 예정을 세우고 있지 않다는 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아. 세이버가 설교 모드로 들어갔다.
……도장 이외에서 세이버가 이렇게 줄줄 불만을 들어놓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원래부터 마음이 내키지 않았던 거에 덧붙여서, 길 가는 사람들의 호기심 서린 눈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전부터 당신이 생각하는 게 무른 거에는 한 마디 하고 싶었어요. 당신은 주위는 눈에 들어오는 주제에, 아무래도 자신에 대한 취급이 소홀합니다.
결과, 어긋남을 메우기 위해서 당신 자신이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안 되게 돼요.
———잠깐, 듣고 있는 겁니까, 시로!」
「듣고 있어. 요컨대 지금 이러고 있는 게 납득이 안 가는 거지, 세이버.
뭐 나한테 끌려 다녀도 재미없을 건 뻔하고, 싫어하는 건 당연하겠지만」
「에———아니, 그런 게 아니라, 저는———지금은, 이런 걸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그것도 알고 있어. 하지만 안 들을 거야. 나는 오늘 하루, 세이버가 나와 행동을 함께 해 주게 하겠다고 결정했어.
이것만은 뭐라고 말해도 안 굽혀. 절대야」
정면에서 세이버를 응시한다.
세이버는 멍하니 이쪽을 바라볼 뿐이었다.
「———다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들을게.
불만도 있을 거고, 그런 건 지금 말해 줘. 그 쪽이 서로 어렵게 여기지 않고 끝나니까.
세이버가 나와 데이트하는 게 싫다고 한다면, 다른 방법도 생각할게」
「아……아니,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할까요……저는, 그」
세이버답지 않게, 시선을 움직이면서 말을 흐리는 세이버.
「그럼 불만은 없는 거지. 그럼 가자.
세이버한테 리퀘스트가 없다면, 어디 가도 화내지 마」
우선은 수족관이라던가, 그런 곧잘 듣는 단골손님이겠지.
좋아, 하고 결심하고 세이버의 손을 잡는다.
「저, 저, 시로! 부, 불만은 없지만, 굳이 손을 잡을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 아니, 시간도 아깝고, 좀 달릴 거니까. 안내할 테니까, 떨어지지 않게 잘 따라 와」
「에……아니, 이런 상태로는, 저……!」
세이버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세이버에게 위세 좋게 말한 이상, 이제 한심한 모습은 보여줄 수 없다.
이 뒤는 생각이 미치는 한 에스코트를 할 뿐이다.
세이버의 손을 쥔 채로, 인파를 피해서 달려간다.
단념한 건지, 무언가 이것저것 불평하고 있었던 세이버도 얌전해졌다.
자, 시간은 오전 10시 좀 전.
정오 점심 시간까지 2시간, 뜻 있게 써서 세이버를 깜짝 놀라게 해 주자————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폭풍 같은 2시간이었다.
보통 때는 가지 않는 부티크에도 발을 옮겼고, 룰을 가르쳐주면서 볼링을 즐기기도 했다.
수족관은 찾지 못했지만 공원에서 새에게 모이를 주기도 했다.
취미로 골동품점에 들린 건 애교고, 영화를 피한 건 현명했다고 지금도 확신하고 있다.
어쨌든, 철저하게 여자애가 좋아할 만한 장소로 어택을 반복해, 격침되거나 옥쇄하거나 한 2시간이었다.
……하지만, 이건 절대로 일반적으로 말하는 데이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느 쪽인가 하면 진검승부이고, 손드는 쪽이 지는 데스매치다.
세이버는 어디에 데려가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고, 때로는 정말로 화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불안해질 정도로 침묵할 때도 있었다.
빈말로도 즐기고 있었다, 라고 설명하는 건 꺼려질 정도의 무반응한 모습에 대조되게, 이쪽은 이번에야말로 이번에야말로 하고 기를 쓴다.
결과적으로, 세이버를 웃게 하려고 고집을 부리며 여기저기 돌아다녔지만, 이렇다 할 성과도 얻지 못하고 정오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세이버의『시로, 점심 시간입니다』라는 지적에 점심 시간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쳐서, 일단 휴식을 취하기로 했는데.
「…………뭐지, 여기」
테이블에 안내 받고, 무의식 중에 중얼거렸다.
“점심이라면 강변의 카페를 추천할게”
그게 어젯밤, 토오사카가 나한테 한 유일한 어드바이스였다.
거기에 따라서 가게를 고르긴 했는데, 설마 이런 까다로운 가게라고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
일단 메뉴를 손에 잡는다.
다행히, 품목에는 일본어도 들어가 있어서 읽는 데는 곤란하지 않다.
곤란한 것은 들은 적이 없는 요리 이름뿐이라는 것과, 가격이 터무니없다는 것뿐이다.
「……화성인가 여기는. 뭘 시켜야 될지 전혀 모르겠는데, 진짜로……」
음—, 하고 메뉴를 보고 신음한다.
「시로……? 여기에는 점심을 먹기 위해서 들른 게 아닌 건가요?」
맞은 편 자리에서 묘하게 약한 목소리가 하나.
「그런데, 애석하게도 사정이 다르다고 할까」
얼굴을 든다.
그러자.
거기에는, 궁지에 몰린 토끼 같은 세이버의 얼굴이 있었다.
「세이버……?」
「여기서 점심 식사를 하지 않는다면, 지금만이라도 저택에 돌아가죠. 시로가 준비해주는 것 쪽이, 저는 좋습니다」
「에……그건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거야?」
「아뇨, 저택에 돌아가고 싶은 게 아니라 말이죠, 저……오늘은 굉장히 긴장해서, 보통 때보다 지쳐버린 거예요」
「정말이야? ……그래, 여기서 밥을 먹고 한숨 돌린 뒤에, 또 거리를 나다니려고 생각했는데……세이버가 지쳤다면, 당분간 여기서 쉴까」
「설마, 그렇지 않아요! 지쳤다고 하는 건 어폐가 있었습니다. 그, 제대로 말하면 말이죠」
세이버의 입이 멈춘다.
