莊子 外編 11篇 在宥篇 第3章(장자 외편 11편 재유편 제3장)
"필정필청 무로여형 무요여정 내가이장생"
黃帝가 천자의 자리에 오른 지 19년. 그의 정령政令은 천하에 시행되고 있었는데, 광성자廣成子가 공동산空同山 위에 있다는 말을 듣고 일부러 찾아가 만나보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선생께서 지극한 도에 도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감히 묻습니다. 지극한 도의 정수가 무엇입니까? 나는 천지의 정기精氣를 가져다가 오곡五穀의 생장을 도와 백성들을 기르고, 또 나는 음양陰陽을 다스려 뭇 생명을 이루게 하고자 하니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광성자廣成子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묻고자 하는 것은 사물事物의 본성本性이지만, 당신이 다스리고자 하는 것은 사물을 해치는 것이다. 당신이 천하를 다스린 뒤로 구름은 충분히 모이기도 전에 비가 되어 내리고, 초목은 잎이 누렇게 변하기도 전에 떨어졌으며, 해와 달의 빛도 더욱 황폐해졌으니 당신은 말만 잘하는 천박한 사람이다. 그러니 어찌 지극한 도를 일러 주기에 충분하겠는가.”
황제黃帝는 물러나 천하를 잊고 홀로 머무는 집을 짓고, 흰 띠풀로 자리를 깔고, 석 달 동안 조용히 머문 다음에, 다시 찾아가 만나기를 요청하였다. 광성자廣成子는 머리를 남쪽으로 하고 누워 있었는데, 황제가 아래쪽에서 무릎으로 기어 나아가 두 번 절하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물었다. “저는 선생께서 지극한 도에 이르렀다고 들었으니 감히 묻겠습니다. 몸을 어떻게 닦아야 장생구시長生久視할 수 있겠습니까?”
광성자廣成子가 벌떡 일어나 말했다. “좋은 질문입니다. 이리 오시오. 내 당신에게 지극한 도를 말씀드리지요. 지극한 도의 정수精髓는 그윽하고 어두우며, 지극한 도의 극치는 모습도 없고 소리도 없으니, 보려 하지도 들으려 하지도 말고 정신을 지켜서 고요함을 유지하면, 몸도 저절로 바르게 될 것입니다.
반드시 고요하고 반드시 깨끗함을 지켜서 당신의 몸을 수고롭게 하지 말고, 당신의 정신을 흔들어 대지 않아야만 비로소 장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눈으로 아무것도 보지 말고 귀로 아무것도 듣지 말고 마음으로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말아서, 당신의 정신이 몸을 지킬 수 있어야 몸이 비로소 장생長生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안에 있는 정신을 삼가 지키며 당신의 밖으로 향하는 지각을 닫으십시오. 지각하는 것이 많아지면 실패할 것입니다.”
내가 당신을 위하여 해나 달 같은 커다란 광명이 있는 하늘 위에 올라 저 지양至陽의 근원에 이르며, 당신을 위해 그윽하고 어두운 문에 들어가 지음至陰의 근원에 갔다 오겠습니다. 하늘과 땅은 맡아서 다스리는 것이 있고 음과 양은 간직하고 있는 작용이 있으니 당신의 몸을 삼가 지키면 만물이 장차 저절로 생장할 것입니다. 나는 순일純一한 도를 지켜서 조화 속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 때문에 나는 몸을 닦은 지 1,200년이 흘렀는데도 내 몸이 아직 쇠약해지지 않았습니다.
황제가 두 번 절하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말했다.
“광성자廣成子 선생이야말로 하늘이라고 일컬을 만합니다.”
광성자가 말했다.
