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4주간(5월 12-18일)
퀘렌시아(Querencia)
스페인 사람들이 열광하는 투우장에 극심한 흥분과 공포에 빠져있는 소가
붉은 천을 향해 미친 듯이 돌진합니다.
탈진 직전까지 내달리던 소는 피범벅이 된 채 어딘가로 달려갑니다.
투우장 한쪽에는 소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공간이 있다고 합니다.
싸움에 지친 소는 자신이 정한 그 장소로 가서 숨을 고르며 힘을 모읍니다. 그
곳에 있으면 소는 더 이상 두렵지 않습니다.
소만이 아는 그 자리를 스페인어로 ‘퀘렌시아’라 부릅니다. 피난처, 안식처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광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리 책임이긴 하나 투우장과 비겨 별로 다를 바 없는 세상입니다.
각자 추구하는 답이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야하는 세상은 우리를 지치고
고단하게 하지요.
몰입하고 열중하다 보면 줄이 끊어지기 쉽고, 여유를 챙기고 속도를 늦추면 무능함으로
낙인찍히기 쉽습니다.
그래서 치열한 하루를 살고 돌아오는 길은 늘 쓸쓸하고 외로울 때가 많지요.
이럴 때 숨어 들어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퀘렌시아’라고 합니다.
퀘렌시아는 회복의 장소입니다.
투우사와 싸우다가 지친 소는 그곳에서 숨을 고르며 자신을 대면하겠지요.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지혈할 것이며,
용맹이 넘쳤던 본래의 자기를 상기하며 숨을 가다듬고 다시 광장으로 나갈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겪는 고생을 아십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견디어내야 할 고통과 치러내야 할 희생이 얼마나 무거운 짐이 되어
우리를 짓누르는지 잘 아십니다.
우리가 믿고 원하고 나아가면 그분은 기꺼이 우리에게 당신의 품을 내어 주십니다.
그곳이 예수님을 믿는 우리의 안식처 입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