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려타곤(懶驢 坤) 28-2 "다섯 분이 모두 군산으로 가실 생각이세요?" 방수련은 남편의 시선을 느끼면서 오대세가의 가주들을 향해 질문했다. "그렇다네. 그자들의 무공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우리 다섯이 모두 가야 세 명의 운룡을 확실하게 이길 수 있지 않겠나?" 남궁진호가 젓가락을 들어올렸다가 도로 식탁에 내려놓고 가슴 앞으로 늘어진 하얀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대답했다. "그들을 확실하게 이길 자신이 있으신가요?" "삼대 오로 싸우게 될 것이니 우리의 필승일세." "그자들의 부하들은 어떻게 상대할 생각이십니까? 그리고 그자들이 현재 겉으로 드러난 신분은--, 천하의 도문(道門)을 적으로 만들 수 있는 일입니다." 정옥이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물었다. "걱정하지 말게. 오대세가의 힘 또한 그들에 못지 않네. 우리가 그자들 셋을 상대할 때, 가문의 제자들이 그들의 부하들을 상대하게 될 것이네." 오대세가의 가주들 중 가장 말을 잘하는 것은 남궁진호였다. 다른 네 가주들은 침묵하고 계속 젓가락을 놀려 식탁을 비워나가는 동안 남궁 세가의 가주인 남궁진호가 정옥과 방수련의 질문에 계속 대답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면 백초당을 지킬 전력이----." "백초당에는 상승의 무공을 지닌 무사들이 백여명 이상 항상 상주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게다가 소림사의 비호를 받고 있는 백초당을 함부로 공격할 자들 또한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소. 그 서찰에 적힌 대로 소문이 퍼지고 있기는 하지만 소문만을 믿고 백초당을 공격할 어리석은 무리들은 없다고 생각하네. 걱정되는 것은 칠호라는 자인데---, 그자는 이미 잠적한 상태이고, 나머지 운룡회의 무리들은 모두 군산에 모여서 음모를 꾸미고 있는 중이니---, 우리가 군산으로 간다고 해도 백초당은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네." 정옥은 속으로 이빨을 갈았다. 오대세가의 가주들만 군산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가문의 정예들을 이끌고 모두 군산으로 간다는 말은 백초당을 지킬 무사들이 없어진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내가 아무리 고수라 해도 한 손으로 열 손을 당할 수는 없는 일, 정옥은 무기력한 자신에 대해 오대세가의 가주들을 통제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화가 치밀어 올랐다. "우리가 할 말은 모두 다 했으니---, 이제 우리는 떠나겠네." 남궁진호의 말이 끝나는 순간 오대세가의 가주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고, 정옥은 식탁을 주먹으로 내리치면서 한소리를 내뱉었다. "제기랄!" 백초당의 경비에 엄청난 구멍이 뚫려 버렸으니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여보---." 방수련은 일어서서 식탁 앞에 앉아 부르르 떨면서 제기랄 이라는 소리만을 반복하는 남편 정옥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상쾌한 기분으로 백초당의 문을 나서는 오대세가의 가주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끄억, 잘 먹었다. 확실히 부자의 식탁은 틀리긴 틀리구먼." 트림을 하면서 당백호가 말을 하고, 뒤를 이어 남궁진호가 투덜거렸다. "괜히 내가 말을 하게 해서 나는 식사를 하지 못하게 하다니--, 자네들 너무 하는구먼." "우리 중에 말을 가장 잘하는 게 자네 아닌가? 그러니 우리는 입 다물고 식사나 하고 있는 게 자네를 도와주는 일이지." 약을 올리려고 하는 건지 위로를 하는 건지 헷갈리는 당백호의 말에 이어 악불범이 말을 이었다. "자네들 신기서생의 그 얼굴 표정 봤나? 크크, 완전히 X 밟은 표정이더군. 그놈이 청방과 백초당을 먹기에는 너무 능력이 딸리지. 머리가 좋은 것만으로 청방과 백초당을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어리석은 놈." "그자에게 어울리는 자리는 군사의 자리 정도이지, 청방의 방주라는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는 자야." 남궁진호는 말을 하면서 동료들을 둘러보다 남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말했다. "이제 군산으로 바로 가세. 내일 아침 식사는 악양루에서 하는 걸세." 말이 끝나는 순간 다섯 명의 노인은 경공을 발휘해 순식간에 개봉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백초당을 숨어서 계속 관찰하고 있는 칠호는 숨어 있던 바위 아래에서 몸을 일으켰다. 백초당을 나서는 오대세가의 가주들이 하는 말을 천리지청술을 통해 모두 엿듣게 된 칠호였다. 백초당의 주위에 은신하고 있던 자들도 꽤나 많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백초당을 공격할 절호의 기회였다. 흐뭇한 미소를 흘리며 칠호는 바위에 걸터앉아서 다시 백초당을 내려다보았다. "빨리 밤이 되었으면 좋겠군. 일단은 저 곳에 성녀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부터 하고 나서 공격해야지." 