“이리 오시오. 내 당신에게 말해 주겠소. 저 도道라고 하는 것은 영원무궁한 것인데, 사람들은 모두 언젠가는 끝나는 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저 道라고 하는 것은 헤아릴 수 없이 광대한 것인데, 사람들은 모두 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의 도를 체득한 사람은 위로는 황皇이 되고 아래로는 왕王이 될 수 있지만, 나의 도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위로는 해나 달의 빛을 받는 동식물이나 되고 아래로는 흙덩어리 따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세상에서 왕성하게 생장하는 만물은 모두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갑니다. 그 때문에 나도 이제 곧 당신을 떠나 무궁한 문으로 들어가 끝없이 광대한 들판에서 노닐고자 합니다. 나는 해와 달과 함께 빛나고 천지와 함께 영원할 것이니, 사람들이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더라도 어지러워서 보이지 않을 것이며, 나에게서 멀리 떨어지더라도 어두워서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다 죽고 나면 나만 홀로 남을 것입니다.”
黃帝立爲天子十九年 令行天下 聞廣成子在於空同之上 故往見之曰
我聞吾子達於至道 敢問至道之精 吾欲取天地之精
以佐五穀以養民人 吾又欲官陰陽以遂群生 爲之奈何
(황제입위천자19년에 영행천하어늘 문광성자재어공동지상하고 고왕견지하야 왈
아는 문 오자달어지도라호니 감문지도지정하노라 오욕취천지지정하야
이좌오곡하야 이양민인하며 오우욕관음양하야 이수군생하노니 위지내하오)
황제黃帝가 천자의 자리에 오른 지 19년. 그의 정령政令은 천하에 시행되고 있었는데 광성자廣成子가 공동산空同山 위에 있다는 말을 듣고 일부러 찾아가 만나보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선생께서 지극한 도에 도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감히 묻습니다. 지극한 도의 정수가 무엇입니까? 나는 천지의 정기精氣를 가져다가
오곡五穀의 생장을 도와 백성들을 기르고, 또 나는 음양陰陽을 다스려 뭇 생명을 이루게 하고자 하니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 19년十九年 : 19년은 장자莊子에서 오랜 기간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 광성자廣成子 : 인명. 작자作者가 만들어 낸 이상理想적인 인물. 즉 도道를 의인화한 것
- 공동지상空同之上 :공동空同은 산 이름. 공은 어떤 사물도 없다는 뜻이고 동은 크게 뚫렸다는 뜻이므로 공동산 위라고 말한 것은 아무 사물도 없이 크게 소통되어서 어떤 것도 올려놓을 수 없는 곳이다.(여혜경呂惠卿)
- 지도지정至道之精 : 지극한 도의 정수精髓.
- 천지지정天地之精 : 천지의 정기精氣
- 욕관음양이수군생欲官陰陽以遂群生 : 음양을 다스려 뭇 생명을 이루게 하고자 함. 관官은 음양을 본떠 관직을 만든다. 수遂는 완수하게 한다는 뜻인데 育으로 풀이.
廣成子曰 而所欲問者物之質也 而所欲官者物之殘也
自而治天下 雲氣不待族而雨 草木不待黃而落 日月之光益以荒矣
而佞人之心翦翦者 又奚足以語至道
(광성자왈 이의 소욕문자는 물지질야요 이의 소욕관자는 물지잔야니라
자이의 치천하로 운기불대족이우하며 초목불대황이락하며 일월지광이 익이황의로소니
이는 영인지심이 전전자온이니 우해족이어지도리오)
광성자廣成子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묻고자 하는 것은 사물事物의 본성本性이지만 당신이 다스리고자 하는 것은 사물을 해치는 것이다.
당신이 천하를 다스린 뒤로 구름은 충분히 모이기도 전에 비가 되어 내리고, 초목은 잎이 누렇게 변하기도 전에 떨어졌으며 해와 달의 빛도 더욱 황폐해졌으니
당신은 말만 잘하는 천박한 사람이다. 그러니 어찌 지극한 도를 일러 주기에 충분하겠는가.”
