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세계무역 10대 뉴스] 세계경제 ‘복합 위기’ 겪어
러우전쟁 이어 이팔전쟁까지… 불똥 튄 세계시장
지정학적 갈등·고금리·기후 변화에 경기 악영향
글로벌 복합 위기 속 공급망 재편 움직임 이어져
2023년은 주요국 긴축과 높아진 지정학적 긴장으로 우리 대외시장 환경이 암울한 가운데 우리 수출도 많은 어려움을 겪은 한 해였다. 세계무역기구(WTO)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국제기구들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2022년 동안보다 2023년의 평균 상품무역 성장률을 더욱 낮게 전망하면서 올해 글로벌 교역이 0%대 성장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의 주요 무역뉴스 10가지씩을 국내와 해외로 가려 뽑아 한 해를 돌아본다. <편집>
1. 다보스포럼 “2023년은 ‘복합 위기’의 해”
경기·금융·공급망·통상 악조건 ‘사면초가’
이른바 ‘복합 위기(Polycrisis)’라는 말은 2023년 세계 경제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부분이 되었다. 올해 1월 열린 다보스포럼에서는 복합 위기가 최대의 화두로 꼽힌 가운데 세계 경제 리더들이 대응을 위해 협력을 촉구했다.
세계 무역의 복합 위기를 이루는 요인으로는 ▷글로벌 경기 침체 ▷고물가·고금리·고달러의 3고 현상 ▷공급망 병목 및 재편 ▷반세계화·경제안보 신보호주의 등이 꼽혔다. 세계적으로 경기가 둔화된 가운데 금융시장·실물경제 여건과 교역통상환경이 모두 좋지 않으니 그야말로 ‘사면초가’였다.
복합 위기의 상당 부분은 코로나19에서 촉발된 위기로 분석된다. 우선 팬데믹 극복을 위해 각국 정부가 정부재정을 확대하면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채무 리스크가 커졌다. IMF의 재정지원 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급속한 인플레이션 상승 억제를 위한 경직적인 통화정책 운용도 문제다. 글로벌 기축통화인 달러를 운용하는 미 연준이 작년부터 빠르게 금리를 인상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달러 선호가 커진 가운데 신흥국에서 달러 자금이 큰 규모로 빠져나가면서 취약국에 재정 위기를 더했다.
무엇보다 당장 세계 무역투자가 침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올해는 글로벌 무역 규모와 경제성장률이 눈에 띄게 저하되면서 세계적인 성장동력 상실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다. 세계무역기구(WTO)는 2023년 세계 무역성장률을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발표했다.
2. 우크라 이어 가자지구도 총성… 분열된 세계
멍든 세계시장… 공급망 충격·분절화 겪어
지난해부터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계속되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테러하고 이스라엘이 맞보복으로 민간인을 가리지 않는 폭격을 가하며 전 세계 지정학적 긴장도가 큰 폭으로 올랐다.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를 생각해서라도 중국과 대화를 이어나갈 필요성을 느끼는 한편, 사이가 나쁜 권위주의적 국가들이 러시아나 하마스에 무기를 대지 못하도록 제재를 강화하고자 하고 있다. 국제유가도 한때 큰 폭으로 오르면서 공급망 충격에 대한 우려를 가속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재무부는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인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6.5%의 성장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으로 2%로 낮춰 잡았다.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이전에는 2023년의 경제성장률을 3.4%로 수정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전쟁 요인으로 1.4%p의 손실이 더 발생한 것이다.
현재 전황의 불확실성 때문에 재무부는 2024년도 경제성장 전망을 전투의 강도에 따라 세 가지 시나리오에 맞춰 0.2~2.2%로 내다보고 있다. 이 세 가지 경우의 성장률은 모두 이전에 예측했던 3.1%를 훨씬 밑돈다.
올해 무역 규모도 0.6%에서 4.3%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거기에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하마스의 편을 드는 국가들과의 관계가 악화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대외적인 경제 압박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전망이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올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면 이미 취약해진 글로벌 무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피에르 올리비에 구랭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쟁이 계속돼 유가가 10% 오르면 세계 경제성장은 0.15%p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은 0.4%p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3. 미 은행 연쇄 파산에 크레디스위스 사태 겹쳐
계속되는 주요국 긴축 속 금융 불확실성 잔존
올해는 높아진 글로벌 금리로 인해 많은 금융기관과 기업이 어려움을 겪었다. 상반기에는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 자산규모가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중견 은행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위기감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연준이 자문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중형 은행 문제가 가장 큰 위험요소로 지목되기도 했었다. 여기에 스위스 제2은행 크레디스위스의 파산이 겹치면서 은행의 연쇄 파산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시장에 감돌았다. 결국. 은행 위기 확산을 차단하려는 스위스금융시장감독청(FINMMA)의 개입으로 3월 19일 UBS의 크레디스위스 합병 결정이 성사됐다.
