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19,20일, 여중 2학년생을 인솔해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행선지는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창덕궁-에버랜드-민속촌-백제역사기념관-부소산성-공주 무녕왕릉이다.
아이들의 최대의 관심사는 딱 하나, 용인 에버랜드이다.
중앙박물관도, 창덕궁도, 부여도 가봤다기에 무엇을 보았느냐고 물었더니 “하여튼 봤어요.” 한다.
첫 날은 아침부터 밤까지 쉼 없이 비가 내렸다.
“일기예보도 안 알아보고 수학여행을 왔어요?”
“놀이공원은 한 군데 밖에 없고 모두 문화재만 보는 이딴 수학여행이 어디 있어요?”
“내일은 종일 에버랜드에서 밤까지 놀아요! ”한다.
중앙박물관에 도착하자 입구에서부터 수학여행 온 대형 버스들이 정체되어 줄줄이 서있다.
한참을 기다려서 주차를 하고 아이들에게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본관으로 들여보낸 후, 동료교사 몇 명과 대영박물관에서 건너온 기획전시, 세계문명전 <그리스의 신과 인간>을 관람했다.
완벽하게 아름다운 육체를 눈부신 대리석으로 섬세하게 빚은 놀라운 솜씨에 그저 감탄했다.
다음 행선지인 창덕궁에 들어갔다. 돈화문, 금천교, 인정전, 선정전, 희정당을 지나서 대조전 뒤뜰에서 개인적으로 꼭 찾아보고픈 굴뚝 그림을 드디어 찾았다. 굴뚝 제일 아래쪽에 국화와 괴석 그림이다. 연꽃무늬와 토끼 그림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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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작지만 사방으로 풍만하게 늘어진 주목도 처음 보았다. 올 5월 1일부터 창덕궁 궁궐은 자유 관람이고 후원은 다시 표를 사서 시간대 별로 가이드와 함께하는 관람으로 바뀌었다. 시간이 맞지 않아서 궁궐만 보고 후원 앞에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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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을 출발해서 양평 한화콘도까지 가는데 3시간 남짓 걸렸다.
아이들은 배고픔과 기다림에 지쳐서 “왜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려요? 선생님이 빨리 막 밟아요.”한다.
양평한화콘도는 매머드급 대형 콘도이다. 수학여행단만 남학생, 여학생 합쳐서 엄청나게 많다. 이불도 베게도 식사도 모자라고 조잡했다. 저녁식사 후 장기자랑의 열기는 유명 콘서트처럼 굉장했다. 스스럼없이 연예인처럼 환호하며 춤을 추는 아이들은 우리와는 종이 다른 신인류가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남학생들과 여학생들의 숙소가 같은 층에 있어서 새벽까지 선생님들이 돌아가면서 불침번을 섰다.
이튿날은 다행히 비가 그쳤다.
에버랜드에 도착하자 대형버스가 넓은 주차장에 가득하고 셔틀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학생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사막의 개미 행렬 같다. 아이들에게는 이곳이 수학여행의 백미이자 성스러운 메카인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일제히 한숨을 쉬면서, “이렇게 사람이 많아서 언제 놀이기구를 타보겠어요? 오늘은 종일 여기에서 놀아요.” 결국 일 만원을 주고 자유이용권을 구입한 아이들은 오후 세 시까지 겨우 한 두 개 정도 놀이기구를 타고 지쳐서 버스로 돌아왔다.
그 다음 일정은 민속촌이지만 맥 빠진 맥주처럼 애들이 버스에서 내리려 하지 않았다.
후다닥 민속촌을 둘러보고 예산 로얄모텔에 도착했다.
조그마한 크기에 안도감을 느꼈다. 한 방에 들어가는 인원도 5~6명이다. 방은 작지만 난방을 넣어서 따뜻하고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렸다. 작은 것의 아름다움, 소박한 것의 아름다움을 알겠다. 밥도 집에서 먹는 밥처럼 따스했다.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모처럼 얼굴을 천천히 바라보며 느긋하게 하루를 보냈다.
