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무한탐욕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주 금요일 퇴근후 그 유명한 이마트 피자 맛도 보고 장도 볼겸 이마트에 갔습니다. 피자코너에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줄 서는 사람이 없고 한산 했습니다..피자 한판 달라고 했더니 직원이 웃으면서 하는 말이 "오전 한 시간만에 하루치 분량이 다 팔리니 아침일찍 오셔야 합니다."...오기가 생겨서 다음날 토요일 아침 9시 40분에 이마트에 갔습니다..빨리 왔다고 생각 했는데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서 있더군요...10시 땡하자 줄 섰던 사람들이 100미터 달리기를 하듯 피자 코너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여기 저기서 세치기 하지 말라고 고함을 지르고 밀고 땡기고 난리도 아니였습니다..
개인당 피자 두 판을 시킬 수 있는데 순식간에 그날치 피자가 다 팔리더군요..그나마 빨리 간탓에 한 시간정도 기다려서 11,500원짜리 피자를 사서 집에 가서 온가족이 피자 한판으로 배불리 먹었습니다...피자 크기도 어마어마 하고, 맛도 기가 막히게 맛있었습니다... 가격과 맛과 양이 다른 피자와 경쟁 자체가 되지 않을 듯 했습니다..이제는 롯데마트에서도 치킨을 판다고 합니다..
아직 안 사먹어 봤지만 안 봐도 비디오 입니다.. 맛과 양과 가격에서 다른 치킨과 비교자체가 안 되겠죠...이들 대형 마트가 노리는 것은 꽁먹고 알 먹고 겠죠...
피자와 치킨을 팔아서도 이익을 보겠지만 피자 치킨 사러 왔다 마트 온김에 이것 저것 사면서 매출이 많이 오를테죠...대기업이 기업형 슈퍼마켓으로 동네 슈퍼마켓의 파이를 침범하고 있고, 대형마트들이 피자, 치킨을 미끼로 점점 더 재래시장으로 갈 고객을 대형마트로 끌어 모으고 있습니다....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로운 경쟁은 보장 되어야 하고, 영세 자영업자들도 불평 불만만 할게 아니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지금 일어 나고 있는 일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 하고, SSM 관련법도 지지부진 시간 끌다 마지 못해 떠밀리듯 통과 시켰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 법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도 의문이구요...대기업의 무한탐욕에 의해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공포는 생각보다 클 것입니다..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에서 뒷쳐지는 선수들이 퇴출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합니다..또한 시장에 맞기면.. 시장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준다고 주장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기본 이론입니다....결국 시장에 맡기고 왠만하면 정부는 손대지 말라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실력이 있다는 경제 학자나, 경제 관료들은 80대 , 90년대 유학파 출신들이 많을 것입니다..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칠때 아담스미스의 부활을 외치며 시장이 결국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거이라고 배우고 세뇌가 되다시피한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요즘 경제를 배웠다는 사람들은 말끝마다 시장, 시장 , 시장 입니다.. 시장에 맡기는 것이 결국 가장 효율적이라고
노래를 부릅니다...공기업의 민영화 문제도 그렇고, 지금과 같이 대기업들이 무차별적으로 자영업자들의 파이를 뺏으려 하는 것에 대해서도 시장의 원리를 내세웁니다...
물론,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인간이 시장을 통해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한다는 아담스미스의 이론은 훌륭합니다..그러나 아담스미스가 무조건 시장에 맡기라고 했다고 생각한다면 경제학을 잘못배운 것입니다.무조건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뒷짐지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무조건 시장에 맡겼을 때 어떤 일이 일어 났는지 역사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시장이 해결해 주지 못하는 것이 분명 있습니다.독과점이 발생하고, 공공재를 생산하지 못하고, 외부효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나타나고 최종적으로 빈부격차가 심해져서 공멸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무조건적인 시장에 대한 믿음은 공항 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대기업이 슈퍼마켓을 하든 말든, 피자와 치킨을 팔든
말든 뭔 상관이냐고 말하기도 합니다..싸고 맛있고 저렴하게 소비자에게 공급하겠다는데 뭐가 문제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긴 합니다.그러나 부작용이 많습니다.벌써 외부효과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마트는 피자를 팔았을 뿐인데 동네 피자가게가 피해를 입습니다.대기업의 기업형 슈퍼마켓이 들어서면 동네 슈퍼가 망합니다.한마디로 지금 자영업자와 대업과의 경쟁은 게임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바로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 때문입니다..대규모 생산으로 평균생산비를 절감하면 가격이 싸집니다.. 지금 이마트가 피자를 싸게 팔고, 롯데마트가 치킨까지 싸게 팔면 홈플러스나, 홈에버도 뭔가를 들고 나오지 않을까요... 대기업이 이런식으로 "규모의 경제"로 치고 들어오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자영업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결국 "독점자본주의"로 흘러갑니다..동네슈퍼까지 대기업이 장악하고, 재래시장 할머니 밥줄까지 끊어 놓으면 결국 몇몇 대기업에 의한 독점이 발생하게 됩니다..공급만 늘어나고, 소비가 위축됩니다...우리나라는 전체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율은 25% 정도로 세계 최고 입니다..