꾸륵, 하는 작은 소리는, 다행히 내 귀에만 닿은 듯 하다.
……뭐야, 배가 고팠으면 고프다고 말을 하면 되는데, 세이버 녀석.
「죄송합니다. 요컨대, 점심 식사는 빨리 해 주면 좋겠다, 라는 거예요」
「라져. 그렇군, 재미가 없지만 무난한 걸 시켜서, 잽싸게 밥이나 먹을까」
가볍게 먹는 걸로 좋다면 얘기는 빠르다.
런치 메뉴 같은 걸 둘 골라서, 잽싸게 점심을 먹기로 했다.
식후 커피를 마시면서, 오후 예정을 생각해 본다.
오정 중에 배운 것은, 볼링이다 뭐다 하는, 몸을 움직이는 놀이는 그다지 좋지 않다, 라는 것이다.
세이버 본인은 승부가 되면 갑자기 진지해진다.
그건 그거대로 기쁘지만, 안 그래도 눈에 띄는 세이버가 더 눈에 띄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한 게임 끝낸 뒤, 사람 눈에 띄는 걸 피하고 싶어했던 세이버는, 주위에서 쏟아지는 주목의 시선에 우— 하고 토라져 버렸다.
「그런 이유로 몸을 움직이는 건 피한다…….
있잖아, 세이버. 두 번째로 묻겠는데, 어딘가 가고 싶은 데 있어?」
「저에게 말인가요? 아뇨, 특히 없습니다. 저는 잘 모르니까, 이대로 시로에게 맡기겠어요」
말하고, 세이버는 티 컵을 손에 들었다.
세이버가 식후에 시킨 건 홍차로, 맛 쪽도 상당히 마음에 든 듯 하다.
우리 집에서는 홍차는 좀처럼 나오지 않고, 타 봐야 인스턴트다.
아무래도 홍차파인 듯한 세이버가 보면, 마실 것에 관해서만은 불만이 있었던 듯.
이야, 오늘 밤부터는 조심하자.
「————————」
세이버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저 홍차를 마시고 있다.
기쁜 듯한 것도 아니고, 지루해 보이지도 않는다.
한 마디로 말하면 자연스럽다, 일까.
창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 그늘에서, 바른 자세로 티 컵을 입으로 가져간다.
그 모습은 처음 보는 데도 위화감이 없고, 이전부터 알고 있는 것 같이 생각되기까지 했다.
……왜 그런 착각을 했을까.
내가 알고 있는 세이버는, 항상 검을 들고 싸우는, 긴장하고 있는 소녀인데.
「——————아아, 그런가」
하지만,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하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검을 손에 든 뒤의 그녀에 지나지 않는다.
검에서 손을 놓으면, 세이버는 언제라도 온화했다.
이 광경이 신선하게 비춰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그것이 그녀의 본질이기 때문이겠지.
아무리 검사로서 뛰어나도, 세이버는 이렇게 하고 있는 게 보통이다.
오히려 검을 들고 있는 쪽이, 이 소녀에게는 이상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그녀는 싸움에 맞지 않는다, 라고 꿈에서 생각했다.
그건 착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뛰어난 검술을 가지고 있어도, 얼마나 전장을 질주해 왔어도.
그녀가 그녀인 한, 그것은, 결코 마음 편한 장소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건 당연한 것.
검을 들지 않고, 긴장을 풀고 쉬는 세이버.
그 평온한 풍경이야말로, 그녀가 있어야 할 곳이니까.
오후가 되어도 하는 일은 변함없다.
이쪽은 생각 나는 모든 가게에 향하고, 세이버는 아무 말 없이 따라온다.
다만, 그건 오전 중에 비하면 그렇게 괴로운 것은 아니게 되어 있었다.
내가 익숙해진 건가, 세이버도 단념한 건가.
세이버는 여전히 말이 없지만, 잘 보면 화가 나지 않은 얼굴과 화난 얼굴은 미묘하게 다르기도 하다.
가게에서 나왔을 때에 세이버의 발걸음이 가볍거나 하면 달성감이 있다고 할까, 순수하게 기뻤다.
———그래서.
여러 각도에서 세이버가 마음에 들어 할 것 같은 요인을 검증한 결과.
자신도 반신반의기는 하지만, 여기가 제일 세이버의 반응이 좋을 것 같은 가게라고 판단했다.
「앗————」
콰과—앙, 하고 그 자리에 멈춰 서는 세이버.
그 어깨가 벌벌 떨고 있는 것은, 화내고 있어서인지 감동하고 있어서인지, 역시 나는 판별이 되질 않는다.
「시, 시로, 여기는」
「여기서 제일 물건이 많은 인형가게래. 남자 금지라는 것 같아서, 들른 적은 없었지만」
물론, 금남 같은 규칙은 없다.
다만 이용객이 여자애뿐이고 남자가 없기 때문에, 그런 암묵의 룰이 생겨 있을 뿐이다.
사실, 이러고 있는 지금도 주위에는 묘령의 여자애들 밖에 없다.
금발인 세이버도 흘끔흘끔 보고 있지만, 남자인 나는 번뜩번뜩 노려보고 있다.
우리들의 성역에 들어오지 마—! 라고 말하고 싶은 거겠지.
……정말 동감이다.
나도, 이런 데에 발을 들여놓는 녀석은 남자로서 인정할 수 없다.