이어 하반기에는 부동산 금융 부실을 중심으로 한 중국시장의 금융 리스크가 부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8월 ‘중국 금융시장에 드리워진 7가지 그림자’ 보고서를 통해 중국 금융시장 7대 리스크 요인을 ▷중진국 함정 ▷부동산 부진 장기화 ▷그림자금융 ▷기업부채 누적 ▷가계부채 급증 ▷위안 캐리 트레이드 청산 ▷지방정부 재정 부실화 등으로 분석한 바 있다.
리오프닝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실물경제는 수출 감소세가 계속되고, 생산 및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는 등 부진을 보이며 올해 하반기 들어 미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이 관리변동환율제를 도입한 게 2005년이며 단계적으로 위안화 국제화 조치를 시행해온 바를 감안하면 사실상 최근 위안화 가치는 국제 금융시장 체제 편입 이래 최저치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4. 여전한 고물가·저성장의 늪… 암울한 세계시장
지정학적 블록화, 글로벌 무역 성장 저해 우려
지난 10월 중순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개최된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국제기구의 경제 전문가들이 세계 경제에 대한 암울한 현황과 전망을 밝혔다. IMF는 세계 경제가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침공, 지정학적 균열 확대 등으로 추진력을 잃은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새로운 불확실성에 추가로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0%로 유지됐다. IMF는 “올 상반기에는 코로나 종식에 따라 서비스 소비가 급증하고, 미국·스위스발 금융 불안이 조기에 진정되면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으나, 이후 중국 경기침체가 심화하고 제조업 부문 부진이 계속되면서 성장세가 점차 둔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MF는 또 세계 각국이 국제 무역과 경제성장을 제한할 수 있는 지정학적 블록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제재를 가했고 중국과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다.
IMF는 지난해 무역과 관련해 3000건 가까운 신규 규제들이 가해져 2019년 1000건 미만에서 크게 증가했다. 글로벌 무역성장률은 올해 0.9%, 2024년 3.5%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2000~2019년 연평균 4.9%에 비해 크게 낮아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고착화하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중국 경제 둔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이유로 세계 상품교역에 대한 성장 전망을 지난 4월 전망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WTO는 올해 상품무역이 0.8%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지난 4월에는 1.7% 성장하리라고 내다본 데 비해 0.9%p 줄어든 수치다.
5. 도전받은 페트로-달러 체제… ‘위안화의 역습’
브라질·러시아·사우디 등 탈달러 확대 움직임
올해는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 아랍에미리트(UAE),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등 수많은 국가에서 달러화 사용을 일부 위안화로 대체하는 움직임이 나타나 주목을 받았다. 위안화가 세계 무역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온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움직임으로 평가되면서다.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가 전 세계 외화보유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4분기에 59% 아래로 떨어진 바 있다. 우선 우크라전 이후 서방의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가 위안화를 국제준비금, 해외무역 등 주요 통화로 채택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현재 수출 대금의 위안화 결제 비중이 16%에 달하는데 이는 제재 이전 0.5%에서 급증한 것이다.
특히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에 맞서 에너지 무기화 전략을 펴고 있는데, 이때 “러시아산 석유 또는 천연가스를 사려면 루블화로 내야 한다”고 선언해 페트로-달러 체제 균열을 유도한 바 있다. 페트로-달러는 석유가 미 달러화로 거래됨에 따라 나오는 패권으로, 중국의 위안화가 올해 이에 대한 도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3월 27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중국 정유회사인 룽성석유화학의 지분 10%를 사들이며 위안화로 결제하기로 한 가운데, 이튿날인 28일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프랑스 토탈 에너지를 통해 아랍에미리트산 LNG 6만5000t을 매입하면서 위안화로 거래를 완료했다.
이어서 29일에는 중국과 브라질이 미국 달러 대신 무역 거래에서 위안화를 사용하기로 하면서 연이어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이 이뤄졌다. 이날 브라질 수출투자진흥공사는 베이징에서 열린 비즈니스포럼에서 성명을 통해 “양국(브라질과 중국)이 헤알화와 위안화로 대규모 무역 및 금융 거래를 직접 수행할 것이며 이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튿날인 3월 30일에는 아세안 지도자들이 금융 거래에서 미국 달러, 유로, 파운드, 엔화의 사용을 줄이고 현지 통화로 결제수단을 바꾸는 방안을 고려하는 논의를 펼쳤다. 또 그다음 날인 31일에는 중국 하이난의 보아오포럼에서 말레이시아가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아시아통화기금(AMF)을 설립하자는 제안을 다시 언급했다.
