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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이 지난 이후로 차가운 날씨가 반복되자 이제 겨울을 맞은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오늘은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
절기에 맞춰서 오늘 밤엔 눈이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는데요,
이정석의 노래가 절로 떠올라 몇 구절 흥얼거려 봅니다.
“ 눈사람도 눈덩이도 아스라이 사라진 기억들 ......
너무도 그리워 ~ 너무도 그리워 ....
오, 옛날 옛날 포근한 추억이
고드름 녹이듯 눈시울 적시네 ...
슬퍼하지 말아요, 하얀 첫눈이 온다구요....
삶의 길목에서 서성이는 여러분들도 하얀 첫눈이 싫지만은 않겠지요.
그저께 일요일에는 한북정맥의 울대고개에서 사패산과 도봉산을 넘었습니다.
궂은 날씨 때문에 종주를 늦추다 보니 지루한 한북정맥이 되었는데요,
그래도 이제 종점인 파주 장명산까지 35.9km만 남겨 두게 되었습니다.
이 해의 끝인 다음 달에는 마치게 될 것 같은데요, 그저께 종주 장면을 보여 드립니다.
< 종주코스 - 11km >
* 울대고개(2.5)사패산(3.3)도봉산(2.3)우이암 / 솔고개(비탐구역 5.1)
* 이탈 - 우이암(2,9)우이령유원지 입구
* 예상소요시간 - 7시간(휴식 포함)
사패산과 도봉산 하면 얼른 바위투성이의 수려한 산세를 떠올리게 되지요, 바위산은 조망이 좋은 반면 위험한 곳이기도
합니다. 특히 신선대 북쪽의 Y계곡 암릉 통과는 자칫 실수하면 추락 사고를 당하기 쉬운 곳으로 악명이 높은 곳입니다.
자신이 없으면 안전한 우회로를 선택해야 합니다. 전국의 국립공원에는 다녀도 괜찮은 법정탐방로와 출입금지구역인
비법정탐방로가 있는데요, 북한산국립공원도 마찬가집니다. 특히 이곳은 인구 많은 서울시를 벗하고 있어서 많은 등산
객들의 무분별한 탐방으로 인해 능선 지형과 숲의 생태계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 하여 국립공원 감시요원들의 비탐구역
단속이 철저하다고 소문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이암부터 우이령, 상장봉, 솔고개까지 5.1km의 비탐구역은 한북정맥에서 종주를 제외해야 하는 코스가
됐습니다. 우이령으로 내려가는 등로가 차단되어 있는 우이암에 도착하면 어쩔 수 없이 우이동유원지 입구로 하산하며
종주를 마칠 수밖에 없습니다.
오전6시25분, 울대 고갯마루에서 사패산 들머리를 찾습니다.
어두운데다 들머리가 뚜렷하지 않아서 진행이 여의치 못합니다.
어슴프레 밝아오는 여명에 의지하여 길을 찾아 오릅니다.
오전6시51분, 송전탑이 있는 주능선에 도착하여 능선이 춤을 추는 도봉산 자락을 봅니다.
안골삼거리에 가까워진 능선에서 바라본 서쪽의 사패산입니다.
전체적인 모양이 조개껍데기처럼 생겼다 하여 사패산이라 하였답니다.
한편으론 사패(賜牌)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왕이 공을 세운 왕족이나 신하에게 땅이나 노비를 하사할 때 그 소유권을
인정하는 문서이기도 한데 선조의 6째 딸인 정휘옹주가 유정량(柳廷亮)에게 시집갈 때 선조가 하사한 산이라고 하여 붙은
지명이라고도 합니다.
오전7시20분 안골갈림길 통과합니다.
사패능선으로 올라가는 계단입니다.
사패능선의 첫 조망터.
아래는 안골이고 의정부 시내가 내려다보입니다.
사패산 아래 갓바위를 지나고 있습니다.
사패산 정상으로 오르다 남쪽의 도봉산 능선을 바라봅니다.