「뭐, 모처럼 왔으니까 주위는 신경 쓰지 말고 돌아보자. 세이버, 좋아하는 동물 있어?」
「에……그, 주로 사자나 표범 같은 건,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지만……이상한가요?」
눈으로만 올려다보며 질문해 온다.
「윽————」
그걸로, 순간적으로 얼굴을 돌리고 웃음을 참았다.
아니 뭐가 웃기냐면, 사자가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세이버가 웃긴다.
「……시로, 지금 그 행위는 부자연스럽습니다. 어쩐지, 이유 없는 분노를 느낍니다만, 제 기분 탓인가요?」
「아, 아니, 미안미안. 사자라는 게 너무나도 세이버다워서, 그만 웃어버렸어」
「윽……! 사, 사람의 취향을 웃는 건 좋지 않은 겁니다, 시로! 거기에 사자도 나쁘지 않아요!」
「그러니까 미안하다니까. 사과하는 뜻에서 좋은 데 데려갈 테니까, 그걸로 기 분 고쳐」
웃음을 억지로 참으면서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에에, 보아하니 동물계 인형은 저쪽인가.
그리하여.
가게 가장 깊은 곳에서 입구까지 돌아오는데 1시간 하고 조금 더.
세이버와 인형의 눈싸움을 아무 말 없이 지켜본다거나, 대체 어디에서 오는 거지 싶을 정도로 많은 여자애들의 숫자에 신경을 소모하면서, 어쨌든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피곤했던 1시간이었다.
하지만 무섭게도, 이걸로 가게 절반 밖에 돌지 못했다.
세이버가 빈번히 마비……인형과 눈싸움 상태이다……에 들어가기에, 겨우 절반 도는 것만으로 이만큼 걸린 것이다.
세이버는 남은 절반에도 흥미진진인 듯 하고, 뭐, 함께 할 수 밖에 없지만.
「시로……? 왜 그러나요, 한숨을 쉬고. 계속 걸어서 피곤해졌다던가……?」
「응……? 아아, 조금 지쳤어. 이런 정도로 약한 소리할 정도로 무르진 않지만, 여기는 특별해. 역시 익숙하지 않은 건 하는 게 아닌 건가」
하아, 하고 크게 한숨을 쉰다.
세이버와 걸어가며 사람들이 흘끔흘끔 쳐다보는 건 상관없지만, 이런 여자애들뿐인 가게라고 하는 건 역시 진정이 안 된다.
정신적 피로라는 건, 때로는 다리에 타격을 주는 것이다.
「그러는 세이버는 괜찮아? 이런 가게, 처음이잖아. 지쳤으면 말해」
「확실히 저도 진정은 안 되지만, 시로 쪽이 마음이 불편해 보여요. 여기만이 아니라, 아까 가게도 그 전 가게도 그랬죠.
……혹시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시로는 자기가 가고 싶지 않은 곳을 고르고 있는 거 아닌가요?」
「————————」
나에게 있어서는.
뭐라고 할까, 세이버의 그 말만으로, 그런 심로는 날아가버렸다.
「그래. 솔직히 말하면, 일부러 거북한 데를 고르고 있는데」
「……역시. 이상해요, 시로. 익숙하지 않다고 알고 있으면서, 왜 이런 곳만 고르는 건가요. 그래서야 당신이」
「아니, 하지만 여자애한테는 이런 곳이 어울리잖아.
놀러 가자고 데리고 나온 건 나니까, 오늘은 세이버의 날인 셈이고」
「————」
「거기에, 그렇게 있기 괴롭지는 않은데. 세이버가 있으니까 괜찮아. 옆에 이 정도 미인이 있으니까, 질투 받기는 해도, 이 곳에 안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것도 없을 거고」
「무……무슨, 바보 같은. 무장하고 있지 않아도, 저는 서번트입니다. 아무리 비전투시라고 해서, 저를 여성 취급할 필요는 없어요. 보통 때와 마찬가지로, 서번트로서 취급해 주세요」
「바보는 그 쪽이야. 보통 때와 마찬가지고 뭐고, 세이버는 원래부터 여자애잖아. 별로 오늘만 마음을 쓰고 있는 것도 아니고, 오늘 나는 여느 때랑 달라 보여?」
「아————」
멍하니.
새삼스럽게 무언가를 눈치챈 듯이, 세이버는 입을 열었다.
「아뇨, 똑같아요.
당신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의, 시로였어요」
「그렇지. 그러니까 나한테 신경 쓸 필요 같은 거 없어.
자, 저쪽 가자. 제일 마음에 든 걸 살 거니까, 남은 절반도 보지 않으면 안 되잖아」
세이버의 손을 잡는다.
세이버는 아무 말 없이 내 팔에 끌려오며,
「……그랬었군요. 처음부터 그랬는데, 이제 와서, 알아채다니」
멍해진 채로,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익숙하지 않은 하루는 분주하게 지나갔다.
세이버는 마지막까지 소리를 내서 웃지 않고, 나도 진심으로 웃는 일은 없었다.
인상에 남을 정도로 즐거운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후회할 정도로 재미없는 시간은 아니었다.
말하자면,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었다.
이럴 거라면 저택에 남아서, 도장에서 세이버와 검 수련을 하는 쪽이 세이버는 기뻐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 하루는 나쁘지 않았다.
시시해도 재미없어도, 세이버를 이렇게 데리고 다녔던 걸, 나는 마지막에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싸움이 끝나고, 전부 원래대로 돌아온 뒤.
세이버와 지낸 시간이 싸움뿐이었다니, 그런 건 너무나도 허무하다.
비록 어리석은 행위라도, 싸움 이외의 시간을 쌓지 않으면 그녀가 여기에 있는 의미가 없다.
그래서, 지금은 가슴을 펴도 좋다.
……끝은 가깝다.