▲[베이징=AP/뉴시스] 크리스티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3월 3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번 보아오포럼에서 말레이시아는 IMF에 대항하기 위한 아시아통화기금의 발족을 다시 주장했다. |
6. 인구 1위국 인도로 교체… ‘넥스트 차이나’로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프로젝트 출범
2023년은 세계 제일 인구 대국이 중국에서 인도로 교체된 해였다. 중국은 유엔의 인구 기록이 시작된 1950년 이래로 줄곧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의 지위를 유지해왔다. 올해의 세계 최대 인구 대국 교체는 그만큼 역사적인 일로 평가된다.
인도가 중국의 인구를 추월하는 것은 아시아의 거대 기업들 모두에게 상당한 경제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세계시장은 인도가 중국을 대신할 ‘세계의 공장’이 될 수 있을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이 더는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 단순 제조공정을 담당하기에 적합한 국가가 아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인도를 향해 세계 굴지의 스마트폰 업체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의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아마존 또한 자사의 파이어TV를 인도에서 만들고 있다. 외국인투자가 쇄도하는 가운데 인도는 지난해 영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5번째로 큰 경제 대국이 된 바 있다.
특히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넥스트 차이나’로 떠오른 인도와의 협력을 모색하는 효과는 크다. 올해 9월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유럽연합, 인도, 아랍에미리트(UAE),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정상들이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주목을 끌었다.
이는 인도에서 중동을 거쳐 유럽을 연결하는 철도망과 해운 연결 프로젝트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인프라 프로그램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세계 무역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 가능성이 있다는 언급도 나온다.
MEC는 인도와 페르시아만을 연결하는 동 회랑, 페르시아만과 유럽을 연결하는 북 회랑으로 구성된다. 이 회랑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건설되는 철도를 따라 전기·디지털 케이블, 수소 파이프 등도 부설한다. 백악관은 이 회랑이 참여국들의 경제통합 강화, 일자리 창출, 온실가스 배출 감소 등을 가져와 아시아·유럽·중동의 혁신적인 통합을 가져올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러한 청사진이 현실화한다면 인도는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지 중 하나로서 더욱 큰 영향력을 가질 전망이다.
7. ‘전기차·배터리·양극재’… 열강들 각축장으로
핵심 공급망 유치 경쟁… 자원민족주의 경향도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은 관련 공급망과 생산에 필요한 핵심광물을 둘러싼 각축장의 판도 키웠다. 우선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연합(EU)의 기후중립산업법 및 핵심원자재법(CRMA) 등은 향후 배터리와 전기차 생산거점을 역내에 유치하고 관련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리튬, 니켈, 희토류 등 핵심광물 자원을 보유한 국가를 중심으로 보호주의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남미 등지에서는 리튬 등의 주요 핵심 원자재를 국유화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무엇보다 전기차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중국이 요주의 대상이다.
중국은 올해 들어 희토류인 네오디뮴과 사마륨코발트 등 영구자석 제조 기술을 수출통제 대상에 포함했다. 8월 1일부터는 반도체·디스플레이의 재료로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통제를 시행하고 있다. 10월부터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연료인 흑연 수출에 대해서도 통제 조치를 강화했다.
남미에서는 자원민족주의 물결이 거세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의 최대 생산지 아타카마 고원이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에 걸쳐 있는데 이들을 중심으로 리튬 자원을 국유화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우선 세계 최대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칠레가 올해 4월 20일 리튬산업을 국유화한다고 선언했다. 이날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경제성장 촉진과 환경보호를 위해 국내 리튬사업의 경영권을 국영기업으로 이관한다고 밝혔다. 칠레의 민영 리튬 기업들은 미국 테슬라와 한국 LG엔솔 등 전기차 관련 업계에 리튬을 공급해왔다.
다만 아르헨티나의 경우 올해 극우성향 밀레이 후보가 대선에 승리하면서 리튬에 대한 국가개입을 최소화하고 외국인 투자유치가 가속할 전망이다.
