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197C643F4EAE762515)
늘 그렇듯이 모놀 여행이 그저그런 심심한 여행이 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전 날 저녁부터 열심히 기상청 사이트를 들락거리던 K씨
금요일 저녁약속 때문에 아직 집에도 들어오지 못했으면서
가방 챙겼냐며, 비올 확률 60%라니 우비 단디 챙기라는 문자를 보냅니다.
K씨와 함께 하는 여행은 이래서 마음이 놓입니다.
저도 준비물 잘 챙기는데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 분 따라가려면 아직도 까마득합니다.
새벽 다섯시, 맞춰놓은 알람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아 이런..
언제부터 오고 있었는지
밖에는 벌써 비가 죽죽 옵니다.
예쁜 기상캐스터언니가 분명 나들이하기엔 지장 없을거라고 했었는데
이거이거 오늘 여행도 심상치 않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거라는 예감이 번뜩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휴게소에서도 오락가락하던 비가
그래도 안동에 도착해서는 멀쩡합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848783E4EAE76551E)
전에 와 봤다.
아니다 난 처음이다.
그렇게 길눈이 어두워어쩌냐. 분명히 왔었다.
아니다. 부석사 가면서 그냥 지나쳐 갔다.
어이구 어이구~ 데리고 다니면 뭐하냐 하나도 기억 못하는걸, 하며 K씨 혀를 끌끌 찬다.
그래도 난 모른다. 누구랑 오고 딴소리냐.
K씨는 도대체 누구랑 왔었을까요?
아님 제 머리속에 지우개가 있는걸까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115D31454EAE768217)
옛날에 태어났으면 좋았을뻔 했습니다.
이런 낭만적인 학교에 다닐 수 있으니 말이에요.
아! 여자는 학교에 다닐 수 없었던 시절이었나요?
음..
그냥 이렇게 돌아볼 수 있는 걸로 만족해야겠네요.
사실 뭐 해설사님 설명도 반쯤 듣고 반쯤은 사진찍는다고 돌아다니는 품새로 봐서는
학교에 다닐 수 있었어도 그리 공부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을듯 싶군요.
이끼낀 기와 사이로 초록빛 이파리들이 싱그럽네요.
끊어질 듯 이어지는 기와의 곡선은
언제봐도 신비하기만 합니다.
도산서원에도 가을이 깊숙히 들어앉았습니다.
사람들 옷 빛깔과
단풍든 나뭇잎 빛깔이 어우러져
가을이 한결 무르익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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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cafe/154FA23E4EAE76AD22)
등산화 신고 오라는데 청바지 입고 되겠냐는 K씨의 걱정에
뭐 오솔길 걷는데 산행차림까지 할 필요 있겠냐며
구태여 입던 청바지 입고 나선 참이었습니다.
드디어 오늘여행의 백미, 예던길로 갑니다.
청량산을 사랑하던 퇴계선생이 오고 가며 사색하던 오솔길이라고 했습니다.
산너머 조붓한 오솔길을 연상했지요.
평평한 흙길이 나무 숲을 따라 구불구불 나 있으며
청아한 새소리에 맞춰 옆으로 흐르는 시냇물이 반주를 할 줄로 알았습니다.
강 따라 난 길을 걸으며 오롯한 자태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서 있는 은행나무 옆 낡은 집을
강 건너로 바라볼 때만해도 오솔길에 대한 내 상상은 그리 틀리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두 뿌리에서 자라 줄기가 엮인 '죽도록 사랑해.' 나무앞을 지날 때에는
사랑의 구속력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헌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퇴계 오솔길은 이제부터 시작이었습니다.
마을 어귀에 놓인 긴 다리를 건너
소가 있는 옆으로해서 승용차 옆 길을 지나 오솔길로 들어섰을 때
이미 떨어진 나뭇잎들로 푹신한 가을길이 시작되었습니다.
흐릿하던 하늘빛도 차츰 제 빛을 찾고
한껏 무르익은 단풍이 화려합니다.
헌데 조붓한 건 맞는데 전혀 평평하지는 않았습니다.
점차 일행들의 숨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하고
저만치 앞서가던 그룹 일행들이 하나 둘 씩 뒤로 쳐지고
급기야 길인지 낭떠러지인지 구분도 되지 않는 가파른 고개를 올라갈 때에는
올라가는 지금보다 다시 돌아내려올 걱정에 고마 그자리에서 딱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입니다.