전부 끝나고, 이제 싸울 필요가 없어졌을 때.
이런 일도 있었다, 라고 세이버가 회상해 준다면, 그건 충분히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일이니까————
돌아오는 길은 도보였다.
막 버스로 돌아가려고 하는 참에,
「돌아가는 건 걸어서 가죠」
라고 세이버가 제안했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고 있었다.
선명한 석양이 다리를 붉게 비추고 있다.
「————아」
세이버는 무언가에 주의가 미친 것인지, 다리를 멈추고 강 가운데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 끝에 있는 것은, 별것 아닌 와해의 산이다.
와해의 산, 이라고 해도 높지는 않다.
수면보다 약간 낮은 정도로 쌓인 철골 등등이, 강의 흐름을 약간 일그러뜨리고 있다.
사정은 모르지만, 꽤 옛날에 정박하고 있었던 배가 침몰했다던가 해서 파편이 흘러, 쌓여서 산이 됐다는 듯 했다.
미관을 해치니 철거해 달라, 라고 하는 근처 주민의 요청이, 벌써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는 듯 하다.
「? 왜 그래, 세이버. 저게 신경 쓰이는 거야?」
「아뇨, 아직 남아 있었구나 하고. 저게 생긴 원인은 저니까요. 저번 싸움에서 수상전을 본의 아니게 하게 돼서, 여기서 보구를 써 버렸어요.
피해는 강이 말라버린 것뿐이었지만, 운 나쁘게 정박하고 있었던 배가 말려들어 버렸던 거죠」
「하아————? 말려들다니, 설마 엑스칼리버에 말야!?」
「그, 그런데요, 다행히 승객은 없었고, 피해도 크지는 않았어요. 강도 지금은 원래대로고, 그렇게 화내지 않아도 괜찮지 않습니까.
……저도, 그, 반성하고 있으니까」
「………………」
……조심하자.
엑스칼리버를 쓸 때는, 최소한 이 정도 넓은 데가 아니면 장난 아닌 일이 벌어진다.
「시로……? 아직 화내고 있나요?」
「에? 아니, 별로 화 안 났어. 그냥 놀랐을 뿐이지. 그리고 뭐, 저번의 자취라는 것도 꽤 있구나 하고.
중앙공원의 황야에 비하면, 강의 와해 정도야 문제가 아니잖아. 뭐, 배 주인은 재앙이었겠지만」
「그건 안심을. 배 주인한테는 보험이 들어왔다고 키리츠구가 말했었고, 애초에 완충재로 쓸 생각으로 배를 멈춰 놓은 거니까요. 선체를 벽으로 써서, 보구의 위력을 깎은 거죠」
「……뭐야. 그럼 처음부터 알면서 배를 부쉈다는 거야」
「알고 있었던 게 아니에요. 그건 키리츠구가 저한테 아무 말 없이 준비한 겁니다.
……그렇군요. 키리츠구는 처음부터 싸움이 어떻게 흘러갈지 읽고 있었던 거겠죠. 배를 준비하기 전도 그 뒤도, 한 마디도 하지 않았기에 알아채지 못했지만」
그리고 나서, 그리운 듯이 세이버는 강을 내려다보았다.
반짝반짝 석양을 반사하는 수면.
강에서 불어 올라오는 바람은 약간 강해서, 세이버의 머리카락을 흔들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웠기 때문일까.
「세이버. 오늘은 즐거웠어??」
이대로 세이버가 사라져버릴 것 같은 불안에 사로잡혀, 묻지 않아도 되는 걸 묻고 있었다.
「네? 무슨 말 했나요, 시로?」
「했어. 오늘은 즐거웠니, 하고 물었어」
……숨을 삼킨다.
세이버는 동그랗게, 눈을 뜬 뒤.
「그렇군요. 신선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거짓말이 되겠죠」
이미, 그것이 일어날 수 없는 일인 양.
동경을 담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
……그러니까, 대답 따위 알고 있었던 거다.
남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면, 그래, 하고 끄덕이고 돌아가는 것뿐.
그것뿐이라면, 아직———되돌릴 수 있을 터.
「그래」
세이버의 눈을 응시한 채로 끄덕이고.
「그럼 또 가자. 별로 이런 건 이번이 끝인 게 아니니까」
아마도, 돌이킬 수 없는 말을 입 밖에 냈다.
「————————」
세이버의 표정이 굳어진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았겠지.
그녀는 나를 확실히 응시한 채로, 조용히 머리를 옆으로 흔들었다.
두 번째는 없다. 라고.
이건, 오늘로 끝내야 할 잘못이라고 말하는 듯이.
「———그건, 어째서」
세이버의 대답 같은 건 알고 있다.
그래도, 생각한 세이버의 대답에 납득이 가지 않아서 되물었다.
「왜고 자시고 없겠죠. 서번트는 싸우기 위해 존재하는 자입니다. 오늘 같은 행위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게 돼요.
시로가 휴식해야 한다고 판단했기에 따랐습니다만, 이제 앞으로는, 몸을 쉬게 할 필요는 없겠죠.
남은 적은 적어요. 시로가 명해준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랜서를 찾아내고 싶을 정도인데」
투지가 담긴 눈으로 바라봐 온다.
명령만 있으면 이 자리에서 싸움에 향하겠다, 라고 세이버는 말하고 있다.
그것이.
지금까지 납득이 가지 않았던 부분에, 화륵 하고 불을 붙여버렸다.
「———뭐야, 그건. 그렇게 싸우고 싶은 거야, 너는」
「당연하죠. 싸우면 싸울수록 성배에 다가가는 겁니다.
저에게 있어서, 전투는 무엇보다도 우선해야 할 일입니다. 그건 시로도 역시 알고 있을 터인데」
「아아, 알고 있어. 그래서 이상한 거야.
