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더위’
바람이 불었지만 덥긴 더운 날씨였다.
확실히 여름에 먼 거리를 걷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체질에 따라서는 오히려 더위 보다는 비를 맞는 것이
산행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난 아직 물을 얼려 가지고 다니지는 않는데
앞으로는 얼려서 다녀야 할 것 같다.
얼음물이 체온을 급격히 낮추기 때문이다.
부채도 한 몫을 한다.
열심히 부채질하면
갑자기 몸이 으스해지는 경지까지 도달할 수 있다.
그리고 나서 걸으면 한껏 편안하다.
또한 걸으면서 가끔은 시원한 “것”이 있었다.
“곳”이 아니라 “것”이다.
그것은 철제 안전 파이프였다.
로프를 잡고 오르다,
가끔씩 중간 지점에서 바닥에 박혀 있는 그 철제 파이프에 손바닥을 식혔다.
어떤 때는 뺨도 대었다.
발바닥까지 하고 싶었지만,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그건 불가능했다.
난 서커스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12] ‘겹겹이 山’
이즈음
조금 깊은 산, 그리고 큰 산을 다니면서
내가 좋아하는 산의 모습을 찾게 되었다.
그것은 ‘겹겹이 산’이다.
첩첩이 산중이라면 고립무원이라는 느낌도 강하고
갇혀 있다는 느낌이 깊은데
겹겹이 산을 보면 그 산줄기를 따라 가고 싶은 생각이 물씬 든다.
즉 겹겹이 산은 그 산을 걷고 싶다는 긍정적인 개념이다.
어제의 축령지맥 산행은 겹겹의 산 수준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조금은 다른 느낌이었다.
산꼭대기에서 바라본 360도 뷰를 통해 느낀 것은
“세상”은 온통 “산”이라는 것.
그리고
이 세상의 원래 주인은 산인데, 그 빈틈에 사람들이 비집고 사는 것이라고…
이렇게 생각을 하면
산을 어떻게 즐기면서 걸어야 하겠다는 철학이 생기지 않을까?...
[13] ‘축령산 – 서리산’
축령산과 서리산은
특히 봄 철쭉 축제 때 많이 찾는 산이라서 그런지
두 산 사이에는 등산로가 잘 닦여져 있었다.
그리고 가보지는 않았지만
산의 주 입구인 서리산으로 향하는 길도
아마 그럴 것 같다.
특히 두 산 사이에는
임도인지 아니면 방화선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넓은 길이어서
그리고 확실히 임도가 아닌 곳이라도 넓게 길이 “닦여” 있어서
일반 산행객들도 편안하게 두 산을 오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축령산에서 서리산으로 하방하는 곳에는
정말 그리웠던 나무데크 계단길이 길게 설치되어 있어서
편안하게 오르고 내릴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축령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처음 본 나무데크 길
정말 오래간만이고 반가웠다.
[14] 소백산 필
서리산은 특이했다.
높은 산은 아닌데, 다른 곳 정상에서와는 다른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그래서 왠지 소백산 느낌이 나는 곳이었다.
축령산에서 서리산으로 오르고,
서리산 하산 방향으로 향하면
철쭉 군락지를 지나는데
그 나무 아래를 지나게 된다.
바닥에는 야자 매트가 깔려 있지만
머리위로는 철쭉 나무가 세워져 있어서
그곳에서는 머리를 숙이고 걸어야만 한다.
길의 폭도 소백산보다는 조금 넓었지만
마치 굴을 지나는 느낌은 비슷했다.
마치 연화봉에서 대청봉으로 가는 그 느낌이랄까?
그 다음 봉우리인 화채봉으로 가기 위해서 그 길을
중도 탈출 해야 하는 것이 살짝 아쉬울 정도였다.
이 길 좋은데…
화채봉이고 뭐고 상관하지 말고 그냥 내려갈까?
살짝 갈등도 있었지만 화채봉으로 향하기로 했다.
이름도 예쁜 화채봉으로 가야지…
무엇인가를 영원히 갖지 못하고,
살짝 살짝 맛보기로 보여주는 길이라고 할까?...
이 길 전체적으로 그런 느낌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진득하게 오랫동안 보여 준 것은 거의 없었다.
무성한 수풀, 나무 그리고 잡목만 빼고는………….
[15] ‘화채봉’
두 나름 대표적인 산인 축령산과 서리산을 넘으니
그 다음에는 사실 이미 하산 마인드이다.