- 물지질야物之質也 : 사물의 올바른 본성. 지도至道‧본연本然의 긍정적인 의미와 형질形質의 의미로 부정적인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 물지잔야物之殘也 : 사물의 본연을 질質이라 한 것이니 바로 앞서 말한 지도至道이다. 물지잔物之殘이라 한 것은 사물을 해치는 일을 말함이다. 물지질物之質의 질質은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된 사물의 본질 또는 근원根源을 의미하고, 물지잔物之殘의 잔殘은 분산分散되고 해체解體된 사물의 형이하적形而下的인 모습이라고 주석.(후꾸나가福永光司)
- 운기불대족이우雲氣不待族而雨 : 족族은 모임이니 모이지 못하고 비로 내리는 것이니 적셔 줌이 적음을 말한 것이다.
- 초목불대황이락草木不待黃而落 : 초목은 잎이 누렇게 변하기도 전에 떨어짐. 살기(추동秋冬의 한기寒氣)가 많음.
- 익이황의益以荒矣 : 더욱 황폐해짐. 황荒은 산만散漫하다는 뜻으로 빛에 광휘光輝가 없는 것을 말함.
- 이영인지심전전자而佞人之心翦翦者 : 당신은 말만 잘하는 천박한 사람이다. 전전자翦翦者는 말만 잘하는 천박한 모양 즉 식견이 얕고 지식이 짧은 모양. 而는 너의 뜻.
黃帝退捐天下築特室 席白茅閒居三月復往邀之
廣成子南首而臥 黃帝順下風膝行而進 再拜稽首而問曰
聞吾子達於至道敢問 治身奈何而可以長久
(황제 퇴하야 연천하하고 축특실하야 석백모코 한거삼월에야 복왕요지한대
광성자 남수이와어늘 황제순하풍하야 슬행이진하야 재배계수이문하야 왈
문오자의 달어지도호니 감문하노이다 치신을 내하라야 이가이장구잇고)
황제黃帝는 물러나 천하를 잊고 홀로 머무는 집을 짓고 흰 띠풀로 자리를 깔고 석 달 동안 조용히 머문 다음에 다시 찾아가 만나기를 요청하였다.
광성자廣成子는 머리를 남쪽으로 하고 누워 있었는데 황제가 아래쪽에서 무릎으로 기어 나아가 두 번 절하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물었다.
“저는 선생께서 지극한 도에 이르렀다고 들었으니 감히 묻겠습니다. 몸을 어떻게 닦아야 장생구시長生久視할 수 있겠습니까?”
- 연천하捐天下 : 천하를 방기함. 천하를 잊어버렸다는 뜻. 구체적으로 천자의 자리를 버리고(연捐=기棄) 천하의 지배支配를 포기하였다는 뜻임.
- 축특실築特室 : 특실特室은 잡다한 일을 피해 홀로 재계하는 집. 훗날 도교道敎에서 청실靖室과 같은 것. 특실을 세우고 흰 띠풀을 까는 것은 재계하며 반성하는 것을 가리킨다.
- 석백모席白茅 : 흰 띠풀로 자리를 깔다. 백모白茅는 하얀 띠풀로 고대 중국에는 더러움을 깨끗이 하는 주술적인 힘이 있다고 믿어서 신神에게 바치는 공물도 띠풀을 아래에 까는 습관이 있었다. 석백모席白茅는 띠[茅]의 하얀 줄기로 짠 깔개에 앉는 것으로 백모白茅의 깔개는 본디 신에게 바치는 물건 밑에 깔거나 높은 사람에게 올리는 물건 밑에 깔거나 했다. 사람이 백모白茅에 앉는다는 것은 자신을 신에게 바친다는 뜻이며 또 의미가 바뀌어서 심신을 청정하게 하는 의례儀禮로 생각되었던 듯하다.
- 복왕요지復往邀之 : 다시 찾아가 요구함. 邀는 요구하다의 뜻.
