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사들이 재개발ㆍ재건축 수주시장을 틈새시장으로 적극 공략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수주 잔고가 많은 대형 건설사들이 신규 수주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중견 건설사들이 수주실적을 올릴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지가 양호하고 사업규모가 큰 사업지는 자금조달이 쉽지 않고 조합원들도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를 선호하는 편이어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올 들어 3번의 입찰공고에도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한 서울 상도대림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최근 단독 입찰한 경남기업을 시공사로 선정하기 위해 임시총회를 개최했다.
대림산업이 시공사로 선정됐던 곳인데, 본계약을 앞두고 조합과 마찰이 생겨 다시 시공사를 선정하게 됐다.
경남기업이 대형 건설사들의 관심이 저조하자 시공권을 노리고 출사표를 던졌지만, 찬성보다 반대가 더 많이 나와 아쉽게도 시공사 선정이 좌절됐다.
조합원들이 아직 대형 건설사 브랜드를 선호하고 있고, 대형평형을 중소형으로 설계변경한 후 시공사를 선정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기업의 올해 재개발ㆍ재건축 수주목표는 대형 건설사와 맞먹는 수준이 8000억원이다.
하지만, 올해 수주한 사업지는 안산 원곡연립2단지 재건축 사업지가 유일하다.
과거 경남기업이 시공권을 확보했던 곳으로, 현대산업개발과 경쟁해 수성에 성공했다.
오는 15일 시공사 선정총회를 개최할 예정인 경남 창원 석전지구 재개발 사업지 역시 올 들어 두 차례 시공사 입찰이 유찰된 이후 중견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해 수주전을 펼치게 됐다.
태영건설과 효성이 오랜만에 재개발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이들 건설사가 이 시공권을 확보하면 올해 첫 수주인 셈이다.
효성은 최근 도시정비사업팀을 신설했으며,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인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지의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
현대엠코가 지난 9월 시공권을 확보한 서울 역촌1구역 역시 대형사들의 관심이 저조한 틈새시장을 노려 중견 사가 수주에 성공한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시공사 입찰이 유찰되는 사업지가 속출하고 있고, 내년에도 대형사들이 신규 수주 목표를 보수적으로 책정할 것으로 예상돼 중견 건설사들에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시공사 입찰이 유찰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조합이 알아서 시공사 선정시기를 내년으로 미루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경기도 용인2구역 재개발 조합은 올해 시공사 선정이 두 차례 유찰된 이후 부동산 경기가 호전되기를 기대하며 입찰공고를 내년 상반기 중으로 계획하고 있다.
황윤태기자 hy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