그런데 그 앞에 하나 더 넘어야 할 봉우리가 있었다.
이름하여 화채봉이다.
우리가 먹는 화채인가? 그럼 가봐야지.
서리산에서 하산할까 싶었지만
그 이름 때문에 홀딱 넘어가서는 화채봉으로 향했다.
화채 그릇에 소담스럽게 담겨 있는
과일 화채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사실 화채봉 입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철쭉 동산의 야자 매트 길을 따라 가고 있는데
어느 순간 트랭글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미 알바 상태였다.
앗 이상하다.
중간에 분기 되는 길이 분명 없었는데?
할 수 없이 빽도를 할 수 밖에 없었고
지도 상의 분기 되는 지점으로 올라갔다.
걸어 올라가니, 입구 근처에 안내목에 누군가
수기로 적어 놓았고 입구가 있긴 있는데 어렴풋했다.
이런 곳이 축령지맥 내내 여러 곳 있었는데
정말 끝판왕을 만난 것이다.
입에는 ‘세상에…’란 말이 저절로 나왔다.
축령산 지역 내내 화채봉이라고 안내목이 따로 있었는데
정작 입구에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던 것이다.
아마 있었는데 뽑혀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 매직으로 적은 수기가 없었더라면
GPS에서 알려줘도 아마 긴가민가 했을 것이다.
이렇게 이미 불신이 자리 잡혀 있고
또한 이미 하산 마인드가 자리 잡았는데
다른 봉우리로 향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았다.
산행에서는 물리적인 체력도 그렇지만
정신력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럼에 불구하고 화채봉으로 향했는데
도착하자마다, 이런~
정상석도 없고
안내목에 누군가가 수기로 화채봉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화채그릇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그냥 트랭글 보지 않고 내려 갔으면 더 좋을 뻔 했다.
오래 걸은 후 알바 상태를 알았더라면
다시 올라오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괜히 봐서는…
그나마 화채봉에서 트랭글이 울려 주었으니 망정이지
그마저 아니었다면
사기 톡톡히 당한 화채봉이 아니었을까 싶다.
[16] ‘깃대봉 정상석’
깃대봉 정상석 이야기를 빼먹었다.
깃대봉에는 가평군에서 유난히 자주 보이는 더블 정상석이 있었다.
가평군에는 유난히 정상석이 복수인 곳이 많은 것 같다.
양평/가평의 청계산 정상에도 두 개의 정상석이 있고
고동산에도 두 개의 정상석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아마 깃대봉 자체가 가평군 내의 3개의 면에 공동으로 속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길쭉한 정상석 하나는 중간이 부러져 있었다.
그 이후 아마 새롭게 정상석을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에는 부러지지 않은 두툼한 것으로.
그래서 둥글둥글하게 물결도 넣어서 예쁘게 디자인한 것 같다.
정상석하면 또 가평의 주발봉도 생각나고, 특이한 정상석이 많다.
천왕봉, 대청봉, 그리고 비로봉 정상석은 조금 밋밋하지만 우직하고 듬직하다.
역시 정상석은 산의 얼굴이다.
[17] ‘가을 필’
가평 지역에 오면 이상하게 “아직도” 가을 필이 난다.
이제 여름이고 조금 있으면 다시 가을인데
1년 전의 가을 기분이 드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곳은 “always” 가을이라는 느낌이다.
바로 수북한 낙엽 때문이다.
다행히 여름 시즌이라서 수북한 낙엽도 어느 정도 해소(?) 되었지만
겨울이나 봄쯤 이곳에 온다면
반드시 가을 낙엽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스틱이 필수적이다.
기온은 뜨겁고 몸도 뜨겁고
입에서는 더운 바람이 나오고, 몸에는 단내가 나는데
풍경은 가을이라..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잠시 아득해졌다.
가평이란 그런 곳이었다.
[18] ‘동물’
서리산에 오를 때보니 동물 주의보가 있었다.
멧돼지, 그리고 뱀 출몰 주의.
그런데 멧돼지만 빼고 어제 다 보았다. 아니 그 이상을 보았다.
축령산 오기 전 오지 지역이었다.
길 중간에 뭔가 대롱대롱 매달린 것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벌집이었다.
만일 잘못 해서 그것을 건드렸다면 산 대신 병원에 가 있을 뻔 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생각해보니 거미가 날 살린 것 같다.
그곳까지 오는 도중
거미줄을 헤쳐 오느라
신경이 곤두서 있었고 또한 나름 학습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벌집을 본 것 같다.
