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게 깨다.

[이상교]

새벽 두시 무렵 눈을 떴다가 다시 잤다. 그리고 오전 4시 조금 넘어 자리를 털고 일어나 앉았다.
우편물 보낼 것을 정리하고 천도 복숭아 한 알을 먹고, 어제 저녁 먹다 둔 팥빵 반 쪼가리를 먹었다.
팥빵은 어제 오후 인사동 입구 빵집에서 샀다.
1박 2일로 계몽아동문학회 모임이 있다고 들었는데 마침 전화가 왔길래 전날 축하하지 못한 수상자 얼굴도 볼 겸 화장도 하지 않은 평상복 차림으로 달려나갔다. (외출복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면서) 어쨌든지 빵은 그 일을 기화로 샀다. 쿠키 두 개와 팥빵 두 개.
지리산에서 문학회 모임이 있다고 들었건만 점심을 미처 하지 않은 터라 좀 난처했다. 자칫하면 점심이나 얻어 먹으러 가는 꼴이 될테니.(얻어 먹을 수도 있겠지만)
'아침을 늦게 먹어 점심은 일 없노라 말해야겠다.'
속으로 여러 차례 다짐했으나 쉬운 일 아니라서 어정쩡, 뒤늦게 밥을 시켜 먹어 모인 일행을 좀 난처하게 하지 않았나 싶다. 만일 그렇다고 해도 하는 수 없겠다.
광주에서 올라온 수상자 일행을 배웅한 뒤, 부산팀과 함께 목인 전시장(인사동 산타페 카페 입구)에 들렀다. 김문홍 선생님의 나직나직한 음성도 좋았고 김재원 선생님의 자상한 설명, 구여운 후배들을 만나 반가웠다.
木人전시장에서는 말 그대로 나무와 사람을 관련시켜, 장례의식에 쓰이는 목조각품 등을 주로 전시하고 있었다.
'오, 내 취향!'
인사동 골목 골목을 뻔질나게 돌아다녔으면서 목인 전시장 같은 꽤 괜찮은 곳은 그냥 지나치고 만 것이었다. (언젠가 혼자 가서 자세 자세 들여다 볼 작정이다) 지하와 1층, 2층, 3층,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좀 가팔긴 했지만.
3층 옥상에 차를 마실 곳도 있었는데 조용하고 고즈넉하고 한갖지고 좋았다.

돌아오는길, 현대빌딩 앞 횡단보도 앞에서 방금 쪄낸 옥수수를 파는 아저씨와 마주쳤다. 한 자루에 1000원이란다. 272번 시내 버스를 타자마자 쏟아지는 빗발을 내다보며 그때까지도 따끈한 옥수수를 뜯었다. 사는 일이 비 쏟아지는 버스 안에서 찐 옥수수를 뜯는 일과 무에 다르랴.
귀뚜라미는 밤새 울고도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울어댄다.
가을밤이 그리 적적하지 않은 까닭은 대신 울어주는 귀뚜라미 덕이다. 아직은 매미도 운다.

[여랑이]

귀뚜라미 소리...저도 들어요, 밤마다.

[이상교]

그동네 귀또리도 귀똘귀똘 우는지?

[여랑이]

음..............곰곰...........울 동네 귀또리는 귀똘귀똘 안 울고...뚜르르 뚜르르 이리 우는 거 같습니다...^^

[항쉬범]

어제 밤 우리 옥상에 사는 귀뚜라미는 귀뚜루루, 귀또로로라고 합창을 하던데요. 그동안 안녕 하셨죠?

[이상교]

네. 기냥저냥...

[생각나무]

그냥 헤어지기 아쉬웠습니다. 엊그제 잠 부족에 술까지 덜 깬 상태라서...에효~

[단청]

저도 요즘 며칠 동안 새벽 4시에 일어났어요. 회사 다니다 보니 제 시간이 따로 없어서, 결심했죠. 새벽에 일어나는 수밖에 없겠군, 하고 말이죠. 근데 좀 피곤해요. 과로해서 그런지 목도 뻐근하고, 이젠 아파요. 그래서 오늘 침 맞고, 난생 처음 부황도 해 봤어요. T T 어떻게 해야 마담님처럼 새벽에 일어나는 게 아무렇지도 않게 되는 거죠? 쩜 알려 주셔요.

[이상교]

늙을 때까지 기다리기 바란다. 그때가 되면 절로 이르게 눈을 뜨게 되어 있으니 지금은 푹 잘자기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