시원한 가을바람이 얼굴을 간지르며 지나가는 것을 느끼면서 칠호는 흐뭇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답게 구름 한 점 없이 맑게 개인 푸른 하늘은 확실히 높아 보였다. "나를 상대할만한 고수는 저곳에 하나만이 남아 있지만 날 이길 만한 실력은 아닌 것 같고--. 내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 방소구는 북해로 떠나서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상태고---. 껄끄러운 오대세가의 가주들과 무사들이 모두 떠났으니---." 하늘에서 시선을 돌리고 다시 고개를 아래로 내리고 백초당의 건물을 바라보면서 칠호는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저놈의 백초당 다 때려부술 테다." 칠호가 힘들게 만들어 놓은 단체인 홍방은 강호에서 사라지고, 함께 잘 살아보자고 한 동료들인 운룡회의 회원들 중 하나는 묘강에 갔다온 사이 죽어있었다. 이대로 시간이 간다면 운료회도 강호에서 사라질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칠호의 화풀이 대상은 백초당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 건물 전체가 되고 있었다. 방수련과 정옥은 빈 접시가 가득한 식탁 앞에 마주 앉아서 앞으로의 일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우리는 숨어 있어야 할 모양이오. 홍방이 해체되었다고 하나 아직 숨어 있는 세력이 남아 있고, 운룡회의 인간들이 백초당을 공격할 수 있는 이런 기회를 흘려 보낼 리 만무하오."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죠?" "일단 무공이 없는 상인들과 하인들은 다른 곳으로 보내야겠소. 이곳은 처남 소구나 소구의 아내들인 취하와 취앵이 올 때까지 무사들만 남아 있어야 할 것 같소." "다른 자들이야, 백초당과 청방에 소속된 무사들로 상대한다 해도 칠호라는 자가 혹시라도 오게 되면 어쩔 생각이죠? 그자는 일반 무사들의 수준으로 감당할 수 있는 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텐데요?" "그래서 걱정이오. 이곳의 지하에 동면에 들어간 종구 대형의 안위가----." "칠호라는 자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무공 또한 낮은 편이 아니에요. 내가 종구 오라버니를 지키고 있을 테니, 당신은 상인들과 함께 숨어요." 아내의 말을 들으면서 정옥의 하얀 얼굴은 붉은 빛이 감돌았다. 아내인 방수련의 흘러나오는 말을 들으면서 정옥은 부끄럽고 창피하고 비참했다. 적과 맞서 싸우는 일은 아내에게 맡기고 남편인 자신은 안전한 장소에 숨어 지내야 한다는 것은 분명 부끄러운 일이었다. 결혼을 하고 일가를 이룬 가장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가족을 지키는 일이었지만, 현재의 정옥은 그 일을 해낼 능력이 안돼는 것이다. 식탁에 계속 앉아 있던 정옥은 몸을 일으켜 세우고 아내의 손을 잡고 말했다. "일단 나하고 내 집무실로 갑시다. 내게 한가지 좋은 생각이 있소." 정옥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떠올리고 아내의 손을 잡고 집무실로 달려갔다. 오대세가의 힘이 빠져나가면서 백초당을 지키고 있는 무사들은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그들을 지휘해야 할 천궁 옥형진 또한 지금은 자리에 없는 상태였기에, 백초당에 머무르고 있는 경비 무사들 대부분이 불안해하고 있었다. 천궁 옥형진을 대신해 무사들을 감독하고 있던 적혈마향 양려군은 갑자기 오대세가의 무사들이 빠져나가면서, 곳곳에 구멍이 뚫리는 백초당의 경비에 난감해하고 있었다. "양 여협, 도대체 무슨 일이죠? 왜 오대세가 출신의 무사들이 모두 자리를 이탈하는 겁니까?" 백초당의 사방을 지키고 있는 무사들은 열 여섯 개의 조로 나뉘어져 있었고, 당연히 각조에는 지휘를 맡는 조장들이 존재했다. 오늘 아침에 아무런 통보 없이 갑자기 벌어지는 일에 모두 당황해 하고, 조장들이 모두 양려군에게 몰려와 그녀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동요하지 말고 모두 각자의 자리를 지키도록, 내가 방주님에게 가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 볼 테니, 지금 데리고 있는 인원으로 경비를 서주기 바란다." 양려군도 벌써 다섯 번째 같은 대답을 반복하고 있었다. 집무실 안으로 현재 청방의 임시방주인 정옥과 방수련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그녀도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할 말이 있는데 잘 됐군요. 양 여협도 이리 와서 내 말을 들어야 합니다." 잘됐다는 얼굴로 손짓하며 탁자 앞으로 오라고 정옥이 손짓했다. 탁자 위에 백초당의 지형이 그려진 지도가 펼쳐지고, 약 반시진 동안 정옥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언덕 위의 바위에 앉아 백초당을 내려다보던 칠호는 의아해졌다. 갑자기 백초당에 머물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장면이 그의 눈에 비쳐지고 있었다. "뭔 일이지? 왜들 저렇게 요란하게 왔다갔다하는 거야?" 본래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백초당이었지만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뭔가 정옥이라는 작자가 일을 꾸미는 모양인데--, 그래봤자 오늘 백초당은 내 손에 다 부서지는 것은 변함없다고." 