거미는 이로운 곤충이라고 한다.
말 그래도 정말 이로웠다.
다른 해충을 잡아 먹기 때문에 이롭기도 했지만,
선생님의 역할도 있었다. 이를 실감을 했다.
고라니도 보았다. 강화도에서는 참으로 자주 보던 동물이었는데
강화 그 외 지역에서는 보기 어려웠다.
평화 누리길을 걷는 내내 단 한 마리 본 정도였다.
산 속 – 거의 다 산속이었지만 – 을 걷고 있었는데
나를 보자 마자 냅다 뛰기 시작한다.
보통 떼를 지어 여러 마리 다니기도 하는데, 얘는 혼자였다.
나처럼..
적막강산에 심심한데 그냥 가만 좀 있지 않구선…
또한 거의 서리산 정상 부근의 조금 아래 지역인데
이제 저기 언덕만 넘으면 서리산이다~ 하는 곳이었다.
그곳을 오르고 있는데 뱀을 보았다.
이제 다 왔구나… 하고 한숨을 쉴려고 하는데
어느 순간 내 앞으로 뭔가 빠르게 흘러간다.
뱀이었다.
그런데 여태 야외에서 우연히 본 뱀 중에서 가장 큰 놈이었다.
색깔은 녹색이었는데 비슷한 색깔의 풀 사이를 통과하느라
자세히 보지 않았으면 긴가민가 하는 놈이었다.
정말 조심을 해야 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동안 걸어 왔던 길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아까 임도도 그렇고
풀이 많은 지역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통과했었는데,
아마 그 수풀 지역에는 겉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사람이 다가오면서
뱀들에게는 많은 다이나믹한 상황이 있었을지 싶다.
[19] 쉼터
이 축령지맥에서 쉼터는 전무했다. 어쩌면 그렇게 한 군데도 없는지 기가 막힐 정도였다.
지난 광주 알프스 지역에는 둥그런 피크닉 테이블이 널려 있었다.
아 그곳이여~
정말 통나무 한 토막 잘라서 뒤집어 놓은 것이라도 있으면 좋은데
없어도 그렇게 없을 수가 없었다.
거쳐 지나온 몇 개의 정상과 봉우리에도 없었고, 그 중간 지대도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바위나 또는 넘어진 나무에 걸터 앉아 쉬어야만 했다.
이제는 거의 종점에도 왔고
또한 이곳은 그냥 그런 곳이구나 하고 포기를 하고
서리산에서 화채봉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저 멀리 평상이 보인다.
웬일? 그것도 단순한 조그만 의자가 아니라 평상이었다.
여기는 무조건 쉬어야 해.
그 위가 지저분한지 깨끗한지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정말 몇 시간 만에 제대로 앉아 본 것이다.
앉아서 진득하게 놀았다.
그리고 드러눕기까지 했다.
참…. 빈빈하고 먹먹한 길이었다.
말하자면 이 길은 제대로 된 등산로로
가치 매김이 되어 있지 않은 곳이다.
말하자면 관리가 부재한 곳이기 한 곳이다.
어쩌면 관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지맥은 무슨….
치맥이라면 몰라도……..^^
[20] ‘운악산’
축령산 정상에서 보니
운악산이 바로 보였다. 한쪽에 바위들이 송송이 박혀 있고
마치 솟을 대문처럼 웅장하게 버티고 서 있다.
그리고 그 뒤로 지난 늦겨울에 걸었던 한북정맥 능선이 보인다.
“무슨 정맥씩이나..
그냥 지맥이나 걷지 모…”
이랬는데…
갑산 아래부터 자주 걸었던
예봉산, 적갑산, 철문봉, 율리봉, 예빈산, 견우봉, 직녀봉 그리고 승원봉 들.
그리고 최근의 백봉산 그리고 천마산 등
그 동안 걸었던 천마지맥의 산들을 생각하니,
정말 편한 산들만 골라서 걸었음이 뼈저리게
아니 뼈때리게 깨달았다.
큰 것에서 가지를 칠수록 길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천마지맥에서 갈린 축령지맥은 그랬다.
그래서 이렇게 바꾸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무슨 지맥씩이나..
그냥 정맥이나 걷지 모…”
힘든 지맥길을 보니
다시금 한북정맥길이 눈에 밟힌다…
[21] ‘유리 멘탈’
서리산을 하산하며 이제는 몸과 마음은 모두 하산 마인드였다.