전부터 말하고 싶었지만 말야, 모순돼 있어, 너. 세이버는 싸움이 소중하다고 하는 거에 비해서, 자진해서 싸우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잖아. 다른 수단이 없으니까, 싫어도 싸우고 있는 거에 지나지 않는 거 아니냐」
「뭐……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전투를 주저하지 않아요. 승리하기 위해서라면, 수단은 가리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아, 분명히 말했지.
하지만 그런 건, 전투를 좋아하는 이유조차 되지 못한다.
「가능한 범위에서잖아. ……알겠어? 세이버.
단순히 다른 마스터를 쓰러뜨리고 성배를 손에 넣는다고 하면 말야, 라이더처럼 사람을 습격해서 힘을 얻으면 되잖아. 하지만 세이버는 그게 싫은 거지」
「———그건」
「관계없는 사람을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은 게 아냐. 막상 싸움이 벌어지면 사람은 죽는 거라고 너는 잘 알고 있잖아.
그래, 그렇기에 너는 전투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싶어했어. 싸우면 죽은 사람은 나와. 그러니까 빨리 끝내고 싶다, 라고. ———요컨대 말야. 너는, 희생자가 나오는 싸움이라는 게, 견딜 수 없이 무서운 거야」
「————————」
숨을 삼키는 소리.
세이버는 유령이라도 본 듯이 눈을 크게 뜬 뒤, 으득, 하고 이를 악물고 시선을 바로 했다.
「아닙니다. 저는, 싸움을 두려워하고 있지 않아요」
「……그래. 분명히 너는 처음부터 두려워하고 있지는 않았다고 생각해. 그런 개인의 공포 따위, 왕의 사명이라는 걸로 완전히 덮여버렸을 테니까」
「윽————」
「하지만, 그래도 너는 싸움을 싫어하고 있어.
너는, 단지 강하고, 싸움을 잘했을 뿐이야. 하지만, 그건 네가 원한 재능이 아니잖아.
———똑똑히 말하지. 너는 싸움에 안 맞아. 사실은 검을 잡는 것조차 싫었을 거야.
싸우는 것만이 목적이라는 건, 너 자신이, 너를 속이기 위한 말에 지나지 않아」
———그런 것에.
어째서 주위에 있던 녀석들도, 너 자신도, 마지막까지 알아주지 않았던 건지.
「———시로. 아무리 당신이라도, 그 이상의 모욕은 용서하지 않습니다」
「정곡이니까 참을 수 없는 거지. 인정하면 싸울 수 없게 되니까」
으득, 하는 소리.
세이버는 분노를 억누르며 나를 노려본다.
「————————」
그래도 물러날 수는 없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다면, 여기서 도망칠 수는 없다.
「……그러니까, 그만 둬. 너도 그만두고 싶어하고 있잖아. 검 같은 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알고 있잖아. 그렇다면 그만두면 돼.
서번트 따위 그만두고, 더 자신에게 맞는 걸 해」
본래 손에 들어왔을 터였던 인간다운 행복이라는 걸, 지금부터라도 되찾으면 돼.
그걸 위해서라면, 나는————
「———바보 같은 소리를. 저에게 싸움 이외의 선택지는 없습니다. 이 저는 성배를 손에 넣는 것만을 위한 것.
왕의 맹세를 지키기 위해 이 몸을 바쳤어요. 그 이외의 일에 자신을 쓰는 길은, 저에게는 용납되지 않습니다」
「바———」
성배를 손에 넣는 것만을 위한 것.
무엇이 열 받았냐 하면, 그게 제일 열 받았다.
어째서 그렇게, 자기자신에게 들려주듯이 하찮은 소리를 하는 걸까.
그런 소리만 하니까———주위 사람들도,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버렸다.
「바보, 그럴 리가 있냐……! 길 따위 얼마든지 있어! 너는 여기에 있잖아, 옛날 너하고는 달라……!
그렇다면———이제부터는 자신을 위해 살지 않으면 안 돼. 절대로. 절대로, 성배를」
———그, 마지막으로 허락된 자신의 소망을.
「……뭐든지 좋아, 다른 사람을 위해 쓰지 마.
여기에 있다면, 세이버는 여기서 행복하게 되지 않으면 안 돼」
바람 소리가 귀에 울린다.
세이버는 대답하지 않는다.
끄덕이지도 않는다.
그저, 똑바로 내 눈을 마주 쳐다보며,
「———그 말에는 수긍할 수 없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따른다고 계약했죠. 하지만 마음까지 맡긴 것은 아닙니다, 마스터」
그렇게, 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왕의 맹세는 깰 수 없어요. 저에게는 왕으로서 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책무가 있습니다.
아서 왕의 목적은 성배의 입수예요. 그것이 이루어진다 해도, 제가 알트리아로 돌아가는 일은 없겠죠.
제 소망은 처음부터 하나뿐. ———검을 손에 쥐었을 때부터, 이 맹세는 영원히 바뀌지 않으니까요」
「……어째서. 세이버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은 그런 게 아니잖아.
그런———마지막까지 보답 받지 못하다니 잘못돼 있어. 너에게는 성배 따위 필요 없어. 게다가」
……게다가, 세이버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일어나버린 일을 없던 일로 하다니, 그런 건 가능할 리가 없으니까.
「세이버. 일어나버린 일을 고쳐서 다시 하는 그런 건 불가능해. ……아니. 그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 그런 것 정도는, 너도 알고 있는 거 아니냐」
「……아뇨.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 말하겠어.
비록 아무리 너무한 결말이라도, 일어나버린 일을 바꾸는 것 불가능해.
하지 못했으니까 다시 하고 싶다니, 그런 건 어린애 응석이나 마찬가지잖아……!」
……거기서 말은 끊겼다.