보통은 숨이 턱에 차고 땀으로 온몸이 흥건해져도
능선 몇 번 오르내리고 나면 곧 나타날 저쪽 내리막을 상상하며 힘을 내고는 하지요.
헌데 오늘의 오솔길 산행은 힘들면 힘든대로 아름다우면 아름다운대로
갔던 길을 되돌아 나와야 한답니다.
사진기를 버스에 두고 오길 잘했습니다.
힘 풀린 다리를 겨우 스틱에 의지해 걸으면서
그 무거운 카메라까지 들고왔다면 아마도 주저앉아 날잡아잡수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드디어 전망대입니다.
돌아갈 일이 까마득합니다.
까마득한 심정은 저만의 것은 아니었던 모양으로
몇몇 일행들이 산을 다시 넘어가는 대신 강을 건너는 팀을 만들자고 합니다.
어차피 이판사판인데
이미 겪은 고난속으로 다시 들어가느니
어떤 일이 있을지 알 수 없으나 눈 앞에 뻔히 보이는 강을 건너기로한겁니다.
생각보다 물이 몹시 차갑습니다.
이끼낀 돌은 미끄러웠고 날카로운 돌부리에 발바닥 지압 제대로 받습니다.
잠시 물가에 서서 뒤를 돌아보니
홍해를 건너는 모세일행이 떠올랐습니다.
발바닥은 괴로운데도 가슴은 자꾸만 뜨거워지며 뿌듯한건 웬일인가 모르겠습니다.
역시나 예사롭지 않던 모놀예감은 적중했습니다.
이래서 모놀이지요.
싱거우면 그게 어디 모놀이랄 수 있겠어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166169454EAE76D613)
두번째 참석에 나보다 더 모놀스러워진 K씨
이번 여행 '매우몹시무척아주만족' 인가봅니다.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주 앉기만 하면 자꾸 모놀을 설명하려합니다.
산 넘고 물 건너 셔셔셔~
오래 기억에 남을 추억 한 장 만들었습니다.![](http://i1.daumcdn.net/deco/contents/emoticon/etc_02.gif?rv=1.0.1)
첫댓글 이사 와도 늘 곁에 유나가 사는 듯함은 이리 모놀에서 같이 함 이어서일거야..
담백한 유나 글 사진을 자주 볼수있기를 !
모놀이 오작교인 셈이네요.ㅎ
버스정류장에 내려 집으로 오는 길에는 늘 언니생각이 나곤 했지요.
헌데 이제 거기 없다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쓸쓸한 건 어쩔 수 없더군요.^^;;
아주 유쾌하게 글을 잘 읽었습니다. 여행글 자주 쓰셔서 나중에 책으로 엮어도 좋을듯싶어요. 사진도 손색이 없네요. 제가 많이 배우고 갑니다.
모놀여행의 감동을 표현하기엔 아직 턱없이 부족하지요
그래도 대장님이 격려해주시니 힘이 납니다^^
유나님~.~글도 사진도 유나님만큼 이쁘고 편안하네요^0^어쩜 이리도 모놀식구들은 아름다운지...글과 사진보며 너무 행복합니다^.^
그러게요 모놀 가입에 자격이 까다로운가봐요
아름답지 않으면 가입허가가 안 난다면서요? ㅎ
해피솔로님 두 번째 뵀는데 무척 편안했어요^^
그 까다롭다는 모놀의 가입을 내가 통과ㅋㅋ가문의영광이 두달째 이루어지고있어요~.~유나님ㅎㅎ소도 자동차도
우리 답사팀갈때까지 기다려주느라 누구보다 이번답사에서 제일 고생이 많았다는..
ㅎㅎㅎㅎ열심히 다리건너다 뒤돌아보니 소가 글쎄...아직도 거기잇는거있죠ㅋㅋㅋ
잘 앍었습니다
글도 사진도 따르고 싶을 만큼 곱습니다
감사합니다^^
눈을 감지 않아도 가보지 않은 그 길 위 모습이 그려집니다...
곱고 고운 안동예던길에 마음을 묶어둡니다....