그런데 화채봉을 만나면서 조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또 다시 산을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지막 봉우리라 생각하고 힘들지만 화채봉에 올랐다.
그런데 정상에서의 그 허망함 때문에 잠시 실망을 했다.
그렇지만 그 다음 목표가 있었다.
어떻게 버스 시간을 잘 잡아서 집에 가는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런데 그곳부터 버스 정류장까지의 거리가 5km여 정도 남아있었다.
아직 갈 길이 한참 남아 있는 것이다.
그래도 보통 5km 정도 거리는
하산 거리로 나름 트레이닝이 되어 있고 마인드도 그리 되어 있어서
크게 이슈는 아니었다.
천왕봉에서 중산리까지도 걸었는데.. 모~
그런데,
찻길인 동시에 주금산 입구인 수동고개로 향하는
이 길이 이상하다.
이미 마인드는 하산 마인드인데 물리적인 길은 하산 길이 아니었다.
거의 주금산과 연결되는 잠시 안부 정도인 능선길이었다.
그런데 평탄한 안부길이 아닌 오르고 내리고 반복 길이었다.
그 업 다운을 무려 다섯 번을 해야 했다.
물론 개별적으로
높은 산은 아니나 이미 머리 속은 하산으로 정리 되어 있는데
물리적인 환경은 그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것이 참으로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다.
한 두 번 정도 업 다운을 하니 갑자기 머리 속이 혼란해졌다.
아까 그냥 서리산에서 하산할 걸~
아니면 화채봉에서도 하산 길이 있었는데 그리로 갈걸~
자꾸 이런 후회의 반복이었다.
그리고 하산하면 어떻게 집에 가야 하는지
사전에 검토 한적도 없으면서도
생각이 자꾸만 그리로 기울었다.
그런데 업다운 과정이 5회나 반복이 되었다.
드디어 4번째에는 숲 속에서 나도 모르게 폭발했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AC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쎈 말이 나왔다.
이런~..
그 말을 하고 나니
내가 엄청 유리 멘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걸으면 되는데…
그리고 그것보다 더 한 걸음도 했는데…
하산 생각 때문에
하산이 아닌 과정이 짜증이 난 것 같다.
앞으로는 그런 것까지 세심하게 챙겨야 하는 숙제가 생긴 것이다.
향적봉에 왔다고 다 온 것이 아닌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려는 걸까?
백련사에 왔다고 끝이 아니다라는 것?
그리고 앞으로는
자꾸 지도를 보고 왜 안 나타나지? 하고 조바심 내지 않기로 했다.
먼 곳에 목표를 두면,
빨리 온 것처럼 그리고 쉽게 온 것처럼 느껴지고
가까운 곳에 목표를 두면
지리하고 힘들게 온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지난 겨울 한북정맥 포천 구간을 걸었을 때
먼 곳에 목표를 두니
조금만 걸어도 새로운 봉우리 때문에 울려대는
트랭글이 오히려 시끄럽다고 느꼈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아예 꺼버렸다.
5km도 금방 나타났다. 한 10km면 모를까?... 너무 자주 알려주는 것 같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가만히 여태 다녀온 길을 생각해보았다.
전반적으로
어렵다라고 생각하는 코스는 생각보다 쉽게 마쳤고
별로 생각 없이 나선 길은 어렵게 느껴진 경우가 많았다.
결국 체력보다는 거의 멘탈이 이슈인 것이다.
이것도 새로운 배움인 것 같다.
여러 가지로 이번 투어를 통해서 느낀 것이 많았다.
어느 길이건, 늘 가르침을 주는 것 같다.
그래서 땀 삐질 삐질 흘리고
온 몸에서는 쉰내가 나면서도
기를 쓰고 산으로 향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22] ‘정말 하산’
드디어 수동 고개에 도착했고
찻길을 따라 버스 정류장을 향했다.
고로쇠 마을 또는 비금리라고 불리우는 지역이다.
지도에서 보았던 그리고 내가 사전에 보아 두었던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이곳은 버스 종점인데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텅 비어 있는 아무도 없는 정류장이었다.
누군가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버스가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는 간접적인 사인이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버스~ 하고 행운을 기대했지만
역시 우연하게 버스 시간을 맞춘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도 어쨌든
버스 정류장이니 그곳에서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려고 할 참이었다.
그런데 버스 시간표 하나 붙어 있지 않았다.
인터넷으로는 버스가 2대 있다고 하던데…
그런데…
길 저 아래쯤 다음 정류장 정도 되는 곳을 보니
대중교통인 듯한 버스가 정차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처음 보는 색깔의 버스였다.