춤추는 능선을 넘어가야 하니 흥미진진합니다.
오전7시50분, 사패산 정상이 가까워졌습니다.
오전7시51분, 사패산 도착.
도봉산의 마루금과 북한산 백운대와 인수봉이 비경으로 펼쳐지는 곳이지요.
희뿌옇게 보이는 수락산과 불암산에서 해가 떠올랐습니다.
북쪽의 불곡산에서 울대고개로 넘어온 능선들을 봅니다.
오전8시3분, 원각사 갈림길 통과.
도봉산을 3.1km 남겨둔 지점입니다.
범골갈림길을 지나가니 회룡바위가 가까워졌습니다.
오전8시13분, 회룡바위 도착.
바위 아래 새겨진 희미한 글씨체가 무엇을 뜻하는지 확인해보는 중입니다.
여름철 갑작스런 소나기를 피할 수 있는 곳이군요.
회룡바위에서 산악회 총무를 모델로 삼아 도봉산 비경을 촬영했습니다.
50대 중반인데 백두대간을 완주하고 9정맥, 162지맥을 종주 중인 맹렬주부입니다.
산길에서 만나는 여성 등산객들은 전부가 멋있습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훔치며 힘들다고 살짝 웃는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요.
요즘 얇은 내복 같은 스니커진을 입고 등산을 즐기는 아가씨들이 있어서 감탄하는데요,
빼어난 몸매를 자랑하고 싶은 욕망은 이해하지만 등산복으로는 불합격입니다.
거친 바위나 뾰족한 나뭇가지에 부딪히기라도 하는 날엔 상처와 충격이 큽니다.
오전8시30분, 회룡사거리를 통과합니다.
힘들게 올라가는 코스입니다.
이런 곳을 된비알이라고 하지요.
산악회에 ‘똥벼락’이란 닉네임을 사용하는 산꾼이 있습니다.
전국에서 힘들게 올라가는 산길마다 이 친구의 닉네임인 ‘똥벼락’ 표지가 나무에 붙어있더라고요,
그러다보니 험한 산길을 오를 때마다 일행들이 똥벼락을 만났다고 푸념을 합디다.
오전 9시6분, 도봉산의 주봉인 자운봉과 만장봉, 신선대가 가까워졌습니다.
어떠세요 ?
수락산과 불암산도 가까워졌어요.
도봉산을 배경으로 한 컷 찍는데 갑자기 바람이 세차게 불었습니다.
보고 또 봐도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다르게 경사진 바윗길입니다.
숨차게 올라온 곳입니다.
포대능선을 한창 올라가고 있는데 북쪽 하늘에서 먹구름이 몰려들어 금방이라도 눈을 뿌릴 것 같습니다.
포대능선은 도봉산의 주봉인 자운봉에서 북쪽으로 연결된 능선으로 중간에 대공포 진지가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지명이지요.
드디어 악명이 높은 Y계곡에 다가섭니다.
위험한 곳이니 오르지 말고 오른쪽으로 우회하라는 안내판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면 돌파를 시도합니다.
Y계곡으로 오르면서 올라온 등로를 뒤돌아봅니다.
왼쪽 신선대에 올라가 있는 등산객들이 개미처럼 보이지 않습니까 ?
중간에 희미한 북한산 인수봉과 백운대가 장엄합니다.
추락 위험이란 글귀에 조금은 긴장됩니다.
내려가야 할 절벽으로 다가서면서 올라온 곳을 뒤돌아봅니다.
바위들이 사뭇 위협적입니다.
“겁이 없군, 당장 돌아 가!”
암릉이 Y자 형태로 벌어져 있으니 내려가서 다시 올라가야 합니다.
맞은편 절벽으로 올라가고 있는 노란 등산복의 등산객이 보이시나요?
절벽에 박아둔 앙카의 사이가 넓어서 다리가 짧으면 딛기 어렵겠습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게 경사가 심합니다.
쇠난간이 없으면 도저히 오르내릴 수 없는 Y계곡입니다.