- 남수이와南首而臥 : 머리를 남쪽으로 하고 눕다. 광성자廣成子를 남면南面하는 사람[제왕帝王]에 비긴 것. 남면南面은 본디 천자가 정무政務를 볼 때의 예禮이다. 그런데 남면南面한 채 잠을 잔다는 것이니 상식적인 예禮를 무시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 순하풍順下風 슬행이진膝行而進 : 아래쪽에서부터 무릎으로 기어 나아감. 순順을 순循의 가차자假借字. 풍風은 方의 뜻.
廣成子蹶然而起曰 善哉問乎來 吾語女至道
至道之精窈窈冥冥 至道之極昏昏黙黙 無視無聽抱神以靜 形將自正
必靜必淸 無勞女形 無搖女精 乃可以長生
目無所見 耳無所聞 心無所知 女神將守形 形乃長生
愼女內閉女外 多知爲敗
(광성자 궐연이기하야 왈 선재라 문호여 내하라 오어여지도호리라
지도지정은 요요명명하며 지도지극은 혼혼묵묵하니 무시무청하야 포신이정하면 형장자정하리니
필정필청하야 무로여형하며 무요여정하여야 내가이장생하리라
목무소견하며 이무소문하며 심무소지하햐 여신이 장수형하여야 형내장생하리라
신녀의 내하며 폐녀의 외하라 다지면 위패니라)
광성자廣成子가 벌떡 일어나 말했다. “좋은 질문입니다. 이리 오시오. 내 당신에게 지극한 도를 말씀드리지요.
지극한 도의 정수精髓는 그윽하고 어두우며 지극한 도의 극치는 모습도 없고 소리도 없으니 보려 하지도 들으려 하지도 말고 정신을 지켜서 고요함을 유지하면 몸도 저절로 바르게 될 것입니다.
반드시 고요하고 반드시 깨끗함을 지켜서 당신의 몸을 수고롭게 하지 말고, 당신의 정신을 흔들어 대지 않아야만 비로소 장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눈으로 아무것도 보지 말고 귀로 아무것도 듣지 말고 마음으로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말아서 당신의 정신이 몸을 지킬 수 있어야 몸이 비로소 장생長生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안에 있는 정신을 삼가 지키며 당신의 밖으로 향하는 지각을 닫으십시오. 지각하는 것이 많아지면 실패할 것입니다.”
- 궐연蹶然 : 벌떡 일어나는 모양.
- 선재문호善哉問乎 : 좋은 질문입니다.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수양하고 천하를 다스리지 않으면 천하가 다스려질 것이기 때문에 훌륭하게 평가한 것,
- 지도지정至道之精 요요명명窈窈冥冥 : 지극한 도의 정수精髓는 그윽하고 어두움. 요요명명窈窈冥冥은 그윽하고 어두운 모습. 窈는 깊고 그윽함이고 冥은 어두움이니 그 모습을 진실로 볼 수 없다.
- 至道之極 昏昏黙黙 : 지극한 도의 극치는 모습도 없고 소리도 없음. 혼혼昏昏은 어두워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고, 묵묵黙黙은 소리를 내지 않아서 들리지 않는다는 뜻. “알 수 있어서 말로 표현하면 그 극치가 아니니 모습도 보이지 않고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이 바로 도의 극치가 되는 것이다. 어두우면 알아볼 수 없고 소리가 없으면 말이 없을 것이니 이것이 도의 본체를 말한 것이다. 도의 본체를 안 뒤에 함께 도에 들어갈 수 있다.”(여혜경呂惠卿)
- 무시무청無視無聽 : 보려 하지도 들으려 하지도 마라. 보는 것을 잊어버리면 저절로 보이고 듣는 것을 잊어버리면 저절로 들리니 정신이 동요하지 않고 육체가 부정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 신여내愼女內 폐녀외閉女外 : 당신의 안에 있는 정신을 삼가 지키며 당신의 밖으로 향하는 지각을 닫으라.