대중교통인지 아닌지도 구분이 되지 않았다.
일단 처음 본 색깔의 버스이니 긴가 민가 했지만
앉아서 기다리느니 가서 확실하게 확인을 해야 했다.
그리고 버스 종점이나 회차 지점은 지역마다 아리까리 해서
인터넷과 다른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쪽 방향으로 가야 하니
조금 걸어서 나쁜 것은 없었다.
다른 방향이라면 몰라도..
그런데 조금 가보니 대중 교통 버스 맞았다.
그리고 내가 타려고 봐둔 버스 번호였다.
그래서 혹시나 바로 출발 할까 봐 조금 급하게 걸었다.
그렇다고 뛰지 않았다.
엔진 시동 소리가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상은 고요했기 때문에 그것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버스에 도착해보니 버스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혹시 고장난 버스인가? 하고 보았더니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두리번 두리번 해보았는데
그 옆의 어떤 살림집에서 누군가 청소를 열심히 하신다.
그래서 혹시나 해서.
저 버스 몇시에 출발하는지 아시냐고 물으니
자기가 기사라고 하면서
30분 뒤에 출발한다고 한다.
허걱~… 이런 행운이.
이런 깡촌에서 30분 기다림은 정말 양반 수준이다.
2시간 반도 있는데…
버스를 제대로 만난 것이다.
그리고 그 살림집은 다름 아닌 버스 기사님들
대기 및 쉬는 장소였던 것이다.
화장실도 있고, 세면대도 있고
또한 정수기도 있었다.
기사님에게 ‘물~ 좀 혹시’ 하고 말씀 드리니
맘껏 마시라고 하신다.
자기도 오래 전 등산 열심히 다녔다고…
어디서 왔냐고 여쭈셔서
청평에서 왔다고 하니까
그곳에서 이리로 오는 길이 있냐고 되물으시기까지 하셨다.
비록 사찰의 샘터는 아니지만
거의 사칠 필 나는
막판의 샘물이었음은 두말 할 필요가 없었다.
역시 패트병 하나에 가득 채워서 전부 마셔 버렸다.
그리고 더불어
화장실에서 세수까지 시원하게 했음은 물론이다.
버스 옆에는 커다란 나무가 세워져 있는데
그 아래는 비닐 장판의 평상이 있었다.
이제 할 일이란
그 평상 위에서 한 20여분 남은 시간 동안
열심히 쉬는 일뿐이었다.
중간에 버스 한 대가 더 들어 왔는데
아까의 그 정류장에는 올라가지도 않았다.
이 곳에서 바로 회차해 버렸다.
그 위에서 기다렸으면 낭패 볼 뻔했다.
여러 가지로 다행이었다.
30분 후에 버스는 출발을 하고
버스에서 노곤히 골아 떨어졌다.
잠을 깨 보니, 지난 천마산 투어 때 눈에 익은 동네였고
바로 마석역 전이었다.
마석역에서 경춘선 전철로 환승 후
그냥 골아 떨어졌다. 왜냐면 이 전철 종점이 상봉역이었고
그곳에서 내가 하차 해서 환승 해야 할 지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편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
이렇게 지난 주에 이어
경기도의 또 다른 산줄기를 찾아 보았다.
이번에는 대략 600~ 900미터 정도 높이 되는 산줄기였다.
그리고 우연치 않게 “맥” 계열사를 만난 경우였다..^^
그리고 역시 “맥”은 쉽지 않아서
그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함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 “맥”
언제 극복할 수 있는 날이 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진정한 극복한 단계란
산을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단계가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로는
난 아직도 한참 멀었고
아직 하수인 것 같다……………………..
다만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내일도 걷고 있지 않을까?............###
첫댓글 경기도 북동쪽의 오지 축령지맥을 즐겁게 다녀오셨군요.
서리산에서 화채봉 까지는 걸어보았지요.
하산후 수동에서 양호한 교통편으로 빠르게 귀가하셨겠네요.
좋은 산행 축하 드립니다.
이번 주말도 멋진 산행 되시기 바랍니다.
넹. 맞습니다. 가뜩이나 친절하신 기사님을 만나서 편안하게 왔습니다. 가평 지역이 제겐 오지였는데 조금씩 친숙해져 가고 있습니다. 연인산 명지산도 있던데, 그건 나중에 한번 도전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서 발 완쾌되시기 바랍니다.
@소그미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