세이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도, 해야 할 말은 없다.
귀에 울리는 바람소리도 그쳤다.
아니.
바람은 그친 게 아니라, 잠시 동안 멈췄을 뿐이다.
후웅, 하는 소리.
볼에 바람을 느낀 그 때.
「———시로라면,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것은, 맞바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오늘 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고, 하고 싶은 말은 그것뿐입니까」
차가운 목소리.
거기에는, 이미 거절밖에 남아있지 않다.
「자기 주제를 좀 알았으면 좋겠군요. 당신 같은 인간이, 제 무엇을 안단 말입니까.
당신에게, 제 마음 속에 내디딜 권리 따위 없습니다.
싸우지 말아라, 라고요? 제가 지켜주지 않으면 안 되는 미숙한 마스터가 무슨 소리를. 그런 투정을 늘어놓는 건 혼자서 싸울 수 있게 된 뒤에 해 주십시오.
———흥. 뭐, 그런 일은 영원히 있을 수 없겠지만」
「아니————투정이라니, 나는……!」
「그러니까 투정인 겁니다. 자신을 생각해라, 라고요? 그건 시로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당신은 자신의 목숨을 고려하지 않아요.
당신은 제가 틀렸다고 하지만, 당신 쪽이야말로 틀렸습니다.
……자신보다 타인을 우선하다니 그런 건 죽은 자의 생각이에요.
자신의 목숨의 무게도 모르는 천치가, 잘도 그런 말을 하는군요」
「뭐————세이버, 너」
「신경에 거슬렸나요. 그렇다면, 아예 계약을 해제해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당신은 성배를 필요로 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저 혼자서 마스터를 부수고, 성배를 손에 넣을 뿐이니까.
……그렇게 싸우는 게 싫다면, 당신은 멀리서 숨어있으면 되겠죠」
「세이버. 너, 그거 진심으로 하는 말이냐」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딱딱 이가 소리를 내고 있는 건, 자신도 놀랄 정도로, 감정을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당연합니다. 제 목적은 성배뿐. 그 이외의 일들은 쓸데없는 것.
———시로. 그건 당신도 예외는 아닙니다」
격철이 떨어졌다.
눈앞이 새하얗게 되는 걸 참아내고, 반쯤 들어올려진 주먹도 간신히 억눌렀다.
「이 벽창호……! 좋아, 그렇게 싸움이 하고 싶으면 멋대로 해! 이제 나는 몰라!」
그저, 감정만은 억누를 수 없었다.
핑계 같은 말을 소리지르고, 그대로 세이버로부터 달려서 떠났다.
멀어져 가는 모습.
그저, 한 순간
멍하니 서 있는 세이버의 모습이, 보인 것 같았다.
「제길, 제길, 제길……!」
그저 달렸다.
뭐가 분했는지, 뭐가 열 받았는지 알지 못한 채로, 격정에 몸을 맡기고 달렸다.
“그 이외의 일들은 쓸데없는 것. 시로. 그건 당신도”
「윽……!」
깨져버릴 정도로 이를 악물고, 날뛰기 시작할 것 같은 목소리를 억눌렀다.
솔직히, 생각해 내는 것만으로 눈앞이 어질어질해서, 이대로 전봇대나 무언가에 몸통박치기 할 지도 모른다.
……아니,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단순히 세이버에게 화가 났었던 것뿐이라면, 바보 같이 화풀이를 하고 끝내면 된다.
하지만, 이 격정의 정체는 그런 게 아니다.
열 받아 있는 건 세이버 때문만이 아니다.
이렇게 분해서, 달리고 또 달리고, 숨을 쉬는 것도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계속 달리는 것은, 자기자신이 한심하기 때문이다.
……멍하니 서 있는 세이버의 모습.
풍향이 바뀌는 그 사이에, 한 번만 흘린 말.
“시로라면,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윽……! 제길, 그런 거 이해할 수 있겠냐, 바보……!」
내뱉고, 엄청난 후회에 구를 뻔 했다.
……그건, 어떤 토로였던가.
결별하는 듯한 목소리는, 동시에 울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그 말만이 진실이었던 건 아닐까.
얼굴을 숙이고 중얼거린 말.
기대와 실망과, 애원이 섞인 목소리.
———그렇다면.
배신한 건 어느 쪽이고, 배신 당한 건 어느 쪽이었던 것인가.
방에 뛰어들어서, 턱, 하고 장지를 닫았다.
그대로 대자로 쓰러졌다.
서 있는 것도 안타깝다.
지금은 그저, 뒹굴면서 잠들어버리고 싶다.
「하아———하아, 하아, 하————」
하지만, 누워봐야 몸은 여전히 뜨겁다.
심장은 터질 것 같고, 폐는 필사적으로 산소를 원하고 있다.
다리에서 여기까지, 쉬지 않고 전력질주다. 몸이 맥을 못 추지 않을 리가 없다.
감정적으로는 아직 더 달리고 싶지만, 몸 쪽이, 슬슬 진정하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아……하아, 하아, 하————아」
조금씩 진정되어 간다.
크게 숨을 들이쉬고, 뱉었다.
「하아……하아……하, 아」
그렇게 호흡이 가다듬어진 뒤.
머리 속을 점하는 것은, 자신이 무엇에 화내고 있었는가 하는 것뿐이었다.
「————————」
……그런 건, 생각할 것까지도 없다.
무언가를 뿌리치듯이 달린 것은, 자신이 너무나도 무력했기 때문이다.
……내 능력으로는, 세이버를 구할 수 없다.
그것이 분해서, 자기자신에게 화가 났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
그 녀석을 웃게 해 주겠다고.
세이버를 지키겠다고 결심한 주제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그저 화가 났다.