마지막 날, 백제역사기념관을 둘러보고 부소산성에 도착했다. 부소산성 오르는 산길에도 학생들로 가득했다. 숲의 싱그런 향기가 아니라 사람의 땀 냄새로 가슴이 답답했다.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낙화암, 백화정, 고란사, 사자루를 다녀오니 버스 기사아저씨가 흥분해서 이야기한다.
“몇 애들이 부소산성에 가지도 않고 한 마디 말도 없이 작은 뒤 창문으로 버스에 들어가서 앞쪽 기기를 만졌어요. 노란색의 사이드 브레이크를 만지기라도 하면 이런 경사지에서 차가 뒤로 밀려서 대형사고가 날 수도 있어요, 이건 절도와 같아요.” 한다.
애들에게 왜 그랬느냐고 물었더니,
“날씨가 덥고 피곤해서 그랬어요, 기기는 조금 만졌다가 원래대로 돌려놨어요, 우린 잘못 없어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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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외모에 무척이나 신경을 쓴다. 고데기를 가져와서 긴 머리에 컬을 넣고, 입지 말라는 초미니 반바지를 입고, 얼굴에 뽀얗게 화장을 하고, 입술을 앵두처철 붉게 물들이고, 아이섀도와 속눈썹을 그리는 애들을 말리는 것이 전쟁이 따로 없다. 물건도 수시로 잃어버리고는 찾아달라고 생떼를 쓴다. 아이들의 말투는 몹시도 즉흥적이고 거칠고 목소리는 화통 삶아먹은 것처럼 크다. 여중생들의 고 작고 이뿐 입에서 상스런 욕이 거침없이 튀어나올 때도 있다. 교사들만 보면 요구사항이 많고 불평불만을 하면서 징징거린다고 우리 교사들은 애들을 ‘떼쟁이, 징징이들’라고 한다.
그래도 300여명의 아이들이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다. 아이들도 내심으로 많은 것을 보고 배웠으리라. 끝없이 징징대면서도 “선생님, 이 꽃 이름은 뭐예요? 아, 그렇구나, 선생님 팔짱 끼고 저랑 같이 가요. 선생님은 왜 이리 착해요? 선생님 이것 같이 먹어요. 선생님은 저 마애불보다 더 예뻐요”하면서 정을 내기도 한다.
아이들의 말처럼 중학교 2학년 중딩은 사춘기이고 질풍노도의 시절이고 하고픈 이야기가 많은 때이니 수다스럽다.
이 시기가 지나면 좀 의젓해지리라.
작은 학교, 작은 학급의 꿈을 꾸어본다. 새소리, 바람소리, 개구리소리가 들리고, 들꽃이 만발한 작은 교정에서 아이들과 이마를 맞대면서 웃으면서 배우는 그런 학교 말이다.
배우는 기쁨이 가득해서 학교에 오면 행복해지는 아름다운 학교는 이룰 수 없는 유토피아일까?
첫댓글 별꽃님 서울다녀가셨군요..한바탕 전쟁을 치루셨겠네요..서울에 살아도 아이들 커버리고 나니 고궁갈일이 별로없어 사진으로보게되네요..신인류 아이들 보호하고 다니시느라 얼마나 수고가 많으셨을까싶네요..별꽃님과 같이한 아이들은 세월이 흐른뒤에도 추억에 깊이남는 수학여행이었을겁니다.
중학생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참 힘이 들어요, 수다스럽고 산만하고 까탈스럽지만 그래도 사랑스러워요,
'마애불보다 더 예쁜...' 별꽃 님이 계신 곳은 그 어디나 유토피아입니다.♡
유토피아, 닿을 수 없는 별같은 꿈이지만 그래도 한 걸음씩 내딛어야지요...