주요 선진국들이 15%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거의 두배에 육박합니다... 마땅히 일거리가 없어서 내 몰리듯 자영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지금과 같이 대기업이 자영업자들 입에 풀칠할 빵마져 뺏어 먹고 있는 상황은 우려 스럽습니다....독점자본주의로 변모할 때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1860년대, 1870년대 서구사회가 독점자본주의로 변모하자 공급이 늘어 나는데 수요가 따라오지 못했습니다..결국 물건을 팔아먹을 시장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세계는 자연스럽게 식민지가 필요했고, 식민지 쟁탈전인 제국주의의 시대로 바뀌었습니다..
식민지를 개척해서 싼 가격에 원료를 공급 받고 물건을 팔아 먹으면서 독점자본주의 시대는 잘 굴러 갔습니다..그러나 식민지가 없었던 미국은 결국 공황을 맞이 하게 됩니다.공장마다 물건은 넘쳐나는데 노동자들은 물건을 살 돈이 없어 긴 줄을 서서 배급을 타는 "풍요속의 빈곤"이 찾아 왔습니다.우리나라는 수출에 비해 내수시장의 비중이 지나칠 정도로 작습니다.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시장에서 무한 경쟁을 통해 알아서들 살아남으로만 말하는 것은 분명 지나친 면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인구중 4분의 1이 자영업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이들이 갈수록 살기 빡빡해지고 먹고 살기 힘들면 우리나라 내수시장은 점점 더 위축되어 갑니다.소비가 위축되고, 유효수요가 발생하지 않으면 경제는 갈수록 탄력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대기업이 피자를 팔든, 치킨을 팔든, 동네에 슈퍼를 하든 말든 자유 시장경제체제에서 그 행위 자체가 비난받을 일이 아닐 것 입니다..대기업은 자기들 나름대로 합리적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데 뭔 소리냐고 목소리를 높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구성의 모순(The fallacy of composition )"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개별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전체적인 구조로 보면 모순이 생긴다는 것입니다..지금과 같이 대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믿고 무차별적으로 자영업자의 영역을 치고 들어 오는 경제적 행위..그 자체로는 문제가 아닐지 모르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시장에 대해 정부가 왠만하면 참여 하지 않는 것이 맞을 수도 있지만 자원배분을 무조건 시장에 맡기고 나 몰라라 뒷짐만 지고 있는 것도 안 된다 생각합니다. 시장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정부가 나서서 어느정도 컨트롤 할 건 해줘야 할 것 입니다..
대기업들에게 융단폭격식으로 얻어 맞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너네 스스로 알아서들 경쟁력을 키우라며 매몰찬 말만 할게 아니라 , 격투기 시합할 때 체급이 맞지 않는 선수가 약한 선수를 지나치게 힘으로만 까댈 때 선수보호 차원으로 적절하게 컨트롤 할건 하고 , 훈계를 하고 훈계로도 안 되면 규율을 만들어서라도 판이 깨지지 않게 정부가 좀더 신경을 쓰고 잘 해주길 바랍니다..
롯데마트 '통큰치킨' 사태, 이대로 끝낼 것인가
롯데마트 통큰치킨 사태는 한참 전에 마련했어야 할 정부 정치권의 정책적 불비(不備)가 왜 서민들의 삶을 고달프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느껴집니다. 이번 통큰치킨 사태는 동네치킨자영업자 대 재벌유통업체의 대립구도로 언론에서 많이 소개됐습니다. 물론 언론 시각에 서로 한쪽을 더 두둔하는 차이가 있기는 했습니다만. 하지만 이번 사안을 단순히 그런 정도로만 이해할 수 있을까요?여론 흐름을 보면 동네치킨 자영업자들의 상권을 일정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에 많은 분들이 상당히 공감하는 듯 합니다. 하지만 치킨을 저렴하게 먹고 싶어하는 소비자로서 일반 가계의 욕구도 상당히 강하게 느껴집니다.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촉발시켰다는 상당히 의미 있는 사건으로 봅니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고용이 불안해지고 명퇴자들이 늘면서 음식료, 숙박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이 매우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지금은 한 풀 꺾였지만 말입니다. 그만큼 안정적인 일자리가 줄어들고 고용이 불안해져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세태를 반영하는 흐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명퇴금을 들고 절박한 심정으로 차린 치킨집이 유통대기업 때문에 문 닫게 된다면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겠죠. 그런 의미에서 일단 롯데마트가 통큰치킨 판매를 중단한 것은 여론의 힘에 밀려서든 어쨌든 당장에는 필요한 조치로 보입니다.
