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ethoven - Violin Sonata in A major, Op.47 'Kreutzer'
베토벤 - 바이올린 소나타 9번 A장조 Op.47 '크로이처'
Ludwig van Beethoven [1770 ~1827]
Violin - Arthur Grumiaux
Piano - Clara Haskil
녹음 : 1957년
전악장 연속듣기
1악장 Adagio sostenuo - presto
2악장 Andante con variazioni
3악장 Finale, Presto
1803년에 완성된 〈바이올린 소나타 9번〉은 베토벤이 남긴 10편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베토벤이 프랑스의 바이올리니스트인 루돌프 크로이처에게 헌정해 ‘크로이처’라는 부제가 붙었다.
소나타를 헌정받은 바이올리니스트 루돌프 크로이처
베토벤이 원래 이 소나타를 헌정하려고 했던 사람은 영국에서 활동했던 바이올리니스트 브리지타워였다. 아프리카와 폴란드 출신의 부모 밑에서 태어난 브리지타워는 9세에 파리에서 데뷔해 일찍이 이름을 떨쳤고, 연주 여행 도중 빈을 방문해 베토벤과 만났다. 브리지타워의 화려하고 기교적인 연주 스타일에 영감을 얻은 베토벤은 그에 어울리는 바이올린 소나타를 헌정할 생각으로 〈바이올린 소나타 9번〉을 작곡했고, 베토벤이 피아노를 맡아 함께 초연했다. 하지만 성격차이를 비롯해 서로 맞지 않아 갈등을 거듭했던 두 사람은 냉랭해지고 말았다. 그러다가 베토벤이 1805년, 〈바이올린 소나타 9번〉을 출판하면서 프랑스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인 루돌프 크로이처에게 헌정했다. 출판 직전 베토벤과 잠시 교류하면서 좋은 연주의 인상을 남긴 크로이처가 결국 〈바이올린 소나타 9번〉을 헌정 받았는데, 정작 크로이처는 독창적인 스타일의 이 곡을 매우 못마땅해 해 단 한 번도 연주하지 않았다고 한다.
“거의 협주곡처럼...”
베토벤은 〈바이올린 소나타 9번〉의 출판을 앞두고 악보에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거의 협주곡처럼, 극히 협주곡과 같은 스타일로 작곡된 바이올린 오블리가토에 의한 피아노 소나타”. 이 말에 자칫 ‘바이올린은 선율을 장식하거나 보조하는 정도이고 피아노가 주가 되는 음악’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실제 연주를 들어보면 ‘협주곡 같은 스타일’이라는 말의 의미를 곱씹게 된다. 바이올린 솔로의 독백 같은 연주로 시작되는 〈바이올린 소나타 9번〉 1악장은 곧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불꽃 튀는 접전에 돌입한다. 너무나 치열하고 격정적인 두 악기의 2중주는 협주곡의 어원인 ‘콘체르타레(consertare)’를 떠올리게 한다. 베토벤은 경쟁하듯 다투어 연주하는 협주곡처럼 두 악기가 대등하게 맞서는 진정한 의미의 2중주를 의도했던 것이다.
소설 《크로이처 소나타》는 톨스토이가 59세였던 1887년에 집필을 시작해 1890년에 출판됐다. 베토벤의 동명의 소나타 〈크로이처〉가 출판된 지 85년 만이었다. 소설은 아내를 살해한 남자 포즈드니셰프가 기차에서 만난 ‘나’에게 사연을 털어놓으면서 시작된다. 아내를 살해할 정도로 그를 끔찍한 질투에 사로잡히게 한 것은 다름 아닌 〈크로이처 소나타〉이다.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인 아내가 바이올리니스트 트루하체프스키와 〈크로이처 소나타〉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남자는 음악의 힘이 마치 최면처럼 아내를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에 불안했다. 그리고 불안은 곧 증오로 변했고, 모두를 파멸로 이끌었다는 이야기다.
흥미로운 것은 모두를 파멸로 이끈 이 끔찍한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이 〈크로이처 소나타〉라는 것이다. “그들은 〈크로이처 소나타〉를 연주했습니다. 처음 나오는 프레스토를 아세요? 이 소나타는 정말 무시무시합니다. 음악이 영혼을 고양시킨다는 건 헛소리이고 거짓말입니다. 음악은 영혼을 자극할 따름입니다. 에너지와 감정을 끌어올려 파멸로 이어지게 합니다.” 톨스토이의 소설 《크로이처 소나타》는 다시 체코의 작곡가인 야나체크에게 영감을 주어 1923년 〈현악 4중주 1번〉 ‘크로이처 소나타’로 재탄생됐다.
[악장 구성]
1악장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 프레스토
바이올린 솔로의 느린 독백으로 시작해서 빠르고 격정적인 2중주가 펼쳐진다.
2악장 안단테 콘 바리아치오니
1악장과 대조적으로 피아노의 온화한 선율로 시작되는 2악장은 주제와 4개의 변주곡으로 이어진다.
3악장 피날레. 프레스토
원래 이 악장은 〈바이올린 소나타 6번〉 Op.30-1의 3악장으로 작곡됐지만, 9번 ‘크로이처 소나타’에 편성됐다. 휘몰아치는 타란텔라 춤곡 리듬이 특징이고 격렬한 2중주로 끝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