칠호는 팔짱을 끼고 가소롭다는 미소를 흘리며 백초당을 내려다보았다. 묘강에 갔다오면서 전보다 더 강해진 상태였다. 죽었다 깨어나는 끔찍한 경험을 하고 꽤나 큰 고통을 겪어야 했지만 전보다 더 강해진 상태였고, 무엇보다도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죽이기에 더없이 좋은 독인이 된 상태였다. 아주 조용하게 저기 모여 있는 자들을 한꺼번에 쓸어버릴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하늘을 날아갈 듯 좋은 칠호였다. "맘대로 해 봐라. 강호는 실력이 말하는 장소지, 잔머리를 굴리는 것만으로 이길 수 있는 대지가 아니라는 것을---." 한 소리를 내 뱉으면서 그대로 뒤로 벌렁 드러누운 칠호는, 팔베개를 하고 푸른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면서 시간이 흘러가기를 기다렸다. 지금이라도 공격할 수는 있겠지만, 역시 어딘가를 기습하는 것은 어둠이 깔려 있는 밤이 좋은 칠호였다. 게다가 일단 죽이기 전에 확인부터 해야 할 일이 있으니 보이는 데로 무조건 죽일 수도 없는 일이었다. 밤의 어둠을 이용해 백초당에 잠입할 생각을 하고 있는 칠호는 어둠이 깔리길 기다리기 시작했다. 백초당에 상주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무척 많았다. 무사들과 상인들 외에도 백초당에 머물러 있는 수십명의 하인과 하녀들 모두가 청방의 임시 방주인 신기서생 정옥의 명에 따라 바쁘게 이삿짐을 꾸려서 백초당을 떠나고 있는 중이었다. 적혈마향 양려군은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가 동면에 들어간 건물을 바라보았다. "양 여협, 걱정 마시오. 이곳은 천하에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장치가 돼 있소. 이제 조금 후면 진법이 발동 될 테니 어서 나갑시다." 멍하니 그 건물을 바라보고 있는 양려군을 향해 정옥이 말을 걸었다. "이미 다른 사람들은 모두 떠난 상태요. 어서 갑시다."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요?" "걱정 마시오.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이니 금방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게요." 정옥은 대답하면서 뒤돌아 서서 걷기 시작했다. 모두가 떠날 준비가 끝난 상태고 지하에 마련되어 있는 암도 앞에 모여 있는 상태였다. 정옥과 양려군이 최후로 암도로 들어가고, 그들 두 사람이 떠나면서 백초당에 남아 있는 것은 이제 방수련 혼자뿐이었다. 백초당은 진법으로 인해 뿌연 안개 속에 가려지고, 한 건물의 지붕 위에 앉아 있는 방수련은 그녀가 외로울 때 늘 친구가 되어 주던 붉은 금을 쓰다듬으면서 사방을 살펴보았다. 사방이 안개로 뒤덮인 채 고요하기만 한 집이었다. "취하와 취앵이가 갔으니 며칠만 버티면 소구 데리고 오겠지? 칠호라는 자를 잡을 절호의 기회라니--? 내가 그자를 이길 수 있을까?" 그녀는 아침에 남편이 들려준 말을 떠올렸다. 남편이 준비한 함정에 그자가 걸려들어 죽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함정만으로 한때 천하제일이라고까지 불리던 자를 죽일 수 있다고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불안한 기분을 떨치기 위해 붉은 금을 쓰다듬으면서 마음을 달래기 시작했다. 붉은 태양이 산너머로 지면서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광경을 보고 있던 칠호는 시선을 돌려 백초당을 바라보았다. 저녁 무렵이 되면서 백초당은 뿌연 안개 속에 모습을 감추고 그 안에 머무르고 있는 사람들의 기척이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모두 도망친 것일까? 아니면 진법이 사람들의 기척마저 사라지게 한 것일까? 진법을 이용해 몽땅 다 도망친 것일까?" 칠호는 뿌연 안개 속에 언뜻 언뜻 보이는 백초당의 지붕을 바라보았다. "함정일까?" 분위기가 함정 같다는 느낌을 팍팍 주고 있었지만, 칠호는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다. 묘강 땅에 가서 죽다 살아나는 경험을 하면서 전보다 훨씬 강해진 상태였고, 안되겠다 싶으면 도망치면 돼는 일이었다. 숨고 도망치는 일이야말로 칠호가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 |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
즐독하였습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즐~~~~감!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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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 입니다
늘 감사하게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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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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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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