하지만 생활인으로서, 소비자로서 우리의 욕구는 어떤가요? 당연히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이고, 같은 다홍치마이면 싼 게 좋은 것은 인지상정 아닐까요? 특히 한국 경제는 긴 흐름에서 보면 소비자인 일반 가계들을 희생하며 성장하는 구조입니다. 지속적인 고환율로 가계의 대외 구매력을 줄이고, 상대적 고물가에 시달리게 합니다. 400원대, 600원대, 800원대이던 환율이 이제는 1200원대까지 치솟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일반 가계들은 고물가 부담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수출 대기업들을 지원해주는 꼴입니다.
한국 경제는 큰 틀에서 이 같은 흐름을 수십 년 동안 지속해왔고, 현 정부는 매우 노골적으로 고환율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이러고도 ‘친서민 정책’이라니 눈 가리고 아웅하는 주장이죠.또 정부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재벌대기업들의 독과점과 담합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공공건설사업에서는 재벌건설업체간 담합으로 예산을 낭비하고, 민간 주택부문에서는 분양가 담합으로 고분양가 거품을 일반 가계에 뒤집어씌우고 있습니다.
기업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저렴한 가격 형태로 소비자 잉여로 돌아올 것을 대기업들의 초과 이윤 형태로 가져갑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물가, 특히 대기업이 생산하는 물건 값은 국내 경제수준 및 가계의 소득수준 대비 매우 높습니다. 반면 사람 값은 실업난과 비정규직 양산 형태로 똥값을 만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나라를 일반 가계들이 가능하면 저렴하게 재화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생활인 국가’로 만드는 것이 향후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히 인위적 고환율 정책을 중단하고, 재벌 대기업들의 독과점적 횡포를 엄단하는 것이 핵심 과제입니다.
제가 예전의 ‘약자에게만 한 없이 가혹한 경쟁의 이중구조’라는 글에서 밝힌 바 있듯이 약자에게는 생사를 건 가혹한 경쟁을 하도록 하고 경제적 강자들의 담합과 반칙은 방조하고 각종 특혜를 안겨줘서는 ‘공정사회’는 애초부터 불가능합니다. 불공정의 근원적 구조를 그대로 두고 어떻게 공정사회를 실현한다는 말입니까? 이런 구조는 그대로 두고 일반 서민들의 불만이 비등할 때만 잠시 이런 대기업들의 횡포를 두들기는 식으로는 절대 일반 가계의 삶이 구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렵습니다. 이번에 청와대
한편 이번에 롯데마트에서 ‘물가 인하 노력’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정말 물가 인하 노력이라면 치킨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마진을 줄여서라도 전 품목의 가격을 다 인하해야지, 왜 치킨 값만 인하할까요? 결국 그들이 노린 것은 치킨을 미끼상품으로 해서 매출을 늘리려는 마케팅 전략에 불과합니다. 롯데마트뿐만 아니라 할인유통업계를 과점하고 있는 소수 대기업들은 가격 경쟁을 하기보다는 ‘미끼상품’ 마케팅 경쟁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점에서 일부에서 ‘약탈적 가격(predatory pricing)’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저는 의문이 듭니다. 약탈적 가격은 일반적으로 자금력이 있는 거대 시장사업자가 원가 이하의 낮은 가격을 책정해 경쟁자들을 몰아내거나 가격을 통한 진입장벽을 만든 이후 독과점적 초과 이윤을 누리기 위한 가격 책정 행태를 말합니다. 하지만 이번 롯데마트의 치킨 값 인하는 미끼상품을 통해 매출 늘리려는 마케팅 전략으로서 성격이 훨씬 더 강해 보입니다. 실제로 롯데마트가 지금 치킨 좀 싸게 팔았다가 나중에 치킨 값 좀 더 올릴 수 있다고 해서 얼마나 득을 보겠습니까.
오히려 할 수만 있다면 치킨 값은 계속 싸게 유지해 그것을 미끼로 해서 모여드는 고객들로부터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것을 염두에 둘 것입니다. 물론 같은 그룹 계열사인 롯데리아가 일부 경쟁품목(치킨버거)을 팔긴 하지만 롯데리아를 위한 판 깔기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런면에서 치킨프랜차이즈 업계의 독과점 구조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보입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모두 200여 개가 넘는 치킨 프랜차이즈사업자 중 또래오래, BBQ, 교촌, 굽네치킨, 오븐에 빠진 닭 등 상위 5개 사업자는 지난해 말 56.88%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겉보기에 업체 수가 많지만 사실 상위 몇 개사가 담합하면 시장지배사업자 그룹으로서 얼마든지 시장가격을 조절할 수 있는 현실입니다. 실제로 이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치킨 가격은 거의 대동소이합니다. 가격 담합 의혹이 매우 짙습니다. 사실 이런 식의 가격 담합 의혹은 국내 대부분 업계에서 비일비재합니다. 부랴부랴 공정위가 담합 혐의 조사에 나섰지만, 그 동안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것인지 의문입니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자신들의 판매가격이 결코 과도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저는 믿지 않습니다. 닭 한 마리 가격이 3000원에 불과한데 최종 치킨 판매가가 1만6000원~1만8000원에 이른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솔직히 치킨 원가에 관한 한 롯데마트 측이 발표한 내용이 더 사실에 부합한다고 믿습니다. 제가 일산에 살 때 저희 아파트 바로 앞에 프라이드 치킨을 6000원에 파는 치킨집이 문을 열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재료가 불량이 아닌지, 그래서 맛이 없지는 않은지 그리고 장사 초기라 처음에만 밑지고 파는 게 아닌지 의심했으나 그게 아니었습니다. 맛도 일반 프라이드 치킨이랑 별반 다르지 않았고, 그 치킨집 주인에게 물어본 결과(직업병의 발로입니다^^) 밑지지 않고 팔 수 있는 가격임을 알게 됐습니다.
