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심장부에 태극기를 휘날리며
심재덕의 미국 MMT 100마일 산악마라톤 우승기
꿈꾸는 자의 세계 1부…힘들고 어려운 코스가 더 좋다
2006년 5월 13일 미국 동부 버지니아주 Front Royal에서 열린 제12회 MMT(Massanutten Mountain Trail) 100마일(160km) 산악마라톤에서 17시간 40분 45초로 종전 대회 최고기록을 무려 32분 단축하며 감격의 우승을 차지하고 100년의 역사를 가진 울트라의 본고장 미국 워싱턴 심장부에 태극기를 휘날렸습니다.
1년 여 동안의 대회준비 과정과 감격의 우승을 하기까지의 모든 일정을 오픈해 놓음으로써 울트라를 잘 달리기위한 돌다리 하나를 놓는다는 심정으로 부족한 견해를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를 창조하시고 순간마다 빛 가운데로 인도하시고 함께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송과 영광을 올려드리며 이번 대회의 동행자로 이런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먼저 MMT를 다녀오고 도움을 주신 소나무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꿈꾸는 자의 세계
마라톤을 시작한지 14년을 접어들면서 일년에 한 두 번은 해외 원정을 통하여 선진 마라톤 대회를 만나고 마라톤의 또 다른 세계를 접하며 나만의 열정에 몰입하게 되었다.
그리 크게 실패하지 않고 좋은 결과로 보답 받은 그간의 해외 원정길은 그만큼 신중을 기했고 남다른 대회에 대한 분석과 많은 연습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나 외에 몇몇 분들의 외유는 나의 갈망을 대신 충족시켜주었고 그 속에서 나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해보며 언젠가는 그분들이 이루지 못한 꿈들을 이뤄야 한다고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었다.
힘들고 어려운 코스라면 난 더욱 좋아했다. 나의 실력은 어느 정도이며 얼만큼 통할까? 가능성을 확인하고도 싶었다. 그러던 중 마라톤 게시판에 소나무님의 MMT실패기를 접하게 되었고 ‘그래 이놈이야, 내가 잡아야지’ 그 정도의 거리와 난이도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떻게 준비하며 그곳엘 가나? 나의 고민거리는 정보의 부재와 현지 언어의 미숙이었다. 급선무는 동역자가 필요했고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였기에 소나무님께 함께 가자는 제의는 구두로 흔쾌히 받아들여졌다. 본인도 완주를 다 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음엔 꼭 완주하고야 말겠다는 각오가 서 있었기에 꿈을 이룰 동역자는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 서로 이전에는 이름도 모르고 만난 적도 없지만, 전화와 메일을 통해서 MMT에 대한 준비는 이루어져갔다.
앞으로 어떠한 어려움이 봉착할지 모르는 상황가운데서 꿈꾸는 자를 통하여 하나님은 꿈을 보여주시고 꿈이 이루어지도록 돕고 늘 함께하셨다.
대회 준비과정
MMT 홈페이지를 수시로 들락거리며 어떤 내용들이 있는지 뒤지기 시작했다. 어려운 영어는 전자사전을 찾기도 했고 주위의 동료분들께 번역을 부탁하기도 하면서 대회에 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였다.
남을 알고 나를 안다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보다 많은 연구와 계획으로 대회 조건을 판단할 수 있다면 보다 좋은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 2006년도 가장 중요한 대회를 MMT에 포커스를 맞추고 대회 참가라든지 연습을 하였다.
매 주일 많은 대회가 열린다. 스피드를 향상시키기 위하여 대회 참가만큼 좋은 연습은 없다. 10km, 하프, 풀코스까지는 스피드 위주로 했고 더 긴 거리는 끝까지 페이스를 잃지 않고 유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이번 원정길에 완주는 2차 목표이고 첫 번째 목표는 우승을 정해놓고 머릿속에는 항상 우승을 향한 집념으로 가득채우게 되었다. 때문에 스피드향상은 첫 번째 선결과제였다.
지난해 10월 그리스 스파르타슬론 246km를 다녀온 후 스피드가 줄었다. 당연한 결과이다.
울트라를 뛰고 난 뒤 정상적인 마라톤의 스피드를 되찾으려면 2개월은 노력해야 된다. 살아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몸은 망가지고 후회를 하게 된다. 풀코스를 잘 달리려면 울트라는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된다.
2005년은 그래도 원하던 만큼의 회복을 통하여 더 먼 거리를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자신감을 회복한 한 해 였다. 비 온 뒤의 땅이 더 굳어진다고 했다. 스파르타슬론은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도록 몸을 기억해주기에 충분했다.
새해 들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웠다. 풀코스보다 긴 거리를 어떻게 연습할까? 시기는 어느 달이 좋을지 지금까지 지난 달리기 일지를 뒤적이며 최고의 정점을 찾아보면서 2월 고성 대회로 정했다. 이때까지 장거리 연습을 하지 않아 고성대회는 계획만큼 달려주지 못했지만 끝까지 다리는 살아있는 느낌으로 연습은 만족해 했다. 그 다음은 풀코스 연습으로 들어갔다. 대회를 1주일 간격으로 매주 풀코스 경기에 참여하든지 산악코스를 택하든지 4월 3주까지 강행군을 했다. 도로에서의 기록은 전성기의 실력으로 끌어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회복도 빨리 진행되어 이틀 간격으로 풀코스를 달린 적도 있었고 2시간 40분대로 우승까지하는 일반 달림이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연습도 성공했다.
장거리를 연습할 때면 현지 경기규칙에 맞는 장비를 착용하고 물과 음식물 섭취도 똑같은 리허설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최적의 조건으로 테스트를 하였다. 장거리에서의 먹는 방법은 승패를 좌우한다. 필요 적절한때에 무엇을 먹음으로써 몸은 지치지 않고 안정된 연료를 공급 받으므로 꾸준히 달리게 되는 것 또한 연습을 통하여 몸이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연습시간이 1시간 이상 넘으면 파워에너지젤과 쿠키, 물과 이온음료를 번갈아 마셨고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보다 빨리 소화시켜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것을 우선 순위에 두었다. 그리고 물은 PT병으로 들고 가며 마실 것인지 호스를 사용해 마실 것인지 큰 고민거리가 되었다. PT를 들고 간다면 오래지 않아 팔이 아플 것이고 호스를 사용한다면 배낭을 사용해야하는 번거로움도 있기 때문에 어쨌든 주로의 상황에 맞게 3가지를 모두 적용하는 것으로 연습 또한 충분히 섭렵했다.
그 다음은 산악 코스의 전환이었다. 물론 1주일에 한두 번은 산악적응 훈련을 해왔고 도로와 트랙 산악의 3박자는 조화롭게 맞춰왔지만 MMT의 성격상 몸을 전적으로 산악체질로 전환시켜야했다. 4월 말부터 출국전날까지 도로와 트랙은 달리지 않고 집 근처 개미골 등산로에서 적응훈련에 집중했다. 이 등산로는 산악의 여러 지형에 맞는 코스로 되어있어 어떠한 조건에라도 충분히 감당하기에 훌륭했다.
모든 준비는 그렇게 끝났다 나의 신체적 조건에서 할 수 있는 만반의 훈련은 거의 완벽하게 소화해 내었다고 자부했고 두려움 없이 자신감은 백퍼센트 충전되었다. 승리의 요건 중 하나가 완성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