8. 인도 쌀 수출 제한… 엘니뇨로 설탕값도 급등
우크라 곡물 수출 지속에도 글로벌 식량 문제 여전
올해 들어 러시아가 흑해곡물수출협정을 일방적으로 중단했으나 우크라이나의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은 이웃 국가들의 도움으로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니뇨 등 기후 재난과 선거를 앞둔 인도의 쌀 수출통제 등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식량난 우려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CNBC는 11월 초 인도 정부의 쌀 금수 조치로 전 세계 식량안보 위협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는 2023년 들어 세계에서 농산물 수출규제를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는 나라로 꼽힌다. 지난 7월 20일 인도는 인도 전체 쌀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비(非)바스마티 백미(non-Basmati white rice)의 수출을 금지했고, 8월 19일에는 양파에 수출 관세를 40%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인도 쌀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네팔, 방글라데시와 같은 주변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아프리카 국가로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세계 쌀 수출의 4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의 쌀 금수 조치는 전 세계 가격에 빠르게 영향을 미쳤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쌀 가격은 15~20% 급등해 약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도의 쌀 수출통제는 올해 엘니뇨로 인한 흉년으로 주식인 쌀의 공급이 줄고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민생고를 경감하기 위한 정치적인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엘니뇨가 사탕수수 작황에도 악영향을 미치면서 전 세계 설탕 가격이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유엔식량농업기구의 파비오 팔메리 글로벌 상품시장 연구원은 “2023~2024시즌 전 세계 설탕 생산량이 전년 대비 2% 감소해 약 350만t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탄소배출 경감을 위해 설탕이 에탄올 같은 바이오 연료에 사용되면서 세계 설탕 비축분은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에 이르고 있다.
9. 디커플링 대신 부상한 디리스킹… ‘위험 분산’
중국 덜 자극하기 위한 용어… 공급망 재편은 여전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디커플링(decoupling) 대신 디리스킹(de-risking)이라는 용어를 쓰며 공급망의 분절이 아니라 위험도 완화를 목표로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중국 긴장을 완화하면서도 공급망 다변화에 대한 당위성을 강화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 3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중국과 완전한 분리는 실행 불가능하며, 유럽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언급하고, 스트레스 테스트로서 디리스킹 접근이 필요하다고 내다본 바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정학적 경계를 따라 공급망이 분리될 경우, 유로존 총지출(gross national expenditure)이 미국과 중국의 예상 피해 규모보다 큰 2%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11월 10일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기로 합의했으며 양국 기업들이 상대국 내 운영 환경을 개선하기로 약속했다. 이날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만난 이날 샌프란시스코에서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건전한 경제 관계”를 위해 노력해야 하며 함께 더 건설적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우리 경제를 중국으로부터 디커플하려 하지 않는다”며 “디커플링은 미중 양국에 해롭고 세계의 안정을 해친다”고 말했다.
11월 말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 레들 국제통화기금 아시아태평양국 이코노미스트는 주요국의 프렌드쇼어링과 리쇼어링 같은 디리스킹이 중국경제의 도전요인이 될 것이며 여타 아시아 국가들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10. 미중 정상회담, 무역 갈등 완화 효과 ‘미미’
기대·성과 낮아… 바이든 “시진핑은 독재자”
지난 11월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 1년 만에 미국 샌프란시스코 피롤리 정원에서 개최됐다. 심화 중인 미중 갈등을 얼마나 봉합하고 향후 전개가 어떤 방향성을 갖게 될지 전 세계가 주목했다.
올해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간 상호충돌 방지 및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이루며 ▷군사 소통 ▷불법 마약 제조·유통 방지 ▷인공지능(AI) 활용 ▷기후변화 대응 ▷인적교류 확대 분야에서 협력을 재개·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양국 간 핵심 이슈이자 우리 산업계의 관심사인 첨단기술산업과 수출규제·공급망 등 경제안보 문제에서는 관련 입장 차를 재확인하는 데에 그쳤으며, 대만 이슈나 글로벌 안보 이슈 등 지정학적 갈등에 대한 합의는 이뤄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매체들은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보도하며 기대치가 낮았고 성과 역시 미약하다고 분석했다. CNN은 ‘낮은 기대치가 충족된 미중 정상회담의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의도적으로 아주 낮은 기대치를 설정하고, 양측이 생산적이었다고 선언할 동기가 상당한 상황에서 4시간 대화 후 분위기가 들뜬 것은 성과라고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10년 새 있었던 어떤 미중 정상회담보다 이번 회담의 성과에 대한 기대가 낮다”고 분석했다. 경제 통신사인 블룸버그는 “무역, 대만, 인권 등을 둘러싼 뿌리 깊은 이견으로 인해 기대치가 낮았다”며 “정상회담의 미약한 성과도 어렵게 얻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 전문지인 폴리티코나 더힐 등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을 “독재자”로 언급한 데 대해 주목했다. 양국 간 이견이 여전히 상당한 수준임을 방증한다는 것이다.
▲ [우드사이드=AP/뉴시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1월 15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의 파이롤리 에스테이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