물론 박리다매 전략이긴 하지만 일반 비브랜드 서민 치킨가게도 낮출 수 있는 치킨 가격을 대량 구매를 하고 가격 협상력을 지닌 거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못 낮출 리 없습니다. 정말 그들 주장대로 3000원인 닭 한 마리가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정말 5~6배나 비싸질 수밖에 없다면, 이들 업계의 원가 관리 구조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입니다. 정상적인 시장경쟁 상태에서 그런 업체들은 사실 시장에서 퇴출되는 게 정상입니다. 저는 분명히 이들 업계가 치열한 가격 경쟁을 피하고 가격을 명시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담합하고 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들 치킨업계가 이번 사태에서 개별 프랜차이즈 점주들을 앞에 내세워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킨 행태는 매우 파렴치해 보입니다. 사실 롯데마트에 앞서 진짜 동네 치킨가게들을 전멸시킨 것은 바로 이들 프랜차이즈 업계입니다. 자신들이 저질렀던 횡포에 대한 반성과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한 제대로 된 해명도 없이 롯데마트에 대한 대중들의 비판 여론에 편승하는 모습은 꼴불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치킨업계만 이런 것이 아닙니다. 국내에서는 가장 값비싼 주택부터 자동차와 기름값, 휴대폰, TV, 통신 등 우리가 생활 과정에서 소비하는 많은 제품과 서비스들이 이런 식의 담합구조에 의해 일반 소비자가 비싼 가격으로 덤터기 쓰고 있는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를 해소하는 게 향후 매우 핵심적인 과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과점과 담합 구조를 깨고 이들 경제적 강자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는 당연히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계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등이 진정한 경쟁에 뛰어들도록 해야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문제는 남습니다. 치킨 판매 등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점포주들을 비롯해서 이른바 ‘동네 상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무한정 이들 동네 점주들을 보호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부 분들은 그러실 수 있겠지만, 그 분들의 생계를 위해서 일부러 상대적으로 더 비싼 가격에 지속적으로 물건을 사실 분들은 드물 겁니다. 결국 생활인으로서 우리는 저렴한 가격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적절한 수준에서 동네 상권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모색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공간적으로, 상품 품목별로 어느 정도 수준에서 일반 주거단지 주변의 상권을 보호할 것인지, 또 어떤 방식으로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모아가야 합니다. 예를 들면, 주택가 반경 500m 안은 안 된다든지, 또 품목별로는 치킨과 피자, 과일류 등은 안 된다든지, 또 방법상으로는 입점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것인지 입점하더라도 해당 품목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담 느낄만한 정도의 세금을 부과한다든지 하는 적절한 방법론을 찾아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함께 여론의 주목을 받았던 이마트 피자와 여론에서는 거의 주목 받지 못했지만 비슷한 행태라고 볼 수 있는 코스코에서 판매하는 피자/츄러스/핫도그 등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마트 피자에 대해서도 상당한 여론의 반발이 있었지만 롯데마트 치킨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이는 여러 차이점이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피자가 치킨만큼 생계형 자영업 품목이 아니라는 대중의 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피자헛이나 도미노피자 등은 대체로 매장도 넓고 시설투자도 해야 해서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들보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큰 업주들이 주로 운영합니다.
또한 치킨과 달리 비브랜드 피자를 만들어 파는 동네 가게들도 상당히 드뭅니다. 대중들이 콕 집어서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정서적으로 이미 치킨과 피자 사이에 일정한 차이점을 구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이마트 피자의 경우에는 생계 자영업주 보호 측면보다는 피자 가격 인하 효과를 통한 소비자 혜택의 효과가 더 큰 경우로 보고 있습니다. 이 경우 치킨보다 이마트 피자의 경우 좀 더 느슨하게 규제를 적용할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코스코에서 판매하는 피자/츄러스/치킨덕/핫도그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오래 전부터 코스코에서 이들 품목을 팔고 있는데 대해서는 여론이 반발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매장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눈에 덜 띈 측면도 있겠지만, 이들 판매 품목이 상대적으로 우리의 전통 동네상권 품목이 아닌 연유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국내에서 어차피 많이 팔지 않던 품목들이 함께 미국 쇼핑물의 문화와 함께 들어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측면이 커 보입니다.