고생 많이 하셨네요. 정말 요즘 중학생들을 데리고 여행가는 건 고역일 거라는 생각입니다.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한 건 모두 제 입장만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신인류가 아니라 형편없이 못난 인류인 것 같아요. 그래도 희망을 가지라고 하면 버거운 소리가 되겠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제 보편적인 교육은 끝났다고 생각해요.
저도 정가네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작금의 학교 교육은 교육이라고 할 수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직에 몸을 담는 날까지 최선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들꽃과 나무를 알리는 것이 위로가 됩니다.
사람들은 자기입장에서 사물을 보나봅니다. 우리 딸이 새내기 선생이 되다보니 선생님들의 수고가 더 많이 느껴져요.
아, 따님이 교직에 들어왔군요, 참 힘이 들겁니다. 무엇보다 애들이 순하지 않고요, 무한 경쟁을 강조하는 교육방침이 살벌하기만 합니다.
우리 애도 초등학교 일학년 담임인데 애들 다루기가 정말 힘들다고 하네요. 복도에서 친구끼리 지나치며 몸이 살짝 닿아도 때렸다고 하고 참을성이 없고 자기밖에 모른답니다.그야말로떼쟁에 징징이들인데 학습은 제대로 못 하더라도 배우면 되는데 애들 본연의 순수한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일학년도 그렇게 억셉니까? 그러니 중딩들의 거침은 오래 전부터 익어온 것이네요, 어쩌면 좋아요? 행복은 고요함과 부드러움 속에서 솟아날 것인데...
아이고. 아이새도, 속눈썹! 그거 하려면 몇시간 걸릴텐데. 수학여행때, 놀 시간만 그러는 거겠지요?
모든 학생이 다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교칙의 테두리를 벗어나려는 애들이 있어요, 주로 하교할 때, 교외에서 그리하지요. 희야님 건강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우리때도 서울로 수학여행 왔었는데 여전히 그렇군요. 재잘대는 아이들 통솔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겠지만 아이들은 또 그 추억을 평생 기억하게 되지요. 함께했던 선생님과의 추억도 영원히~~요.*^^*
아직도 학교는 군대식입니다. 애들은 그런 것을 못견뎌하고요, 모든 것이 우리 어른들의 무한책임이지요. 어떻게 해야할 지 스스로 길을 잃고 암담합니다.
벌써 중학생들도 화장을 하군요. 참 고생하셨겠어요. 저도 어릴적엔 수학여행에 놀이동산이 끼면 참 좋았는데 지금은 놀이공원말고 문화재에 눈이 들어오네요
애들은 자극적이고 영상이 좋은 것에 한눈을 팔지요, 지루하고 조용한 것을 못견뎌합니다. 독서도 될 리가 없어요, 공부하느라 책은 못 읽는 현실입니다.
그 많은 참새들이 한꺼번네 소리를 내어 짹짹거리면 별꽃님 귀가 멍멍하고 가슴이 먹먹하실 것 같아요. 여기에 있는 내 귀가 다 멍멍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도 마애불보다 더 이쁘다는 한마디에 웃음을 지으실 쌤~
아름다운 유토피아를 꿈꾸시는 쌤의 꿈에 박수를 보냅니다^^
맞아요, 참새들처럼 하이 소프라노로 지저귀면 귀가 멍합니다. 누군가 그랬어요, 여중생들은 모두 말을 하늗데 아무도 듣는 사람은 없다고...