「……하지만, 어쩌라는 거야. 세이버 자신이 자시의 행복을 원하지 않는 한, 타인이 이러쿵저러쿵 말해도 헛수곤데」
그래서 세이버 자신이, 자신의 행복이라는 걸 찾아낼 수 있도록, 어울리지 않는 노력을 해 봤다.
그것도 무의미라는 말을 듣고, 그 끝에 천치 취급이다.
「자기 목숨의 무게도 모르는 천치, 라고————」
……그렇게 말은 해도 어쩌라는 거야.
나도 자기 목숨은 소중하고, 자진해서 죽는 짓은 하고 싶지 않다.
그것과 세이버는 다른 문제다.
거기서 내 말을 한 건 반칙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무리 바보라도, 세이버가 잘못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한 거다.
그걸 그렇게 부정당하면, 이제 손을 쓸 수가 없잖아————
「……제길. 아아 진짜, 멋대로 해……!」
털푸덕, 하고 누워있다가 엎어지도록 돌아눕는다.
시야에 다다미만 보이게 돼서, 아예 눈을 감고 머리 속을 새카맣게 한다.
「………………」
그걸로 끝이다.
이제 세이버 따위 모른다.
그렇게 성배가 소중하다면 성배랑 결혼하란 말야.
이렇게 말해도 못 알아듣는 완고한 녀석에게, 이 이상 상관하고 있으면 심한 꼴을 당한다.
아니, 심한 꼴은커녕,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대미지를————
「————윽」
그런 건, 이미 입고 있었다.
화상 정도가 아니다.
그 녀석과 만나고, 몇 번이나 충돌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라고는 해도 살을 맞댔다.
그 밤의 열은, 화상은커녕 뇌사 직전이었다.
어째서, 이렇게————엄청나게 열 받아 있을 때, 그 때 일을 다시 떠올려버리는 걸까.
그런 걸 생각해내 버리면, 세이버가 무슨 말을 하든 관계없게 되어 버린다.
「……뭐가 싸울 뿐인 자야. 그렇다면 어중간하게 약한 부분 같은 건 보이지 말란 말야」
……어쨌든, 세이버는 비겁하다.
뭐가 비겁한지는 모르지만, 알지 못하는 그 부분이 반칙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만큼 열 받았는데도 미워할 수 없고, 내버려두려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내버려둘 수 없게 되다니, 그런 건 모순된다.
말하자면 존재 자체가 반칙이다.
정말 내 의사 따위 관계 없이, 그 녀석을 싫어하게 되지 못하니까.
「———제길, 반한 쪽이 진 거라는 게 이런 건가」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아무리 헛수고라고 해도 포기할 수 없다면, 마지막까지 관철할 뿐이다.
세이버가 아무리 싫어하고 거절해도, 자신이 바르다고 믿었다면————
“시로라면,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윽」
울 것 같았던 얼굴을 생각해 낸다.
이 뒤에.
내가 다시 그 얘기를 할 때마다, 저 녀석은 저런 얼굴을 하는 걸까.
「……그래도 안 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끄덕일 수는 없어」
……내가 틀렸고, 세이버가 올바르다고 해도.
그 녀석이 정말로 소중하다면, 절대로, 사과는 할 수 없다————
무언가 소리가 난 듯한 생각이 들었다.
……어느 새 해가 졌는지, 방은 어둠에 빠져 있다.
조금도 틀리지 않고 울리는 초침 소리가, 매우 귀에 거슬린다.
「이봐, 언제까지 잠에 취해서 멍해있는 거야. 슬슬 일어나주지 않으면 곤란한데」
「————?」
「그러니까 일어나라니까. 벌써 열 시 지났어. 밥 먹여 달라고 이리야가 시끄러우니까, 일어나서 상대해 줘」
언짢은 듯한 목소리.
그걸로, 완전히 눈이 떠졌다.
「여, 열 시가 지나———— !?」
벌떡, 하고 몸을 일으킨다.
「그래, 정확히는 22시 27분. 저녁 시간으로는 논외네」
그리고, 눈앞에는 어이없는 얼굴을 한 토오사카가 있었다.
「윽……미안, 자 버렸어. 금방 갈 테니까, 거실에서 기다려 줘」
「그건 괜찮은데. 시로, 세이버는?」
「? 아니, 여기에 없다면 도장이나 거실 아냐?」
「시로. 나는 세이버가 없으니까 묻고 있는 거야」
「————」
토오사카의 눈은 진지하다.
그걸로————그게 어떻게 된 일인지, 한 순간에 파악했다.
「설마————그 녀석, 돌아와 있지 않은 거야……!?」
「잠깐만 시로! 돌아오지 않다니 어떻게 된 일이야……!」
뒤늦게 방에서 뛰쳐나오는 토오사카.
하지만, 설명할 여유 따위 없다.
등으로 토오사카의 고함소리를 흘려내면서, 다른 데에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밖으로 향했다.
거리는 조용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기척이라고 하는 것이 완전히 끊긴 세계.
그걸 수상하게 생각할 여유도, 지금은 없다.
세이버가 돌아오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그건 당연하다.
그 정도 말다툼을 했다.
혼자라도 싸운다고 했다.
그렇다면———그 녀석 성격으로 보건대, 정말로 혼자서라고 싸우겠지.
세이버는 어디에도 없다.
찾아내는 것도 하지 못하고, 지금쯤, 마지막 서번트인 랜서와 싸우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도, 맨 먼저 여기로 왔다.
강변의 공기는 차갑다.
한층 차가운 밤, 공원은 서리를 가득히 깐 것처럼 차가웠다.
숨은 새하얗고, 볼이나 귀는 얼어서 아프다.
여기서조차 그러니까, 강에서 바람이 부는 다리는, 어느 정도 얼어붙어 있을까.