절벽에다 쇠난간을 설치하느라 애를 먹었겠어요.
쇠난간이 있어도 평소 팔힘이 부족한 등산객들은 우회해야 될 곳입니다.
중간 봉우리, 신선대로 올라갑니다.
서울시 도봉구와 경기도 양주시, 의정부시의 경계의 도봉산은 주봉이 739m인 자운봉으로서 태조 이성계가 조선왕조
창업의 길을 닦았다고 하여 도봉(道峯)이라는 설과 큰 바윗길이 산 전체를 이루고 있어 도봉(道峯)이라는 두 가지 설이
전해집니다.
자운봉은 사방이 암벽을 이루고 있어 오를 수가 없고 옆에 있는 신선대가 대신합니다.
바위가 굴러 떨어질듯이 붙어 있어서 밑으로 올라가기에 간담이 서늘합니다.
오전10시25분, 신선대에 올랐습니다.
손돌바람이 어찌나 세차게 부는지 정신을 못 차릴 지경입니다.
이맘때 쯤 부는 이 바람을 손돌바람이라고 하는 내력을 아시는가 모르겠습니다.
전설에 의하면 고려시대 당시 이맘 때 몽고군의 침입을 피해 통진에서 배를 타고 강화도로 피신하던 왕은 뱃사공 손돌이
해협을 바로 건너가지 않고 남쪽의 초지진으로 뱃머리를 돌리자 적과 내통한 걸로 오해를 하여 부하들로 하여금 목을 베게
하였습니다.
그러자 손돌이 자신은 죽더라도 배에 있는 박을 바닷물에 띄워서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면 안전한 곳에 당도할 것이라는
당부를 합니다. 왕은 그 말도 무시한 채 처형해버렸으나 부하들은 손돌의 말을 믿어 박을 띄우고 배를 저어 무사히 강화도
로 피신하게 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왕은 손돌의 충심을 갸륵히 여겨 친히 제사를 지내 주었다고 하는데요, 그러나 억울한
뱃사공 손돌의 혼은 세찬 돌풍으로 변해 늘 이맘 때 쯤이면 휘몰아 친다네요. 그래서 손돌이 죽임을 당한 강화도 해협을 손돌목
이라 부르고 음력 시월 하순에 부는 세찬 바람을 손돌바람이라 한답니다.
신선대에서 우이암으로 내려갑니다.
우이암으로 내려가는 능선도 만만치 않습니다.
오전11시32분, 왼쪽에 우이암과 정면으로 북한산 백운대와 인수봉이 희뿌옇게 드러납니다.
오전11시41분, 오봉삼거리 통과.
오전11시55분, 우이암능선으로 올라가는 암릉입니다.
우이암능선을 올라가던 중 오봉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을 뒤돌아봅니다.
오후12시3분, 우이암이 가까워졌습니다.
우이암(542)은 모습이 소의 귀를 닮았다는 데서 유래하였는데요, 바위의 모습이 부처를 향해 기도하는 관음보살을 닮았다
하여 관음봉(觀音峰), 사모관대를 쓰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사모봉이라고도 합니다.
우이암 통문.
오후12시11분, 촘촘하게 엮인 대나무 울타리가 능선을 차단시킨 곳에 이릅니다.
우이암에서 우이령으로 내려가는 비탈은 이렇게 차단되어 있어서 포기하고 왼쪽의 원통사로 내려갑니다.
이로써 우이암에서 우이령, 상장산, 솔고개 코스 5.1km는 미답지로 남게 됐습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수많은 서울 등산객들의 출입을 단속하려는 산길이다 보니 탐방을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벌금을 낼 각오를 하든지 아니면 짐승 가죽을 덮어쓰고 종주를 하든지 하는 방법밖에 없겠네요.
원통사는 신라 경문왕3년 도선국사가 창건하여 조계종에서 직접 관리하는 유서 깊은 사찰입니다.