따라서 이 같은 차이점들을 고려해서 면밀히 조사해보면 사회적 공감대를 반영하는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작업은 정부와 정치권이 주도적으로 해야 합니다. 최근 들어 SSM과 이마트피자를 비롯해서 통큰치킨까지 이런 문제들이 계속 불거지고 있지만, 사실 이런 식으로 동네
그런 비난은 일반 시민들에게 맡겨두고 정부와 정치권은 그런 민심을 수렴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적절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그들의 본분입니다.그리고 좀 더 폭넓게는 도시 계획상의 구조 문제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국내에는 대형 쇼핑몰이 바로 주택가까지 파고들고 있습니다. 생활 편의를 위해 근린상가가 들어서는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대형 쇼핑몰, 특히 대형마트가 주택가 바로 인근까지 들어서는 것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고민의 과정이 거의 없이 주민들은 대형 쇼핑몰이나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집값이 뛴다는 이유로, 또 대기업들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대형마트 사업들의 매출을 늘리는 수단으로 SSM까지 만들어가며 점점 더 주택가를 파고 들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당연히 대형마트와 재래시장/동네상권이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시계획을 할 때부터 상권 충돌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방기해온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SSM에 이어 이마트피자, 롯데마트 치킨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들이 주택가와 동네상권에서 일정하게 떨어져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대형마트들은 대부분 도시 외곽에 자리잡고 있어 국내와 같은 갈등이 심각하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업체들 입장에서는 대량의 물품을 쌓아놓는 공간이 필요한 한편 쇼핑몰 건립비 및 창고비용 등을 줄여야 하니 자연스레 도시 외곽에 쇼핑몰을 만들게 됩니다. 더구나 자동차 문화가 발달해 있어 주민들도 외곽의 쇼핑몰에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 수고를 충분히 보상해줄 만큼 매우 가격이 저렴하기에 미국 소비자들은 외곽 쇼핑몰에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사실 한국의 대형마트들이 저렴한 가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민망할 정도입니다. 물론 땅이 넓고 중산층이 교외에 살며 자동차 문화도 발달해 있어 자연스레 그렇게 형성된 측면이 있기에, 한국도 당연히 그렇게 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이동 거리가 멀다 보니 사실 에너지 소모가 많다는 점에서 꼭 바람직한 것만도 아닙니다.
다만 도시 외곽에 대형마트들이 자리잡고 있다 보니 적어도 한국과 같은 상권 충돌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습니다. 앞서 언급한 코스코의 간식 판매 경우도 쇼핑고객들이 쇼핑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업체측이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한국처럼 그걸 두고 동네상권을 잠식한다고 비난할 소지가 처음부터 거의 없는 거지요. 주변에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등이 좀 있기는 하지만, 그들 업체들은 오히려 쇼핑객들 때문에 먹고 사는 셈이니 불만이 있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주택가에 매우 인접한 곳에까지 대형쇼핑시설과 마트가 들어선 한국의 경우 상권충돌이 매우 격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방치하면 결국 대형마트들 때문에 동네상권이 모두 고사되는 사태로 치달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하루빨리 적절한 도시계획상의 규제선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미 정부와 정치권이 손 놓고 있는 사이 이미 대기업 유통업체들의 동네상권 잠식이 너무 심각해져 버렸습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사실 이외에도 따질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일례로, 더 넓게는 불안정한 고용 구조와 자영업 양산 구조 등에 대해서도 살펴보면 좋겠지만 그러면 너무 논점이 커져 버리겠지요. 어쨌든 이번 사태가 롯데마트 대 동네 치킨업주들 간의 대립구조로 이해하는 선에서 일회성 문제로 그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생활인으로서 대다수 일반 가계의 물가 부담을 줄이는 구조를 만들면서도 이미 과점적 대기업 유통체인에 궤멸당하고 있는 동네상권을 보호하는 적절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가사도우미의 쓰디쓴 노동
세탁실-거실-부엌-서재-안방-옷방-거실-세탁실-화장실-부엌-재활용·쓰레기수거장. 최명선(49·가명)씨의 하루는 세탁실에서 시작해 쓰레기 수거장에서 끝난다. 아파트가 작업장이고, 앞치마가 작업복인 그의 직업은 가사도우미다. 오전 9시. 최씨는 매주 화요일에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한 아파트로 출근한다. 맞벌이를 하는 부부가 출근하고 난 빈집에 들어온 최씨는 앞치마를 두르고 서둘러 부엌 옆에 딸린 세탁실로 들어가 소매를 걷어올린다.