거기에, 그녀의 모습이 있었다.
내가 달려서 떠나왔을 때와 마찬가지.
다리의 난간에 기대서서, 세이버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강을 바라보고 있다.
……진작에 가라앉은 석양을 쫓고 있는 것인지.
멀리 향해진 시선은, 있지도 않은 붉은 지평선을 보고 있는 듯 했다.
「———————」
그걸로, 통감했다.
강한 주제에, 이렇게나 약하다.
늠름한 모습은,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증거겠지.
그런데도, 손을 뻗으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릴 것처럼 덧없다.
혼자서는 절대로 살아갈 수 없는 주제에, 아마도 마지막까지, 그 긍지를 계속 지킨다.
———그러니.
손이 닿지 않는 별을 보고 있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것밖에 모른다고 말하기라도 하는 듯이, 먼 낙일을 바라보는 소녀.
그 모습을, 내버려 둘 수 없다.
졌다고 하면, 진작에 완전히 패배해 있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그런 얼굴은 하게 놔두지 않겠다고, 결의시켰으니까.
다리를 건너 간다.
발소리를 내고 있는데도 세이버는 알아채지 못한다.
「—————————」
아무 말 없이 걸어가서, 아까와 같은 장소, 세이버의 옆에서 멈춰 섰다.
「세이버. 몸, 차가워진다」
흠칫, 하고 떠는 몸.
……이렇게까지 해야 간신히 알아챈 건가.
「———시로?」
묻는 듯이, 세이버는 돌아봤다.
「뭐 하는 거야, 이런 시간까지.
언제까지고 돌아오지 않으니까, 토오사카가 걱정하고 있었어」
「———그렇습니까. 그건, 미안하게 됐군요」
「……별일 아니니까 괜찮지만 말야. 그렇지만, 어째서 이런 데에 있는 거야, 넌. ……아니 뭐, 찾는 거 편해서 좋았지만」
「……네. 여기에 있었던 건, 아직 갈 곳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시로는 멋대로 하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멋대로 하려고 생각한 겁니다.
하지만 뭘 해야 할지, 뭘 하고 싶은 건지, 어디에 가고 싶은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서, 계속, 어디에 가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미아처럼 중얼거린다.
부담감이 있는 건지, 세이버는 나로부터 시선을 돌리고만 있다.
……분명히, 그 정도 말싸움을 한 거다.
내가 화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겠지.
「……죄송합니다. 린에게는 신세 졌다고 전해주세요.
랜서를 쓰러뜨리고, 성배를 손에 넣으면 시로에게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러니까, 그 때까지————」
혼자서, 돌아갈 곳도 없이 방황하고 있겠다고 말하기라도 할 거냐, 바보.
「무슨 말 하는 거야. 네가 돌아갈 곳은 우리 집이잖아.
밥도 이불도, 세이버 분은 딱 준비돼 있으니까」
「———그렇지만, 시로는 이제 저 같은 건 모른다, 고」
「그래. 세이버가 뭘 생각하는지, 난 모르겠어」
말하고.
자, 하고 세이버의 손을 잡았다.
「아————시로」
「집에 돌아가자. 아무리 서번트라고 해도, 이렇게 몸이 식으면 감기 걸려. 빨리 돌아가서, 따뜻한 거라도 먹자」
「————저, 저, 하지만, 저는」
「그리고, 말해 두겠는데 나는 사과하지 않을 거야.
불만 있으면 지금 말해」
무례하게, 가능한 한 세이버로부터 눈을 돌리고 말했다.
「————————」
멍하니 바라봐 온다.
세이버는 아무리 봐도 사과하고 싶어하는 얼굴이었지만, 그런 건 모른다고 무시한다.
……그것이, 조금은 플러스가 된 것인지.
세이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에게 손을 잡힌 채로 얌전히 따라와 주었다.
다리를 내려와서, 공원으로 나온다.
……시간은 11시.
공원에는 인기척 따위 전혀 없는데, 분수라든지 가로등이라든지, 필요 이상으로 장식한 것이 많았다.
「————————」
「————————」
척척 걷는다.
세이버의 걸음은 완만했다.
……생각해 보면 5시간 이상, 저 다리 위에서 계속 서 있었던 거다.
몸은 완전히 차가워져 있을 거고, 피로도 쌓여 있는 건지도 모른다.
손을 끌면서 걷고 있자니, 때때로 넘어질 것처럼 앞으로 기우뚱하고 있고.
「세이버, 조금 더 천천히 걸을까? 왠지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은데」
돌아서서 어떤지 본다.
「아, 아뇨, 몸은 아주 건강해요……!
그저, 그……린의 말에 놀아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손을 잡고 있으면 정말로 밀회 같구나, 하고」
「에————?」
그래서.
들은 나 자신이, 그 말로 단숨에 볼이 뜨거워졌다.
「그, 그래. ……저, 손, 놓을까? 에에, 세이버가 싫다면 그러자는, 거지만」
「아뇨, 저도 이러고 있는 쪽이 좋아요. 시로의 손은 따뜻해서, 안심되니까요」
……이야기는 그걸 끝으로 끊어져버렸다.
이쪽은 멋쩍은 것을 얼버무리듯이 걷고,
세이버는 아무 말 없이 나에게 따라와 준다.
저택까지, 앞으로 어느 정도 남았을까.
잡은 손의 따스함에 볼을 긁으면서, 공원을 뒤로 한다.
……오늘 하루, 여러 가지 파란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 끝이 이 따스함이라면, 오늘부터 종교 바꿔서 그 신부한테 기도해도 좋다, 라고 감사했을 때.
「———어디에 가나.
멋대로 다른 사람 걸 가지고 가지 마라, 애송아」
———결코 만나서는 안 되는 것에, 우리들은 만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