새소리, 바람소리, 개구리소리가 들리고, 들꽃이 만발한 작은 교정.... 느낌만으로도 입가에 씨익 미소가 번지는 듯 합니다
학교에 오면 행복해지는 아름다운 작은학교의 꿈 꼭 이루시길 기원할께요 *^^*
작은 것이 아름답다! 전 교육의 최대 현안은 학급인원을 팍 줄이고, 학습량을 팍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학교를 최대한으로 쾌적한 공간으로 리모델링하고요^^
서울로 수학여행을 다녀 가셨군요. 잠시 머리가 아프지는 않으셨는지? 고생하셨겠어요. 시골에서 중학교를 다닌 저도 수학여행을 서울로 왔었지요. 다른건 하나도 기억 안나고 잠자던 여관집 밥이 정말 맛없었다는것만 기억나네요. 덕분에 오늘 저녁은 기억 저 편 어딘가에 쑤셔박혀 있는 수학여행을 한번 찾아 꺼내봐야겠어요. 아, 참...'나무꾼'님도 서울로 수학여행을 간다고 사진방에 언급하셨던데... 잘 다녀 오셨는지?..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철부지같은 행동도, 어리광도, 떼를 쓰는 행동도 돌아보니 사랑스럽네요,
'선생님 팔짱끼고 저랑 같이 가요.선생님은 왜 이리 착해요.선생님 이것 같이 먹어요.' 학생은 선생님이 무척 많이 좋았나봅니다
아까시꽃이 어느덧 누렇게 바래서 빗물에 떨어지는 오후입니다. 이 고요한 정적과 빗소리가 좋아요, 힘을 얻어서 더욱 더 아이들을 잘 가르쳐야 겠지요. 행복하세요^^*
수학여행 다녀 오셨군요, 많이 힘드셨지요? 그래도 아이들의 순수한 사랑에 행복도 하셨을 것 같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아이들을 보면 그래도 순수하고 정이 있다는 것을 알아요, 무한경쟁의 질주하는 세상에서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오손도손 사랑과 희망을 키우며 자라야겠지요.
학교가 배우는 기쁨이 가득해서 학교에 오면 행복해지는 아름다운 학교는 이룰 수 없는 유토피아일까? ....적어도 옛날에는 중학교때까지는 그랫는데...슬픈 현실이지요 .
요즘 학교는 무한경쟁의 시장터입니다. 혹자는 교육이 아니라 사육이라고 하고, 또 혹자는 미친교육이라고 합니다. 날로 폭주하는 수업 외의 업무량, 지식위주의 특기적성까지, 학교에 가면 숨이 가뿝니다.
저도 지난주에 수학여행 다녀왔어요. 이런 저런 유물유적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아이들 선생님들 사이에서 신나게 놀고 왔어요. 찍은 사진은 몽땅 'Human'입니다. ㅋ
나무꾼님 학교 수학여행은 보람있었나요? 정말이지 깡촌에 들어가서 순박하고 고요한 아이들을 만나서 들꽃처럼 살아보고 싶어요.
제가 근무하는 곳이 의성 춘산중학교인데요, 전교생이 15명입니다. 순박하고 사랑넘치는 그런 공동체에요. 혹 형편되시면 이리로 오세요. ㅎ
전생과 현생에 어떤 복을 지었기에 그런 곳에서 근무합니까? 전 한번도 그런 곳에서 근무해본 적이 없어요, 이렇게 교직을 마친다고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징징이들과 함께 하느라 애쓰셨습니다.
저는 벳남서 징징이들과 지내고 있습니다. (벳남 말이 짧은 말인것 같은데
무척이나 길어서, 가끔은 짜증이 나고 지루해요)
벳남이라면 베트남인가요? 전 요즘 애들을 보면 기가 질릴 때가 많아요, 아침부터 고성을 내는 아이들을 보면서 제가 풀이 죽습니다. 그래도 수업을 할 때는 조금 조용해지니 그나마 다행이지요.
조잘대고 징징대는 아이들과......정말 고생이 보입니다.....저는 여고수학여행때 설악산에서 우리방 몇명이 좀 잘나가는 아이가 있었지요....여관 종업원한테 축음기?라고 해야되나? 그걸 빌려서 그 종업원과 같이 춤을 신나게 추고.....담날 완전 소문났어요. 못나가는 나까지 잘나가는 아이로....ㅎㅎㅎ
잊지못할 추억을 만들었어요, 사실 범생이란 말을 주욱 들은 전 그게 나중에는 스트레스였어요, 삐딱하게 살아보고 싶은 소망이 생기대요, 그래서 웬만하면 농땡이들에도 너그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