세탁실에 앉아 바구니에 담긴 옷가지를 물에 담가 불려놓고 애벌빨래를 한다. 옷가지를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나머지는 손빨래로 세탁한다. 그다음 거실과 부엌 등에 어질러진 물건 등을 눈에 띄는 대로 정리해놓고 부엌으로 향한다. 설거지대에 서서 수세미를 들고 그릇·컵·냄비 등을 싹 닦아 찬장에 가지런히 올려놓는다. 그다음에는 쓰레기를 분류한다. 재활용할 것과 버릴 것, 음식물로 처리할 것을 나눈다. 손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쉴 곳도 없는 점심시간
“빨래와 설거지, 쓰레기 분류까지 마치면 오전이 금세 지나가요. 이 집은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는데, 부부 둘만 사는 집이라 양이 많지는 않지만 그동안 밀린 설거지나 빨래를 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려요. 집에서도 집안일을 하지만 여기는 직장이잖아요. 빨래나 설거지도 집에서 하는 것과는 다르죠. 더 신경 써서 해야 하고 더 깨끗하게 해야 하니까요. 이 집 ‘새댁’은 꼭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으면 메모를 해놓아요. 메모에 따라 필요한 일을 추가로 해요.” 낮 12시. 12시부터 1시간은 점심을 먹고 쉬는 시간이다.
일하는 집에 반찬 등이 있으면 집에서 점심을 먹지만 그렇지 않으면 간단히 라면을 끓여먹거나 나가서 사먹는다. 이 집처럼 빈집에서 일할 때는 식사나 휴식이 비교적 자유롭지만 낮에도 사람들이 있는 집에서는 그마저 쉽지 않다. 최씨는 “일을 하러 온 건데, 그 집 식구들이 먹고 남은 국을 먹으라고 하거나 자기들이 먹지 않는 음식을 들이미는 경우도 있다”며 “그럴 때는 보통 초반에는 말을 못하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넌지시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한다”고 설명한다.
또 ‘쉬는 게 쉬는 게 아니’다. 쉴 공간이 없다. 빈방에 혼자 들어가 있는 것도, 사람들이 거실에 앉아 있는데 거실과 트인 부엌 식탁에 잠시 앉아 있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오후 1시. 최씨는 다용도실에서 청소기를 꺼낸다. ‘윙~’ 청소기 소리가 요란하다. 청소기는 서재와 안방, 옷방, 거실 순서로 돌아다니며 먼지를 빨아들인다. 청소기를 다 돌리고 나면 빨래건조대에 널어놓은 걸레를 걷는다. 마른걸레를 들고 서재로 들어가 책장과 책상에 앉은 먼지를 떨어낸다. 거실에 있는 TV와 노트북, 오디오 위에도 마른걸레가 지나간다. 마른걸레 다음은 물걸레 차례다. 물걸레 여섯 개가 들어 있는 빨간색 고무대야를 들고 거실로 나온다.
최씨는 양손에 물걸레 하나씩을 들고 두 손으로 걸레질을 시작한다. 그렇게 2시간 동안 30평이 넘는 아파트 바닥을 모두 닦는다. 일반적으로 가사도우미들은 대걸레 등을 이용해 바닥을 닦거나 일부만 걸레로 닦는다. ‘바닥을 모두 걸레질해달라’는 요구는 무리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최씨는 왜 힘들여 걸레로 바닥을 닦을까. “아유, 힘들죠. 어깨가 아파요. 오십견이 왔는데 일을 시작하고 나서 온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걸레질을 해야 깔끔하게 청소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사도우미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고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 건데, 이렇게 하면 마음이 편해요.”
가사도우미는 50대 초·중반이 가장 많다. 최씨는 젊은 축에 속한다. 그래서 걸레질도 다른 가사도우미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다. 그런 최씨에게도 몸이 버텨내기 힘든 일들이 있다. 세탁소에 맡기면 되는 카펫이나 커튼 빨래 같은 묵직한 일이 그렇다. 일거리가 많지 않은 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만들어서 시킨다는 인상을 받을 때나 몸살 기운이 있을 때는 더 그렇다.
감정노동,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든
오후 4시. 최씨는 다리미와 다리미대를 들고 거실로 나온다. 빨래건조대에 걸려 있는 셔츠 등을 다린다. 다림질이 끝나면 화장실 청소에 들어간다. 고무장갑을 끼고 고무대야에 세제와 청소용 솔을 넣어 화장실로 들어간다. 물이 튀지 않게 바지를 걷어올린다. 세제와 락스를 이용해 세면대와 욕조, 변기를 솔로 닦는다. 거울도 빼놓지 않는다. 화장실 청소 역시 걸레질처럼 몸을 굽히고 팔에 힘을 줘서 해야 한다. 화장실 청소까지 마치고 나면 집안일 마무리에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집안을 점검하면서 쓰레기봉지에 쓰레기를 채운다. 그러다 보면 벌써 오후 5시다. 앞치마를 벗어놓고 집에 가는 길에 쓰레기를 버린다.