원통이란 절대의 진리는 모든 것에 두루 통한다는 뜻으로 관음보살의 덕을 칭송하여 일컫는 말이기도 합니다
터가 좁아 사찰을 크게 건립할 수가 없었지만 도봉산의 최고 길지에 자리 잡아 역대 숱한 선지식과 재현들이 거쳐 간
관음기도 도량입니다.
오후1시32분, 우이동유원지 입구로 하산을 마쳤는데요,
오랜만에 암릉 종주를 실컷 즐긴 날이었습니다.
우이동유원지 입구로 내려가는 골짜기에 이런 허접한 건물들이 있네요.
명색이 국립공원 진입로인데 아쉽습니다.
소설인 오늘 밤에 첫눈이 내릴 거라고 합니다.
시인 김광균은 詩, 설야(雪夜)에서 밤에 내리는 눈은 먼 곳의 여인이 옷 벗는 소리라고 했지요.
오늘 밤엔 어느 먼 곳의 여인이 옷 벗는 소리를 실컷 듣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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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밤에 내리는 눈은
먼곳의 여인이 옷벗는 소리,,,라 !
절묘한 표현에 감동 입니다
그래서 글을 읽고 시를 즐기게 되는 것이죠
진정한 산사나이 십니다
외모 또한 산타기에 좋은 조건을
가지신듯 !
겨울산을 훓는 바람소리 마져
친구하자 할것 같은데요,,,
겨울산을 훓는 바람은 좋은 친구가 못됩니다.^^
요즘 주택은 방음이 잘 돼 있어 눈 내리는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만
옛날의 집에서는 밤중에 눈 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요.
사르락 사르락 하는 소리를 듣고 문을 열면 어느 새 마당에는
하얀 눈이 소복 소복 쌓이고 있었습니다.
그 때가 참 그립네요,
감사합니다.
산 사나이의 기개 !!
맘깊이 응원드립니다 ~~
부디 안산 하세요~
맘 깊은 성원을 어떻게 보답해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찾아 휴휴 님께 계속 전해 드리도록 노력할께요.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부끄럽습니다,
그냥 할 일 없어 떠도는 산객에 불과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찾아서님께서 아름다운 세상을 찾아서 이제 서울로 오셨군요.
아름다운 세상의 모습들.
기다리겠습니다.
기다리는 님이 있어 여생이 행복하게 변할 것 같습니다.
너무 고마워요, 살 맛이 납니다.^^
정능에서 시작한
북한산. 우이동에서 시작한
도봉산.
의정부사패산까지
서울에서 2박3일을
종주했던 기억 나네요.
그 구간이 한북정맥인줄은
몰랐습니다.
겨울산에 묘미는 눈오고
바람불고…
그에따른
소소한 겨울장비는
모든일정을 안전산행에
든든한 용기죠~
언제였던가?
그런때가 있엇네요.
걸음걸음 행복하소서~
학교 졸업하고 서울에서 직장을 얻어 불광동, 정릉 청수장,
이문동에서 하숙생활을 하면서
북한산은 몇 번 올랐지만 도봉산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때도 마음만 먹었으면 오를 기회가 많았는데 도봉은 별로
내키지가 않더라고요,
그런데 서울의 산들은 좋기만 한데 탁한 공기가 참 문제입니다.
동심 님과 언제 산행 한 번 같이 했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대단하십니다
무사 산행을 축하합니다
과한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반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능선을 뛰어가던
장년의 사나이가 정말 대단했어요.
감사합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이제 연말쯤이면 제가 살고 있는 파주도 거쳐 가겠네요.
그때 시간되시면 차라도 함께 나누었으면 합니다.
^_^
과분한 칭찬이십니다.
파주에 계신 줄은 비로소 알게 됐네요.
방장님의 귀한 제의를 영광으로 여깁니다.
산길에서 먼지 뒤집어 쓰고 땀내 나는
몸으로 어찌 감히 뵐 수 있겠습니까,
생각해주시는 후의에 너무 감사하여
다른 기회를 엿보겠습니다.