- 다지위패多知爲敗 : 지각하는 것이 많아지면 실패하게 됨. 〈양생주養生主〉편에서 “우리의 생명은 한계가 있지만, 지식은 무한하다. 끝이 있는 것을 가지고 끝이 없는 것을 추구하게 되면 위태로울 뿐이다. 그런데도 지知를 추구하는 것은 더더욱 위태로울 뿐이다.”라고 경고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我爲女 遂於大明之上矣 至彼至陽之原也
爲女 入於窈冥之門矣 至彼至陰之原也
天地有官陰陽有藏 愼守女身物將自壯
我守其一以處其和 故我修身千二百歲矣 吾形未常衰
(아위녀하야 수어대명지상의오 지피지양지원야하며
위녀하야 입어요명지문의오 지피지음지원야하노라
천지유관하며 음양이 유장하니 신수여신하면 물장자장하리라
아수기일하야 이처기화하노니 고로 아는 수신이 천이백세의로대 오형이 미상쇠호라)
내가 당신을 위하여 해나 달 같은 커다란 광명이 있는 하늘 위에 올라 저 지양至陽의 근원에 이르며,
당신을 위해 그윽하고 어두운 문에 들어가 지음至陰의 근원에 갔다 오겠습니다.
하늘과 땅은 맡아서 다스리는 것이 있고 음과 양은 간직하고 있는 작용이 있으니 당신의 몸을 삼가 지키면 만물이 장차 저절로 생장할 것입니다.
나는 순일純一한 도를 지켜서 조화 속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 때문에 나는 몸을 닦은 지 1,200년이 흘렀는데도 내 몸이 아직 쇠약해지지 않았습니다.
- 아위녀수어대명지상의我爲女遂於大明之上矣 : 〈그리하여 당신이 내가 말한 대로 모든 것을 잘하면〉 내가 당신을 위하여 해나 달 같은 커다란 광명이 있는 하늘 위에 올라갈 것임. 여女는 2인칭. 수遂는 올라간다[登進]는 뜻. 대명大明은 日月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하나, 일부는 태양太陽이라고 해석하고 있기도 하다.
- 천지유관天地有官 음양유장陰陽有藏 : 하늘과 땅은 맡아서 다스리는 것이 있고 음과 양은 간직하고 있는 작용이 있음. “천관은 일日‧월月‧성星‧진辰을 말함이니 사방을 비추어 만물의 중심이 되기 때문에 관官이라 일컬은 것이다. 지관은 금金‧목木‧수水‧화火‧토土를 말함이니 동식물을 유지하고 여러 품물을 싣고 있으니 또한 관官이라 일컫는다.”(성현영)
- 신수여신愼守女身 물장자장物將自壯 : 당신의 몸을 삼가 지키면 만물이 장차 저절로 생장할 것임. 陸德明은 “만물이 저절로 자랄 것이라는 말은 천하를 다스리지 않으면 만물이 모두 스스로의 뜻대로 움직일 것이니 스스로의 뜻대로 움직이면 자라나게 된다.”(육덕명)
- 수기일守其一 이처기화以處其和 : 순일純一한 도를 지켜 조화 속에 머묾.
- 수신천이백세의修身千二百歲矣 : ‘천이백세千二百歲’는 도道라고 하는 존재의 영원성과 생명력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것.
黃帝再拜稽首曰 廣成子之謂天矣 廣成子曰 來余語女
彼其物無窮 而人皆以爲有終 彼其物無測 而人皆以爲有極
得吾道者上爲皇而下爲王 失吾道者上見光而下爲土
(황제재배계수하야 왈 광성자지위천의삿다 광성자왈 내하라 여어여호리라
피기물이 무궁이어늘 이인이 개이위유종이라하며 피기물이 무측이어늘 이인이 개이위유극이라하나다
득오도자는 상위황 이하위왕커든 실오도자는 상견광 이하위토하나니라)
황제가 두 번 절하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말했다. “광성자廣成子 선생이야말로 하늘이라고 일컬을 만합니다.” 광성자가 말했다. “이리 오시오. 내 당신에게 말해 주겠소.