그렇게 이 집에서의 하루 일과가 끝난다. 맞벌이 부부가 모두 늦게 밖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오는 편이라 이 집에서는 식사 준비를 하지 않지만, 다른 집에서는 식사 준비까지 해야 일이 끝난다. 식사는 보통 밥과 국·찌개 한 종류, 나물 반찬 두 종류, 찜 한 종류로 준비한다. 가사도우미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게 식사 준비다. 집집마다 입맛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문제는 조미료다. 조미료 없이 요리를 하면 아무래도 ‘맛있다’는 인상을 주기 어렵다. 게다가 집안 사람들의 입맛이 서로 다를 경우에는 문제가 커진다.
최씨는 “한 사람은 짠 음식을 좋아하고, 한 사람은 싱거운 음식을 좋아할 때는 두 사람의 눈치를 봐야 한다”며 “만들어놓은 음식이 ‘맛없다’고 할 때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말한다. 최명선씨는 2007년부터 가사도우미로 일해왔다. 아이들이 대학에 다니고 있어 남편 벌이만으로는 가계를 꾸리기가 벅차 “반찬값이라도 벌 생각으로” 가사도우미를 선택했다. 복지관에서 2주 동안 세탁·청소·요리·다림질 등 ‘살림의 기술’과 응대법 등 가사서비스 교육을 받았다. 복지관에 회원으로 가입해 연회비를 내면 가사서비스일을 연결해준다. 처음에는 3개월 동안 산후조리 도우미를 했고, 그다음부터는 가사도우미를 쭉 해오고 있다.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 창전동 아파트에 나가고, 일주일에 세 번 양천구의 한 아파트에 나간다.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종일 근로 수당은 5만원이다. 한 달에 80만원을 번다. 최씨는 이전에 했던 공공근로나 식당일에 비해 가사도우미는 시간을 조금 더 여유 있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지만, 감정노동 부분은 여전히 어렵다고 말한다. 몸보다 마음이 힘들 때가 더 많다. “복지관에서 연결해준 집에 처음 갈 때는 그쪽에서 어떤 걸 원하는지 먼저 파악해요. 그렇게 맞춰가야지 정기적으로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서로 마음을 열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려요. 그렇게 서로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 꾸준히 일을 하게 되죠. 창전동 아파트의 경우 3년째 일을 하고 있어요. 믿음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멀게 느껴질 때도 있죠. 예전에 일했던 집에서는 집에 늘 있던 할머니가 한 번 집을 비울 일이 생겼는데 귀중품이 들어 있는 문을 다 잠가놓았더라고요.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꽤 오래 일했는데 ‘대체 나를 뭘로 생각하나’ 싶었어요.”
4대 보험 적용 안 되는 24만 ‘도우미들’
하루 종일 종종걸음으로 집안을 돌아다니며 부지런히 일해도 퇴근 시간인 오후 5시에서 30분이나 1시간을 넘기는 일이 잦다. 일하는 시간에 따라 요금을 받기 때문에 시간이 돈인데, 초과된 시간에 대한 수당을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가사도우미들은 하루 일당을 그날 일이 끝나면 사용자에게 직접 받는다. 그럴 때 초과된 만큼 5천원이나 1만원을 더 달라고 해야 하는데, 그 말이 선뜻 나오지 않는다. 알아서 챙겨주면 ‘고맙다’. 최씨가 일하는 다른 집에서는 식사 준비로 근무시간을 넘기는 일이 반복되자 1시간 더 일하고 1만원을 더 받기로 합의했다.
‘보험’ 얘기가 나오자 최씨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신원보증에 주민등록등본, 건강진단서까지 내고 복지관에 회원으로 가입해 연회비도 내는데 4대 보험 적용이 안 돼요. 복지관 선생님에게 ‘왜 안 되느냐’고 물어도 ‘머지않아 될 거예요’라는 대답밖에는 들을 수 없어요. 3년 넘게 일했고 앞으로 적어도 5~6년은 더 일할 계획인데 언제까지 보험도 적용되지 않는 상태로 일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가사도우미 시장은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가사도우미 시장 규모는 2007년 5조원을 넘어섰고
매년 약 10%씩 느는 추세다. 통계청은 올해 3분기 맞벌이 가구의 월평균 가사서비스 지출이 2만6684원으로, 지난해 3분기에 비해 24.4%, 2005년 3분기에 비해 188% 늘어났다고 밝혔다. 가사서비스 지출이 대부분 가사도우미 비용임을 감안하면 맞벌이 가구의 가사도우미 비용이 5년 동안 3배 가까이 급증했다는 의미다. 시장은 커졌지만 여전히 불안정하다.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사도우미 종사자 수는 약 10만5천 명이다. 현장에서는 실제 가사도우미 종사자가 15만 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본다.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63만원이고, 평균연령은 52.8살이다.