다음에라도 꼭 한 번 기회를 만들어 가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상은 유나가 쓴 K씨 답사 후기였습니다
k씨는 말씀하시고 유나씨는 옮기기만 했다는? ㅎ ㅎ ㅎ 수고 많으셨습니다. 자주 뵈어요. *^^*
그럴리가요. 제가 답사를 다녀온 느낌을 말로하지 않아도 그대로 잘 표현해 주셨다는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어허~ 묻어가기 없깁니다 ㅋ
유나님만의 색깔을 느낄 수 있는 담백하면서도 따듯한 웃음이 숨어있는 글과 멋진 사진 잘 보았어요.
수고 많으셨고요. 자주 뵙길 바라고요. 가족 모두의 건강과 행복이 항상 가득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네, 늘 별꽃님의 따뜻한 격려가 힘이 됩니다^^
유나씨가 답사에 오면 내 생각을 잘 정리해 주셔서 아주 감사 헤헤^^
그래서
절대 답사에 빠지지 말아 달라고 애걸복걸~~~~합니다.
그 K씨가 이 K? ...그랬구나.... 그 K가 이 K였었구나 ..... ㅎ ㅎ ㅎ ㅎ
ㅋㅋ
알았어요 킬리님 때문에 마우스 클릭 훈련 가열차게 해야겠네요 ㅎ
글도 사진도 그 안에 담긴 가을도 참으로 곱군요 ㅎ
은사시님 큰일 겪으시면서 많이 놀라셨겠어요
속히 쾌차하시길 바랄게요
아참! 조 위의 K씨는 킬리님 K씨가 아니고
저랑 같이사는 K씨랍니다^^;
사고 소식에 많이 놀랐지요?
가을은 깊어가는데
어찌하여 깊은 시름 생겼을고......
그대의 넉넉함으로 아무일 없는 듯 처리하라우~~~
풀어내는 향기가 너무 담백하니 좋습니다.
여행생각에 다시 웃음이 절로 나오네요...
여행의 여운으로 한 달을 사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으로 나서도 손색없는 글입니다.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멋진 글~~잘 보았습니다...어찌 이리도 남의 속까지 다 알고 쓰시는 듯 한지요~~반가웠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감성은 누구나 비슷하지 싶어요.
반가웠습니다.^^
K씨도 모놀에 풍덩 하신게 분명해요~~~ㅎㅎ
주말을 함께하는 부부는 참 보기 좋지요.
풍덩 수준이 아니라 아예 잠수를 하는 것 같아요.ㅎ
저도 하루 두 세번은 카페에 오는데
정작 따끈따끈한 모놀 소식은 K씨한테 듣는다니까요? ㅎ
아, 글 읽으며 절로 미소짓습니다^^ 조심조심, 조용조용 다니며 사진 찍으시더니 답사후기는 이리 재미나게 잘 쓰시네요... 유나님, 다음 답사때도 꼭 만나요~~~
언제나 반색하며 말 건네주시는 북가좌맘님
자주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홍해를 건너지 못한 1인으로 유나님의 여정 쫓아가며 맛깔스런 후기 잘 읽었습니다.~~^^
홍해..
사실 별로 안좋았어요~
발도 시리죠~
발바닥은 돌에 찔리죠~
이끼에 미끄러지죠~
.
.
.
.
그런데
산길로 다시 돌아가는 것 보다는 쪼오끔 좋긴해요..^^;
사진이 참 깔끔하네요! 글 도 잘 읽었어요...
네 고맙습니다.^^
잘 정리된 답사 책 보는 느낌예요~ ^^ 멋지세요 ^^
감사합니다.^^
자꾸만 나누고 픈 얘기가 있는곳 모놀의 매력입니다..만나서 반가웠어요*^^*
그러고보니 일주일 내내 모놀 이야기를 거른 적이 없는 것 같네요.ㅎ
반가웠습니다.^^
유나님 만나 반가웠습니다
사진과 글이 참 좋습니다
전망대를 끝까지 갔더라면 나도 저 강을 즐겁게 건넜을텐데...지금도 후회되네요~^^*
저도 중간중간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는데
자꾸만 뒤에서 밀어서 할 수 없이 갔어요.-.-; ㅎ
다음을 위해 남겨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해요.^^
답글을 저번에 쓴 줄 알았더니 ㅎㅎㅎ 늘 두분 정답게 오시는 모습이 좋습니다. 자주 뵈어요
ㅎㅎ
이번엔 혼자갑니다.
그런데 대기번호가 아직 까마득해서 어쩐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