저 도道라고 하는 것은 영원무궁한 것인데 사람들은 모두 언젠가는 끝나는 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저 도道라고 하는 것은 헤아릴 수 없이 광대한 것인데 사람들은 모두 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의 도를 체득한 사람은 위로는 황皇이 되고 아래로는 왕王이 될 수 있지만 나의 도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위로는 해나 달의 빛을 받는 동식물이나 되고 아래로는 흙덩어리 따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 상위황上爲皇 이하위왕而下爲王 : 위로는 황이 되고 아래로는 왕이 됨. 상上과 하下는 시대의 선후先後, 곧 상고上古시대와 후대後代를 뜻한다. 황皇은 복희伏羲와 신농神農(희羲‧농農)이고 왕王은 탕왕湯王과 무왕武王(탕湯‧무武) 등을 지칭.
- 상견광上見光 이하위토而下爲土 : 위로는 해나 달의 빛을 받는 동식물이 되고 아래로는 흙덩어리 따위가 됨. 위 문장의 상하는 시간의 선후를 나타내고 여기의 상하는 공간적인 상하, 곧 위아래를 의미.
今夫百昌皆生於土而反於土 故余將去女入無窮之門 以遊無極之野
吾與日月參光 吾與天地爲常 當我緡乎遠我昏乎
人其盡死而我獨存乎
(금부백창이 개생어토하나니 고로 여장거여하고 입무궁지문하야 이유무극지야호리라
오여일월로 참광하며 오여천지로 위상하노니 당아민호며 원아혼호아
인기진사어든 이아독존호인저)
“지금 세상에서 왕성하게 생장하는 만물은 모두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갑니다. 그 때문에 나도 이제 곧 당신을 떠나 무궁한 문으로 들어가 끝없이 광대한 들판에서 노닐고자 합니다.
나는 해와 달과 함께 빛나고 천지와 함께 영원할 것이니 사람들이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더라도 어지러워서 보이지 않을 것이며 나에게서 멀리 떨어지더라도 어두워서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다 죽고 나면 나만 홀로 남을 것입니다.”
- 백창百昌 : 만물. “백물과 같다.”(사마표司馬彪). 위 문장에 나온 물장자장物將自壯의 壯과 같은 의미로 보는 것이 무난하다(赤塚忠).
- 생어토生於土 이반어토而反於土 :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감. 노자老子 제14장의 “무물로 돌아간다[복귀어무물復歸於無物].”, 제16장의 “근본으로 돌아간다[복귀기근復歸其根].”, 제28장의 “무극으로 돌아간다[복귀어무극復歸於無極].”라고 한 내용과 유사한 맥락이다.
- 여장거여余將去女 : 내 곧 당신을 떠날 것임. 일정한 한계를 가진 상대를 떠나 무궁한 곳으로 간다는 뜻.
- 오여일월참광吾與日月參光 오여천지위상吾與天地爲常 : 나는 해와 달과 함께 빛나고 천지와 함께 영원할 것임. 參은 참여하다, 곧 함께하다는 뜻.
- 당아민호當我緡乎 원아혼호遠我昏乎 :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더라도 어지러워서 보이지 않을 것이며 나에게서 멀리 떨어지더라도 어두워서 보이지 않을 것임. 민緡은 어지러운 모양. 혼昏은 어둡다는 뜻. “민緡과 혼昏은 모두 무심함을 일컬음이다.”(사마표司馬彪)
- 인기진사人其盡死 이아독존호而我獨存乎 : 사람들이 다 죽고 나면 나만 홀로 남을 것임. 유형有形의 인간은 멸망하지만 도道를 체득한 자는 불멸不滅함을 말한 것.(赤塚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