가사도우미는 주로 비영리 사회단체·기관이나 유료 직업소개소를 통해 일자리를 구한다. 유료 직업소개소를 통해 일하는 가사도우미 중에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이가 다수다. 15만 명이 넘는 가사도우미에게 4대 보험은 ‘그림의 떡’이다. 이는 비단 가사도우미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사·간병·보육도우미 종사자 24만 명이 같은 처지다. 이들이 사회적 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은 이들이 노동자가 아니라 가족의 일부인 ‘가사사용인’이기 때문이다. 1954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은 당시 시대적 상황에 따라 가사에 종사하는 이들을 ‘가사사용인’으로 분류해 법 적용에서 제외했다. 56년이 지난 지금, 이들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은 달라졌고 이들은 ‘돌봄노동자’로 사회적 역할을 해나가고 있지만 이들의 법적 지위만은 여전히 그대로다.
54년에 고착된 법적 지위
문제는 이를 대하는 정부의 이중적 태도다. 정부는 가사·간병·보육도우미 등 사회서비스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을 통해 고용된 4만 명에게는 4대 보험이 적용된다. 사회적·법적 지위 보장이 요원한 이상 이들의 열악한 노동조건 역시 개선의 여지가 없다. 가사도우미들이 휴식 시간·공간 보장이나 정당한 추가 임금 등을 요구하기보다 눈치를 먼저 보고, 일하면서 불필요한 감정노동에 시달리게 되는 데는 여전히 가사도우미를 노동자가 아닌 ‘집안일을 도와주는 파출부’로 보는 인식이 한몫한다.
서울YWCA 관계자는 “사적인 공간인 집에서 만나는데다 사용자와 일대일로 일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인격적으로 모욕을 주는 경우가 종종 접수된다”며 “청소기 등 청소 도구를 쓰지 못하게 하고 모든 일을 맨손으로 하라고 요구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이럴 때는 연결해준 단체가 중재에 나선다. 가사도우미 서비스 사용자들도 할 말이 있다. 광주대 가족복지 전공 김선미 교수는 ‘가사도우미에 의한 가사노동대체, 문화기술적 사례 연구’(2009) 논문을 통해 사용자의 관점에서 가사도우미 고용의 문제를 “가사도우미의 서비스 질에 대한 고용 전 정보 부족,
신분의 불확실성에 의한 불안 (중략) 원하는 기간 동안의 안정적인 고용 보장의 결여, 적절한 보수 수준과 인상 시기의 모호성”이라고 분석했다. 이 논문에서 지적한 문제는 유료 직업소개소를 통해 가사도우미를 중개받았을 때 주로 나타난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지난 11월22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와 함께 발표한 ‘민간 노동력 중개기구의 수수료 및 노동 실태와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유료 직업소개소로 인해 가사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거나 중간에서 중개수수료를 착취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비영리 사회단체·기관은 신원 보장을 최우선으로 하고, 가사도우미의 교육은 적어도 이틀 이상 진행한다.
교육을 통해 고객 응대법,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 직업의식 등을 익히도록 한다. 유료 직업소개소는 이러한 교육이 전무하다. 가사도우미 구직자들로부터 받는 중개수수료 역시 유료 직업소개소는 월 6만5천원으로 사회단체에 비해 2배 이상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안’의 오지
실제 유료 직업소개소에 구직을 문의해봤다. 세 곳 모두 첫 달에는 7만원 이상의 회원비를 요구했다. 업체 홈페이지에는 가사도우미에게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한다고 나와 있지만, 교육은 30분도 걸리지 않는 간단한 안내 정도라고 답했다. 신원 확인 역시 허술했다. “주민등록증만 가지고 회사로 나오시면 바로 가사도우미 나가실 수 있어요.” 세 업체에서 받은 공통 질문도 있다. “한국분이세요?” 한 업체에는 중국 동포라고 소개했다. 대답은 역시 똑같았다. “신분증만 가지고 회사로 나오세요.” 유료 직업소개소의 중개 행태는 서비스 이용자들의 불만과 맞닿는다.
가사도우미의 노동 환경은 ‘우리 곁의 오지’가 아닌 ‘우리 안의 오지’다. 가사도우미가 돌봄노동자라는 제 이름을 찾지 못하고 ‘가사사용인’으로 분류되는 이상 제아무리 고급 아파트라고 해도 별수 없다. 최명선씨가 인터뷰 말미에 가방에서 꺼낸 수첩이 잊혀지지 않는다. 복지관에서 나눠준 가사도우미 수첩 사이사이에는 ‘생선 잘 굽는 법’ ‘세탁 깨끗이 하는 법’ 등이 빼곡히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최씨와 깔끔한 아파트 부엌의 깨끗한 식탁에서 커피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었지만 그곳은 ‘누구네 집 부엌’이 아니라 그의 일터라고, 그 수첩은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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